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내가 겪은 경험인데 후회물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냥 쓸게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22살 내년에 입대하는 국립대생이고 가물가물한 기억은 4년전쯤으로 돌아가야함.
고등학교 2학년 안타까운 이유로 부모님께서 이혼하시고 나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200일정도 만나던 여자친구랑 헤어졌어.

아직도 기억나는게 3월 2일, 2학년 새학기 시작하는 그 날.  옥상으로 가는 계단에서 그만하자고 너무 안맞다고 통보하고 그대로 내려가던 걔 모습에 어찌나 비참했었던지.
단란했던 가족의 분열이 원인일까 첫사랑이었던 걔를 보낼 수 밖에 없던게 원인일까 둘 다일까, 새학기 새친구는 꿈도 못꾸고 하루종일 졸려서 성적유지하는것도 힘들었었지.

그렇게 2학년 첫단추를 이상하게 매버리니까 그때부터 내 고등학교 생활이 꼬이게된것같아.
기분탓일지도 모르는 여자애들의 은근한 따돌림은 기억나지만 그때 나는 그런거 신경 쓸 여력이 없었거든.

그렇게 피폐한 생활로 1년. 1년동안 부모님은 2번정도밖에 못봤고 새로사귄 친구는 0에가까웠지, 있는 친구들도 거의 다 떠나가고 정말 나 하나를 믿어주는 사람들만 남았을때 쯤 친해진 여자애한테서 한 소식을 접했지.
'ㅇㅇ아 너.. (전여친)한테 데이트폭력했다면서..? 어쩌다 그렇게 소문이 났어?' 라고.

분노였는지 억울함이었는지. 1년넘게는 엄두도 못냈던, 외웠었던 걔 번호를 다시 떠올려서 연락했었지. 왜 그런 소문이 도냐고 아니 도는걸 알고있었냐고.
들려온 대답은 알고있었다. 였고 덧붙혀서
"헛소문인걸 내가 왜 굳이 정정해야해?" 라는 냉담한 반응에 한마디 원망도 못하고 기숙사에서 진탕 술마시던적이 있었지. 다음날 술병걸려서 학교도 째고 ㅋㅋ 자기소개서 쓰는 기간이었는데 땜빵메꾸는데 고생좀 했었지.

암튼 고등학교 2 3학년 내내 나도 모르게 나한테 붙은 별명은 '데이트폭력범'이었어 맹세코 그런적은 없지만 믿어줄 사람도 많이 없어서 굳이 뒤늦은 해명도 안했었다. 이거 듣고 내친구들은 다 답답해하던데. 난 딱히 상관없었어 얼마 뒤 대학교들어가면 얼굴도 안볼사인데 뭐..

아무튼 그렇게 각자 대학을 들어가서 각자 살았지. 걔는 공부를 잘했으니 나름 좋은 대학을, 나는 걔랑 같은 부산에서 한단계 낮은 대학을, 알려하진 않았지만 나처럼 조용히 있던 애한테는 반 인싸들이 떠드는 소리가 잘들렸거든.

그렇게 서로를 잊고 하루, 모여서 한달, 모여서 8개월 정도 각자 살았었지. 그 과정에서 몇번, 셀 수 있을정도로 고백도 받고 소개팅도있었지만 난 연애를 할 형편이 아니었거든. 어머니를 자주 볼 수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집엔 빚이 있고, 난 그것때문에 싼 국립대로 들어온거니까. 알바 2개씩 상하차나 노가다도 뛰면서 살았지.

그러다가 슬슬 얇은옷에 냉기가 스며들 10월쯤에. 잊었던 번호로 연락이 왔었지.
 전여친이었고 술이 조금 된듯 떨리면서도 날아가는 발음이 섞여있었어.
어떻게 사냐. 뭐하면서 지냈냐. 놀랐냐면서 시덥잖은 이야기를 했었지. 말이라는게 참 대단한것같아, 별로 달갑지도않았던 니가
"우리 술한잔하러 만날까?" 한마디에 다시 심장을 뛰게한것 보면말이야.

아무튼 밥이나 카페 그런거없이 서면 1943에서 만났어. 오랜만이라고 멋쩍게 웃는 모습엔 내가 좋아했던 옅은 보조개랑 가늘고 긴 눈이 남아있어서 반가웠지. 앉자마자 안주도없이 소주 한병을 까 마시더니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나한테 본심을 꺼냈어.

너 지금 여자친구 있냐고, 나랑 사귀던거 생각나냐고, 후회하냐고. 진짜 술에 취한 너라는 사람을 보는건 처음이라 낮설었다.
내 대답은 듣지도않았지. 술잔을 빠르게 비우고서는 천천히 얘기했었지,
"ㅇㅇ아, 나는 있잖아...니가 참 미웠었다? 왜 우리 사귈때 나는 연락 엄청 안하는 사이었고 너는 연락못하는거 싫어했잖아. 그거때문에 싸우고 헤어졌잖아.
나는 그게..참 미운점이고 안맞으니까 헤어질 구실이 될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있잖아.. 대학교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거든. 너보다 잘생긴사람, 너보다 훨씬 돈많은 선배, 나름이지만 몸좋은 너보다 더 좋은 동기랑도 만나봤는데... 다 안맞았던것같아..  아니 그냥 내 변덕일수도있지만. 왜 그렇게 성에 안찼는가 몰라... 이런말 하면 내가진짜...진짜 나쁜년일 수 있는데.. 니생각 많이 나더라... 첫연애라 그런건지 정말 내 모든걸 아낀 사람이 너였는지 몰라도 정말...정말 후회많이 되더라... 너한테 용기내서 연락하기까지 3개월, 그것도 술이 없으면 못했을거야...
 내가 고등학교때 조금이라도 너한테 친절했다면... 헤어지고나서 조금만 더 신경썼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텐데...
나 진짜 후회많이 하고있어.. 갑자기 불러내서 이런말하면 진짜 안되는거지만.... 못잊겠어 진짜 미안해 한번만... 나한테 기회를 줄 수 있을까?" 라고.

복잡한 심정에 술이나 들이키다가 나도 천천히 말을 꺼냈었어.
너랑 보낸 시간들, 너한테 받은 추억들, 내가 너한테 주면서 남은 그 순간들이 다 분명 기억남지만. 난 후회없이 그 한순간을 사랑했고, 너는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싶다고.
어쩔 수 없었어. 마음이 예전만큼 불타는것도 아니지만, 하루에 4시간자고 알바랑 과제랑 강의를 소화하는 지금의 나한테 연애가 무슨 말이니.

내말을 다 듣고 서로 말수가 줄어서는 술만 진득하게 마셨었지. 내가 챙겨줄 수 있는 선이 있었기에 쓰러질것같은 걔를 어찌저찌 모텔로 데려갔다. 가는도중 걔가 토할뻔해서 좀 쫄았다  ㅇㅇ...

아무튼 그렇게 모텔에 와서 방 하나를 잡고 (오해 없으려면 2개잡거나 내가 나가야했지만 늦은시간에 기숙사까진 내 지갑이 못버텼어...술집계산도 내가했거든.) 들어갔어.
나를 보고선 상기된 상태로 원해오던 걔였지만 솔직히 내가 동정이기도했고 여기서 선을 넘어버리면 너무 미래없이 지르는게 아닌가 해서 적당히 눕히고 이불덮어줬다. 나는 화장실 욕조에서 이불덮고 잤고.
다음날 1시에 일어난 나랑 다르게 걔는 먼저 나가있더라. 카톡으로 고맙다고 미안했다는 장문의 글을 남기고. 나는 가끔 같이 마셔주겠다고 하고 아직까지 가끔 술 마시는 사이야.

걔는 아직 나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미안해하고 좋은티를 내긴해. 난 작년보단 형편이 좋아져서 적당히 잘 살고. 아직도 술 조금 많이 마시면 미안하다 후회한다 좋아한다고 얽혀오지만 아직까진 선을 지키고있는것같아. 완전 예쁘다는 아니지만 귀염성있는애라 금방 더 좋은 사람 찾겠지.

내 이야기고 자작 0퍼 순도 경험담이라 재미는 조금 부족할것같은데 읽어줘서 고맙다..  똥손이라 성에 안찰 수 있는데 그냥 나같은 사람도 있었어 너네도 후회없는 사랑하길 빌어 난 공부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