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들어간 방은 로잘린의 독방이었다. 역시 사슬에 묶여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는 그녀의 독방엔 책장에 책이 꽂혀 있었다. 그리고 그 책들은 모두 카론이 후챈도시에서 일했을 때 자신이 공부하면서 읽었던 책들뿐만 아니라 취미로 읽었던 전공 서적과 아샤가 보관해놓은 마도서도 있었다. 로잘린은 아샤와 카론이 들어오는 걸 눈치채지 못한 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마법사(로잘린) : (왜 내 방에만 이런 책을 둔 거야! 그리고 저 마도서가 여기에 있다고?! 저건 꼭 연구해보고 싶었는데. 이 몸만 자유로웠다면 고문이든 뭐든 받을 테니 저걸 읽게 해줬으면.)

 

마왕(아샤) : “자기 방에 왜 책들을 뒀는진 모르겠지만 읽게 해준다면 고문이든 뭐든 받겠다고 하는군.”

 

투사(카론) : “이야~. 마안 참 편하네. 마음속을 바로 읽을 수 있다니.”

 

마왕(아샤) : “너만큼은 그럴 수 없지만.”

 

투사(카론) : “싫어?”

 

마왕(아샤) : “넌 얼굴에 다 드러나서 말이지 ㅎㅎ. 마안을 쓸 이유가 없지.”

 

투사(카론) : “그른가? , 슬슬 시간이.”

 

마왕(아샤) : “그래. 시작하자고.”

 

아샤가 박수로 로잘린의 집중을 돌린다. 로잘린은 마왕을 보고 매일같이 고문을 당한 기억 때문에 기겁한 표정을 짓다가 카론을 보고 애처롭게 말한다.

 

마법사(로잘린) : “용사! 왜 거기에.”

 

투사(카론) : “누가 용사냐? , 지하에 갇혀서 행복회로나 돌리고 있는 그 녀석?”

 

마법사(로잘린) : “무슨 소리야?! 네가 용사지 아님 누구겠어? 너야말로 진짜 용사잖아.”

 

마왕(아샤) : “이 남자는 용사 나부랭이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내 투사다.”

 

마법사(로잘린) : “닥쳐! 용사에게 세뇌를 걸었나? 아니면 용사, 협박당하는 거야? 제발, 말 좀 해. 크허억!”

 

로잘린은 눈물을 흘리며 카론에게 사과를 빌려고 했지만, 아샤는 그럴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 건틀릿으로 목을 조르며 분노한다.

 

마왕(아샤) : “네년은 자신의 목표를 향할 때, 누군가의 목표를 부수는 게 그리도 좋았나?”

 

마법사(로잘린) : “케엑! 끄으으윽.”

 

마왕(아샤) : “흔히들 정점에 오른 사람들은 고고하다고들 하지. 본좌는 그리 생각 안 한다. 고고한 것이 아니라 외롭다. 그렇기에 끝까지 자길 믿고 따라줄 친구를 원하게 되더군. 그래, 소울메이트 말이다.”

 

마법사(로잘린) : “크으읅.” 

 

아샤는 목을 그만 조르고 오른손으로 로잘린의 뺨을 때리고는 조소했다.

 

마왕(아샤) : “그래도 네놈들에겐 이거 하나는 칭찬하고 싶군. 내가 소울메이트를 찾게 해줘서 말이야.”

 

마법사(로잘린) : “크윽. 용사는 네년보다 나와 어울려!”

 

마왕(아샤) : “오만한 발언이군. 세상의 진리를 이제야 겨우 한 톨 알은 주제에.”

 

마법사(로잘린) : “아니야. , 난 인간 중에 가장 지적이고 유능하다고! 단지.”

 

투사(카론) : “, 이런. 마왕님, 지금 더 신경을 건드렸다간 총장님이 폭발하실 겁니다. 그리고. 제 마왕님이 마법학회 총장님이신 로잘린께 결례를 저질렀군요. 이거 정~말 송구하옵니다. 미천한 무지렁이인 저희가 감히 총장님께 조언하다니 정말 큰 결례를 저질렀군요?”

 

마왕(아샤) : “아차차, 내가 인간계에서 가장강한 마법사의 심기를 건드렸나? 아이고~.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카론은 익살스럽고 과장되게 말하며 무릎을 꿇고 엎드려 비는 시늉을 했고 아샤는 이마를 '' 치며 그것에 장단을 맞췄다. 로잘린은 그 모습에 소리치려다 문득 마왕이 말한 소울메이트의 의미를 곱씹으며 생각한다.

 

자신도 마법학회의 정점이라 볼 수 있는 총장이 됐다. 하지만 자신의 주변엔 자신의 권력을 보고 온 이들 뿐, 자신과 순수하게 지식을 나눴던 이가 없었다. 하지만 전대 용사, 그는 달랐었다. 책상 앞에서 이론만 배우는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실전에서 사용이 쉬운가, 위험이 적은가를 우선시한 남자. 파티 내에서도 주로 싸웠지만 처음엔 싫어서 싸운 것이 아니라 그저 서로의 의견이 달랐기 때문에 조율하다 보니 자신이. 잠깐, 싫어서 싸운 게 아니었다고?

 

문득 뇌리에 꽂히는 기억. 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전대 용사와 자신이 한 주제를 가지고 싸운 장면이었다. 그리고 현재의 자신이 제삼자인 것처럼 나와 전대 용사의 모습이 보였다. 전대 용사는 자신이 사과하면서도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내 표정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새로운 지식을 배웠다면서 좋아하는 옛날의 내 모습. 그래. 그랬지. 세상의 지식을 알고 싶다고 하면서 파티에 합류했었지. 그리고 용사가 아니었다면 난 여전히 답답한 탑에 갇혀서 연구나 하는 책상머리가.

 

마법사(로잘린) : “어풒푸. 푸우. 하아. 푸우. 하아.”

 

로잘린은 회상하다 카론이 뿌린 물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카론은 여전히 냉담하게 로잘린을 보고 있었다. ‘아니야. 용사는 저렇게 냉담하게 바라보지 않아.’라며 자신이 알던 용사의 모습을 덧씌우려 한다.

그래서 용사가 세뇌에 걸린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로맨스 소설 마냥 진심을 보여주면 해결할 수 있다 확신했다.

이런 억지스러운 결론에 도달한 로잘린의 뇌는 오답을 선택했다.

 

마법사(로잘린) : “용사. 미안해. 내가 정말 미안해. 잘못했어. 내가! 내가아아!!! 내가 나쁜 년이야!!!! 제발 돌아와 줘! 나랑 같이 여기서 나가자! 같이 있던 거짓말쟁이들은 버리고 나와 탑으로 가자! , 저번에 널 귀빈으로 모신단 건 그러니까.”

 

아샤는 이제 질렸다는 듯이 보고 있었지만, 카론은 로잘린의 말을 듣고 웃으면서 다가온다.

 

투사(카론) : “로잘린.”

 

카론은 로잘린이 아샤에게 맞았던 뺨을 쓰다듬는다.

 

로잘린은 아팠지만, 카론이 옛날에 보여준 웃음을 보이자 먹혔다고 생각했다.

 

투사(카론) : “아까는, 많이 아팠지?”

 

마법사(로잘린) : “. 많이 아팠어.”

 

그러자 카론이 얼굴에 음영을 드리우고 사백안을 뜨며 말한다.

 

투사(카론) : “그래난 이제 시작인데.

 

마법사(로잘린) : “……. ? 뭐라고?”

 

아샤와 카론이 동시에 손가락을 튕기자 로잘린은 사슬이 풀어지면서 뒤에서 나타난 수술대에 묶였다.

 

투사(카론) : “넌 두 가지 실수를 했어. 첫 번째, 동료를 버린 것. 두 번째, 난 네게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것.”

 

투사(카론) : “최소한 넌 날 이름으로라도 불렀어야 했어. 하지만. 기대한 내가 바보지.”

 

투사(카론) : “그리고 있잖아? 네가 나한테 실험이랍시고 자행한 일들, 난 전~부 기억한다?”

 

마법사(로잘린) : “. 용사.”

 

투사(카론) : “내가 마력이 없다고 해도 마법에 따른 피해를 안 받는 거지, ‘피해이외의 것들은 통한다는 걸 유일하게 눈치채고~ 나한테 행했던 온갖 짓들을 기억해~.”

 

마법사(로잘린) : “, 그건 널.”

 

투사(카론) : “일단 오른 다리에 마비독을 주입하고 시간 조절 필드 마법 안에 넣은 뒤에 괴사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검사했었지? 나 그때 엄~청 아팠다?”

 

투사(카론) : “그리고 나와 이 세계 인간들의 인체 구성이 다른지 보겠다고 마취도 안 하고 내 심장을 꺼냈다 넣었더라? 하하하, 남이 심장을 주무르는 기분 정말 엿 같더라~.”

 

투사(카론) : “~. 내 피는 얼마나 가져가던지, 농담이 아니라 과다출혈로 죽을 뻔했는데 신경도 안 써주고. 정말 너무하단 말이지.”

 

투사(카론) : “, 그것도 있었지! 일반 시중에서 파는 질병 치료제들을 한꺼번에 맞으면 어떻게 되나 심...서 내게 놓은 것도!”

 

투사(카론) : “그 외에도 음파 마법으로 왼쪽 귀를 터뜨려서 불구로 만들고, 겨우 진정된 왼팔 절단 부위를 헤집고, 마취 없이 이빨을 뽑고, 전기의자에 앉히고! 내게 실험이라 자행한 고문들을 다~! 전부 다~!! 기억해!!!”

 

로잘린은 변명할 수 없었다. 사실이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실험이 아니라 고문이었으니까. 당연한 상식을 그저 재확인이란 이유로 전대 용사에게 시행했고, 그가 살려달라는 말은 무시했었다.

 

로잘린은 불안한 느낌을 감추지 못하고 몸을 떨며 카론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투사(카론) : “그런데 말이야, 로잘린. 내가 왜 버틴 줄 알아? 내가 왜 끝까지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친 줄 알아?”

 

잠깐만,

 

투사(카론) : “네가 나한테 약속했어. 이 실험만 끝나면 내보내 주겠다고.”

 

설마.

 

투사(카론) : “그런데 그 약속을 깬 건 너였어.”

 

안돼!

 

투사(카론) : “넌 혼잣말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제발!!

 

투사(카론) : “내 귀에도 똑똑히 들렸어.”

 

멈춰!!!

 

투사(카론) : “‘모르모트를 살려 놓겠냐는 말.”

 

마법사(로잘린) : “. . 아윽. .”

 

로잘린은 아니라고 부정하며 소리치고 싶어 했지만, 전혀 소리칠 수 없었다. 사실이니까.

로잘린은 마지막에 했던 말은 거짓말이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진실이었으니까.

로잘린은 발악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럴 용기가 없으니까.

로잘린은 카론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충격에 실어증이 와버렸으니까.

 

마법사(로잘린) : “, 아으, 아 아. 아으.”

 

투사(카론) : “네가 실어증이 왔다 해도 신경 안 써. 넌 이제 리치님의 실험 표본이 될 거다. , 내가 이전에 당했던 실험들은 당연히 할 거야. 리치님도 궁금해하시더라고. 그리고.”

 

마법사(로잘린) : “, ! 아아! 아으으아!!!”

 

투사(카론) : “난 너와 달리 약속을 지키니까, 약속 하나 할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한다면 실험을 끝내줄게.

 

로잘린, 그녀는 마법학회의 탑을 지긋지긋한 곳으로 보고 밖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을 원했다. 처음엔 카론은 그녀 덕분에 이 세계에서의 상식을 알게 됐고, 자신이 지냈던 세계의 지식을 알려주기도 하며 좋은 티키타카를 보여줬었다. 하지만, 로잘린은 점점 카론의 질문을 무지렁이가 귀찮게 구는 정도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러던 차, 에아가 흘린 각종 누명을 해명해주지도 않고 카론이 알려준 지식으로 마법학회 총장까지 오르고, 카론을 모르모트로 써먹기까지 했다. 그렇게 문제없이 살아만 갈 것 같던 그녀의 삶은 드러난 지식의 밑천과 얕은 감성팔이, 그리고 지옥에서 돌아온 그가 계획한 영원한 실험을 받으며 계속해서 고통받을 것이다.

 

마법사(로잘린) : “아으!!!! 아아!!!!! 으아아아아아아!!!!!!!!”

 

실어증을 영원히 치료받지 못한 채로, 그녀는 오늘도 자길 죽여달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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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카론) : “나 생각보다 잔인하구나.”

 

마왕(아샤) : “저들의 처벌 때문에 그래?”

 

투사(카론) : “딱히. 내가 인간을 포기하니 이런 것도 생각하는구나 싶어서.”

 

투사(카론) : “그리고 저들을 향한 내 분노는 식지 않아. 용서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그리고.”

 

마왕(아샤) : “그리고?”

 

투사(카론) : “아니다. 그건 우리의 숙원을 해결하고 이야기하자. 자자~. 얼른 다음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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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마왕의 마안은 1화에서도 등장한 상대의 기억을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마력이 있는 대상은 허락 없이 볼 수 있고, 마력이 없는 대상은 상호 협의 후 볼 수 있다는게 차이점.

마왕은 비행을 할 수 없는 다친 왼쪽 날개가 하나 있다. 이 날개는 회복이 안되고 있다.

로잘린은 마법학회의 책상머리들을 싫어하지만, 정작 본인이 책상머리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11화는 로잘린을 썼슴돠

남은 4명 후회시키고, 약간 쉬어가듯이 하나 쓰고, 여신과 맞다이를 쓰고, 에필로그를 쓸 것

이라고 계획했는데 틀어지면 어떻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