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한 스페인은 신대륙에서 막대한 은과 금을 가져왔다.


 당시 나름 체계화된 유럽의 경제에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정도로 막대한 금은을 캐냈는데, 당연히 이 작업에서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노예로 부렸다.


 하지만 스페인이 어떤 나라인가, 독실한 카톨릭을 믿는 그들은 자신들이 신학적으로 도덕적인 정당성을 가지고 떳떳한 행위를 한다는 어떠한 확증이 있어야 했고, 놀랍게도 있어왔다.


 하지만 스페인 침략자들의 영향으로 아메리카 식민지의 원주민들 중 카톨릭 신자의 수가 늘어났고 결국 '같은 종교를 믿는 신앙의 동지들을 노예로 삼아도 되는가?'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 결과로 1550년 바야돌리드에서 스페인 왕실 주관으로 두 석학, 라스 카사스와 세풀베다가 논쟁을 벌였는데 그것이 바로 바야돌리드 논쟁이다.



논쟁의 궁극적 문제는 원주민들을 노예로 부려도 되는가?

그리고 이것은 곧 원주민들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쉽게 말해 '인간은 노예로 부려선 안되는데 아메리카인들은 노예로 부려지고 있다. 그들이 인간이라면 이것은 용납될 수 없고 인간이 아니라면 용납될 수 있는데, 그들은 인간인가 아닌가?' 정도로 정리될 것이다.


세풀베다의 입장은 인간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당연히 세풀베다는 머저리가 아닌 공부 좀 한 지식인이었기에 나름의 신학적 논리를 들었다. 하지만 간략하게 보자면 그들이 식인(당시엔 못했겠지만), 우상숭배를 한다는 것과 열등한 태생적 노예라는 것, 우리가 무력으로 정복해서 보호하고 가르쳐줘야하는 존재라는 것 등을 말하면서 인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라스 카사스는 인간이라고 말했다.


대충 그들도 스페인인과 본질적으로 같고 그들 나름의 정교한 문화를 가졌으며 식인풍습 등이 그들의 본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종교에 충실하기 위해 나왔다는 점. 다시 말해 걍 못배운 인간놈들이니 우리가 평화적으로 개종하고 같은 인간으로 대우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럼 이 논쟁에선 누가 이겼을까?


라스 카사스의 승리였다.


스페인 왕실은 정치적 이유로 라스 카사스의 편을 들었고,

신학 교수들은 신학적 관점에서 라스 카사스의 말이 옳다고 보았다.


 바야돌리드 논쟁은 이른바 정복자들이 자신들의 정복의 정당성과 피지배자들의 인권에 대해 고찰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럼 이렇게 해피엔딩인가?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점들이 좀 있다.



1. 

 일단 원주민들은 인간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 노동에 참가시킨다는 논리로 노예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죽음의 은광이라고 불리는 포토시 은광인데, 이미 바야돌리드 논쟁 이후임에도 '공익을 위한 것', '인디언의 풍습' 운운하면서 원주민들을 광산으로 몰았고, 수많은 원주민들이 수은 중독으로 죽었다.



2.

 가톨릭도 안 믿고, 양심도 없고, 해적질하고 다니는 놈들은 인간이고 나발이고 그런 거 신경도 안썼다.



누군지는 모르겠다.



3.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인간이니까 노예를 쓰면 안되는 거 ㅇㅈ. 그럼 인간 아닌 애들 데려오면 되는 거지?



그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