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동해 생태 조성도시.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감을 목적으로 인공적으로 건설된 해양도시다. 그리고 그곳에 지금, 작은 파란이 일었다.


금속 뼈대가 훤히 드러난 전투용 무인기계, 이른바 CB프레임이 사방에서 센서에 잡히는 모든걸 부수고 다녔다.


"...뭐야, 뭔데"


방금 막 청소를 때려치우고 밖으로 나온 한스도 그들에게 예외는 아니었다.


"젠장 이게 무슨 일이야"


한스는 서둘러 뒤돌아 창문을 열고 들어간 다음, 에타나가 들고있던 리모콘을 빼앗아 채널을 마구잡이로 돌렸다.


"갑자기 왜그러는 것이냐!"


에타나는 갑작스런 한스의 변화에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때마침 한스가 뉴스 채널을 틀었고, 곧 한스가 원하는 정보가 흘러나왔다.


-속보입니다. 신 동해 생태 조성도시에서 불법으로 개조된 CB프레임 수백여 대가 폭력 사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장 특파원 진기자가...


아르위움 또한 방 안에서 뉴스 소리를 들었는지 슬그머니 기어나와 TV를 보고있었다.


잠깐의 정적 끝에, 한스가 입을 열었다.


"...튀자. 짐 챙길거 챙겨!"


"왜 그래야 하는가?"


에타나는 순수한 궁금증으로, 다른 의도는 없다는 듯 물어왔다.


"재밌지 않는가? 움직이는 금속뭉치가 이젠 저 혼자 사람도 죽이다니!"


한스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에타나를 쳐다봤다.


'나이가 나이인건가? 결국 노망이 나버린건가?'


에타나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남은 감자칩을 입에 다 털어넣고는 다시 소파에 누웠다.


"간만에 재밌는 소식통이로구나!"


"그게 우리 동네만 아니였으면 말이지"


"그게 무슨 상관이로고"


"우리 집 밖에 저것들이 다 부수고 다닌다니까!"


한스가 소리를 지르자 밖에서 유리창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필시 집 앞 카페에 있는 유리창이 깨진것이리라.

이 빌어먹을 히키코모리는 그게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일인듯 여전히 히죽대며 뉴스를 보고있다.

한스가 뒤돌아서 유리창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수십대의 CB프레임들이 눈에 불을 켜고 -문자 그대로- 사람들을 쫒아가 죽일듯이 피투성이로 만들고 있었다.


"저게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고..."


아르위움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듯 트렁크 가방에 자기 짐들을 챙겨 현관까지 끌고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 빌어먹을 늙은, 치매걸린게 아닌가 싶은 이놈은 여전히 소파에 누워있었다.


"에타나! 제발 좀!"


"어차피 상관없지 않느냐? 나나 아르위움이 저정도 되는 졸개들을 상대하는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뭔가 지금 모르고 있는것 같은데... CB프레임은 설국 전선, 그것도 최전선에서 운용중인 군용 기체다 이거야. 그런데 그게 왜 여기서 저러고 있겠어? 답은 둘 중 하나지. 기계들이 단체로 미쳤거나, 설국측에서 저놈들을 해킹했거나!"


"그게 문제라도 되는가?"


"기계들이 단체로 미쳤으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후자는 전쟁이니까, 전쟁이라고! 당신이 날 이렇게 만든 그 날처럼!"


한스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자기도 모르게, 그 기억에 깊이 매몰되어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1천 야드 너머를 바라보듯 동공이 확장되어있었다.


"전쟁이라, 참으로 긴 시간 만에 입밖으로 꺼내는 단어로구나"


"...그리고 어느 상황이건, 조금 있으면 에셈테크 처리 병력이 들이닥칠거야. 심각한 상황이란 말이다"


ㅡ쨍그랑!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옆으로 돌아보자 그곳에는 창문을 깨고 들어온 CB프레임이 있었다.

CB프레임의 역삼각형 모양의 머리에서 스캔센서가 돌아가며 그들을 차례로 흝었다.


그리고ㅡ


깡-!


가벼운 금속음과 함께 CB프레임의 머리가 참수되어 날아갔다.


곧바로 시각감지 센서를 잃은 기계가 마지막으로 입력된 정보에 따라 집 안의 모든것을 부수기 위해 움직였다.


다시한번 금속음이 연달아 들리며, CB프레임의 관절부분에 칼이 날아들어 박혔다.


"머리가 없어도 움직이다니, 신묘한 물건이로다"


에타나가 손을 휘젓자 칼날이 비틀리며 꽂혀있던 부분을 완전히 박살내고는 다시금 에타나에게로 돌아왔다.


"별거 아니지 않느냐?"


"...가자"


한스는 별 다른 말 없이 에타나의 손목을 잡고서는 현관을 향해 냅다 달렸다.

눈치빠른 아르위움이 뒤를 이었다.

에타나도 최소한의 생각은 있었는지 그것을 거부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