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말의 승려인 도선(道詵). 풍수지리의 사실상 시초라고 과언이 아니었던 이 사람은 중국의 일양(日陽)에게서 지리학 등을 배웠다.







 일양: 더는 가르쳐 줄 게 없으니 돌아가라.








도선: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스님.







일양: 고마우면 고국에 돌아가서 명산을 다니며 혈을 한 번씩 찔러주게. 그러면 은혜를 갚은 게야.








도선: ???









도선은 처음에는 명산을 다니면서 일양의 말처럼 혈을 찌르고 다녔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게 나라의 멀쩡한 혈맥을 들쑤셔놓는거라 종래에는 나라를 망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빡친 도선은 중국으로 다시 건너갔다.







 


도선은 저 멀리 있는 곤륜산으로 갔다. 그 곤륜산의 꼭대기에는 신성한 박달나무로 만들어진 방아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기능은 한 번 방아를 찧을 때마다 '중국의 여자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는' 무시무시한 물건이었다.








도선은 아예 그 방아 옆에서 먹고 자며 온종일 방아를 찧어댔고, 당연히 그 신비한 힘 덕분에 중국 각처에서 여자들이 줄줄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중국의 승려들과 도사들은 이 기괴한 일을 막아보려고 애썼지만 방법이 없었다.








일양: (아니 근데 이상한 게 왜 여자들만 죽어나가지? 혹시.... 아 맞다! 곤륜산의 박달나무 방아! 근데 거기는 나 말고는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없.... 아니네. 하나 있네.)





일양은 바로 자기보다 지리에 능통하던 도선을 떠올렸고 곧장 곤륜산으로 갔다. 그리고 방아를 찧고 있는 도선을 보며 소리쳤다.








일양: 얌마! 너는 은혜를 이딴 식으로 갚냐?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며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냐?






그러자 도선이 답했다.







도선: 당신이 가르쳐 준건 고마운데, 은혜 갚으랍시고 내가 태어난 나라의 정기를 끊으라고 지시합니까?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고 윽박지르기부터 하다니, 당신이 제자를 가르치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나 보지요?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일양은 무릎을 꿇은 채 싹싹 빌었고 그제서야 도선은 방아질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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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그 방아가 필요할 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