츤데레 소꿉친구의 거짓말은 돌아오지 않아~ 솔직해지지 못한 여자애는 배드엔딩으로 절망한 뒤, 아주 조금 앞으로 향합니다~


위에가 본제목 입니다



작가의 말 : 제목 그대로 츤데레 히로인이 솔직해지지 못하고 패배한 히로인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이 83화까지 있어서 번역을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하다가 하기로 했습니다!

하루에 5화씩 번역해서 올릴게요~

참고로 이 작품에서 후회물이 제대로 시작하는부분은 26화부터라서 감안해주시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심술꾸러기





그날의 깨어남은 강렬했다.




"빨리 일어나요, 유키토!"




"구엣!"




귀에 익은 거만한 명령조의 목소리를 뇌가 인식함과 동시에 내 머리에 충격이 왔다.


뒤늦게 강렬한 통증이 뒤통수에서 느껴져서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만다.


찌그러진 두꺼비 같은 소리를 내뱉으며, 나는 강제적으로 의식을 각성시키게 된다.


휴일의 오전을 편안하게 보낼 생각이었던 나---아사마 유키토 에게 있어서, 그것은 최악의 아침이 되었다.




"뭐,뭐 하는 거야 텐카...젠장 아프잖아..."




나의 안면을 방해하는 악마 같은 짓을 한 인물을 나도 모르게 원망스럽게 노려본다.




"자업자득이지"




하지만 나를 문자 그대로 두들겨 깨운 소녀 쿠루스 텐카는 전혀 신경쓴 기색도 없이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나를 언제나처럼 깔보았다.




자기가 잘못했다는 건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겠지. 팔짱까지 끼고 얼른 일어나라고 재촉까지 해온다.


반항심이 부글부글 솟아오른 나는 말없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저항의 의사를 나타내기로 했다. 흘끗 시계를 보니 이제야 막 9시를 지났다. 난 아직도 침대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애벌레 상태가 된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는 텐카의 모습을 나는 이불 속에서 몰래 훔쳐 보았다.




안타깝게도 내 소꿉친구는 오늘도 미소녀 그 자체다.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받아 그 미모는 더욱 빛을 발하는 듯하다.




불타는 듯한 긴 붉은 머리칼과, 치켜올라간 눈과 늠름한 의지의 강인함을 느끼게 하는 투철한 눈빛. 게다가 말한다면 인형같이 단정한 얼굴 생김새로부터, 이 녀석이 우리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도 인기가 많은, 이른바 학원의 아이돌이라는 것도 납득 하지 않을 수 없는 외모였다.




분명 백명에게 물어보면 백명이 텐카를 사랑스러고 흠잡을 데 없는 미소녀로 평가할 것이다. 그건 나도 인정하는 바야.


하지만 지금 이놈은 나의 꿀잠을 방해한 적이다. 얼굴의 우열과는 상관없어.


창밖은 그렇게도 아름다운 푸른 하늘인데, 내 마음은 정반대. 귀찮음으로 우울한 기분 그 자체다.






최악의 깨어남을 경험하며, 아직도 침대에 푹 엎드린채 머리를 쓰다듬는 나를 곁눈질로, 베개에 두고 있던 스마트폰을 텐카가 휙~하고 집어 올렸다.




"너 또 게임하다가 잠들어 버렸어? 이제 적당히 공부하라고"




"앗, 너! 돌려줘."




나는 스마트폰을 되찾으려고 손을 뻗지만, 텐카는 가져가 보라는 듯이 머리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았다.


이 녀석은 그다지 키가 큰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지금의 나에게는 손이 닿지 않는다. 뻗은 팔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돌려받으려면 빨리 일어나. 오늘은 같이 쇼핑하러 가야 하니까."




"그런 거, 내가 같이 갈 필요 없잖아"




텐카가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명령해 오지만, 반대로 나는 더욱 더 기분이 나빠져 버린다.


그래, 내가 얘와 어울려 다닐 필요는 전혀 없어. 왜냐하면---




"네 취향이 그이에게 가까울지도 모르잖아. 일단 남자고 조사 대상으로 안성맞춤이야!"




그렇게 가슴을 펴는 텐카.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가슴이 괴로워져. 이대로 무너져 내려서 부서질것만 같아.


오늘의 예정을 즐겁게 이야기하는 천화를 보고 있기 힘들어져 나는 무심코 눈을 돌렸다.






이녀석은 좋아하는 상대가 있으니까












내가 텐카를 의식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중학교 올라갔을 무렵에는 이미 여자로 보게 되었을 거다.




어렸을때부터 쭉 같이 지냈고 사이는 나쁘지 않았지만 자주 싸우던 기억이 난다.


서로 솔직하지 못한 성격으로 나와 텐카는 예전부터 의견이 많이 부딪쳤다.


쟤가 오른쪽 하면 나는 왼쪽, 그 녀석이 그것을 갖고 싶다고 하면, 내가 이것을 갖고 싶다고 하는 것처럼 아무래도 다른 것을 선택하게 되어 있었다.




어린시절의 작은 고집이 그대로 지금까지 오게돼서 우리는 서로가 거울 같은 심술꾸러기로 자라고 말았다.


그때마다 또 한 명의 소꿉친구의 중재를 받았는데, 소꿉친구와도 최근에는 사이가 나빠서 어쩔 수 없다.


후회는 있지만 스스로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고등학교에 올라가도 변함없이, 아무래도 미묘한 거리감이 우리들 사이에는 생겨 있었다.


그 자식이니까 틀림없이 나와는 다른 고등학교를 선택할 줄 알았는데,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을 결정해 주었을 때는 무심코 하나님께 감사했다.


뭐 나같은 경우에는 단순히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진학할 곳을 정하긴 했지만. 예상외로 그 녀석도 그런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텐카가 날 떠나지 않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같은 반에 배속되었고 어떻게든 거리를 좁혀야 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는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고등학생이 된 텐카가 점점 예뻐졌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부터 지역 내에서 손꼽히는 미소녀로 유명했지만 그녀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더 세련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위가 천화를 내버려 둘 리 없었다.


그녀석의 주위에는 자연히 사람이 모여들어, 이제 내가 들어갈 틈은 없어져 버린 것이다.




나는 얼굴이 좋은 것도 아니고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운동이나 공부도 남들과 같은 수준이다. 오히려 나쁘기까지 하다.


내가 남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면 천화와의 교제가 오랜됐다는 정도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었다.


애당초 말을 걸지 못한다는 것이다. 화려한 고교데뷔를 결정한 텐카에 비해, 나는 완전히 주눅들어 버렸다.




그 결과, 입학한지 한달만에 나와 텐카는 압도적인 차이가 나게 되었다.


한쪽은 학교 카스트 제도의 정점. 다른 한쪽은 카스트 제도의 하층민이라는, 학교라고 하는 좁은 세계 속에서 확실히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난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조바심을 냈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 클래스메이트는 이미 교우 관계를 확립해,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쌓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스타트 대시에서 완전히 출발이 늦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돼서 이제 어쩔 수 없이 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동아리활동에도 들어가지 않고 집과 학교를 왕복할 뿐인 특별할 것 없는 나날. 반면 텐카는 반 친구로부터 매일같이 권유를 받아 방과후는 거리로 놀러 나가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게 된거야


그렇게 후회만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던 나를 바꾼 것은, 하나의 앱 게임이었다.






한가한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던 나는, 그 날의 점심시간도 교실에서 스마트폰의 앱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마이너한 것도 아니고 CF에서도 자주 방송되기 때문에 교실에 있는 거의 모든 놈이 알고 있을 RPG게임이다.




콜라보 캐릭터도 풍부하고 육성 요소도 있지만, 장점으로 되고 있는 것은 한달에 2회 있는 대규모 레이드 배틀이다.


단순한 조작으로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게임이 많은 가운데, 어느 정도의 조작성을 필요로 하는 이 레이드 배틀에 나는 완전히 빠져 버렸다. 쓸데없이 시간만 있었으니 연습 삼아 출전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지금은 과금까지 해 버려, 강력한 캐릭터를 입수할 수도 있던 나는 가끔 랭킹 상위에 얼굴을 내미는 정도까지 성장하고 있었다.


뽑기에 빠져있던 나는 이것을 계기로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되지만, 이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도 게임은 게임. 프로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뛰어나도 자랑할 일도 아니다. 애당초 나는 외톨이다. 자랑할 상대조차 없다. 단지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소일거리일 뿐이다.


오늘도 그럴 생각이었지만 그날은 평소와 달랐다.


평소와 같이 게임을 키고있을 때 내 책상에 하나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이다.




-----유키군도 그 게임하는구나




그렇게 말하고 말을 걸어온 것은 최근 소원해진 나의 또 다른 소꿉친구.


본래라면 옆 클래스에 있어야 할 하야마 코토네가, 앱 게임의 타이틀 화면이 표시되고 있는 나의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때의 코토네의 목소리가 어딘가 기뻤던 것이 기억난다.


나는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을 하게됐다. 하지만, 그때 나에게 분노가 담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는 인물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2. 행운의 여신




"나도 그 게임 하고 있어. 유키도 하고있었구나, 가르쳐 줬으면 좋았을 텐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온 코토네의 목소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


예전과 다름없는 미소로 웃어주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중학교 후반부턴 왠지 모르게 어색해졌지만, 어색한 분위기도 없이 지금도 이렇게 말을 걸어주는 것에 대한 기쁨도 있었을지 모른다.




"아, 미안. 요즘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나는 너무 감동해서 울어버릴 것 같은 자신을 어떻게든 억누른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에서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었던 것이다.


미심쩍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작은 오기로 나를 어떻게 해서든 말렸다.




"아참, 우리 프렌드 할래? 이래 봬도 엄청나게 하고 있거든."




"어, 정말!? 응, 좋아!"




"어, 어어..."




반쯤 얼버무리기 위해 한 말이었는데 코토네가 생각보다 훨씬 더 반갑게 받아줬다.


무심코 당황해 버렸지만, 무리도 아닌가 하고 다시 생각한다.


남자들이라면 게임이야기가 자주나오기도 하고, 유행하는 게임을 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여자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화제가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사실 텐카가 있는 그룹에서도 이야기하는 것은 대부분이 텔레비전이나 지금 유행하는 패션등의 이야기이고, 나머지는 옆반에 있는 꽃미남이나, 어떤 아이돌이 요즘 잘 나가는지 하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이차원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에서 이상을 찾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만족한다.




그런 부분에서 나와 텐카의 사이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문득 신경이 쓰인 나는, 슬쩍 텐카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 순간 시야 안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특징적인 붉은 머리가 출렁이고, 검은색 교복의 뒷모습만이 이쪽에 보였다. 주위에 있던 그룹 동료들도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저런 머리를 가진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텐카가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아니,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텐카녀석, 이쪽을 보지 않았나...?)




확신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연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나를 신경쓰고 있었다고 하면, 그것은 뭐라고 해야될까.




"역시, 엄청 기쁘네..."




엉겁결에 중얼거림이 새어 나와 버린다. 텐카가 나를 의식하고 있다면, 이렇게 기쁜 일도 없겠지. 나도 모르게 히죽히죽 웃고 만다.


하지만 혼잣말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을 들은 사람이 있었다. 실례되는 말이지만, 나는 눈앞에 있는 또 다른 소꿉 친구에 대해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시, 싫어. 유키, 그렇게 기뻐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




내 중얼거림을 들은 코토네가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겨우 깨달았다.


코토네도 텐카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한 미소녀다. 그런 아이가 외톨이인 내 앞에서 얼굴을 붉히고 있다는 거, 안좋은 소문이 나는게 아닐까?


실제로 교실 곳곳에서 힐끔힐끔 이쪽을 돌아보는 기색이 보였다.


크, 큰일났다. 이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아, 아니! 나 프렌드 적으니까! 큰 도움이 될거 같아! 지금 바로 프렌드 교환하자, 응?"




"아, 응"




일부러 큰 소리로 코토네를 재촉했는데, 이걸로 조금 시선을 돌린걸까?


솔직히 말해서 제정신이 아니지만, 코토네가 전혀 신경 쓴 기색도 없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낸 것으로 몇사람은 흥미를 잃어 준 것 같다.




나는 휴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아무튼 나와 코토네는 게임 속에서도 친구가 되었다.




"이걸로 됐어... 근데, 코토네 너 왜 우리 반에 있는거야?"




등록을 마쳐 여유가 생긴 나는 궁금했던 것을 코토네에게 묻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코토네가 우리 교실에 온 적이 없었는데.


나의 질문을 받은 코토네는, 스마트폰을 응시하며 싱글벙글한 얼굴을 하고있었지만 갑자기 어색한 듯이 쓴웃음을 짓는다.




"아, 아~ 그, 그건말이야. 실은 국사 교과서를 잊어버려서 텐카한테 빌리려고 했었는데...."




그렇게 말하며 코토네는 텐카에게 시선을 옮겼다. 나도 똑같이 그쪽을 보는데, 텐카는 조금 전의 일은 없었던 것처럼 남녀 관계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 그렇게 된거구나."




그걸 보고 나는 짐작했다. 코토네는 사교성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어느 쪽인가 하면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저 많은 사람들 속으로 비집고 들어갈 용기는 없었을 것이다.




텐카는 겁도 없는 녀석이고, 하고 싶은 말도 서슴지 않는 타입이라서 옛날부터 항상 그룹의 중심에 있었다. 그런 텐카니까 지금 상황도 받아들이고 전혀 신경쓰지 않겠지.


그래도 중학교 때는 그렇게까지 인기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을 가끔 봤었는데.


코토네도 지금의 텐카에 대해 열등감이라든가 소외감 같은 걸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제멋대로이지만 나도 코토네와 같은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코토네는 나와 비슷하네.


동족 의식 같은 것을 가져 버려, 나는 무심코 코토네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내 거 빌려줄까? 남자꺼라서 거부감이 들겠지만 그래도 낙서 같은 건 안 했으니까 안심해."




"어, 괜찮아?"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정도는 쉬운 일이다. 소꿉친구니까.


흔쾌히 승낙한 나를 보고 코토네는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다행이다. 사실은 그런 생각으로 유키 군에게 온 거야. 텐카에게는 말을 걸 수 없을 것 같고, 유키군이라면 괜찮을까 하고 말이야. 어, 그러고 보니 유키 군은 대화하는 친구가....."




"그, 그런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자, 가져가. 오늘 우리반 국사 수업 안해서 내일 돌려주면 되니까."




나는 억지로 이야기를 중단하고 교과서를 고토네에게 밀어붙였다. 그건 민감한 부분이다.


되도록이면 건들지 말아줬으면 했다. 사내아이의 고집이란 놈이니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코토네가 다시 반으로 돌아갔다.


....뭐랄까, 갑자기 피곤해졌어. 아직 오후 수업이 남았는데 체력을 송두리째 빼앗긴 기분이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이런거였나? 이런 피곤한 짓 계속 하다니 저 녀석 대단하네…


나는 오늘 몇번이나 텐카에게 시선을 향했다. 존경을 담은 눈길을 보내게 됐는데, 지금 이것도 우연일까? 텐카와 딱 시선이 마주친 것이다.




"어..."




"으읏!!"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겠지만, 당황한 듯 텐카가 시선을 돌렸다.


역시 저녀석 날 보고 있었던..거지?




이건 이제 기분 탓이 아닐 거야. 저 녀석은 나를 신경쓰고 있다.


단순하지만, 그것만으로 피로한 몸에 갑자기 힘이 솟는 것을 느끼게 된다.


뜻하지 않은 행운에 입꼬리도 느슨해졌지만 오늘의 행운은 거기서 그치지 않은 것 같다.




"저기..."




"어, 지금 누가..."




히죽거리고 있던 나는 뒤에서 어깨를 살짝 찔렸다.


그 얼굴 그대로 돌아봤더니 한 남자가 있었다. 내 얼굴을 보고 한순간 기분나쁜 표정을 지었지만, 금새 꾸민듯한 붙임성있는 미소로 바뀌었다.




뭐지, 좀 충격인데...


소소하게 마음에 데미지를 입고 있던 나에게, 그 남자가 말을 걸어 온다.




"저기 말이야, 아까 그 여자와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도 그 게임 하고 있어. 괜찮다면 나랑도."




"오, 오오..."




나도 모르게 감탄의 소리를 지르고 만다.


코토네는 어쩌면, 나에게 있어서 행운의 여신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날,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게임 프렌드 2명과 첫번째 친구를 얻게되었다.







"........흥"





기분이 좀 안 좋아진 빨간머리 소꿉친구를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3. 츤데레는 태클과 함께




"헤헤헤……"




그날 오후는 아주 기분 좋게 맞이할 수 있었다. 이토록 상쾌한 기분으로 보낸 날은 언제였을까.


적어도 중학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은 틀림없다. 내 연락처에 새로 추가된 남자의 이름에 나는 나도 모르게 히죽거리고 있었다.




"드디어, 나도 고등학교에서 친구가...!"




마음속으로 승리의 포즈까지 해버린다.


나는 외톨이였지만, 내가 외톨이를 바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교에서 외톨이는 베리 하드 모드다. 특히 체육시간은 지옥 그 자체.




체육교사의 조를 2명으로 짜라는 말은 나에게 있어 즉사 주문이다. 수업때마다 고장난 기계처럼 말해서 나는 몰래 로봇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매번 그런 일이 계속되니 친구 없냐는 듯 멀찍이서 보는 반 아이들의 시선이 아팠다. 바늘방석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그런 생활로부터도 겨우 탈출. 나는 내일부터의 학교생활이 벌써부터 기대되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나는 의기양양하게 학교를 뒤로 하고, 교문을 들어서서 배움터를 등지는 곳까지 와 있었다.


이제 벚꽃도 지기 시작했는데, 그런 광경도 제법 운치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아름답게 보인다.


이렇게나 기분이 좋다. 어차피 나를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 주위를 살피지 않고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만다.


그만큼 나는 들떠있었다.




"흐흐흥..."




"저기"




그래서인지. 나는 교문에 기대어, 나른하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한 여자를 눈치채지 못했다.




"오늘은 좋은 날이네... 으흐흥"




"어이 거기"




자, 돌아가면 뭘 하지? 약하다고 생각되서 친구 끊으면 싫으니까, 역시 레벨을 올려둘까? 아니야, 기분도 좋으니까 서점에나 갈까?


그러고 보니 기대했던 라노베가 오늘 발매였을거야--






"무시하지 마!"




"히데붓!"




의식을 완전히 자신의 세계로 날려보내고 있던 나는, 그 의식외의 공격에 대응할 수가 없었다.


등뒤로부터의 강렬한 태클을 받아 나는 이상한 비명을 지르고 만다.


폐에서 숨이 내뿜어져 몸이 위험신호를 뇌에 전달한다.


너무 아프다. 그것이 나의 뇌세포가 내린 결론이었다.




"옷, 오우!, 우긋..!"




"무슨 물개 같은 소리를 내는 거야, 당신 결국 야생으로 돌아가 버린 거야?"




엉겁결에 굴뚝을 밟고 아픔에 몸부림치는 나에게 자비 없이 욕설이 날아왔다.


여자 같지만, 이 목소리의 주인이야말로 틀림없이 나에게 태클을 먹여 온 범인일 것이다.




이지메인가? 너무 외톨이여서 결국 나도 이지메의 표적이 되어버린걸까?


하지만,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친구가 생긴것이다. 사랑과 용기만이 나의 친구였던 나날은 끝났다. 하지만 용기군, 지금만은 다시 한번 나에게 힘을 빌려줘-




나는 없는 용기를 쥐어짜내어 등뒤를 돌아보았다.


폭력은 서투르지만, 해야한다면 해주겠어!


그런 결심을 한 셈인데…




".....어라? 텐카..인가? .."




"대체 어떻게된 얼굴이지, 여전히 얼빠진 얼굴이네. 너는."




그렇게 말하며 코를 킁킁거리는 빨간머리 소녀.


나의 소꿉친구이자, 지금은 카스트 톱으로 인정받는


쿠루스 텐카가 우뚝 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이 녀석이 여기 있는 거지?




나도 모르게 내 볼을 꼬집을 정도로, 나는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4. 츤데레 소녀와 싸우고 헤어지다




"너 왜 여기 있는거야? 반 애들이랑 먼저 돌아가지 않고."




"사, 상관없잖아, 그런거. 오늘은 좀 볼일이 있었어."




내가 의문을 말하자, 텐카는 어딘가 당황한 듯 눈을 돌렸다.


뺨도 약간 붉다. 무슨 부끄러운 일이라도 있었을까.


코토네처럼 교실에 교과서도 두고 왔다던가? 하지만 오늘은 숙제도 없었을텐데...


고개를 갸우뚱해 봐도 솔직히 전혀 알 수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솔직히 이 상황은 나도 찜찜하다.


여하튼 교문이라면 하굣길 학생들이 꼭 다니는 곳이다. 지금도 흘끔흘끔 이쪽을 보고 오는 학생이 있다.




특히 텐카는 가뜩이나 눈길을 끈다. 오랜만에 이야기 할 수 있다는 반가움은 있지만, 더 이상 호기심의 눈길은 내가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려고 텐카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아, 잠깐 기다려!"




그런 말을 꺼내자마자 나는 쏜살같이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다.


텐카가 뭐라고 한 것 같지만 지금은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무래도 외톨이 기간이 너무 길어서 나는 커뮤니케이션 장애까지 생겨버린 것 같아.


오랜만의 소꿉친구와의 대화인데, 어처구니없는 겁쟁이 녀석이다.




솔직히 내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발은 멈춰 주지 않고, 나는 정신없이 계속 달리는 것이었다.










"하아, 하아... 이 정도면 괜찮겠지..."




뭐가 괜찮은지 나도 모르지만 주위에 학교 학생의 모습은 없다.


일단 목적은 달성한 것 같다.




어, 여기는 역앞이구나. 어지간히 달렸네.




의외로 정처없이 달리고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무의식중에 도착한 장소는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역 광장이었다.


인근에는 백화점, 노래방 등 놀이터도 있어서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학생들이 많이 이용할것이다. 지금은 아직 시간이 일러서인지, 역으로 향하는 사람의 그림자도 드물었다.


나는 일단 호흡을 가다듬고 앞으로의 행동을 어떻게 할지 잠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 쇼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자, 이제 어쩌지."




"그, 그걸 생각하기 전에, 일단 한 대 때리게 해 줄래?"




"어..."




혼잣말인 내 중얼거림에 반응하는 소리가 갑자기 등뒤에서 들려왔다.


'그런 바보같은' 이라고 생각하며 돌아보니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무릎에 손을 짚고 있는 텐카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전속력으로 나를 쫓아 오고 있던 것 같고, 자랑하는 머리도 바람에 엉망이 되어 있어, 모처럼의 미인이 엉망이 되고 있다.




"어, 어째서 네가 여기에 있는거야?"




"다, 당신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뛰어가서 그런 거잖아....죽고 싶은거야? 유키토......"




"힉!"




정정하자. 미인은 아무리 엉망이어도 미인이다. 다만 두려움도 달랐다.


땀으로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때문에 더 무섭게 느껴졌다.


그 얼굴에서는 분노가 역력히 느껴졌다. 장차 공포여배우로도 통할 것 같은 박진감이다.






엄청난 박력에 내가 주춤거리고 있으면, 겨우 텐카도 안정되었는지 얼굴을 들어 머리를 털고, 순식간에 평소의 그녀로 돌아와 있었다.


이 변신속도에 무심코 빠르구나 하고 나는 감탄한다.




"도대체 넌 왜 나한테서 도망쳐? 전에는 안 그랬잖아."




"그, 그건..."




곤혹스러워하는 나에게 텐카가 작게 중얼거렸다, "코토네에게는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으면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설마 '외톨이를 더 더욱 곤란하게 만드니까' 라고는 이녀석에게는 죽어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듯한 변명을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자니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텐카가 뭔가를 알았는지 심술궂게 히죽 웃었다.


그 얼굴은 본 기억이 있다. 나에 대해서 우위에 섰다는 것을 확신할 때 짓는 미소다.


불쾌한 예감 그대로, 야비하게 입꼬리를 치켜올린 텐카는 즐거운 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아, 그런 거네. 내가 점점 더 인기가 많아져서 말을 걸 수 없게 되었다. 맞아, 난 정말 이뻐져버렸으니까"




"읏!"




위험해, 정확하게 간파당해버렸어


나도 모르게 굳어버린 내 얼굴을 보고, 텐카도 더욱 확신이 깊어진 듯, 기세를 더해 나를 부추겨 온다.


이렇게 되면 반격할 건덕지도 없는 나는, 대화 흐름에 그대로 흘러가게 되었다.




"그런데 너는 생각해보니까 친구도 없잖아. 정말 불쌍하다. 정말 너는 옛날부터 그렇네, 나정도 되지 않으면 같이 있어줄 사람이 없다는게.




"시, 시끄러워! 내버려 두라고! 그리고 오늘 친구도 생겼어. 바보 취급하지 마!"




그렇다고 잠자코 있을 수는 없다. 다소 대꾸해야 직성이 풀린다.


텐카에게 당하고만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자존심에 거슬리는 일이다.


오랜 세월 동안 길들여진 심술꾸러기 정신이 이 자리에서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고등학교 들어간 지 한 달이나 지났는데 이제 겨우 한 명이라니, 얼마나 친구를 못 사귀는거야?"




"윽, 많이 있다고 좋은 게 아니잖아! 대체로 네 주변에 있는 녀석들은 전부 놀고 먹는 것만 하는애들이잖아. 남자도 많고, 수상쩍은 짓이라도 하고 있는거 아냐?!"




"하, 하아! 뭐라고!"




이후로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듯이. 서로 열을 올려가면서 욕설이 우리들 사이를 난무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뜨거워진 머리는 냉정해질 것 같지 않다.


마지막으로 우리들은 서로 노려보며, 흥 하고 소리내며 동시에 외면했다.




(아아 진짜 뭘하고 있는거야 나..)




여기에 코토네가 있었다면 분명 어떻게 해 주었을 텐데.


그런 한심한 생각이 떠올랐지만 엎질러진 물이다.


이 자리에서 머리를 숙이고 화해하는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난 돌아갈거니까. 말 걸지 마."




"이쪽이야말로. 빨리 꺼져, 정말 짜증나."




그렇게 말하고 우리는 헤어져 간다. 오랜만의 대화는 최악의 싸움으로 끝맺었다.




"망했다..." "망했다..."




후회의 한숨을 내쉬는 나의 등뒤에서, 텐카도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또 다른 미래가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우리는 엇갈린 채 다른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마치 우리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처럼.





결국 서로의 등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우리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었다.




5. 여자의 마음은 어렵다




"왜 이렇게 된걸까..."




손에 든 라노베를 바라보면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후, 적어도 기분전환을 하려고, 근처 상점가 안에 있는 서점까지 찾아갔던 것이다.


어렵사리 목도했던 오늘 발매된 신작 라노베를 찾아내 손에 넣었지만, 아무래도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그 이유를 알고는 있지만.




바로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이 원인이다.


나는 소꿉친구 쿠루스 텐카와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처음으로 큰 싸움을, 역전 광장에서 하게됐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럽다. 그때는 주변이 보이지 않았고 어쩌면 같은 고등학교 학생들이 보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텐카는 눈에 띄는 편인데. 완전히 저질렀다고밖에 할 수 없다.


카스트 톱 텐카와 말다툼을 하던 외톨이, 옆에서 보면 누가 나쁜지 불 보듯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세상에서 이런 이야기는 남자인 입장이 더 좋지 않았다. 울린 것은 아니라고 해도 사랑싸움으로 착각된다면 어차피 나의 패배는 확정적이었다.


최악의 경우, 내일부터 학교에 내가 있을 곳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미래를 상상해 버려, 등줄기에 오한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오싹해진다.




설령 보지않아도 봐도 기분 상한 텐카의 말 한마디에 나는 완전히 아웃일 것이다.


학년 여왕의 발언과 나의 발언은 하늘과 땅 차이다.


뭐 텐카라면 퍼뜨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에 관해서는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걱정거리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쪽이 본론이지만, 텐카와의 화해 방법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말다툼을 해도 기본적으로 하룻밤이 지나면 어쩌고저쩌고 평소대로의 사이로 돌아오고 있던 것이 중학교 때의 나와 천화의 관계였던 것이다.


싸움 자체는 자주 있는 일이었고, 싸움을 하다보면 밑바닥까지 빠지는 특성을 서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거리가 벌어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너무 깊이 파고든 것 같다.


당연히 친구를 헐뜯는 듯한 말을 하는 것은 졸렬했다. 저런 말을 들으면 누구든지 화를 내겠지.


이것은 나로서도 사과하고 싶은 바이고, 어떻게든 접점을 가지고 싶은데... 그렇게 헤어지면 어색하다는 것이 본심이다.




그것은 분명 천화도 같을 것이다. 저 녀석은 가뜩이나 고분고분하지 못한 놈이기 때문에


나는 그녀석이 사과하지 않을 거란걸 안다.


텐카와는 달리, 고교생이 되고 나서 간신히 스마트폰을 사게된 나의 연락처는 거의 비어 있다.


아직 그녀석 번호를 모르니 연락할 방법이 없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중개를 받는 방법받에는 없지만... 그걸 중개해줄 사람은, 나에게는 한 사람 밖에 없다.




"코토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나... 오랜만에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이런 부탁을 하다니 정말 한심하구나."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어?"




"우왓!"




내가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옆에서 불쑥 얼굴을 보이는 소녀가 있었다.


방금 이름을 입에 올린 소꿉친구 코토네였다.


생각하고 있던 인물이 갑자기 나타난다는 강렬한 서프라이즈에 엉겁결에 소리를 지르고 만다.


코토네도 내 목소리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아, 미안해. 놀래켜버렸어?"




"오, 놀라긴 했지만... 뭐 괜찮아. 코토네도 서점에 볼일이 있었어?"




왠지 오늘은 예상외의 일들만 있어서 계속 놀라는 기분이 든다.


수명은 줄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응, 책 갖고 싶은 거 있었거든. 유키 군은 여전하네."




코토네는 내가 손에 쥔 라노베를 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진 나는 손에 쥔 그것을 뒤로 숨겼다.




코토네는 나의 취미를 이해해 주는 몇 안 되는 한 사람이다. 그녀 자신도 장르는 다르지만 판타지를 좋아해서 고등학교에서는 문학부에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뭐, 역시 좋아하니깐. 텐카에게는 바보가 되었지만."




"아하하. 텐카는 그다지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타입이 아니니까..."




코토네는 웃으며 텐카를 아무렇지 않게 얘기 했다.


상대가 없는 곳에서도 남의 험담을 하지 않는 것은 여전하다.


동갑내기 소꿉친구인데도 나보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 왠지 열등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텐카는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멋 부리는 것에 흥미를 가지도록 패션 잡지를 추천해 왔는데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 일로도 당시 싸움이 났던 것이 생각났다.


아직 옛날을 그리워할 나이도 아닐 터인데.




"뭐 그렇지. 아, 근데 미안하지만, 코토네는 텐카랑 친분이 있잖아. 그래서 그런데... 부탁이 좀 있어.




"...텐카랑 무슨 일 있었어?"




코토네가 의아해하면서 당연한 의문을 말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정곡을 찔렀다.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아 다행이다.




"응, 실은 텐카랑 싸웠어. 가능하다면 전처럼 다리를 놓아주었으면 하는데."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아직도 하고 있구나..."




지친 얼굴로 코토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에게는 드물지만 분명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것을 보고 나도 기분이 안좋아져서 무심코 움츠러들고 말았다.




중학교 후반에 코토네와 조금 거리가 멀어진 것은 이런 부탁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기야 매번 좋은점도, 얻는 것도 없고, 단지 피로가 쌓이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게 어떤 착한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나쁜 짓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또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등, 나에게는 학습 기능이 없는지도 모른다.


미안함으로 가득 차서 그만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 나서 몇 박자 있다가 다시 한숨 소리가 들리더니 코토네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네...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으니까,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서로 제대로 이야기해서 해결해야해"




"면목없어..."




나는 고개를 떨구고 코토네에게 고개를 숙인다. 엄마한테 혼난 기분이다.




"정말 똑같다니까... 그래도, 왠지 안심했어. 요즘 안 봐서 조금 걱정했는데 유키군도 텐카도 여전하구나"




무엇이 우스운지 쿡쿡하고 코토네가 웃기 시작한다.


나도 애매한 미소를 보내지만, 성장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 것 같아 기분이 착잡했다.


뭐 사실 그대로지만.


어색하다고 생각한 나는 어떻게든 화제를 바꾸려고, 우선 입을 열었다.




"그렇지도 않을 텐데...그걸로 치면 코토네도 꽤나..."




변했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어쩌지, 내 눈에는 별로 변한 것 같지 않다.


어깨까지 기른 예쁜 검은 머리, 또렷또렷한 살짝 처진 쌍꺼풀, 늘씬한 콧날과 두툼한 입술. 그리고 부드러운 표정이 어울리는 반듯한 얼굴.






음, 중학교 때의 코토네 그대로네. 텐카처럼 화장에 신경 쓴다는 느낌도 안 들어. 또래 여자와 비교해도 좀 어려보이는 감이 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걸까나?"




그래도 어떻게든 칭찬하고 얼버무리려 했는데 좋은 말이 생각나지 않아 우물쭈물한 나를 보고 코토네는 웃는 얼굴로 질문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이마에 핏대까지 떠올랐다.


아무래도 그녀의 금지어에 걸려버린 것 같다.







나는 그 후 오로지 사과에만 집중하고, 다음에 식사를 사는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기분을 풀게 해, 텐카와의 중재를 부탁하는 것에 성공했다.....정말, 여자의 마음은 어렵다.





작가의 말: 다음은 히로인 시점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