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내 소개부터 먼저 하겠다.

난 제대로 낸 SCP라고는 두개, 그중에서도 하나는 삭제당하고, 안착한건 EX항목 하나, 현재 쓰고있는 거만 거의 5개쯤 되는 진짜 초보 of 초보 작가라는거 먼저 깔고 들어가겠다.

스토리나 설정 자체는 초딩때부터 막 노트에 끄적인 전적이 있어서 스토리 작법 자체에는 어느정도 그럴듯하게 짤 순 있지만 문제는 그걸 글로 옮기는게 쉽지가 않다는 것. 그거 때문에 아이디어만 오지게 많고, 정작 쓴 건 별로 없음 + 막상 쓸때의 문체가 쌉쓰레기이다.

문체의 경우는 진짜 많이 쓰는거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기에, 여기서는 내가 그나마 사람구실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 짜는 거 관련해서 튜토리얼 겸 팁 방출해보겠다.

뭐 거창하게 썼지만 3333에 대하여 한번 읽어보면 다 알게 될만한 이야기들이기도 하고, 사실 좀 당연한 이야기들의 연속이라서 딱히 영양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최근 여기서 아이디어 푸는 분도 있기도하고, 이후로도 그런 사람들 많아지게 + 한위키 작품 활동도 장려하는 겸 해서 이렇게 써본다.




우선 많은 재단러들이 SCP 쓸 때의 주의할 점을 알려주겠다.

이거는 워낙 유명하고, 다들 알거라 생각하고 패스하고,

재단 컨텐츠가 10년이 넘어가면서 솔직히 왠만한 SCP가 다 나오면서 단순한 컨셉을 메인으로 내세운 SCP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말하는게 이상해진다!(토스트기,불통학부,그외 다수)

사람들 편갈라서 싸우게 만든다!(동사모트라케에서 일어나는 일 들어봤어?)

정보를 바꿔서 문서에 침투한다!(내가 보이니?)

변칙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사람의 아이, 크로네커)

진짜 비변칙적이다!(에어케플러, 아파트)

사람들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든다!(케테르?안보이는데?,스킵할수 없는 물체)

등등등, 진짜 별게 다 있는 마당에 '이거봐! 사람 잡아먹는 괴물이야!' 라고 한들, 누가 관심을 보일까.

즉, 우리가 가장 신경써야 할 건, 내 생각엔, '캐치프라이즈'이다. 기존의 것과 확연히 다른 컨셉이든, 비슷한 거더라도 독특한 접근법을 보인다거나, 아니면 다 떠나서 그냥 진짜 재미있는 스토리를 녹여내거나 하는 것 말이다.

2747 일곱은 치밀한 설정, 3001 적색현실은 드라마틱한 스토리, 4465 사람섬x는 파격적인 구성으로 높은 추천을 받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즉, 다른 작품과는 다른 특별함을 전면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것.

아래 설명할 '아이디어'는 바로 이런 '캐치프라이즈'를 구상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쓰는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같은 경우 아이디어는 크게 세가지 접근법을 취한다


1. 이야기 소재거리 찾기

여기에 해당하는 케이스는 지난번에 여기 비평 요청했던 '영원한 결투'이다

대충 끝없이 복싱을 하는 선수. 사실 원래 둘다 유명한 복싱 선수였는데, 각각 출신이 전주, 대구이다. 게다가 각각의 선수와 정당의 의원과 연루되면서 예정된 복싱 시합은 다분히 정치적인 색채를 띄게 되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큰 기대를 그들에게 걸게 된다. 각각의 의원은 서로가 모르게 그들에게 무당집에서 받은 의식을 치뤄 절대 쓰러지지 않게 해 주고, 그 결과 영원히 지지 않는 싸움을 하며 관중들은 다 굶어죽고 두 선수만 남아 50년 가까이 복싱만 하고 있게 되었다는 스토리이다.

이 스토리의 가장 기본 아이디어는 유튜브 WLDO 채널에서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대결에 대한 영상을 보고 '스포츠가 정치적 색채를 띄게 되면 과연 어떻게 될 까?'란 생각을 하게 된 것. 영상에서는 짧게 지나가지만 난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생각을 해 보았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누군가 이기고, 누군가 지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패자에게 엄청난 비난의 화살이 가게 될것이고, 두 선수 너무나 큰 중압감에 내던져져 절대 지지 말아야 겠다 생각하게 될것이다. 난 여기에 집중하여 둘 다 패배를 피하기 위해 변칙적인 도움을 받았다 설정했고, 그 결과 모두가 지지 않고 영원히 싸우기만 하는 상태를 생각해 냈다.

둘의 싸움을 처절하게 할 만한 정치적인 사안으로 알맞게 생각해 낸게 바로 지역감정. 보수 대 진보, 호남 대 영남의 구도로 싸우는 상황에 당시의 광기까지 더해진다면 관중들이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난 변칙적 자물쇠를 채웠다 설정했다. 둘 중 하나가 이겨야 자물쇠가 풀리게, 그래서 이후 경기에선 아무도 나가지 못해 결국 광기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컨셉으로 완성시켰다.

(약간의 비평을 받은 결과 설명이 부족하다, 자물쇠의 역할이 좀 뜬금없다, 왜 굳이 관객이 죽음을 맞이해야 했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어 해당 파트의 보완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거같은 경우는 재미있는 소재를 캐치해서 그 소재를 부각시킬 수 있는 장치를 넣는 식으로 흥미가 가는 스토리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SCP는 이런 방식을 통해 쓰였을거라 추측해본다.



2. 독특한 구성

이 케이스는 내가 현재 구상중인 '두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이다.

스토리 자체는 단 하나도 구상되어있지 않으나, 일단은 대충 이야기 해 보겠다.

이거 같은 경우는 내가 정말 좋아해서 전에도 몇번 추천한 소설, 보르헤스의 픽션들에 나오는 단편에서 따왔다. 단편 '허버트 퀘인의 작품에 대한 연구'에서 등장하는 독특한 구성을 말 그대로 재단의 포맷으로 구현하고자 하는게 내 목표이다.

전까진 그런 포맷을 크게 신경 안쓰고 있었는데, 최근 사이버펑크에서 선택을 통한 스토리의 분기가 실질적으로 허상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전심이 생겨 위 포맷을 생각해 낸 것이다.

이제 포맷을 설명하겠다. 서사 내에서 주인공이 선택을 하는 순간, A선택과 B 선택 모두의 경우에 대한 스토리 모두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거듭되는 선택에 따라 스토리는 가지치기를 하는 식이다.

난 분량상 총 3번의 선택으로 인해 8개의 이야기가 갈라지는 형식을 목표로 정했다. 선택에 따라 분기가 나뉘는 거니, 이 SCP의 특징은 대충 평행우주 생성장치 라고 해두면 좋을 듯 하다. (회수기록이든, 격리파기든, 실험중 일어난 사건이든)어떤 사건에 화자와 장치가 휘말려서 그 사건의 연대표/보고서의 내용이 이러한 형식을 띄게 되는 컨셉으로 해볼 생각이다.

일단 다중 접기 블록을 이용해서 갈라지는 스토리를 표현하거나 좀 깐지나게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해서 버튼을 누르면 이후의 선택이 글에 추가되는 형식으로 할까도 생각중이다.


이거 같은 경우엔, 형식이 이야기를 만드는 경우이다. 독특한 접근법/형식/기믹을 이용해 그것을 완전히 활용할 수 있는 기반 스토리를 하나씩 쌓아올리는 것이다. 

아마 형식 파괴형(토스트기, 동사모트라케, 에어케플러 등등) SCP가 이런 방식을 통해 만들어 지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3. 그냥 쉬바 유레카

그냥 영접 하듯 갑자기 소재가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나같은 경우 수많은 피드백을 받고 대대적인 수정이 예정중인 '상상하지 마시오'가 있다.

대충 문서 들어가면 인지재해 경고문이랑 코끼리를 상상하지 말라는 특격절이 반겨준다. 특격절 내내 전 기지 직원은 코끼리를 상상하지 말아야 하고 상상하거나 말하면 보안요원이 출동해 기억소거 시킨다고 겁을 준다. 그러고 설명 보면 얘는 코끼리가 아니다. 코끼리랑 연관 없다고 말하고 끝난다.

얘의 정체는 상상하면 죽는거.(맞든 틀리든) 그래서 계속 상상하지 못하게 하려고 코끼리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즉, 오히려 코끼리에 대해 상상하게 만듬으로써 독자를 보호하는 장치인 것이다.

현재 호불호가 상당히 많이 갈려 좀더 마일드하게 작성하려 하는 중이다.

이거같은 경우에는 그냥 자다가 갑자기 '코끼리를 떠올리지 말라고 하면 더욱 코끼리를 떠올리게 된다'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곧바로, 그렇다는 건 '코끼리를 상상하지 마시오'라는 명령을 통해 생각을 강제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SCP-3125(얘의 정보를 아는 사람과 그 주변인이 전부 죽음)이 생각나서 걔에 대한 정보 자체가 유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생각을 하게 함으로써 독자를 보호하는게 어떨까 하고 생각이 든 것이다. 밸런스상의 문제로 정보를 심상으로 바꾸어서 곧바로 작성한게 바로 저거다.


이거같은 경우는 불현듯 떠오르거나 꿈에서 본 느낌, 심상, 소재를 빠르게 캐치한 경우다. 특히 꿈같은 경우 빠르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새벽에라도 일어났다면 메모해 두는걸 추천한다. 나도 이렇게 안해서 잃어버린 이야기 소재가 5개는 넘는거 같다.





다음에는 스토리를 더 재미있게 가공하는 법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역시 내 역량부족으로 이번 글이 과연 도움이 될 지 의문이면서도 다음에도 제대로 된 팁을 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사실 영화만 많이 보고 글 자체를 잘 써본적이 없어서 고인물 앞에서 궁둥이 흔드는 것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도 초보한테 많은 도움이 되었길 바라고, 나도 언젠간 수작 SCP를 쓸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간간히 문체연습을 하도록 하겠다.

이제 이만 자러간다

ㅂ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