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소설은 백합입니다. 백합물이 싫으시면 뒤로 가주세요!

스토리

0. D - 730

5년 전 오늘.


"센트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애가 좀 아파서 그런데,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합니까."

"물론이죠! 옆에 있는 아이인가요?"


난 세계에서 탑으로 꼽힌다는 센트럴 병원에 '강제로'입원했다.


아픈 것도 없었고, 정신 질환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부모란 놈들은 날 낳은 걸 후회하면서 날 그냥 병원에 집어 넣은 거다.


쓸데없이 돈이 많아서 날 센트럴에서 죽기 전까지 병원비를 낼 돈을 있고.


그떄는 몰랐지. 난 그냥 아프다는 말을 듣고 무서워서 끌려온거니까.


"반가워요, 이름이 뭐에요?"

"세라..에요."


그렇게 원장이자 내 주치의인 메리 원장님을 만났다.


그렇게 1년.


"원장님.. 저희 부모님은 아직 안 오셨어요..?"

"네.. 저희 조금만 더 기다려봐요?"


날 센트럴에 넣은 부모들은 날 버렸고,


더 이상 찾지 않을 거 같았다.


2년.


"......."

"괜찮아요, 금방 오실 거에요.."


이제는 완전히 확신이 사라졌지만, 조금이나마 불타고 있는 불꽃을 어떻게라도 꺼지지않게 붙잡는다.


3년.


"콜록콜록..."

"아이구.. 잠시만요? 약 금방 가져올게요."


센트럴에서 3년 동안 지내자 몸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고, 살이 20kg가까이 빠졌다.


몸무게는.. 48kg.


이때 알았어야 됐는데..


4년.


"쿨럭.. 크흡.."

"빨리! 혈액팩 가져와요!!"


내 몸 상태는 이제 가볍게 기침만 하더라도 피가 흘러나올 정도고,


"원장님.. 저 화장실.."

"알겠어요. 하나.. 둘!"


이제 움직이려면 휠체어를 타야 될 상황까지 와버렸다.


그리고.. 오늘.


"..데스 하베스트 결과.... 양성..입니다..."

"네..?"


이 센트럴에서도 불치병이라 불리는 죽음의 병.


데스 하베스트의 결과가.. 양성이라고..?


거짓말...


"그..그러면.. 앞으로..."

"아마.. 2년이 최대일 거 같습니다.."


2년..?


털석... 쿵-


"세라야!"


몸에 자동으로 힘이 빠져서 앉아있던 의자에서 떨어진다.


아니야.. 거짓말..이야....


"저..저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원장님.. 저.. 저 결혼도 하고 싶고.. 재밌는 곳도.. 놀러... 쿨럭..! 가고.. 싶고.. 맛있는 것도.. 더.. 먹고 싶어요..."


뚝- 뚜둑- 울컥-


눈에서는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현실에 눈물이 흐르고,


입에서는 그걸 더욱 알려주듯이 피가 흘러나와 내 하얀 환자복을 붉게 만든다.


"...혹시, 그 상대가 여자여도 괜찮은가요?"

"여자면.. 더 좋아요.."


지금 상태에서.. 제압당하면 아무것도 못 하니까..


"좋습니다, 그 소원들.. 저랑 같이 이루러 가요."

"네..네에에에에?!?!?!"


그..그 대상이 원장님이라고?!


"지..진짜죠? 거짓말 아니죠!?"

"네, 거짓말 아니니까.. 일단 진정 좀 해줘요.."

"네..네.."


원장님이랑.. 같ㅇ..


어.. 잠만..?


"환자랑 의사랑.. 사귀면은 불법 아니에요..?"

"음.. 그렇죠? 벌써 거기까지 생각한 건가요?"

"네에.."


남은 2년 동안은.. 다 해보고 싶어.


"..뭐, 저도 원장직을 내려놓고 2년 동안 쉬면 합법이죠."

"그..그렇게 까지.."

"저희 센트럴에는 단 한 가지의 절대적인 규칙이 있어요."


절대적인 규칙..?


그것도 센트럴에?


"데스 하베스트와 시한부 환자에게는 그 어느 부탁이라도 들어준다."

"아...."


그렇다면....


"메..메리.. 언..니.."

"어, 어,,?"


말했다..


언니라고 말했어!


"언니, 무슨 부탁이든 다 들어준다고 했지?"

"그, 그치..?"

"그럼 이게 내 첫 번째 부탁이야. 이제 편하게 말ㅎ.. 쿨러억.."

"세라야!"


텁- 꾸욱..


각혈로 몸이 비틀거리자 메리 언니가 날 잡아주더니 꼬옥.. 안아준다.


..날 버린 부모도 아닌 새끼들도 안 해준걸.. 언니가 해줬어..


"괘, 괜찮아..?"

"쿨럭.. 켸흑.. 폐헥..."


뭔가.. 몸이 더 안 좋아진 거 같은데..?


"아마 정신적으로 충격이 커서 지금 더 아픈 걸 거야.. 데스 하베스트 부터가 자신이 양성인 걸 알면은 더욱 안 좋아지는 것도 있고."

"콜록.. 언니 내 생각 읽어..?"

"나 이래 봐도 모든 의학 전공이라고?"


아 맞네..


"어..언니.."

"응?"

"그.. 미안.. 옷에 피.."

"..이게 뭐라고. 그냥 빨면 되는 걸?"

"에헤헤.."


꾸우욱.. 스윽스윽..


"아..?"

"앞으로.. 못 받은 사랑, 내가 잔뜩 줄게. 짧은 시간이겠지만.. 그거의 몇 배로 더."

"으..으응.. 흐윽.. 흐에윽.."


언니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얼어있던 마음을 녹이고.


"흐에에에엥..!!!!"


다시 한 번.. 사람을 믿게 만들었다.


*


타닥- 탁- 타다닥-


[안녕하세요 세라 부모님. 세라의 주치의인 메리입니다. 오늘 세라의 건강 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데스 하베스트 진단을 하고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습니다. 앞으로 2년밖에 시간이 안 남았고, 남은 기간 동안은 세라가 원하는 걸 해줄 예정입니다. 적어도 마지막 인사는 하러 와주시길 바랍니다.]


후우..


부모같지도 않은 새끼들한테 이딴 걸 보내야 된다니..


띠링-


[그래서요, 저희는 앞으로 참견 안 할 겁니다. 알아서 하세요.]


"이 개새끼들이!!!!!"


와장창- 쨍그랑-!!


하아.. 하아아...


지 자식이 죽게 생겼는데 저딴 말이 나와?!


이 새끼들이 장난하나 지금!!!


드르륵- 쿵-!


"무슨 일이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 거 치고는 굉장히 열 받으신 거 같습니다만?"


하아아아...


"이거 보고, 알아서 처리하세요."

"어디..."


내가 물건을 집어 던진 소리에 경비대장이 뛰어와서 내 상태를 확인하고, 그 새끼들이 보낸 메시지를 읽는다.


하아... 내가 뭘 집어 던지거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이번엔 도저히 못 참았다..


"....이런 시발.."


..센트럴에서 8년간 일하면서 욕 한 번 안 하신 경비대장이 저런 말을..


이건 좀 충격이네..


"당장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처리라니.. 말 너무 무서운 거 아니에요?"

"못해도 감옥에 집어처넣을 겁니다."


드르륵- 쿵-


..많이 화나셨네..


주섬주섬.. 툭- 스륵- 툭-


내가 집어던져서 난리가 난 물건들을 다시 주워서 책상에 올려놓고,


스윽스윽..


책상위에 올려져 있는 명찰을 한 번 닦은 뒤..


"이제 이 자리도 당분간은 안녕이네.."


센트럴 원장으로서의 '메리'와 작별할 준비를 한다.


"너도 8년간 고생 참 많았어.. 17살 때부터 도움받아서 센트럴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으니까."


남은 2년간은.. '센트럴 원장'의 메리가 아니라 '세라의 유일한 가족'의 메리니까.


"2년 동안은.. 열심히 달려온 나한테 보상 준다고 생각하고.. 푹 쉬자."


딸깍- 딸깍-


불도 끄고...


"""명예은퇴 축하드립니다 원장님!!!!!!!!!!"""

"뭐, 뭔 은퇴야! 아직 아냐! 잠시 쉬는 거라고!"

"그러면 불법인디?"

"..명예은퇴다!!!"


모든 직원들의 축하도 받고...


달그락- 달달달...


세라가 탈 휠체어를 끌고..


드르륵-


"이제 갈까?"

"응!"


세라의 마지막 2년을 화려하게 장식시켜주러 떠난다.


짜잔~! 작가 등장!

이번에는 오래전에 제가 투표를 부탁한 적이 있었죠? 거기서 뽑힌 '시한부 소녀는 살아갑니다'를 써왔어요!

이번 첫 화는.. 빠르게 부정적인 감정을 넘기고 앞으로 있을 행복한 라이프만 써갈 예정입니다. 다른 작품들은.. 조금 슬퍼졌다가 달달했다가 했는데, 이번에는 쭈우우욱!! 달달하게!

그리고 제목은 남은 날짜로 쓸 겁니다.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헤헤..

과연 달달한 걸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와 작가의 4번째 도전, 지켜봐 주세요!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