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3편





벨파스트가 지휘관에게 존재 자체를 무시당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벽람항로의 모항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온갖 동물과 귀신을 모티브로 한 소녀들이 소속된 중앵에서는 긴급 회의를 명분으로 모든 함선 소녀들이 모였다.


“총 기함, 나가토 님께서 입장하십니다.”


다락문이 여는 사람의 성난 감정을 대변하듯 거칠게 밀려 열렸다.


“…”


“총 기함을 뵙습니다.”


두 명의 소녀를 제외한 모든 소녀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조아리고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총 기함, 나가토는 그녀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위엄있는 발걸음으로 상석으로 향했다.

-IJN 나가토-


소박한 것을 가까이 하고 사치스러운 것을 꺼리는 평소의 그녀는 보통 이런 회의에서 방석을 높게 깔지 않고 장식도 최소화환 자리를 준비하도록 시키곤 했다.


하지만 그 날은 무언가가 달랐다.


중앵을 상징하는 벛꽃, 그것도 모두 순금으로 조각한 황금벛꽃으로 장식된 방석을 한껏 높게 쌓은 자리를 준비되어있었다.


나가토는 그대로 방석 위에 조신하게 앉고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구축함 아이들과 파견, 근해 정찰 임무를 수행중인 일부 함선 소녀들을 제외한 중앵의 모든 소녀들이 소집되어 지금 나가토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나가토는 한숨을 짧게 내쉰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들라.”


그러자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함선 소녀들이 고개를 들고 무릎을 꿇고 정좌 자세로 앉았다.


나가토는 책사 진츠가 올린 보고서를 읽더니 분노에 찬 얼굴로 종이를 박박 찢어 진츠의 얼굴에 집어던졌다.


“중앵의 제 1 책사라는 자가 지휘관을 돕지는 못할 망정 이따위로 일처리를 하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물론 표면상으로 중앵의 수장은 전함 나가토이다. 하지만 그녀는 중앵의 무녀라는 권력자로써 전쟁과 권력다툼을 직접 겪으며 그런 일련의 다툼에 환멸을 느껴 스스로 권력을 아마기, 진츠 등 책사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중앵의 상징으로 남았다.


그리고는 스스로 뒷방에 들어가 한가롭게 지내며 가끔 차를 마시러 오는 지휘관만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지냈다.


늘 웃음기 없이 지루하게 지내는 그녀였지만 유일하게 지휘관의 앞에서는 풋풋한 모습을 보였다. 지휘관에게 준다고 귀한 찻잎도 준비하고 맛있는 다과도 엄선하는 등을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지휘관이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약속한 날짜에 차와 다과를 준비하고 하루 종일 기다렸으나 지휘관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섭섭함을 느낀 나가토는 오랜만에 의복을 갖추고 지휘관의 관사로 향했다. 직접 찾아가 지휘관에게 어리광을 부리려 했다.



하지만..


지휘관의 관사는 무언가가 휩쓸고 지나간 듯 어지럽게 흐트러져있었다.


그리고 마치 지휘관이 심상치 않은 일에 휘말렸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의 정모와 구두 한짝이 널브러져 있었다.


“어..? 지휘관은 어디로 간 건가..?”


나가토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했다. 수많은 풍파와 정치적 위협을 헤처온 그녀의 감각은 지휘관에게 엄청난 고난이 닥쳤음을 알리고 있었다.


나가토는 심복이자 호위 담당인 구축함 카와카제에게 조용히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는 밀명을 내렸다.

-IJN 카와카제-





그리고 올라온 보고는 충격적이었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지휘관은 모항 헌병대에 인계되어 고초를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가토는 그 즉시 그 사건과 관련된 자료들을 받아 자체적으로 조사를 명령했다.


그리고 지휘관에게 고초를 겪게 하는데 모든 진영의 수장들이 동의를 했고 특히 중앵의 함선 소녀들이 고문과 관련된 에도, 무로마치, 가마쿠라 막부 시대의 문서까지 뒤져가며 악랄하게 고문을 행했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나가토는 그 문서를 읽고 분노했다. 그리고 지휘관이 그렇게 될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자신이 너무나도 미워졌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이 모든 것을 되돌려 놔야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몇 가지 물밑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권력을 이양해주었던 책사 진츠로 부터 모든 권력을 이어받는 유신이 단행되게 되었고 그 화려하고 위엄있는 자리는 다시 권력을 손아귀에 쥐게 된 나가토의 권위를 만방에 떨쳐 보이는 것이었다.


“불만 있는 자는 지금 말하도록.”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이미 잘못된 오해로 지휘관을 잃은 중앵의 소녀들에게 지휘관을 다시 데려오는 것을 목적으로 잡은 나가토의 집권을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


“좋다. 그럼 일단 전 책사인 진츠와 지휘관에 대한 고문을 주도한 1항전 카가, 어뢰전대 경순양함 노시로를 별도의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 지하 감옥에 투옥한다! 그리고 공석이 된 자리에는 순양전함 아마기를 배치한다!”


나가토는 최대한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한 뒤 중앵 헌병대가 진츠, 노시로, 카가를 끌고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퇴청했다.


그 뒤 나가토는 나지막히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줘 지휘관.. 헤헤.. 그대와 함께 시로무쿠를 입고 식장에 입장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여는 그 날을 고대하고 있노라..!”



나가토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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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장편으로 이어지네..? 


다음편에는 노시로 독백 후회 갈길거임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