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5일 오전 2시 50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나를 포함한 총 13명의 분대원이 작전 브리핑을 위해 공항 2층 관계자실에 모였다. 난 매컬리스 소위의 자신만만한 태도와 함께 기운 찬 목소리로 브리핑을 하는 모습을 보며 지금 여기가 브리핑 중인지 학교 견학 장소 정하는 시간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분위기에 괜시리 헛말이라도 나올까 입도 못 열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공격조(Fireteam)를 편성할 시간이 왔다. 회의 결과 적절한 인원 배분은 4인 1조에 매컬리스 소위를 포함한 공격조만 5인으로 편성이 완료 되었다. 매컬리스의 조에 편성된 나를 제외한 패트릭과 에드윈은 실전 경험이 충분하다 판단되어 각 공격조의 조장을 맡았다.


알파(Alpha) 조

알파 원 - 슬러시 (폴 매컬리스 - 조장)

알파 투 - 포레스트 (레투 로반페라)

알파 스리 -  쉐이드

알파 포 - 박스

알파 파이브 - 라임


피커(Piker) 

피커 원 - 러너 (에드윈 그로스맨 - 조장)

피커 투 - 스토크

피커 스리 - 칸

피커 포 - 스퀘어


메이플(Maple) 

메이플 원 - 비덴스 (패트릭 맷슨 - 조장)

메이플 투 - 팬텀

메이플 스리 - 크랙

메이플 포 - 오크


조 편성이 끝난 뒤 매컬리스는 다시 임무를 되짚어주었다.


"기억해. 우린 가장 먼저 마을 전력소를 차단하고 은신처를 포위해서 미군의 공중폭격이 끝난 뒤에, 포레스트! 우린 누굴 생포한다고?"


"아이만 알자와히리"


"훌륭해. 알자와히리를 생포하면 우린 수송헬기에 몸을 싣고 유유히 빠져나가면 작전 성공이다. 질문 있나?"


"없습니다." 


브리핑이 끝나가던 때, 마침 공군에서 무전을 보내왔다.


"작전대기조, 여긴 공중정찰부 소속 헤일로 기체다. 지휘관은 입감 바란다."


"수신 완료. 대기조의 지휘관 알파 원, 슬러시다. 무슨 일이지?"


"방금 우리의 드론이 알자와히리의 생존을 확인했다. 위치는 Kul-e 강 북동의 이슬람 셀주크 연방국과의 국경 지대다. 그새끼 특유의 수북한 흰수염과 안경은 그대로 착용한 상태니까 식별에 어려움은 없다. 추가 수신, 방금 상층부에서 작전 승인이 떨어졌다. 행운을 빈다."


"좋아, 다들 들었지? 이제 시간 다 됐으니 어서 움직여."




오전 3시 47분 와칸 회랑 상공


알파, 피커, 메이플. 이 세 개의 조는 각자 코브라 헬기를 통해 작전 구역으로 이동했다. 겨울인 점을 감안해도 매서운 산악의 칼바람은 동복을 입은 나조차 아리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강력했다. 


이미 얼어붙은 느낌마저 사라진 코와 귀를 연신 핫팩으로 비비며 컨디션을 조절하던 도중 무전이 울렸다.


"코브라 체리-피커, 좌표에 해당하는 건물을 포착했다. 입감했는가."


"수신 완료. 코브라 포스-알파, 무장을 준비하겠다."


"수신 완료. 코브라 스톰-메이플, 무장 완료. 어.. 지상에 다수의 대공포가 있는 거 같은데 확인 바란다."


"대공포 확인. 아무도 없음을 확인했지만 하강 시 주의하라."


"확인. 가장 먼저 발전소에서 전력을 끊은 뒤 논밭 부근으로 진입하는 건 동일하다. 이후 알파 조는 계단을 통해 옥상까지 클리어 하겠다. 다른 조들은 입감했는가."


"피커 조 수신 완료. 우리는 지하로 향하겠다."


"메이플 조 수신 완료. 우린 창고로 진입한다."


어느새 모든 헬기가 계곡 상층 구역의 전력소에 도착했다. 기존에 짰던 작전대로 하강한 뒤 알파 조의 쉐이드가 볼트 컷터로 도어 브리칭을 하고 진입에는 내가 선두를 맡았다. 안에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겨우 걸어나온 관리직원들이 있었고 우린 그들을 진정시키고 제압한 뒤 마저 작전을 이어 나갔다.


"전력소 클리어. 포레스트, 전원 꺼버려라."


난 차단 스위치에 손을 올리자 별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불만 끄면 우린 되돌아 오지 못할 길을 걸으며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 모두가. 그리고 난 불을 껐다.


이 뒤는 브리핑대로 차근차근 진행해나갔다.


전력을 차단하여 불이 꺼진 마을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봉으로는 피커 조원들이 수색과 함께 은신처 근처의 엄폐물들을 확보했고, 그 다음 알파 조원들이 옥상과 창문에 적의 움직임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마지막으로 메이플 조원들이 후방 엄호를 맡으며 순서대로 움직였다.


생각 외로 꽤나 많은 수의 건물들과 사람도 걷기 힘든 도로들 뿐인데 어떻게 집집마다 차가 적어도 한 대 정도는 기본적으로 있는지 의문인 것은 제쳐두고 성인 남성 키와 엇비슷하거나 더 높이 쌓여진 건초 더미들을 엄폐물로 이용하여 움직였다.


우리는 혹시 모를 지뢰에 대비해 늘 탐지기를 총기 레일에 장착했지만 탐지기가 무색하게 지뢰는커녕 코 앞에 계곡의 물줄기가 흐르지만 자갈도 잘 보이지 않았다. 


건초 더미들도 슬슬 없어지자 겉은 허름한 주제에 옥상에 대공포가 달려있는 기괴한 건물에 도착했다. 우린 좌표를 확인했고 이곳이 그 은신처라는 것을 확인했다. 시간은 아직 오전 5시도 채 되지 않았고 진격하면서 총격전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그들이 얼리버드이지 않는 이상은 아직 자고 있어야 정상이다.


만약 정상대로 그들이 자고 있다면 우린 이번 임무는 매우 손쉽게 클리어 할 수 있다는 소리다.


괜한 자존심이겠지만 저들도 우리를 곱게 보내주기에는 모양새가 영 아니었는지 어디서 구해온 손전등을 탐조등 대신 쓰며 우리를 비추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그들의 불빛은 곧 우리에게 신호탄이나 다름이 없었다.


"알파 포, 항공팀이랑 교신하라"


자그마한 손전등이 여기저기 비추는 동안 우린 해당 불빛의 좌표를 파악했다. 마침 파악이 끝난 참에 항공팀이랑 교신이 성공했다.


"알파 포, 수신 완료. 여긴 포드 2-1, 통신 상태 양호, 폭격 요청이라면 좌표를 수신한 후 대기하라"


"포드, 여긴 알파 포. 현재 송신한 좌표에 자그마한 탐조등과 저격수를 포착했다. 포격과 함께 CAS(근접항공지원)을 바란다, 이상"


"포드 2-1, 확인 완료. 나머지 항공팀과 합류하여 지원하겠다. 앞으로 항공 통제권은 에인션트한테 있다. 입감 했는가"


"수신 완료.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에인션트한테 넘기겠다."


"여긴 에인션트, 질문을 다시 확인 바란다."


"알파 포, 수신 완료. 목표에 포격까지 얼마나 남았나?"


"2분이면 된다. 또한 현시간부로 열압력 화기를 사용할테니 안전 거리를 확보하라"


"건물을 날려버릴 셈인가?"


"상층부에서는 저격병이 확인되면 건물을 날려도 좋다는 확인을 받았다. 이 점에 유의하라."


"여긴 에인션트, 포격 준비 완료. 신호를 내리면 바로 가능하다."


"확인. 여긴 알파 포, 에인션트, 데인저 클로즈. 목표에 제압 포격 바란다."


잠시 후 은은하게 위압감을 뽐내는 굉음이 들려왔고 드디어 항공 포격이 시작됐다.


항공팀은 우리가 수신한 좌표 이외에 적의 손전등이 밝혀준 위치를 토대로 포격을 하기 시작했으며 약 20초 가량의 미사일을 동반한 포격에는 정신없이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이후 대공포로 보일만한 물건이 있는 건물에는 코브라가 직접 접근하여 미니건으로 하나하나 조지기 시작했다. 일반 보병들한테는 꿈도 못 꿀 가공할만한 연사력에 역시 현대전에는 항공 지원이 답이라는 인식을 충분히 심어주고도 남았다.


"애새끼들 뭐에 맞는지도 모르겠지, 야 방금 몇킬했냐? 아 여긴 에인션트. 알파 포, 목표 제압 완료. 건물 진입까지는 호위해주겠다. 이동하라"


"수신 완료. 피커, 메이플 팀과 함께 진입하겠다."


포격에 간신히 버티려고 하지만 곧 화재에 무너져 내리는 건물을 뒤로한 채 마을을 가로질러 우리의 목표인 남쪽 건물에 도착했다.


건물의 문 앞에 모인 분대원들은 이전과 같이 쉐이드가 도어 브리칭을 하고 이번에는 피커 조원들이 먼저 선두를 맡아 건물에 진입했다. 창고를 맡아야 하는 메이플 조가 후방을 봐주면서 우리 알파 조가 마저 건물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1층 로비까지 클리어한 후 피커 조는 지하로 향했고 저항하는 보초병들한테만 가벼운 제압 사격을 끝내고 클리어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재빠르게 3층까지 확보한 뒤 창문을 통해 메이플 조가 옆 창고 건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엄호 및 수색을 진행했다. 다행히 전기를 끊었기 때문에 전조등도 켜지지 않고 매우 손쉽게 진입에 성공했다.


이제 우리 알파 조는 마저 옥상까지 클리어를 위해 움직였고 어느새 우리의 목표, 알자와히리의 침실 앞까지 도착했다.


"알파 포, 문 후방을 확인하라."


박스(알파 포)는 이륜형 지상용 미니 드론을 통해 방 내부를 확인했다. 


"목표의 생존 확인. 경비병도 없고 이제 막 옷을 챙겨 입는 여자가 보입니다."


"좋아, 다들 전역증에 사인 할 준비 됐지?"


슬러시(알파 원)이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3, 2, 1... 진입"


우리는 침착하게 좌우를 확보하고 뒤 난 소리 지르며 저항하는 여자를 제압한 다음 이어 들어온 슬러시가 최종 목표를 향해 손을 뻗고 머리채를 잡아 땅에 처박으며 제압시켰다.


"저항해봤자 날아가는 건 니 턱주가리니까 나서지 마라."


하지만 영어를 알아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그냥 상황 파악이 덜 된 건지 아무튼 날뛰는 목표를 개머리판으로 타격하여 겨우 진정시켰다.


"노인네 새끼가 왜이리 꿈틀거려. 에인션트, 여긴 알파 원이다. 목표를 생포했다. 이제 우린 안전하게 퇴각한다."


"여긴 에인션트 수신 완료. 어 자그마한 문제가 생겼다."


"노인네 데리고 있기도 엿같은데 무슨 문제지?"


"지금 그쪽 방면으로 꽤나 많은 수의 무장한 표적들이 접근 중이다. 그들이 아직 어디 소속인지 미확인이긴 하다만 교전을 허가할테니 최대한 신속하게 퇴각하라."


"포격 소리 듣고도 안 오는 게 더 신기하긴 해, 알았다."


우린 목표를 1층까지 내려보내고 건물 뒷편 지하창고 문 앞으로 집결하여 퇴각을 실시했다.


적들의 선제 사격에 대응하기 위해 교전을 몇 번 치루긴 했다만 우리에게 유의미한 피해는 없었고 오히려 알자와히리가 유탄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아무튼 적들의 총탄을 피해 겨우 목표 지점까지 도착했는데 무언가 없었다.


분명 작전은 순조로웠다. 전기 끊고, 논밭 따라 가서 미군의 공중지원을 받고, 적 생포해서 목표 지점까지 도착. 그런데 딱 하나가 부족했다, 바로 우리를 태울 CH-46이 해당 위치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슬러시는 적들이 몰려드는 소리에 다급하게 무전기를 손에 쥐었다.


"에인션트, 여긴 알파 원. 우린 목표 지점까지 도착했는데 대체 그 망할 헬기는 어딨나?"


"알파 원, 에인션트를 통해 수신 받았다. 여긴 로그 관제소다. 현재 해당 위치에 공중 지원을 띄우기 위해 노력 중이니 조금만 버텨주게나."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럽니까?"


"예상 외로 적들의 공중 저항이 만만찮다. 그리고 그쪽으로 몰려오는 표적들의 식별이 끝났는데 저들은 탈레반이 아니다. 다음(break)지금 이슬람 셀주크 공화국 측에서 전보를 보냈는데 와칸 회랑에서의 포격으로 자신들의 국민이 죽었으니 이 사태에 개입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치면서 동시에 군을 이끌고 지금 군사 작전을 실행 중이다."


"그래서 이제 어쩌자는 겁니까? 씨발 그럼 저새끼들이 다 셀주크 병사라는 거요?"


"사실 이미 한번 습격을 당해서 헬기는 일단 철수시킨 상태다. 4분 뒤에 CAS 요청이 가능하니 최대한 버텨주길 바란다."


"그럼 이 위치를 사수하라는 말입니까?"


"아니 곧 다른 좌표에 헬기를 보낼테니까 대기하라"


"아 지랄났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좌표를 받은 슬러시는 한숨을 내쉬었다.


"씹새끼들... 다들 잘 들어! 우린 저 철조망 너머 5층짜리 주택까지 후퇴하고 옥상을 사수한다! 전원 뛰어!"



오전 6시 와칸 회랑


우린 가장 먼저 철창을 넘은 메이플 조가 엄호 사격을 해줄 동안 계곡 자갈밭까지 후퇴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철조망 너머에서 몰려오는 저 모기떼같은 새끼들에게 방역의 맛을 보여주고자 했다.


"로그, 로그! 여긴 알파 원이다. CAS를 요청한다. 데인저 클로즈! 여기 철조망 기준으로 반대편 새끼들 쓸어버려! 이상."


"여긴 로그 관제소. 수신 완료. 아군의 위치를 파악했다. 포격에 유의하라. 이상."


이번에는 하늘 위에 거대한 C-17이 띄워지더니 그 안에서 수 많은 작은 비행기 모양의 무인 드론기들이 무수히 쏟아져나왔다.


드론들은 하나 하나가 미사일처럼 날아가더니 곧 땅에 처박히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무인 자폭기로 돌변했다. 그것들은 비록 폭발 범위는 작았지만 분대 하나 정도는 와해시키기 충분했고, 그 엄청난 물량들이 적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은 덤이었다.


"목표 제압 완료. 앞으로 8분 뒤에 다시 요청 가능하다. 행운을 빈다. 이상."


"알파 원, 이럴 때에 할 말은 아니지만 존나 고맙다."


적들이 잠시 주춤한 틈에 우리는 5층으로 이뤄진 주택으로 이동했다. 이 주택은 무기상이라도 차렸었는지 창고마다 총기와 탄약과 심지어 진압용 방패까지 있었고 옥상은 헬기가 착륙하기 아주 좋은 평평한 바닥에 사방을 돌벽으로 둘러 쌓은 형태였다.


그리고 지하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인 에드윈 그로스맨의 피커 조는 발견해선 안 되는 걸 발견했다.


"씨발... 이건 아니잖아"


그들이 발견한 건 양팔이 사슬에 묶인 채 옥상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이었다. 몇몇이 아직 숨은 붙었지만 꽤나 오랫동안 고문을 당한 모양새로 매우 지쳐있었으며 탈수 증상도 심각했다.


"알파 원, 알파 원. 여긴 피커 원(에드윈 그로스맨)이다. 지하를 확보했는데 좆같은 걸 발견했다. 입감했는가."


"피커 원. 여긴 알파 원. 수신 완료. 대체 뭘 발견했는데?"


"사람들이다. 이들은 묶여있었으며 고문을 당한 흔적이 선명하다."


"사람? 지하에?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라."


"사람 자체는 17명인데 이 중 11명은 사망한 상태고 나머지 6명도 상태가 심각하다. 이들을 데리고 탈출할 수 있는가?"


"6명... 저새끼들이 뭘 보낼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가능할 것이다. 확인되는 대로 다시 무전 주겠다. 다음(break), 1층에 클레이모어와 남아있는 지뢰 모두를 설치하고 응급처치만 해줄테니 4층까지 데리고 와라, 이상."


"확인."


그로스맨(피커 원)은 생존자를 확인하던 와중에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분명 희미하지만 제대로 된 단어였고 이는 본인을 지칭한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분대장님... 분대장님..."


"누구야? 누가 날 그렇게..."


그로스맨이 발견한 생존자는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아님 신이 내린 시련이었는지 파키스탄으로 떠나기 전에 자신의 분대원들이랑 노가리를 까던 그 아프가니스탄 병사였다. 아프가니스탄 병사의 죽어가는 동태눈을 바라본 그로스맨은 그에게 이미 비행기에서 사망할 당시의 찰스의 얼굴이 보였다.


"안 돼... 씨발 이건 아니야, 찰스!"


그로스맨은 결국 마주하게 된 참혹한 현실에 잠시 혼란을 겪다 바닥에 구토를 시원하게 쏟아냈다. 그 사이 남은 팀원들은 생존자를 모두 파악하여 구조한 뒤 4층으로 올라갈 준비를 마쳤다.


"찰스가 누굽니까? 이 사람입니까? 그나저나 조장님, 어서 가시죠."


"어... 그래, 스토크(피커 투)와 칸(피커 스리)은 마저 이 지뢰들을 1층 문이랑 창문에 설치해 주고 스케어(알파 포)는 나랑 같이 생존자들을 업힌 채 이동한다.


피커 조원들이 생존자들과 함께 4층에서 집결한 뒤 생존자들의 처첨한 몰골에 차마 할 말을 잃은 슬러시는 무전기를 붙잡았다. 또한 나와 패트릭은 그 사이에서 우리와 함께 대화를 나누던 아프가니스탄 병사, 암룰라의 얼굴을 발견했고 패트릭은 아예 그를 안아주기까지 했다.


"암룰라... 암룰라! 씨발 대체 이게 무슨 꼴인데?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슬러시는 이런 기막히는 상황에 더욱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고 마침 관제소와 무전이 연결됐다.


"로그, 여긴 알파 원이다. 변수가 생겼다. 현재 포로로 보이는 아프가니스탄 병사들을 구출했다. 생존자는 총 6명. 다음(break), 그러므로 탈출 인원은 총 19명이다. 우리가 타려던 수송기에 이 인원들을 수용 가능한지 입감 바란다."


"여긴 로그, 수신 완료. 생존자를 바닥에 눕힌다고 가정하며 안 될 건 없다. 그런데 그들이 모두 안전한 타겟인가? 입감 바란다."


"아 수신 완료, 여긴 알파 원. 여기에 우리 분대원과 친분이 있는 병사도 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군일 확률이 매우 높다. 탈출 요청은 그대로 유지한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이상"


"앞으로 20분 남았다. 오전 7시 정각. 아침 먹을 시간에 딱 맞춰서 수송기를 도착시킬테니 부디 위치를 사수해주길 바란다, 이상."


"혹시 CAS는 얼마나 요청 가능한가?"


"지금 바로도 가능하고 사용 후 다음 요청까지 5분 정도로 예상되지만, 상황이 급박하다면 언제든지 요청하라. 그럼 뭐라도 일단 보내주겠다."


"확인. 지금부터 이 통신을 듣는 모든 분대원에게 알린다. 탈출 헬기가 올 때까지 앞으로 20분. 오전 7시 정각에 도착할 예정이고 구출한 포로들부터 이동시킨 뒤에 우리도 탈출한다. CAS 요청은 언제든지 가능하니 필요한 경우 나에게 무전을 쳐라. 전원 본인의 자리를 사수하고 부디 살아서 이 주택을 빠져나가서 우리의 집으로 돌아가자. 전원 입감 했다고 생각할테니 대답은 생략한다."


"집으로 가자!"


이제 와칸 회랑에서의 최후의 20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