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연기가 흘러내렸다.

마치 자신이 타르를 담고 있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그녀는 천천히 종류조차 말하기 어려운 조합의 발암물질들을 내뿜었다.

"선생님, 언제쯤 오시나요?"
"곧 갑니다."

뻑뻑한 담배연기를 몇 분 더 음미하고 난 뒤, 여자는 자리에 앉았다.

길거리를 둘러보아도 문득문득 보이는 흔한 카페 탁상이 그녀의 자리였다.

"그럼 어디서부터 말할까요?"
"편한대로 해 주시죠."

여자는 조금의 기다림 후

"그 이야기가 아무래도 나을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라 하면 제가 어떻게 아나요?"
"제 남자친구 말입니다."


"저는 그때 평범한 대학원 학생이었습니다. 

여느 다를 것 없는 교수의 노예였죠. 그때 그 애를 만난 것은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습니다. 

전혀 특별할 것이 없었어요.


그냥 대학교 안에서 선후배들끼리 노가리 까다가 잡담 좀 하다가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독일어 문학 전공이었는데, 제가 발이 워낙 넓다 보니 건너 건너서 알게 되었죠.

딱히 다른 다른 커플들보다 비교되는 것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같이 놀이공원 가고, 영화관 가고, 같이 데이트 하다가 가까워지면 잠자리를 함께했죠. 나중에 가면 해외여행도 두 번 정도 갔습니다.

글리치 시티와 그단스크-단치히 초월시에 놀러 갔다 왔죠. 그때 몇 번을 했는 지를 몰라요.



근데, 놀러갔다 오고 나서 얼마 안지나서 문제가 터졌어요.

각지에서 민족주의와 분리주의 세력이 커진 거죠. 저는 그때 교수의 연구 자산으로 쓰이고 있어서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저는 걔에게 알았느냐고 물었어요. 너는 여행 갔다오기 전에 알았느냐고.

걔는 알았다고 말했어요. 나에게 분위기 깨기 싫어서 안 말했다고. 괜히 관계 망치는 것 같아서 안 말했다고.

그리고 몇 달이 또 지났습니다.

잦아들 줄만 알았던 민족주의자들의 소요가, 계속, 계속 불어나고 있었던 거죠.

경제, 사회, 문화, 그 밖의 사회 모든 면에서 걸쳐 있던 갈등이 폭발한 거죠. 그때 통나무 국경선 사태는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문득 덜컥 겁이 났어요. 이럴 때마다 피가 흘렀던 나라가 바로 우리 나라였는데, 사태가 겹쳐 보였던 탓이었죠.

그래서 대학교 사물함을 풀어 연구 자료와 레포트를 챙기고, 각종 생활 용품을 챙긴 후 남자친구 사물함에도 가봤어요.

왜 애꿏은 남자친구 사물함을 뒤졌는 지는 저도 잘 몰라요.

저는 제 딴엔 챙겨준다고 한 건데, 안 했던게 차라리 나았을 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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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작이라서 미숙한 부분은 지적해줘

담편은 바빠서 못올릴지도 몰름

담편부턴 피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