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2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가 있다.



정말 많이 사랑했고, 솔직히 지금도 잊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고등학교 3학년 때로 한창 수험으로 정신이 없던 시기에 나는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과외를 받기로 했다. 그 후 그녀가 과외선생님으로서 왔고, 나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



예쁘다. 이게 그녀의 첫인상이었다. 어딘가 차가워 보이면서도 예쁜 게 나의 이상형이었다.



첫 만남 이후, 그녀에게 과외를 받으면서 나는 그녀의 매력에 점점 더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녀와 같은 대학으로 가 그녀에게 고백하는 목표가 생겼다.



그 후 공부를 열심히 해 그녀와 같은 대학에 입학하는 걸 성공했고




"저랑 사귀어 주세요!"



"응 잘 부탁해"




그녀에게 고백하는 것도 성공했다.



이제 내 앞에는 꽃길만 있을 줄 알았으나



그녀는 연애할 때도 차가웠다. 감정표현이 없었고, 질투도 안 했다. 마치 내가 뒷순위 인 것 마냥



그런데도 난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나에게 무심해도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가 차가워도 이것이 그녀만의 애정표현이라며 이해했다.



첫사랑이었기에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그녀를 너무 사랑했기에 그녀와 함께 있고 싶었다.



그렇게 연애한 지 7년이 지나 서로 취업하고 슬슬 결혼 얘기가 나올 때 나는 그녀와 문제없이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해 크리스마스날 나는 그녀에게 반지를 내밀며 프러포즈를 했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미안해 나는 너를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 그러니까 미안."




말에 욕하나 안 들어있지만, 그녀의 말은 나를 상처입히기에 충분했고 그녀와의 추억들이 이 한마디에 모두 부정되었고 거짓말이 돼버렸다.



그녀에게 차인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분명 나와 그녀를 축복해야 될 눈은 내가 가야 할 길을 막고 있었고 옆에서 하하 호호 하면서 걸어가는 커플들은 나를 비극적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그 후 난 일이 잡히지 않아 회사에 휴가를 낸 후 집에서 술 먹고 울기만 하였고, 회사에 복귀한 후에도 퇴근하고 집에 가 그녀를 그리워하며 술을 마시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녀에게 차이고 2년이 지난 후, 나는 생각보다 괜찮아졌다. 절대로 흐르지 않을 것 같다는 시간은 결국 흘렀고 시간이 약이란 말이 있듯이, 난 더는 그녀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고,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도 생겼다.



하지만 아직도 그녀를 생각하거나 그녀와 관련된 것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도 내가 한심한 놈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에게 차이고 2년이 지나도 아직도 그녀를 그리워하다니...



그런데 내가 왜 지금 이러한 생각을 하냐고?



내 휴대폰에 이제는 절대로 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이름으로 전화가 오고 있으니까.



회사에서 야근 후 집에 와 지친 몸으로 씻고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려고 할 찰나에 이게 무슨 날벼락 인가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랜만이네 새벽이여서 받을 줄 몰랐어."




그녀는 술 취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하지만 어딘가 힘없는 목소리였다. 근데 왜 나에게 전화를 건거지?




"왜 전화했냐고? 그냥... 너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그녀의 물음에 난 잘 지내고 있다고 답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밝은 목소리로




"그래? 잘 지내니 다행이다..."




그 이후 나와 그녀는 지금까지 있었던 시덥지 않은 얘기를 나눴다. 내가 부서를 옮겼던 거나 그녀와 자주 갔던 카페의 근황 얘기 등



시덥잖은 얘기를 하는 도중 그녀는 내게 사귀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그건 왜? 나를 찬 사람이 그건 왜 궁금한 거지? 내심 당황했으나 침착하게 사귀는 사람은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혹시 그 단발머리를 하는 직장동료 후배 아니야?"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내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자




"사실 말이야... 나 어제니 봤다? 어제 네가 식당에서 어떤 식당에서 그 후배랑 같이 나오는 거, 응 네가 맛있다고 나랑 자주 갔던 그 식당에서 말이야."




아... 확실히 어제는 내가 좋아하는 직장동료 후배랑 점심에 같이 밥을 먹었다. 그녀의 집과 가까웠기에 우연히 본 거 일수도 있다. 근데 왜 이런얘기를 하는 거지?



이 얘기 후 그 후배와 잘되고 있냐기에 솔직하게 잘안되고 있다고 답했고 그녀는 내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걱정 마 넌 매력 넘치고 좋은 사람이니깐 그 후배가 너의 그런 모습을 알게 되면 분명 너에게로 갈 거야"




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그녀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줄 상상도 못 했다. 계속해서 그녀는...




"몰랐어? 너 엄청 매력적인 사람이야... 그러니 걱정 말고 자신감을 가져"




몰랐다... 그녀가 나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은... 근데 그러면 왜 그때는 나를 찬 거지?

   


아니면 나를 위로하는 건가? 모르겠다.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그녀가 왜 지금 와서 이러는 건지... 그녀에 대한 궁금증만 더 커졌다. 하지만...




- 하아암




너무 졸리다. 회사에 큰 프로젝트가 있어 연속 2주 야근에 쉴 시간도 없었고 너무 바빴기에 지금 내 몸은 진작에 한계에 다다랐고 무의식적으로 하품을 해버렸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졸린 것을 눈치채고 전화를 끊으려 했다.



내가 아직 궁금한 게 많았기에 언제 다시 통화할 수 있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이게 마지막이라고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끊고 싶지 않아 보였지만, 너무 졸린 난 그것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그러자 그녀는 아련하고 어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마지막 안부와




"잘자"




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다음 날 잠에서 깬 후 나는 그녀에게 전화했으나 그녀의 휴대폰은 전원이 꺼져있었고 얼마 안 가 그녀는 전화번호를 바꿔버렸고, 그녀의 집에 찾아가니깐 그녀는 이미 예전에 이사를 가버린 모양이었다.



그래서 난 '이게 마지막이구나...' 라고 생각한 후 그녀에게 연락하는 걸 멈추었다.




****




그때로부터 반년 후 나는 내가 좋아하는 후배랑 잘 될 것 같았지만, 사실 그녀는 남친이 있었고 심지어 여러 명 이었다. 후배의 본 모습을 알게 된 후 이제는 후배와는 친하게 지내지도 않는다.



이것을 제외하고는 잘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헤어졌던 그녀의 유일한 친구가 나에게 그녀의  집주소와  "지금 걔가 많이 위태로워, 내가 옆에서 최대한 도와주고 있지만 나로서는 안될 것 같아. 염치 없는 거 알지만 한 번만 도와줄 수 있을까? 이대로 가면 걔 진짜 죽을 것 같아. 내가 걔 집 주소 보냈으니까 가서 도와줘. 제발 부탁할게."라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애당초 나는 그녀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기에 그날 회사에 휴가 내고 그녀의 친구가 보낸 주소로 가서 그녀가 사는 집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그녀는 "누구세요?"라는 말과 동시에 문을 열었고



그녀는 문 앞의 나를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왜... 네가.. 여기 있어...?"




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




여주는 친구가 없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친구는 잘 사귐.

그저 그녀가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명밖에 없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