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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






”우읍..!”


지휘관의 입가에서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 이는 중앵을 비롯한, 그리고 유니온을 제외한 3개 진영의 소녀들에게 돌아가며 고문을 당하느라 생긴 내상의 후유증이었다.


”지.. 지휘관이여..! 왜 그러는 것이냐..?! 어디 아픈 것인가?”


나가토는 쩔쩔매며 당혹스러워했다. 


지휘관은 그런 나가토를 보며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꼈다. 손발이 벌벌 떨려왔다. 저 가증스러운 동물 귀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머리가 아득해졌다.


-이 구역질 나는 쓰레기에게는 음식물 쓰레기 조차 아까워! 그냥 굶어 죽든 말든 내버려 둬!-


-앞으로 저 인간에게 한 번이라도 동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자는 모두 공범으로 간주하겠다!-


-앞으로 저자의 앞을 지나갈 때 이 돌들을 던지고 지나가라! 명령이다!-


중앵의 지도부가 고문을 받고 나온 지휘관을 광장에 묶어 놓고 구둣발로 짓밟고 한 말들이 귓가를 스쳐지나갔다. 나가토는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난지도 모르고 있었기에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 


“으으윽..”


지휘관은 계속하여 엄습해오는 날카로운 신경통에 고개를 푹 숙였다.


“지.. 지휘관이여..!”


나가토는 지휘관에게 손을 뻗었다. 자신이 지금 해줄 수 있는 것은 단지 그를 위로하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탁!


“저리 치워!”


지휘관은 소리를 버럭 지르며 나가토의 접근을 막았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지휘관의 큰 소리에 나가토는 벌벌 떨기 시작했다.


“에..? 지.. 지휘관..?”


“네 년도 똑같아! 다 네 년이 시킨거잖아!”


“아.. 아니다! 여는 아무 것도 모른다!!”


“뭐..? 웃기시네.. 다 거짓말이야.. 그럼 넌 어디서 뭘 하고 있었어? 네 년이 중앵의 수장이잖아! 네가 아무 것도 모르는데 그 아래 년들이 그렇게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날 모함한다고?! 거짓말도 정도껏 하라고..!”


지휘관은 피를 흘리는 것도 지각하지 못한 채 발광했다. 지휘관은 이 모든 사건을 각 진영의 수장들, 특히 중앵에서는 가장 정점에 있는 나가토가 주도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가토가 권력을 진츠나 다른 책사들에게 나눠준 것도 모른채 말이다.


“지휘관이여..! 여의 말을 한 번만 들어달라..! 여가 다 설명해주마..! 뭔가 오해를..”


쾅!


지휘관은 주먹으로 침대 옆의 탁자를 내리쳤다. 그 소리와 강도로 보건데 나가토를 향한 실망과 배신감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정도였다.


“오해? 한 번만 말을 들어줘? 웃기시네.. 너희는 한 번이라도 내 말을 들어준 적은 있고? 내가 눈물까지 흘려가면서 한 번만 들어달라고 해도 입 닥치라며 개패듯 한 게 누구들이더라? 아동 성범죄자 말 따위는 듣고 싶지도 않다며?! 근데 나는 네 년의 말을 대체 왜 들어줘야 하는거지? 나가라, 넌.”


지휘관은 고문 받던 당시 들었던 말을 그대로 읊으며 그동안 죽여왔던 서러움과 분노를 모두 쏟아내었다.


나가토는 귀와 꼬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동물이 그 귀와 꼬리를 떠는 것은 분노하고 있거나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의미. 물론 나가토는 지금 엄청난 공포에 질려있었다.


“아니다.. 아니야..! 그건 모두 진츠가 꾸민 흉계다..! 여는 정말 아무 것도 ㅁ..”


“아니, 난 더 이상 네 년들의 말따위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믿어. 나가, 당장 나가라고!”


지휘관은 나가토를 메섭게 노려보며 소리질렀다. 지휘관의 기세로 보건데 더 이상 나가토의 말 따위는 듣는 것 조차 싫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가토도 여기까지 와서 도무지 물러날 수가 없었다. 여기서 지휘관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한다면 지휘관을 되돌려놓기는 커녕 죽도 밥도 안되고 만다. 


그러나 이미 지휘관은 나가토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나가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물론, 저 검은 여우 귀조차 부정하고 싶어하고 있었다.


“지.. 지휘관이여..! 그대를 고문했던 노시로와 카가는 모두 우리 중앵의 지하감옥에 가두어 두었다..! 원한다면 여가 그녀들을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주마..! 그래, 원한다면 노예로써 하사해주마..!”


“이젠 꼬리자르기 까지 하는건가?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하는 자들은 모두 빼고 가장 말단인 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한다고?”


“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지휘관은 정말로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일갈한 뒤 슈페를 불렀다.


“역겹다. 너희를 부하이자 동료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병신이었어. 슈페! 이 년좀 내 눈앞에서 치워줘.”


끼익..


“응! 알겠어.”


그렇게 나가토는 슈페에게 질질 끌려 나가게 되었다. 


“지휘관이여..! 지휘관이여..! 무엇을 원하는건가?! 지휘관이여………”


“으.. 으으윽..”


지휘관은 나가토가 끌려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몸이 많이 쇠약해진 상태에서 감정의 영역에 부하를 강하게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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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스카 항, 세이렌의 출현 이후 원양 항해가 불가능해진 현대식 함대가 정박해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에는 최강의 함대라고 불렸던 유니온의 제7함대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 출장을 나온 두 함선소녀가 산책을 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협상 카드는 확실하게 준비된거 맞지?”


-USS 엔터프라이즈-


“물론이다, 뉴저지.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카드를 준비했으니 말이다.”




-USS 뉴저지-


“후후~ 역시 그레이 고스트 다워. 그 멍청한 꼬마아이.. 지휘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줍지않게 나서다가 큰 코나 다치고 말이야~ 정말 우습다니까?”


“흥, 시답지 않은 감성팔이의 결과다. 우리는 그런 역사를 보고 되풀이 해서는 안되겠지..”


유니온 함선 소녀들의 지도부인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 그리고 전함 뉴저지는 그렇게 우스운 모양새로 쫒겨난 나가토를 비웃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들의 목적지는 한국, 지휘관의 고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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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엔딩이 나을까 아니면 비용서 엔딩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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