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스토리를 더 재밌게 다듬는 방법 쓰려고 했는데, 최근 여기 자주 올리는 유동이 창작한거 보고 이런거 써야겠다 생각했다.

물론 계속해서 아이디어 짜는거 좋은거고, 여기 활동도 많이 해줘서 고맙긴 한데, 아이디어 올린거 보면 잠재성은 좋은데 아직 부족한 점도 보여서 이렇게 써본다.

물론 나 역시도 SCP라고는 하나밖에 못올려본 쌉초보라 틀린거라던가 너무 당연한게 끼여있다. SCP를 처음 써보려는 사람들에게 도움되길 바라며 쓰는 것이기에 양해 바란다.

 

이번 편은 말 그대로

에 대해 다룰 것이다.

어떻게 쓰면 안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써야 재밌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다.




1. SCP를 읽지 않고 쓰기

SCP를 유튜브 같은 데에서 알고 온 사람들에게 SCP-3000은 뭐하는 애냐? 라고 묻는다면 많이들 기억소거제 원료 뱉는 거대 뱀장어라고 잘 대답 할 것이다.

그렇다면 SCP-3000은 뭐에 대한 은유냐? 라고 묻는다면 극히 소수만이 대답할 것이다. 3000 읽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크리쉬나무티 박사의 아버지와의 관계, 이후의 만나바 박사의 회고를 통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키워드인 '문화의 망각'이 바로 3000이다. 이거 관련해선 나중에 또 글을 쓸 생각이라 말을 아끼겠다.

또한 유튜브에선 1시리즈(세자릿수대. 예전에 쓰인 SCP들이다.) 위주로 많이 설명한다. 단순하고 간단히 설명할 수 있기 때문. (같은 이유로 3000도 크리쉬나무티박사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되는 편이다. 제일 중요한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SCP를 쓸 때 1시리즈 스럽게 쓴다는 것이다. 위의 아카콘 보면 076아벨과 682죽지않는파충류가 보일 것이다. 바로 이 콘이 말하고자 하는게 이것이다. 지금 076, 682 처럼 쓴다면 바로 닥반 먹는다.

어쨋든 이런 일이 생기는건, SCP를 안읽어봐서다. 최근 SCP는 어떻게 쓰이는지, 요즘은 예전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떤식으로 쓰는게 좋은지 단순히 읽어보는 것 만으로 알 수 있다. 많ㅇ이 읽어본다면, 더 재미있는 스토리를 생각해내는 감각도 생기고, 무엇이 '흔한'건지 알 수 있게 된다.

요즘 세대에 텍스트 무더기를 읽는다는 건 큰 도전이라는 걸 안다. 독서량도 극도로 줄고, 대부분의 컨텐츠는 3줄 요약 없으면 안보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SCP는 그 특성상 길고 긴 텍스트를 참을성 있게 끝까지 봐야만 한다. 그래야 완전한 재미와 공포, 원작의 테이스트를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이 SCP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특히나 원문을 많이 읽어봐야만 한다. 읽지도 않은 컨텐츠를 써보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결론: 많이 읽어라. 정말 많이 읽어라.



2. 그까이거 한번 대충 써봐야지

유튜브 등지에선 SCP를 일종의 포켓몬처럼 설명한다. 얘는 이런 능력이 있고, 쟤는 저런 능력이 있다. 하지만 사실 SCP는 엄연히 '창작 플랫폼'이고, 각각의 SCP에 대한 이야기는 '이런이런 능력이 있다' 수준 그 이상을 담고 있다.

001과거와 미래는 보르헤스와 니체의 철학이 들어간 작품이고, 001주홍왕은 포스트-식민주의, 2460암흑위성은 입자물리학, 심지어 3171폰야스직통라인 같은 개그물에서조차 암호학, 생물학적 래퍼런스가 상당하다. 또 1730 제13기지에 무슨일이 있었나 같은 경우에는 단어수만 1만개가 넘어가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이다. 이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SCP를 들어가 본다 한들, 정성 없이 쓰인 작품이 없다.

즉, 당신이 SCP를 쓸 때 모름지기 하나의 작품을 쓴다고 생각해야 한다. SCP는 작품을 올리는 '창작 플랫폼'이니깐. 한 SCP를 쓸 때 방망이 깎는 노인 처럼 계속해서 고치고 수정하고 완전해 질 때 까지 끝까지 붇들고 있어야 한다. 누가 봐도 이건 잘했다 라고 볼 수준이 될 때까지 말이다.

단순히 이런저런거 어때요? 아니면 이런거는요? 는 별 도움되지 않는다. 자신이 책임지고 완결내 보도록 하자.


결론: 많이 생각해 보면서 써라



3. 이 SCP는 사람 잡아먹는 괴물이에요!

전에도 이야기 한 거다. 정말 중요해서 한번 더 이야기 한다.

흔해빠진 SCP는 닥반이다. 1번 처럼 많이 읽고, 2번처럼 많이 생각하라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SCP 자체가 10년도 더된 컨텐츠라 진짜 별의별게 다 있다. 당신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면 그것을 최대한 굴려서 아주 참신한 무언가를 생각해 내거나, 기가막힌 필력으로 재미있는 스토리를 짜거나 해야 한다. 

난 후자를 추천한다. 아예 새로운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거 자체가 특히 초보에게는 매우 힘들다. 게다가 생각한 걸 온전히 표현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2747일곱 같은걸 봐도 정말 기가 막힌 아이디어이지만, 그럼에도 난해하다. 

대신 3001적색현실 을 보라. 얘는 단순한 무의 공간이지만, 거기에 얽힌 스토리들이 몰입하게 만든다. 누구나 쉽게 빠져들고 공감하게 만드는게 스토리의 힘이다. (역시 이런 스토리도 다 비슷한 거면 반대먹기 십상이다.)


결론: 계속해서 차별점을 만들고 그것을 극도로 이용해야 한다.



4. 디테일한거 까지는 신경 안써도 될거 같은데.

이건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디테일은 힘이다. 3199 인간 반박됨을 보라. 컨셉 자체는 꽤나 평범한 크리쳐물이다. 하지만 '알'이라는 특이점과 이 친구를 확보할 때의 회수기록, 인터뷰, 실험 기록들이 디테일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상당한 몰입감을 준다.

SCP에 몰입감을 주고, 특유의 사무적인 분위기를 내는 것은 바로 이러한 디테일에서 온다고 본다. 단순히 다친 사람 있으면 고쳐주는 2295 누비헝겊곰도 다양한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기네 이 친구의 행동 양식과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면서 그와 동시에 SCP에 절대적으로 사무적으로 접근하는 재단의 태도를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독자에게 지속적으로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하는 상황에 대한 디테일한 해설이 독자들이 계속해서 글을 읽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준다.

또한 이런 디테일은 몰입감에 큰 도움을 준다. 상황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은 그 상황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게 하며, 우리가 더 그 세계에 빠져들게 만든다.



5. 비평 안받기&안받아들이기

솔직히 비평으로 자기 작품이 딴지를 거는 건 기분 나쁘다. 나 역시도 그렇고, 사실 모두가 그럴 것이다. 내가 쓸때 만큼은 세기의 역작이었는데 그걸 욕하다니, 내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긴 한건가? 생각도 들고, 거꾸로 내가 너무 못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두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루이즈 뒤샹에 빙의해서 비평가를 배척하거나 쓰던 SCP를 손놓아 버리는 것 만큼은 자제해 달라.

전자의 경우, 비평받은 지 5~7일정도 묵혀두었다가 다시 자기껄 다시 보는걸 추천한다. 그쯤 되면 머리가 차갑게 식어 내 작품의 문제가 고스란히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그리고 이때 느껴지는 쪽팔림은 본인의 몫이다.)

후자의 경우, 마음을 달리 생각 해 보라. 자신이 더 나은 작품을 쓸 수 있게 다른 사람들이 비평을 해 주는 것이다. 비평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고, 그것을 넘어야 더 나아질 수 있다.

비평을 받았다면 그것을 기반으로 퇴고를 하라. 비평과 퇴고는 해도해도 모자르다. 대충 한두번 받고 바로 올리지 말고 진짜 누가 봐도 완벽하다 할 정도가 되었을 때 그때 사이트에 올려야 한다. 쓰다보면 원래 생각과 완전 딴판인게 쓰여질 떄도 있는데, 원래 그런거다. 초기 아이디어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바뀌면 바뀌는 대로 쓰는걸 추천한다.(이런 경우 대개 초기 아이디어가 가지고 있는 단점이 보완된 다른 이이디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즉, 바뀐게 전보다 나은경우가 많다.) 

천하의 헤밍웨이도 '모든 초안은 쓰레기다'라고 말했다.


결론: 누가 자기 작품 평가한다고 기분나빠하거나 겁먹지 말고 계속해서 비평받고 고치는 무한의 굴레를 벗어난 작품만이 사이트에 입성할 자격을 가진다. 



6. 어떤 SCP가 불호가 많은가? (주제의 선정)

-자캐딸

그냥 쎈 SCP는 닥반의 표적이 된다. 재미도 없을 뿐더러 매우 유치해 보이기 때문. 멀리 갈것도 없이 투명드래곤이 이 케이스이다. 

또한 076아벨, 682죽지않는 파충류를 보라. 지금 읽어도 그닥 재미도 없고, 그 역사성만을 인정받아 살아남은 친구들이다. 만일 같은 작품이 지금 올라온다면, 반대 오지게 먹고 사라졌을 애들이다.

-나폴리탄

나폴리탄이 의외로 상당히 정교한 장르이다. 추론할 단서를 많이 주되, 가장 핵심적인 정보만 제한을 하는 식으로 사람들의 궁금증, 흥미를 유발시켜 계속 읽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여기서 정보를 줄 때 일관되어 보이지만, 너무 뻔하지 않게 주는게 중요하다. 이걸 잘 지친 작품이 1562 터널 미끄럼틀이라 생각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감이 잡힐 듯 안잡히는 그런게 매력이다. 하지만 이중 하나라도 삐끗한다면 이건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되어버린다.

이전에 언급한 적 있는 초기 내가 짜던 '코끼리를 상상하지 마시오'가 이랬고(제공하는 정보가 너무 없음), 정규 항목 중에선 4031 기억상실구제가 여기 해당된다 볼 수 있다 생각한다.(2719안쪽이란 너무 비슷하기도 하고, 중간에 갑자기 스몰스연구원 등장해서 메타로 급커브 트는게 너무 뜬끔없었다. 이런 경우 난 작가가 그냥 그럴듯해 보이는거 아무거나 붙여놓고는 해석은 독자한테 미룬다고 생각되어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메타픽션

호불호로는 이게 제일 갈린다고 생각한다. 사실 왠만한 메타에서 써먹을 만한 작품은 다 나왔고, 여기서 더 참신한걸 바라기 힘들다는 점 + 독자와의 줄타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500카논에 거시기가 끼었어 같은 경우 재단 컨텐츠의 특성을 활용한 진짜 기가막힌 소재를 사용했지만, 남발하는 세계관 내부 용어로 인해 호불호가 갈린다. 근데 이게 메타 작품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내부 용어가 많으면 네다씹같아 보이고, 읽는 사람 역시 '평탄한 지평선, 데이터 초중접... 대체 뭔소리야!'라며 난해해한다. 그러나 너무 직접적으로 다가가면 너무 얕아 보이고 특유의 매력을 느끼기 힘들어 한다. 전에 언급한 내가 삭제된 SCP가 이런 경우였다.

개인적으로 메타작품은 4의 벽 넘기 같은 기믹적인거 말고 4028돈키호테 처럼 보르헤스적인 접근으로 다가가는걸 추천한다. 굳이 4의 벽을 넘으려 하기 보단 이쪽이 더 스토리 짜기엔 부담이 덜할 것이다.




진짜 하고싶은 말이 많은데 일단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겠다.

내가 더 많이 쓰고 비평 받고 했다면 더 많은 팁을 줄 수 있었겠지만, 일단은 이정도밖에 알려주지 못하겠다...

실질적으로 이 글 자체는 여기 자주 아이디어 올리는 유동을 위한 거지만, 다른 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모두들 재단 컨텐츠를 만드는건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더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거밖에 없다.

그냥 많이 읽어보고, 많이 써보고, 많이 까여라.

ㅂ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