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매울 수 있음.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이 편지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 


네가 사라진 지, 벌써 3달이 지났어. 시간 참 빠르네. 


왜 이렇게 편지를 적었냐고 물어보면 …응. 네가 보고 싶어서. 


네가 보고 싶어서 쓰는 거야. 그냥, 받고 읽어줘. 


얼마 전에 집 안 구석구석 청소하다가 옛날에 너랑 찍은 사진, 찾았다? 


그거 보니까 진짜 웃기더라. 우리 둘 다 어린데, 너는 우스꽝스럽게 웃고 있는 거 있지. 나는 울었는지 눈덩이가 퉁퉁 부었더라. 


나 아직 그때 기억한다? 우리가 비밀기지라고 삼았던 동굴에서, 네가 준 머리띠 잃어버려서 펑펑 울었었어. 


지금은 그 동굴, 안에서 마물 나온다고 막혔잖아. 


있잖아, 그때 정말 네가 마치 동화 속 왕자님 같았어. 


내가 구멍에 빠졌다고 급하게 검 한 자루 들고, 밧줄 들고 들어온 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가슴이 엄청 요동쳤어. 두근거리고, 너만 보였어.


근데, 근데. 근데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왜, 그런 널 속이고, 사랑한다 했음에도 그런 짓을 했을까. 


처음에는 아팠어. 촌장님의 명령만 따랐을 뿐인데. 


사실, 내 처음은 너에게 주고 싶었어. 너에게 좋아한다 고백하고, 손잡고, 어쩌다가 술 마시고 … 아무튼 그래서 너랑 결혼하고. 


근데 말이야, 내가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어. 


비 오는 날, 빗 속에서 네게 한 말은 사실이었어. 아니, 사실이야. 지금도 그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어. 


너를 속이고, 2층에서. 


네가 앞에서 자고 있는데,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고. 


커튼이 들쳐져서, 내가 하는 짓들이 다 보여서, 


네가 보고 있는데도 허리가 안 멈춘다고, 그 사람에게 …. 


그 뒤로는 진짜 내가 미쳤나 봐, 어떻게 네가 보고 있는 앞에서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 


진짜, 금방 마을을 떠날 줄 알았어. 근데 얼마 안 지나서 내가, 몸이 받아들이는 그 느낌을 받아들여버려서. 


사랑한다고, 오해해버려서. 


약만 발라지면 미친 듯이 울부짖고, 그 사람에게서 나오는 모든 액체들이란 액체들은 다 먹어버렸어. 


점점, 내 몸에서는 그 냄새가 사라지지 않게 되더라. 


이젠, 집까지 들어와서 지내기 시작한 그 사람에 의해서 말이야.


토벌, 나간다고 너와 단 둘이 있었던 그날에, 너임을 알면서도 저절로 그 사람의 이름을 뱉게 되는 나와, 


같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음 날 그 사람에게 하루 종일 사용당하는 거에. 


그렇게 기분 좋음을 느끼는 내가, 정말이나 역겹더라. 


진짜, 진짜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현지처, 거절해야만 했는데. 미안해. 미안해 잘못했어. 용서해줘, 제발. 아니, 용서해주지 마. 날 계속 욕해. 


난, 네 곁에 있어도 될 사람이 아니니까. 


네가 보고 있는 앞에서 네 친구한테.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진짜, 그 미친 듯한 그 하루, 그날이 지나고 나니까. 


내가 뭔 짓을 했는지 알겠더라. 


나, 그때 엄청 울었어. 세상이 떠나가라, 울었어.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네 몸을 끌어안고서야 알아버린 거야. 


내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던 사람은 너밖에 없었는데. 


어째서, 어째서 그 사람에게 온갖 말들을 속삭인 걸까. 


왜, 우리 마을 사람들은 황금에 눈멀어 그런 걸까. 


내게는 오직, 오직 너뿐이었는데.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내 머리를 쥐 뜯어봐도, 내게 달린 이 가슴과 소중한 부분을 손톱으로 뜯고, 돌로 내리쳐봐도, 달라지는 건 없더라. 


그 사람한테 달려가서 소리 질렀어. 


왜, 왜 널 그렇게 만들었냐고.


왜 나한테만 그럴 것이지 왜 너에게까지 그래야만 했냐고, 따졌어. 


그랬더니, 


이빨이 모두 다 부러져버렸어. 


잇몸이 주저앉아서, 피가 멈추지 않았어. 


뭐라는 지 알아? 


암퇘지가, 마을 공공재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게 아니래. 


내게, 반항하지 말라고, 나를 화나게 하지 말라고 하더라. 


네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아파서 아파서, 아파서 아파서 아파서, 


이렇게나 죽을 것만 같은데, 이 썩어 죽어도 좋을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너무나 아파서, 눈물을 흘렸어. 


근데, 네 동생이 보였어. 


남자에게 아양을 떠는 네 동생이. 나도 저랬다는 생각에, 


그만 토를 해버렸어. 


… 내가, 비명을 한번 지를 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한 명씩 죽더라. 


결국에는, 나만 남았어. 


나만 남으니까, 재미없다고 하고선 내 팔다리를 꺾고선 가버렸어. 


나는 잘 모르겠어. 


드래곤 따윈 없었대. 


있었는지도, 없었는지도 모르는데 난.


그러면, 나는 왜 그 사람에게 몸을 바쳤어야만 했던 거야?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놀아난 거야? 


겨우겨우 기어가서, 내 집 안으로 들어왔어. 


파리가 들끓고, 구더기가 들끓기 시작한 네 몸을 부여잡고, 엉엉 울었어. 


내가, 너를 배신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아팠을 리가 없는데. 


그냥, 내 처음을 바치기 전에, 너에게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말할걸. 


이 썩어버린, 땀과 정액으로 물들어버린 마을을 벗어났으면, 


그래도 너와 행복하게 아이를 낳고, 오순도순 살 수 있었을까? 


미안해. 마르스,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냥,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글씨가, 엉망이라서 미안해. 


네가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편지만은 제대로 적으려고 했는데. 


미안해. 입으로 쓰려니까 잘 안 써졌어. 


미안해, 마르스, 사랑해. 


다음 생에는 꼭, 너를 배신하지 않을게. 


이렇게 해봐도, 너는 돌아오지 않아.


네가 없는 이 삶은, 정말 어둠 뿐이야.


미안해, 내 삶의 빛을 내 손으로 직접 꺼트린거야.


제발, 돌아와줘 마르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도 이렇게 처절하게 외치고 있는데, 너는 내게 얼마나 했었을까.


왜, 네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알면서도, 눈을 돌린거야.


알아, 나는 죽어 마땅한 여자야.


미안해. 다음 생에는 나 말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나줘.


나는, 지옥에서, 너를 떠올리며 내 죄를 달게 받을게.


미안해.


피리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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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겜 2차 창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