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독방은 에아의 독방이었다.

 

마왕(아샤) : “이년이지? 네게 누명 씌우고 소중한 그곳을 박살 낸 개년이.”

 

아샤는 취조실 유리로 에아를 보고 화가 잔뜩 난 상태였고, 카론은 그런 아샤를 뒤에서 포옹하며 진정시키고 있었다.

 

투사(카론) : “많이 화나는 건 알지만 진정해. 이 녀석 지금 정신적으로 좀 몰려있다고 했었지?”

 

마왕(아샤) : “. 아마 환각 이랬던가?”

 

아샤의 말대로 에아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계속 돌리며 아니라고만 말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부정하듯이.

 

기사(에아) :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난 더럽지 않아, 난 더럽지 않아, 난 더럽지 않아, 난 더럽지 않아, 난 더럽지 않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마왕(아샤) : “널 누명 씌운 게 아니라고 자기 최면 거는 걸지도 모르지만, 이곳에 온 다음 날부터 저랬어.”

 

투사(카론) : “확실한 게 아니니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자. 그래도 여긴. 나만 들어가는 게 맞을지도.”

 

마왕(아샤) : “이번에도? 카론. 아까 내가 먼저 달려가서 멱살 잡고 그랬던 것 때문에 그런 거면. 나 그냥 조용히 있을 테니까 같이 가면 안 돼?”

 

아샤가 카론의 손을 꼭 잡으며 슬픈 얼굴로 부탁하자, 카론은 결국 허락했다.

 

투사(카론) : “알았어. 대신 약속 하나만. 내가 저 녀석의 상태를 확실히 확인하기 전까지 터치하지 말 것. ㅇㅋ?”

 

마왕(아샤) : “! 알았어!”

 

다시 밝아진 얼굴로 카론 옆에 딱 붙은 아샤를 보고 카론도 미소로 화답한다.

 

독방 안으로 들어가자 에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바닥을 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카론은 아샤에게 벽에 붙어서 시야에 보이지 말아 달라는 수신호를 보내며 아샤의 반대 방향에서 에아를 불렀다.

 

기사(에아) : “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

 

투사(카론) : “오랜만이야, 에아.”

 

기사(에아) : “아니야아니. . ?”

 

카론의 목소리를 듣자 에아의 눈이 생기가 돌아오고 떨리기 시작했다.

 

기사(에아) : “정말. . ?”

 

투사(카론) : “나 여기 있어. 허상 같아?”

 

카론은 웃으며 에아의 뺨을 쓰다듬었고, 그 감촉이 현실의 감촉임을 깨달은 에아는 울음과 함께 카론에게 사과한다.

 

기사(에아) : “아아. 용사. 미안해. 나 때문에. 나 때문이야. 내가 단장 자리에 눈이 멀어서.”

 

투사(카론) : “응응. 그랬구나. 넌 기사단장이 되고 싶다고 항상 예기했었지?”

 

기사(에아) : “맞아. 기억해주는구나? 나는. 나는 네 이름도 기억 못 하는데 너는. 너는 사소한 것까지 기억해주고. 내가 나쁜 년이야. 내가.”

 

기사(에아) : “기사단장 자리에 오르니까 알겠더라고. 거긴 너를 팔아서 갈 자리가 아니야. 그래서 네게 사과하고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너와 같이 가고 싶었어.”

 

기사(에아) : “너의 동반자가 되고 싶어. , 날 어떻게 해도 좋으니까 같이 돌아가자. ? 날 때리고 욕하고 부려먹어도 돼. , 여차하면 네 성욕도 풀어줄게. , 나 잘할 자신 있어. 네 노예가 되라면 될 테니까 제발 투사가 아닌 용사로 돌아와 줘.”

 

에아가 자기 단에서 가장 최선의 답이라고 생각해 내뱉은 사과를 카론은 잠시 고민하는 제스쳐를 취하다가 에아의 눈물을 닦아주며 대답한다.

 

투사(카론) : “답을 하기 전에 궁금한 게 몇 가지 있는데 사실대로 대답해줄 수 있어?”

 

기사(에아) : “. ! 다 말해. 뭐든 알려줄게!”

 

카론은 에아에게 로젠탈 왕국의 비밀통로와 병력 규모 등을 물어보며 전황을 파악했다. 에아가 맨정신이었다면 알 수 없었겠지만, 지금 에아는 카론에게 의존하다시피 마음이 기운 상태였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전부 내뱉었다.

 

투사(카론) : “그렇구나. 저들은 우리가 여기 있는 것도 모르는구나. 알겠어. 그럼 마지막 질문이야.”

 

투사(카론) : “아까 중얼거리길래 들어버렸는데. 뭘 부정하더라고. 누가 뭐라 그런 거야?”

 

기사(에아) : “. , 그건.”

 

투사(카론) : (국가 기밀은 아무렇지도 않게 불었으면서 정작 이걸 숨기려고 하네. 아샤한테 들어서 이미 알고는 있지만.)

 

투사(카론) : “괜찮아, 에아. 나 여기서 듣고 있어.”

 

기사(에아) : “……. . 사실. 나 기사단장 자리에 올랐지만, 실력이랑 전공이 안 좋아서. 퇴출당할 위기에서. 생각. 했던 게. 흐윽. . 국서에게 잘 보여서. 흑흑. 유지해서. 있었는데……. 다들 날 뒤에서 욕하고. 외로워서. 흐에에엑.”

 

투사(카론) : “그래. 많이 힘들었겠다.”

 

기사(에아) : “크흡, 용사.”

 

여태 슬픈 얼굴로 에아의 이야기를 들어줬던 카론은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투사(카론) : “물론 넌 더 당해야 하지만.

 

라고 말하며 아샤를 부른다.

 

기사(에아) : “. 용사?! 아니. 마왕이 왜 여기에!”

 

마왕(아샤) : “하아. 한심한 작태로군, 기사.”

 

아샤는 카론의 허리를 감으며 키스했고, 에아는 그 모습을 황망하게 바라본다.

 

마왕(아샤) : “. . 파아. 유감이네. 이 남자는 이미 나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해서 말이야.”

 

기사(에아) : “. 아아아.”

 

투사(카론) : “네 이야기를 들으며 교차 검증하는 것도 정말 지겨웠어.”

 

기사(에아) : “. . .”

 

마왕(아샤) : “그럼 내가 질문 하나 하지. 전대 용사와 기사단장직. 둘 중 뭘 포기할 수 있지?”

 

기사(에아) : “그건…………. .”

 

마왕(아샤) : “거짓말. , 이미 늦었지. 네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기사단장직을 버린다 했다면 나도 자비를 베풀어 주려고 했건만.”

 

기사(에아) : “아니. . . 정말.”

 

투사(카론) : “넌 인생에서 너무나도 많은 거짓말을 내뱉었고, 그것으로 날 매장하려고 했어. 덤으로 내 성기도 박살 냈고. 완치 불가 판정이라 임신시킬 수 없다네? 참 고마워~. 덕분에 마왕이랑 잘 때 피임 걱정 안 하거든.”

 

기사(에아) : “몰랐어. 정말로.”

 

투사(카론) : “몰랐다는 말로 용서받긴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걸 네가 가장 잘 알 텐데? 도망치지 마.

 

기사(에아) : “아아. 아아아아. 아으으으.”

 

카론과 아샤의 협공에 에아의 굳건한 의지가 옹기 깨지듯이 흩어지며 그녀의 환각 증세가 악화하였고, 카론은 이때 독방에 설치한 홀로그램 투사기랑 스피커로 에아의 정신을 쉴 틈 없이 압박했다.

 

환각? A : “저것 봐. 국서한테 몸을 대준 년이래~.”

 

환각? B : “전대 용사를 버리고 직위를 택했다지?”

 

환각? C : “최악이다~. 실력도 없으면서 몸만 팔아서 올라간 거야?”

 

환각? D : “아마 국서 말고도 다른 남정네들이랑도 했겠지.”

 

환각? E : “창녀가 우리 왕국의 기사단장이라니 말세로구나!”

 

기사(에아) : “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

 

에아, 로젠탈 왕국의 기사단장이 되고 싶었던 기사. 처음 카론이 검을 쓸 줄 몰라서 가르침을 구하고자 할 때부터 그를 이용하자 생각했고, 정작 카론이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모습을 보이자 자신의 목표가 막힐까 봐 누명을 씌어서 사회적으로 매장해 자신이 기사단장에 올랐다. 하지만 실력과 전공이 없어 국서에게 계속 몸을 바치고, 주변에서 자신의 험담만 늘어가자 그제야 카론을 그리워하는 행태를 시작으로 점점 정신이 마모되어갔다. 그러다 다시 만난 카론에게 희망을 품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건 피하려고만 했던 절망뿐인 진실이었다.

 

기사(에아) :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제발살려주세요제발살려주세요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

 

자신의 죄책감에서 나오는 환각인지 기계가 방출하는 환상인지 알지도 못한 채 그녀는 오늘도 받아주지 않는 사과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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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투사(카론)은 마왕(아샤)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자신이 만들고 싶어하는 물건을 많이 만들어냈다.

에아가 만약 카론을 누명 씌우지 않고 왕국에 돌아왔다해도 왕국의 여왕이 카론을 누명씌었을 것이다.


와... 쓰면서 이입하다보니 내가 빡치네.

하지만 이 정도로 당했다면 부처도 용서 안하지

그리고 베스텔 넌 곱게 안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