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후순.
올해 21살이 되어가는 대학생이다.
나에게는 연인이 있다.
작고 귀여운 후붕이.
다른 남자들처럼 어깨가 넓고 듬직하지는 않지만 강아지같은 작은 몸과 귀여움에 어느 순간부터 그 아이가 없으면 허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릴 적 부터 같이 자라온 소꿉친구에게 수줍은 마음을 고백하기란 쉽지 않았고,
결국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중학교 3학년을 졸업하려는 것을 앞두었다.
그러나 졸업식 후 오후,후붕이는 예상치 못하게 나에게 사랑을 알렸고
나는 기쁨에 젖어 사랑을 받아들였다.
모든게 순탄했고,행복했다.
후붕이는 여자 관계가 깔끔한 아이였고, 고등학교도 같았다.
하교 후에는 언제나 만나서 시간을 보냈다. 그 어느 곳을 가던,그 어떤 행위를 하던.
몇번은 야릇한 분위기가 돼기도 했지만 결국 끝을 보진 못했다..
하지만 괜찮다. 그는 언제나 내 곁에 있을테니까.
그럴 예정이었을 터였다.
그는 대학교를 입학한 뒤 소홀해졌다.
같이 만나는 날도 줄어들었고, 같이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매 시간마다 오던 메시지는 짧아졌고,간결해졌다.
나는 불안하고,슬펐다.
그러던 불안의 나날, 나는 그의 본심을 확인하기 위해
친구에게 헛소문을 퍼트리길 부탁했다. 일부러 다른 남자와 팔짱을 끼는 사진도 찍었다.
아는 선배였다. 그러나 선배가 이 일에 끼게 된 후부터, 내 이야기를 들어주게 되었다.
그 선배는 내 편이었다. 후붕이가 바람을 피는걸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솔직히 말이야, 유치원 때부터 알았으면 질렸다고 생각할수도 있지 않을까?
 게다가 그런 연약한 남자 타입도 은근 인기 많다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불안을 심는 말이었지만, 심적으로 의지할 곳이 적었던 나는 선배의 말에 철썩같이 속아넘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후붕이와 있던 시간은 선배와 보내게 되고,언제부턴가 하루에 나누는 메시지의 양도 선배가 더 많아졌다.
그러던 날, 선배,친구들과 술을 마시게 되었다.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둘만 남은 상황에서 나는 선배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의 술병은 몇병인지 셀수도 없었고 나는 눈앞의 형체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취했다.
선배는 나를 모텔로 데려갔고,
실수했다.
그리고 후붕이는 그날 내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손엔 케이크를 들고,한손엔 상자를 든 채였다.
나는 선배와 밤을 보냈고, 후붕이는 홀로 문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소리도 나지 않는 방에서 내 대답이 들려오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다음 날, 후붕이는 나와 대화를 하자고 했다.
뜸해진 만남으로 인해 어색한 기류가 흐르며 카페에서 음료수 한잔씩을 시키고 앉아있었다.
후붕이는 나에게 어제 어디를 갔냐고 물었다.
괘씸했다. 내가 물어볼때는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갔잖아?
미안했다. 내 처음을 준게 너가 아니라서.
죄책감과 짜증에 나는 너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후붕이는 되물었다. 두번,세번,네번을.
사실 장난이었다고 말하고 그동안 소홀해서 삐졌다고 말해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너는 눈물을 흘리며 알았다고 했다.
잘 있으라고 했다.
가끔씩 그가 나에 대해 잘 지내냐고 묻곤 한다지만, 나는 친구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얼마 있지도 않은 그의 친구들에게 그의 행방을 물었다.
하나같이 곧 결혼할 사이인데 왜 행방도 모르냐고 나에게 되물었다.
당황하며 그들에게 그동안 쌓인 수많은 질문들을 쏟아내었고, 그의 친구들은 답했다.
그는 나에게는 모르게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알바를 뛰어서 나에게 반지를 사주려고 했던 것이다.
내가 선배와 밤을 보낸 날 그는 나에게 사랑을 전하려고 했었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선배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그를 찾아 나섰다.
어차피 선배와의 관계는 뿌리가 거짓이었으니 쉽게 무너졌다.
부모님을 통해 그의 부모님에게 간신히 연락이 닿았고,
내 집과 멀리 떨어진 지방의 자취방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체 몇 개월을 못 본 것일까?
그에 대해 잘못 생각헀던 것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고 후회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는 그럴 사람이 아닌 것을 알았을텐데.
조금만 그를 믿었다면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텐데.
이미 늦어버린 후회와 자책을 하며 그의 집을 찾아갔다.
그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집 주변부터 정리되지 않은 쓰레기들로 가득했고,
건물의 복도는 파리가 날렸다.
몇시간을 그의 집 현관 앞에서 문만 두들겼고, 결국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재회의 반가움을 표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너무나 차가웠다. 날카로웠다.
그는 며칠은 씻지 않은 푸석한 머리와 다크서클, 붉게 충혈된 눈, 부르튼 입술과 손목에는 칼자국이 남아있었다.
아직 채 아물지 않은 상처도 보였다.

그의 온 몸에 절망의 흔적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용서를 빌고 또 빌었다.
다 내 잘못이라고,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다시 시작할수 있을거라고 말했다.

그는,후붕이는.
마지막 본 카페에서는 다시 만나지도 말고 이야기도 하지 말자고 했으면서 왜 자신을 찾아왔느냐며 격노했다.
그것만 아니라 나의 소식도 못 알게 해놓고는 왜 자신을 사랑한다고 거짓말을 하냐고 슬퍼했다.
그는 슬퍼했다.
그는 분노했다.
그 앞에서 나는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다른 놈하고 잘수가 있었어...?"
그는 필사적인 내 변명을 뒤로 하고, 현관문을 닫으려 했으나 내가 막았다.
그는 나보고 미친년이라며 집 안으로 도망갔다. 도망 갈 수 있을리가 없었다.
집 안으로 쫒아 들어온 나는 했던 말을 또 한다. 그가 들어줄 때 까지.
그는 이내 분노하고,소리치다가 식칼을 쥐고는 말했다.

"씨발! 더 다가오면 나 진짜 죽어버릴거야! 죽어버릴거라고!"


그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고,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입은 꽉 깨물은 채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나라면 막을 수 있을것이다.

어떻게든 손에 쥔 식칼만 떨어뜨리면 돼.
후붕이는 내 곁에 돌아와 줄 거야.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내가 한 발자국 내미는 순간, 그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목을 잘라 내 버렸다.

그 연약한 팔에서 도대체 어떤 힘이 나온 건지는 모르지만
그의 목은
반으로 갈라져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눈앞의 현실을 인지하는 것에 그리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나는 절규했다.

눈눈눈눈앞의 현실을 인지하는 것에 그리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나는 절규했했다.

어렵게 쌓아올린 모래성이 한순간에 무너진 좌절감이다.
자신을 떠난 그를 원망하고,
발을 내딛은 자신을 원망했다.
눈물은 앞을 가리고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로 울었다.
몇 시간을 울고, 제 풀에 지쳐 나는 쓰러졌다.

눈을 떴다.
그가 내 눈앞에 서있다.
식칼을 쥔채로.

"씨발! 더 다가오면 나 진짜 죽어버릴거야! 죽어버릴거라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말이다.
분명 들어봤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생각하는 순간 그 앞의 일들이 믿을 수 없이 빠르게 떠올랐고, 나는 발을 내딛으면 안된다는 사실도 알았다.
나는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확실하다.

발은 자기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뒤로 움직이려고 아무리 용을 써봐도 발은 미동도 없이 가볍게 나아갔다.
그리고 후붕이의 목에서 피가 쏟아지고,
그의 작은 몸이 또 바닥에 쓰러진다.

"씨발! 더 다가오면 나 진짜 죽어버릴거야! 죽어버릴거라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말이다.
분명 들어봤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생각하는 순간 그 앞의 일들이 믿을 수 없이 빠르게 떠올랐고, 나는 발을 내딛으면 안된다는 사실도 알았다.
나는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확실하다.

발은 자기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뒤로 움직이려고 아무리 용을 써봐도 발은 미동도 없이 가볍게 나아갔다.
그리고 후붕이의 목에서 피가 쏟아지고,
그의 작은 몸이 또 다시 바닥에 쓰러진다.

"씨발! 더 다가오면 나 진짜 죽어버릴거야! 죽어버릴거라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말이다.
분명 들어봤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생각하는 순간 그 앞의 일들이 믿을 수 없이 빠르게 떠올랐고, 나는 발을 내딛으면 안된다는 사실도 알았다.
나는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확실하다.

발은 자기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뒤로 움직이려고 아무리 용을 써봐도 발은 미동도 없이 가볍게 나아갔다.
그리고 후붕이의 목에서 피가 쏟아지고,
그의 작은 몸이 또 다시, 또 바닥에 쓰러진다.

그리고 다시, 또 다시, 또 또 다시,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처음엔 이 빌어먹을 일이 신이 나의 잘못에 대해 벌을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야.

눈앞에서




힘차게 외치는




너를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볼수 있잖아.


사랑해 후붕아.

  너가 어떻게 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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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솔직히 이 소설을 쓰려고 할때 뭔가 아이디어가 번뜩여서 구린 필력으로 이 아이디어를 남기려고 했었는데,뭔가 쓰고 나니 개연성도 구리고,그냥 소설 자체가 구릴수도 있지만 넘어가 주셈. 나 초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