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저주인가, 희망인가


마법 도시 알테리아는 다른 국가들이 그랬듯 귀족들이 사회의 밑천을 깔아주는 국가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정식 마법사 양성을 맡는 아카데미를 제외한다면 정석적으로 봉건제에 가까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귀족들중 최고 존엄이라고 평가받는 가문이 하나 있었다.


이야기는 그곳의 다락방에서부터 시작된다.



조숙하고 젊은 처녀인 시종이 금발 머리를 뒤로 넘겨가며 백발의 남자아이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가르침은 오늘 하루만, 가문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셔야합니다."


"응!"


그 아이는 누더기 같은 헌옷을 입은채 다락방 먼지를 반쯤 뒤집어 써가며 이곳에서 살아가는듯 했다.


그리고 눈을 감는 그녀.


"그럼..시작하죠."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로부터 새하얀 장막이 연기처럼 나와 이 다락방을 금새 구석구석 감쌌다.


"이건..?"


"이건 제 고유의 힘, 저만의 힘인 '이능'입니다. 

선택받은 개인의 심상세계를 바탕으로 하는 힘이죠."


"으음..."


"..이해를 못하셨어도 결국 차츰 이해하실껍니다."


아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건 아니다, 익숙한 기분이 느껴진다.


"...여기서 클레어가 느껴져.."


"하하.."


그녀의 이름. 클레어.


클레어는 분명히 재능이 충분히 있는 그 아이가 자랑스러웠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잠깐이라는 틈에 이능의 기운을 눈치채다니..나와 자주 얼굴 보는 사이라고 터득할 수 있는 감각이 아니야.


역시 이분은..'


그녀의 다음 장기자랑, 아니 시험이 시작된다.


"저희 시녀들은 원칙적으로 도련님 앞에서의 마법 사용을 철저히 금하고 있습니다.뭐 식사 당번은 매번 저지만요.


아무튼 저의 이능은 일명 [한겨울의 이불]입니다,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이 안에서의 '마법 사용', '소리'는 [그 누구도] 감지하지 못합니다."


"마법이라면...!'


클레어는 앞치마속 주머니에서 익숙한 그것을 뽑았다.


"세상 주위에는 사방에 초자연적인 힘...일명 '마력'이 모래사장처럼 뻗어있죠.


지금 이곳에서도요.


그러니 이 널리고 널린 마력들을 감지할 수 있는 자들은 이걸 이용하기록 결심한겁니다.


그게, 마법사 역사의 시작이죠.

'마법'이란 마력을 이용하고 그들의 흐름을 이해해 앞날을 계산해내는것.


그리고.."


클레어의 손에 들린 그것은 파란 섬광과 함께 그 끝으로 마력을 인도한뒤 폭발하듯 힘차게 방출한다.


그녀가 계산한대로 퍼져나가는 마력은 나아감과 동시에 주위에 있는 먼지들을 전부 공기로 만들어버린다.


"이게 '마법 지팡이'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마법 보조형 지팡이'..."


단순한 상식들을 알려주는것만으로도 그녀의 감정이 벅차오른다.


그 이유는 본인만이 알수 있다. 하지만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그리 알기 어려운 사실이 아니다.


그녀가 재현한 마법을 다시 한번 재현해내 보는 아이, 그리고 방을 붉히는 마법을 사용하는 아이,

다락방의 썩은 판자를 수복하는 아이.


아이는 틀림없는 천재다.


의심할 여지 없는...


'드디어..우리에게도...희망이..!!'

"클레어!"


"네...?"


"우는거야?"


"아.."


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클레어가 우는건 싫어! 웃어줘! 클레어가 웃을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건 전부다 할게!"


"...전부요?"


그녀는 아이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그의 어깨를 잡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살아주세요, 도련님. 도련님은 '우리'의 희망이에요.."



다락방에서의 일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짧으면 짧게 길다면 길게 느껴질 시간,


어찌 됐든 이번 밤은...


"꼼짝 마라! 에르파 클레어!"

"가주님 명령없이 지금부터 한발자국이라도 움직였다간...!"


가문의 사람들을 떠받드는 마법사 사병들이 10명씩 자신을 갑자기 애워쌌다.


'[이불]로 확실히 기척과 소리는 감췄어...근데 어째서..?'


"그럴 필요 없다."


그리고 어두운 복도의 끝에서부터 천천히 모습을 보이는 중년의 남성.


"가..가주님..!"


지팡이를 들고 그녀를 위협하던 자들이 한순간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럴리가 없어..가주라도 그걸 감지했을리가..!'

그녀도 뒤늦었지만 가주 앞에선 복종의 의미로 무릎을 꿇는건 매한가지였다.


"내가 있으니, 굳이 '움직이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되지.


그나저나 클레어, 자네는 왜 무릎을 꿇는가?"


"..예?"


"의지가 꺾인자의 충성 따윈, 있으나 마나지."


가주의 말과 함께 클레어가 꿇지 않았던 한쪽 무릎이 말그대로 걸레 쥐어짜듯 찌그러져갔다.


"아아아아아악!!!"


"너에게 그 두 다리는 사치다. 

배신은 추악하고, 대가는 매정하지. 단순한 이치이니라."


클레어는 이 모든일에 대해 모른척하는 수밖에 없었으며 일이 순순히 풀려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가..가주님..살려주십쇼..전 이 가문을 위해 계속 헌신하지 않았습니까! 하물며 저희 사이는..!"


"클레어, 확실히 너의 이능안에선 어떤 것도 감지하지 못하지.


하지만 내 감각에 들어온것은 네가 이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였지...


아주 잠깐이였지만, 나 한사람뿐만이라도 확실히 느꼈다.

'우리 사이'가 있었기에 자네라는걸 알아챌 수 있었어."


그녀가 간과하는것은 그녀 자신의 무지함.


'뭐...?'


자신보다 압도적인 자에 대한 무지함이였다.


'0.1초에 가까운 그 시간사이에서...정확하게?'


"자..클레어여. '무엇'을 위해 그대가 내 눈과 귀에서 벗어나려고 했지?"


그리고 무지함은 무릇, 공포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