「3학년 1반 사토 다이키. 우리 아빠는 악역영애입니다」


 술렁이는 교실. 아빠 가슴도 똑같이 술렁인단다, 다이키. 아빠가 어느새 악역영애가 된 거니…아니, 것보다 악역영애란게 뭐니?


「모르시는 분을 위해서 설명해 드리자면, 악역영애가 되기 위해서는 3가지 엄격한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좋아하는 사람을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기는 것입니다. 둘째는, 배신에 의해 추방되는 것입니다. 셋째는,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가는 것입니다」


 …아아…그렇다면 나는 악역영애의 조건을 클리어 하는 건가…일단 영애가 아닌 건 둘째치고.


「아빠는 3년 전에 전(前)엄마를 다른 남성에게 빼앗겼습니다. 전 엄마는 메모와 작성완료된 이혼신고만 남겨놓고 집에 있던 값진 물건을 전부 가지고 사라졌습니다. 그때부터 아빠는 싱글대디지만 저를 소중하게 키워 주셨습니다. 첫째 조건은 클리어입니다」


 척, 하고 집게손가락을 세우는 다이키. 쩌억하고, 교실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아빠는 다이키가 괴롭힘당하지 않을까 걱정해서, 필사적으로 싱글대디인 걸 숨겨 왔는데, 설마 네가 커밍아웃할 거라곤 생각 못했단다…겉도 속도 강하고 씩씩하게 자랐구나. 자랑스러워. 그치만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해주면 안되겠니.


「그리고, 2년 전에 용감하게 상사의 횡령을 고발한 탓에 주변에서 비겁한 괴롭힘 받은 끝에 직장에서 추방되셨습니다. 둘째 조건도 클리어입니다」


 그거 정신적으로 많이 몰렸었지 …오랫동안 함께 노력했던 회사 동료들마저 누구 한 사람 아군이 되어 주지 않았으니까. 다이키가 없었으면 분명 마음이 꺾였을 거다. 그치만 설마 다이키에게 이렇게 몰릴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1년 전, 가계를 지지하기 위해서 몇 개나 되는 아르바이트를 겸하는 중에도 블랙기업에서 기른 프로그래밍의 기술을 살려서 단신으로 지금도 젊은이의 사이에 대유행하고 있는 모(某)어플을 개발해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마지막 조건도 클리어입니다」


 우연히 소식을 들은 전 직장의 임원들이 한꺼번에 자택에 몰려와서 필사적으로 고개 숙여 사죄했지만, 딱 적절하게 「이미 늦었어」라고 말해줬다. 꼴사납게도 목소리는 떨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 장면을 살짝 녹화하고 있던 다이키와 함께 그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보면서 둘이서 실컷 울고, 웃었지.


「그렇지만, 그런 아빠에게도 딱 한 가지 악역영애로서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그랬었니…그치만 아빠는 별로 악역 영애가 목표가 아니란다.


「악역영애는 마지막에 운명의 상대와 연결되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제2 왕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아, 그건 무리야. 왕자와 연결되는 것은 당연한 거고, 그게 아니라도 한동안 결혼은 할 수 있을 리가 없고, 할 생각이 없어…악역영애가 될 수 없어서…엄마가 없어서 미안하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께 제가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응? 왜 뒤돌아보고 있니? 아니, 손은 내밀지 않아도 된단다.


「아빠는 얼굴도 성격도 좋습니다. 아들로서 가지는 존경심과 애정을 빼도 중상위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前)엄마나, 블랙기업 떄문에 약간 인간불신에 빠졌지만, 평소에 매우 상냥하고 재미있는 최고의 아빠입니다. 덧붙여서 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기 때문에 연 수입은 2000만 엔을 가볍게 넘습니다」


 잠깐, 야, 다이키! 그런 구체적이고 품위 없는 말은 하면 못써! 그리고 너도 영리하고 배려가 넘치는 최고의 아들이야!


「애 딸린 것이 디메리트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정 못 참으시겠다면 저를 다른 곳에 양자로 보내셔도 괜찮습니다」


「다이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세상 모든 사람을 적으로 돌려도 너를 포기할 것 같아! 엄마가 없어서 외로우면, 내가 어떻게든 엄마든지 악역영애든지 되어 줄게! 코스프레라도…」


「보시다시피 아빠는 엄청 성실하신 데다 절대 바람도 안 피우십니다」


「…」


 …부끄러워서 얼굴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초등학교 3학년짜리 아들 녀석의 손바닥 위에서 감쪽같이 놀아났다. 보호자들이 미적지근한 눈으로 바라보는 게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어도 안다. 그중에 육식동물처럼 강렬한 시선이 몇 개 섞여 있는 느낌이 드는 건 아마 착각일 거다.


「그렇지만 아빠는 여자를 보는 눈이 아예 없기 때문에 우선 제가 희망자  분과 간단한 면담을 하고, 그 후에 합격 통지를 받은 분이 실제로 대면하시게 됩니다」


 아빠는 그런 획기적인 맞선 시스템 들어 본 적 없단다. 아들아 나 얼마나 못 믿는 거니. 전처에게 지독하게 버림받은 전과가 있으니까 세게 말할 수 없다만.


「면접은 선착순입니다. 제 메일 주소는…」


「다이키군!」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담임의 선생님이 목소리를 높인다. 살았다… 그렇지만 될 수 있으면 좀 더 빨리 멈춰줬으면 했다.


「어째서 선생님에게 먼저 얘기 해주지 않았나요?」


 저기? 스즈키 선생님?


「아시다시피 선생님은 독신이고 공무원이니까 생활도 안정되어 있어요. 저금도 많아서 돈을 노린 결혼에 대한 걱정은 없지요. 면담이나 보호자 상담을 통해서 아버님의 인품은 잘 알고 있고, 얼굴도 성격도 솔직히 초 타입이에요. 무엇보다 제가 엄마가 되면 언제라도 다이키군의 공부를 봐  줄 수 있어요」


「과연…제가 무심코 최대의 후보인 선생님을 놓치고 있었군요. 말씀하신 대로 상당한 이점이 많군요. 거기다 선생님의 외모는 아빠 취향에 스트라이크고…」


 어머, 하고 살포시 뺨을 붉히는 선생님. 뭐야 이 급 전개… 그리고 보호자 몇 명의 혀 차는 소리가 무섭다.


「흠. 다이키 군의 훌륭한 작문과 프레젠테이션 수고 많았습니다, 그럼 시간도 적당하니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이키 군과 아버님께서는 저희의 향후 진로에 대해서 상담드릴 것이 많기 때문에 곧바로 상담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절대로 안 놓쳐요'라는 듯한 굳은 결심이 눈에 담겨있다. 하아…이럴 줄 알았으면, 작문 내용을 확인해 둘 걸 그랬다. 지금 후회해 봐야 때는 늦었지만.


 클래스의 악동들과 가끔 함께 한잔하는 부친들의 「휴-휴―」하는 놀림과 「직권남용에 반대한다~!」라는 여성 몇 사람의 항의를 받으면서, 작전 성공이라고 만면의 미소를 띠는 다이키와 손을 잡고 미래의 사모님 후보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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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보다가 창작에는 아직 자신이 없어서 번역으로 후회챈 첫글올립니다.
개인적으로 약간 개그풍인게 사이다보다 박카스 같은 변화구 느낌이 마음에 들었음. 다들 맛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