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도착한 독방은.

 

마왕(아샤) : “정말 여기야?”

 

투사(카론) : “이 녀석은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베스텔 그 새끼가 지랄할 게 뻔하니까.”

 

율리아가 있는 독방이었다.

 

마왕(아샤) : “너도 알다시피, 이 년은 만만치 않아. 여태 했던 고문들을 악으로 깡으로 버텨냈다고.”

 

투사(카론) : “그리고 나에 대한 증오도 높지. 내가 저번에 해준 말을 기억하나 보네.”

 

마왕(아샤) : “. 방법이 있어?”

 

투사(카론) : “지켜보라고. 이번엔 나 혼자 들어갈게.”

 

카론이 손가락을 튕기자 입구 벽에 유리창이 만들어졌다. 아샤는 평범한 유리?’라고 생각했지만, 무언갈 먹는 카론의 말을 듣고 이해했다.

 

투사(카론) : “우물우물. 취조실 유리창이야. 여기선 안이 보이지만, 안에서 너를 볼 수 없는 유리지. 꿀꺽. 그래서 범죄자나 포로를 심문할 때 쓰는 취조실엔 항상 이게 달렸지.”

 

마왕(아샤) : “오오~. 신기하다. 정말 네 세계의 물건들은 재밌는 게 많네?”

 

투사(카론) : “난 이 세계의 물건이 겁나 신기한뎅. 암튼, 나 들어감.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자 아샤는 카론을 안으며 걱정한다.

 

마왕(아샤) : “알았어. 그래도 보고 있다가 무슨 일 생길 것 같으면 바로 들어갈 거야.”

 

카론은 아샤를 안심시키고자 입을 맞췄고, 곧 아샤가 웃는 얼굴로 자신을 놓아주자 같이 웃으며 따봉을 날리고 독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눈앞에 자길 노려보는 율리아가 있었다.

 

투사(카론) : “오랜만입니다. 율리아.”

 

카론은 율리아에게 인사와 동시에 율리아와 자신에게 약물을 놓았다.

 

사제(율리아) : “무슨 생각이시죠? 또 독입니까? 소용없어요. 사제들은 빛의 축복을 받아서 독에 내성이 강하다는 걸 아실 텐데요. 거기다 당신도 같은 걸 맞다니 제정신입니까?”

 

투사(카론) : “그건 두고 보면 알겠죠.”

 

사제(율리아) : “, 그래봤자 당신은 제게서 아무것도 얻어갈 수 없습니다.”

 

당당하게 말하는 율리아. 그런 율리아를 안타깝다는 듯 쳐다보는 카론.

 

투사(카론) : “그거 알아요? 우리가 여행했을 때, 사실 저 당신에게 호감을 느꼈어요. 아무것도 모르던 제게 여러 가질 알려주셨죠. 물론 로잘린도 잘 알려주긴 했지만, 당신은 그녀보다도 친절하게 알려주셨잖아요. 아직도 기억나네요.”

 

사제(율리아) : “호감을 느꼈단 건 참 유감이네요. 당신 자체를 싫어한 건 아니었지만, 성녀가 되려면 당신이 가졌던 용사의 힘이 필요했거든요.”

 

투사(카론) : “용사의 힘만이 당신과 같은 사제들을 성녀로 만드는 겁니까?”

 

사제(율리아) : “꼭 용사의 힘이 아니어도 되지만, 매우 순수하고 정갈한 힘이어야 된다는 건 공통입니다.”

 

투사(카론) : “그러고 보니 여행 중에 느꼈는데, 유독 어린 남자아이들을 유혹하는 듯한 제스처를 할 때가 있더군요. 왜 그랬습니까?”

 

사제(율리아) : “순수한 어린 소년들 위에서 헐떡거리면서 음미하는 것이야말로 천상이 허락한 쾌락이니까요.”

 

투사(카론) : “분명 며칠 전엔 절 귀빈으로 모신다고 하지 않았나요?”

 

사제(율리아) : “그땐 정말로 당신이 스파이인 줄 알았으니까요. 지금은 마왕의 개라는 걸 깨달았지만.”

 

카론을 혐오스러워하며 바라보는 율리아, 반대로 카론은 약발이 왔군이라고 생각한다.

 

투사(카론) : “. 그래요.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베스텔 여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죠?”

 

사제(율리아) : “말을 삼가세요! 여신입니다! 만물의 신이자 인간을 구원과 풍요로 인도하는 유일신이죠. 말 그대로 인간이 믿고 갈 신님입니다. 왜 이런 걸. 뭐가 그리 웃기죠?”

 

투사(카론) : “아하하하하!!! 아아~. 아아. 그런가요?”

 

카론은 웃더니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 틀자 예전에 했던 베스텔 여신과의 대화를 들려준다.

 

여신(베스텔) : [재밌네요.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도 모른 체 발버둥 치는 게 하찮고 귀엽네요.]

 

투사(카론) : [무슨 짓을!]

 

여신(베스텔) : [인간은 골칫덩어리죠. 그래서 장난감으로 써먹기엔 최적이지만.]

 

투사(카론) : [신이 이딴 짓을 벌이는 게 정당하다는 거냐!]

 

여신(베스텔) : [세뇌. 신탁. 여태 이룬 제 업적들에 금이 가는 건 싫거든요. 그리고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었고. 세계는, 제가 멸망시켰고요.]

 

베스텔에게 굉장히 악의적인 방향으로 편집된 내용을 말이다.

 

 

 

 

 

사제(율리아) : “이게. 뭐야? 어떻게 여신님이.”

 

투사(카론)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여신이 말한 내용이 중요하죠.”

 

사제(율리아) : “아니야! 여신님이 이런 발언을 했을 리가.”

 

투사(카론) : “아까 제가 인사하면서 당신과 제게 놓은 약물 기억하시나요?”

 

지금껏 용사 당시에 보여준 미소와 말투로 율리아와 대화하던 카론은,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 태도를 바꾸며 말하기 시작한다.

 

투사(카론) : “그거 자백제다. 그것도 아주 강한 거. 향정신성 약물이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자면 네깟 사제들이 막을 수 있는 독이 아니지.”

 

사제(율리아) : “자백. 제라고?”

 

투사(카론) : “이상하지 않나? 네가 분명 처음엔 아무것도 얻어갈 수 없을 거라 호언장담했는데 나에 대한 감정, 성녀가 되는 법, 며칠 전에 날 귀빈으로 모신다는 말의 속뜻, 그리고 어린 소년에 대한 네 추잡한 성벽. 마음만 먹으면 말하지 않을 수 있는 내용을 떠벌리기나 하고 말이야.”

 

카론이 말한 의미를 곱씹던 율리아는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아야 했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겠다고 말했어. 그런데 왜 저 남자는 다 알고 있는 거지? 정말 내가 말했나? . 말했다. 저 남자의 질문에 모든 걸 말했다. 그게 자백제 때문이라고? 잠깐만. 분명 저 남자도 같은 걸 맞았어. 그렇단 건 저 남자도 진실만을! 아냐. 여신님이! 제발. 아닐 거야. 아니어야만 해. 정말로 저런 말씀을 하실 리가.

 

사제(율리아) : “아냐. 그럴 리 없어.”

 

투사(카론) : “그러고 난 너와 같은 걸 맞았지. 이게 뭘 의미하는진 알겠나?”

 

사제(율리아) : “아아. 아니야. 말하지 마. 말하지 말아 주세요. 여신님이.”

 

투사(카론) : “지금 너와 내가 한 이야기는 모두 진실에 기반한 이야기라는 거지.

 

사제(율리아) : “아아아악!!!! 그만!!!! , . 으아아아아아!!!! 여신님!!! 여신님!!!! 이 불경한 자를 어서!!!!”

 

투사(카론) : “정말로 여신이 널 아낀다면, 네게 신성력을 내려주거나 왕국에 구출하라고 신탁을 내렸겠지. 근데 말이야, 왕국에선 그 어떠한 움직임도 없고, 네가 이 상황을 타개할 기회를 주지도 않았지.”

 

투사(카론) : “넌 여신을 믿었지만, 여신은 널 장기 말로만 보고 있지.”

 

사제(율리아) : “아아악!!! 그만 말해!!!! 그만. 흐흑. 그만하라고. 흐으윽.”

 

율리아는 한동안 악을 쓰며 부정했지만, 결국 울면서 이 사실을 받아들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사실을 털어놓았던 것을 깨달았기에 카론도 사실만을 털어놨다고 생각한 율리아는 여신에게 악의적으로 조작된 녹음 내용을 믿었다. 누구보다도 베스텔 여신을 믿고 따랐던 성녀였었던 사제는 이제 없다. 베스텔 여신에 대한 배신감으로 정신을 놓은 한 처자가 있을 뿐.

 

사제(율리아) : “아아. . !!!! 내가 믿었던 신이란 작자가!!! 아아아아악!!! 아하하!!! 아하핳하!!!! 아핳하하하!!!!!!”

 

투사(카론) : “그리고 말이야. 아니다. 이미 망가져 버렸나.”

 

율리아, 그녀는 성녀가 되어 교단 최고의 지위를 누리고 싶어 했다. 처음엔 카론은 그녀 덕분에 이 세계에서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율리아는 애초에 카론이 가지고 있던 용사의 힘으로 성녀가 되려고 했던, 어찌 보면 가장 속이 검었던 인간이었다. 결국, 힘을 강탈해 성녀가 된 율리아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어린 사제들을 희롱하며 교단의 중심으로 살아만 갈 것 같던 그녀의 삶은 새 용사의 등장과 함께 사라진 힘과 그 힘에 대한 집착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그녀를 끝장낸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신실하게 믿던 여신이었다.

 

사제(율리아) : “신은 거짓이었어! 거짓이라고! 이히히히!!!! 그럼 내 인생은? 내가 여태 믿었던 건 대체 뭐냐고!!!!”

 

그녀는 영원히 자신의 인생의 전부였던 신을 저주하고 저주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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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이 율리아와의 독대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아샤가 안긴다.

 

마왕(아샤) : “괜찮아? 가장 면상 보기 싫어했던 녀석이잖아.”

 

투사(카론) : “괜찮아. 이 판을 내가 이기고 들어가려면 이게 최선이었어.”

 

마왕(아샤) : “여신과의 대화를 악의적으로 편집해서 들려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투사(카론) : “간단해 보이지만 확실하다고 봐. 독실한 신자일수록 믿음이 깨지면 견디기 어렵지. 하물며 율리아는 성녀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베스텔을 신봉했으니 오죽하겠냐. 보면 알겠지만 이제 쟨 베스텔을 저주하고 욕하면서 평생을 살 거야.”

 

마왕(아샤) : “근데 이상하네. 네 기억에서 베스텔이 저렇게 말하지 않았을 텐데? 자백제를 맞았다면 저 말을 진실이라고 못하잖아?”

 

투사(카론) : “나 아까 뭐 먹었잖아. 그거 자백제 저항제야. 애초에 난 쟤한테 진실을 이야기한 적 없어.”

 

마왕(아샤) : “, 오우. 되로 받고 말로 주네.”

 

아샤는 아직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카론의 후련한 표정을 보고 그만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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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마왕(아샤)는 용사 파티를 가둬넣은 이후 본인이 매일 고문하고 있다. 그리고 육체적인 상처는 다시 회복시켜주고 있다.

율리아는 광신도라고 볼 정도로 여신을 섬겼다.

작성자는 6명 중 율리아를 쓰는 게 제일 힘들었다.


이번편은 호불호 갈릴 듯

난 주인공이 말한 대로 신념이 강한 사람은 그 신념을 부수고 부정하게 하는 것으로 복수를 하는게 최고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