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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노시로


언젠가, 그래.. 출격이 없던 한가로운 일요일이었다.


지휘관님한테 선물받은 푸른 드레스를 입고 누각에 앉아 잔잔한 연못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IJN 노시로-(겨울눈의 훈향 스킨버전)


그곳에는 오리둥지가 하나 있었다. 어미로 보이는 오리가 알을 품고 앉아 있었다.


어미 오리는 정성스럽게 알을 품고 있었다. 저게 부모의 마음이구나.. 안에 건강하고 착한 새끼가 들어있는지, 아니면 죽은 새끼가 들어있는지, 아니면 나쁜 새끼가 들어있는지도 모르면서 정성스럽게도 품고 있었다.


나도.. 저렇게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분명 지휘관님은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시고 사랑해주신다.. 


하지만.. 그런건 내가 원하는게 아니다. 나만 바라봐주고 다른 아이들이 부러워 할만한 독점적인 사랑.. 아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딸로서의 사랑이 받고 싶었다.


우리 함선 소녀들이 아무리 매력적으로 생겼다고 해도 결국은 그저 인간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물들이다.


아무리 애정을 받는다고 해도 그건 일종의 관계로써의 사랑이지 부모가 자식에게 쏟아붓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니다. 


나는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이 고팠던 것이었다.


아가노급 경순양함 노시로가 아닌, 누군가의 예쁜 딸, 노시로이고 싶었다.


과연 지휘관님에게 사랑을 갈구하면 그 사랑을 채워주실까..?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나를 품어주실까..?


쩌적..


나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끼 오리가 품긴 알의 껍질에 균열이 가더니 곧 두 동강이 났다. 그 안에는 무언가에 홀딱 젖은 핏덩이같은 새끼오리가 들어있었다.


어미오리는 눈조차 뜨지 못한 새끼오리의 몸을 훝어주며 새끼가 눈을 뜰 수 있도록 도왔다. 


이윽고 새끼 오리의 눈이 열렸고 흑진주 같은 까만 광택의 눈동자가 드러났다. 그 오리의 동공에서 들어온 정보가 뇌에 전달한 첫 사물은 그 오리의 어미였다.


잠시 자신의 어미를 바라 본 새끼오리는 휘청휘청 걷기 시작하더니 어미의 푹신한 털에 안겼다.


어미 오리역시 그런 새끼 오리를 거부하지 않고 계속하여 자신의 새끼의 털을 훝었다.


꽉꽉


꽉꽉..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애정이 담겨있다는 것 정도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사랑이 담긴 말일 것이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큐브에서 깨어나 처음 지휘관님을 바라보았을 때가 떠올랐다.


“…”


처음 시력을 얻어 눈을 떴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새까만 정복을 입고 계신 지휘관님이셨다.


입가에는 인자하고 따듯한 미소가 은은히 붙어있었다. 지휘관님은 기계안에 들어있던 나의 이름을 불러주셨다.


“네가 노시로구나?”


“…”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정신이 멍해 누군가의 말에 대답을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지휘관님의 말에 대답은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시각만큼은 또렷했다. 푸근해보이는 외모와 험한 말 한번 안해봤을 것만 같은 신사스러운 분위기.. 이런 말을 하기에는 어폐가 살짝 있을지도 모르지만 정말 첫눈에 반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지휘관님이 정말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옷을 갈아입고 바로 지휘관님을 찾아 헤맸다. 다행히 지휘관님을 찾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분은  항구 구석에 있는 벤치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계셨다.


빠르게 다가간 나는 그대로 지휘관님의 무릎 위에 올라 타 지휘관님의 상체에 몸을 맡겼다.


예상대로 지휘관님의 품은 따듯했다. 지휘관님의 체취, 적당한 박자의 심장박동이 들려왔다.


그 감각들을 느끼고 있으니 지휘관님께 무좃건적인 사랑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어지럽고 아득했던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지휘관님은 잠시 가만히 계시더니 나를 좀더 세게 끌어안으시고는 나를 쿠션처럼 사용하셨다.


“우웅..”


볼이 눌리며 자동으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만큼 긴장이 풀렸던 것이었다.


딱히 부끄럽지도 않았다. 지휘관님께 안기는 영광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순간, 좀 더 지휘관님께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 들려온 속보, 지휘관님이 구축함 아이들을 강간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모항이 발칵 뒤집혔다.


나는 숙소에 틀어박혀 몇 날 며칠을 눈물로 지새웠다. 내가 받은 사랑이 모두 가식이고 그 모든 모습이 그저 껍데기 뿐이었다는 사실이 큰 배신감으로 내게 다가왔고 나를 너무나도 아프게 만들었다.


얼마 뒤 지휘관이 심문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주 피해자인 중앵 측에서는 원하는 함선 소녀를 심문관으로 세울 수 있었다. 


나는 지휘관에게 느낀 배신감을 풀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심문관 자리에 자원했고 매서운 심정으로 지휘관의 앞에 설 수 있었다.


“노시로.. 믿어줘..! 난 그런 짓 한 적없어..!”


지휘관은 내게 처절하게 변명했다. 만약 그가 벌벌 떨며 혐의를 인정했다면 그의 편에 섰을지도 몰랐겠지만 그런 뻔뻔한 모습을 보자니 정말 기가찼다.


그래서 한 마디 대꾸 없이 그를 고문하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악!!!”


나는 벌겋게 달아오른 쇳판 위에 그를 올려놓았다. 당연히 엄청나게 뜨거운 쇳판의 열기는 그의 발바닥을 태웠다.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이리저리 뒹굴었다. 그 고문이 끝난 이후 그의 발바닥은 모두 심한 화상을 입어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악!!!!!”


나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지휘관의 남은 발바닥의 굳은 살을 벗겨버리고 검으로 빗겨자른 대나무들 위에 올려놓았다.


당연히 뾰족한 대나무들은 그의 신경을 사정없이 찔렀고 그는 정말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질러댔다.

 

어느새 내 구두의 발치에는 그의 검붉은 피가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큰 불쾌함을 느꼈고 그를 풀어주지도 않은채 고문실을 나섰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지휘관님을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얼마 뒤 지휘관님은 추방당하셨다. 나는 최대한 그를 잊기 위해 그에 대한 모든 추억들을 소각로에 넣어 태우고 있었다.


그 때, 자매함인 아가노가 헐레벌떡 뛰어와 내게 말했다. 


지휘관은 정말 아무런 잘못도 없었고, 그저 로열의 아크로열의 장난이었다고.. 


그 순간, 나는 다리가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한 것일까..?


 실수를 해도 비난보다는 격려를 해주시는 분.. 내가 원하는 사랑을 선물해주신 분.. 우리.. 아니.. 나에게 세상의 밝은 빛을 선물해주신 내 아버지..


그런 분을 나는 내 손으로 망가뜨리고 말았다.. 아버지를 내 손으로 해친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나는..


아버지를 스스로 져버린..


패륜아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나는 모항의 주적으로 찍히게되었다. 어딜가나 멸시의 시선과 지휘관을 반 죽여버린 년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말이다..


그런 꼬리표에 이에 결국 나는 모든 책임을 물어 중앵 내 지하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사지의 자유를 빼앗기고 쇠사슬로 구속당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있는 편이 좋았다.


오히려 멸시어린 시선이나 수근거림을 받지 않아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벌을 받아야 지휘관님에대한 죄책감이 덜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은 아무리 덜어내려고 해도 덜어지지 않았다..






지휘관님.. 저 너무 아파요.. 살려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돌아와주세요.. 제발 이 마음속에 걸린 이 아픈 쇠사슬 좀 풀어주세요.. 제발.. 제발..




이 고통 속에서 절 꺼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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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 노시로 먹을 거 생각하면 두부가 와들와들 떨려오노



우리 후붕이들도 벽람 한번 츄라이 해보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