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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의 기억.







야영하는 중에, 갑자기 페크다가 소리질렀다.


"역시 안되겠어...!"


"페크다?"


"거점을 만들자. ■■■도 합류한 이상, 거점이 있어야 될 것 같아."


"거점?"


"그래! 일족이 쓸 수 있는 성!

물론 네 방도 있을거야 ■■■."


그 말에, 내가 대답했다.


"■■■의 방은 필요없어."


"미자르..너무한다 진짜..."


섭섭한듯이 보이는 ■■■의 표정과, 우우거며 비난하는 주변의 소리.

그 와중에 페크다는 ■■■에게 '차라리 미자르 말고 내게 오는건 어때?' 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런 뜻이 아니라! ■■■는 나랑 같은 방을 쓸거니까 필요없다고!"


""""오오오오...!""""


감탄, 환호,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놀란 표정을 짓고있던  페크다가 떨떠름하게 입을 열었다.


"...미자르..."


뭐! 어쩔건데!


"방음은 철저하게 해줄게! 나만 믿어!"


엄지를 척! 하고 올리는 페크다.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맹렬하게 부끄러워졌다.

내가 지금 저런걸 견제하려 했던거구나.


"..응..."


"분홍색 방에! 천장엔 거울도 있어야겠지?"


"...페크다? 미친거야?"


결국, ■■■의 한마디에 모두들 웃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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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르님!"


급하게 내달려, 떨어지는 미자르님을 간신히 품에 받아내었다.


품에 안기는 부드러운 감촉.

사르륵 거리는 머리카락이, 뒤늦게 떨어졌다.


"...고마워."


놀란 표정의 미자르님이, 이내 살며시 웃었다.


"구해줘서 고마워. 음..그러니까..이름이..?"


"아..저, 저는 레니라고 합니다."


첫 통성명.

묘하게 긴장되어 말을 더듬고 말았다.


"고마워. 레니."


그 말이, 묘하게 가슴을 간질거려서.


"천만에요."


대답은 조금 어색하고 멋쩍게 나왔다.


"미자르! 괜찮니?!"


그리고 메그레즈님이 말을 타고 도착해서 미자르님이 괜찮은지 살펴보고는, 나를 보고 말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아..아닙니다!"


"이 일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하도록 하지. 정말 감사하네."


뿌듯했다.


그..리고...


"그...죄송한데..."


그리고..


"나중에 근육통에 좋은 약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뒤늦게 찾아온 근육통의 격통에, 온 몸이 아파서 결국 엉거주춤한 꼴로 말하고 말았다.


아. 부끄러워..


쿡쿡 거리며 웃던 미자르님이 메그레즈님한테 말했다.


"돌아가자. 메그레즈. 

타고 있던 말도 멀리 도망갔고, 쌍둥이들도 멋대로 왔고, 나때문에 근육통에 고생하는 시종분도 계시니까.

포탈 좀 열어줄 수 있어?"


"알았다. 조금만 기다려."


그리고, 잠시 후.


여기까지 오기위해 쌍둥이를 안고 20분 넘게 전력질주한 내 노력이 허망하게,

눈 앞에 초원과 연결된 셉텐트리온 성의 입구가 보였다.


""업어줘.""


허망한 눈길로 쳐다보고 있는 내게 메라크, 두베 쌍둥이들이 다리아프다고 자연스레 매달렸다.


아니.. 가족분들이 계시는데 왜 저한테 오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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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그레즈는, 포탈을 만들어 복귀 후 곧장 다섯번째의 방으로 갔다.


"페크다 약 좀 만들어줘"


"왜? 설마 미자르 다쳤어?!"


"아. 미자르는 괜찮은데 시종이 미자르를 구하느라 조금.

본인은 근육통이라는데, 아마도 마력을 온 몸에 보내서 뛴 후유증같아보여."


"흐음..그럼 약은 내가 만들어줄게. 메라크한테 회복 연습시키는건 어때?"


"그것도 괜찮겠네."


"그래서, 그 시종은 어디에 있어?"


"미자르가 고맙다고 데려갔어. 미자르 곁으로 가면, 되겠지."


잠시 눈을 감고, 미자르의 위치를 가늠하던 페크다는 말했다.


"얘 지금 식당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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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흰색 빵!

진하고 부드러운 스튜!

심지어 고기까지!


매번 검은 빵에 물그스름한 스프만 먹던 때와는 차원이 다른 음식에, 얼굴이 화색이 되었다.


"정말 먹어도 되나요?"


"응. 그럼. 당연하지."


그 말에, 허겁지겁 숟가락을 들었다.

인생에서 처음 먹어보는 진미에, 혀가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밝은 표정으로 먹는 날 바라보며, 미자르님은 무언가를 생각하듯, 가늠하듯 팔을 턱에 괴고있더니..

이내, 말했다.


"있잖아. 레니. 어떻게 날 구했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아마 네가 구하지 않았어도, 메그레즈가 마법을 써서 공중에서 멈춰줬을거야.

궁금한건, 어떻게 네가 메그레즈보다 빨리 나를 구했냐는거지."


그렇구나. 얼빵한 표정으로 그 말을 들었다.

난 몰랐지.


내 표정을 유심히 보던 미자르님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말을 잘못했어."


"....?"


"마력을 처음 쓰는건, 정신의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그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어떤 결과를 강하게 바라였느냐.


그런 것에 더욱 영향받으니까."


그리고 이내, 


"있잖아. 레니. '왜' 날 구했어?"


이제야 눈치챘다.

미자르님은, 궁금한거구나.

일개 시종이, 아예 남남인 타인인 내가 마력을 각성할 정도까지 자신을 걱정한 이유를.


"..저는.."


언제까지나, 비밀로 하려 했었다.


하지만, 


"저는, 미자르님의...친 혈육이예요."


이해, 받고싶었다.


당황한 듯, 눈이 커진 미자르님의 표정.

급하게, 수습하기위해 정리되지않은 이야기를 두서없이 쏟아냈다.


"그.. 미자르님을 낳아주신 친모의..

당신의, 쌍둥이오빠..였어요."


그래서..


"그래서, 셉텐트리온 성에 온것도, 당신을 보러 온 거였어요."


그러니까, 제가 당신을 구하는 건, 당연하다고.

그리 말했다.


죄를 고백한 기분.


"그랬구나."


그리고,


"그랬구나. 오빠."


미자르님은, 환하게 웃으며..


"기뻐. 만나러 와줘서. 고마워."


내 손을, 맞잡았다.


"있잖아. 사실 나도 고백할게 있어.

언제나, 마음 속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았거든.

공허하고, 왠지 모르게 슬프고.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어느날, 시종들 사이에 섞여있는 오빠를 보니까, 그런 기분이 사라진 거 있지."


나 혼자만, 그랬던게 아니었구나.

그랬구나.


기뻤다. 행복했다.


"있잖아. 오빠. 괜찮으면..."


시종이 아니라, 내 집사를 해줘.

언제나 곁에 같이 있자.


"네...! 네!"


그래.


나는,

당신의 그림자가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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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데...두고 봐도 괜찮아?"


"...미자르가 좋아하니까.

하지만, 저 레니라는 아이가 선을 넘으면..


그땐, 어쩔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