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이 어지럽힌 데다가 그 수준이 아주 개 난장이면 더 말할 것도 없고.


"무당벌레 둘, 거름밭 발견. 먹이 셋 주겠음. 다시. 무당벌레 둘, 거름밭 발견. 먹이 셋 주겠음."


청소반 2조, 현장 도착. 시신 세 구 작업 착수. 기계적으로 외운 암호를 내뱉고 무전을 껐다. 밖은 이따금씩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만이 적막을 지웠고, 현장 건물은 눅눅한 이끼나 담쟁이 따위로도 가려지지 않는 잿빛 콘크리트 틈새로 녹슨 철골을 군데군데 드러낸 채 끈적한 바람을 뱉어내고 있었다.


"어메, 씨부럴 거. 어서 놀던 안진 몰러두 징허게 조사뿌렀네."


전남 출신도 아니면서 구수하게 사투리를 뱉는 맏형의 뒤를 따라 현장에 들어섰다. 문자 그대로 날고기의 냄새가 폐부를 코팅하듯 들숨에 섞여들었다. 마스크가 아니었으면 바로 기침을 터뜨릴 정도로 독하고 낯선, 막 죽은 '것'의 냄새. 반평생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 같은 구역감을 졸음 쫓는 껌으로 애써 몰아내며 장비 팩을 구석에 놓았다.


"핫따, 아그덜아! 바로 작업 드가야 쓰겄다. 이 쌔끼들 공구리에선 칼놀음허지 말랬드마 다 씨알 데 읍서. 을마 못 가 다 써들것네 이거."


맏형의 말대로 현장은 처참했다. 바닥은 말하기도 지긋지긋한 검은 물이 들어 현장의 윤곽을 강조하고 있었고, 이제는 옷이라 불릴 자격을 상실한 질 낮은 섬유 조직에 싸여 새하얀 외피를 설핏 내보이는 고깃덩이는 수혈만 해주면 당장이라도 다시 눈을 뜰 것처럼 생전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었다.


"하……."


열기 담긴 숨을 뱉어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목구멍 깊숙한 곳에 찐득하게 묻은 모독적인 감정을 쉬이 털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연은커녕 얼굴조차 몰랐지만 같은 종임은 틀림없었던 것의 생명이 박탈되었음을 오감으로 온전히 인식하게 되는 일은 얼마나 마주하든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의 내게는 현장을 마주치자마자 표정을 찡그리지 않는 일마저도 고역이었다.


"그래도 이번 것들은 토막도 안 내고 시간도 잘 맞췄고만. 막내야! 백에서 약이랑 브러시 들고 와라."


작은 형의 말에 고개만 살짝 끄덕여 응답하고, 시신에게서 눈을 돌렸다. 이런 걸 오래 봐서 좋을 리는 없다. 빠르게 해치우고 몫이나 받자.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장비 팩의 지퍼를 열었다.




작업을 시작하면 입을 열지 않는다. 우리 무당벌레 팀 대빵의 주도 하에 모두가 지키고 있는 최우선 규율이다. 선행교육 시기에도, 기초교육 시기에도, 실습 시기에도 귀가 터지게 같은 말만 들으니 잊을 수가 없는 규율. 말을 하면서 튀는 분비물 하나하나가 용의자 샘플로 등록될 가능성이 있어서 주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교관의 설명이었지만, 나는 작은 형이 자율 시즌에 고깃집에서 밥 한 끼 같이 하면서 지나가듯 말한 둘째 이유에 더 관심이 갔다.


"작업 치면 입 열지 말라고 조교한테 귀에 못 박히게 들었지? 내가 현장 여럿 뛰어보면서 느낀 건데 그거 이물질 튀기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너희들 속 썩지 말라고 하는 소리야."


현장의 것은 숨 하나도 최대한 가지고 나오지 마라, 현장 안에 있는 건 안에만 남겨두고 나올 줄 알아야 한다. 작은 형은 그리 말하며 바닥에 깔려 한 쪽만 다 탄 마늘을 집어 보였다.


"이 쪽을 봐. 다 타버려서 새까맣잖아. 근데 이걸 반대쪽은 몰라. 다들 그냥 불판에 오래 붙었으니 탔겠지 생각만 하고 마는 거지. 어차피 보이지도 않으니까. 우리가 이래 살아야 한다. 이 아랫면은 보이는 게 아니야. 우리가 반대쪽에 있는 한, 이쪽 면은 봐도 안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사는 게 맞다."


그래야 우리가 살아. 형은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었다. 그 때의 나는 아직 갓 현장에 배치됐던 터라 충격에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의견에 쉬이 긍정하기가 어렵다. 모든 이들의 결말이 우리가 치우는 시체의 모습과 완전히 같을 것이라고 절대 말할 수 없지만, 숨이 멎으면 닿게 될 종착지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은 제아무리 긍정론과 자기변론으로 도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오롯이 '산 자'들만의 권리이자 의무로 와닿는 까닭이었다. 비록 우리가 하는 일이 봉투로 사람 묶어 몰래 버리는 비도덕적인 짓거리라지만, 그 안에 담긴 직업의식은 장의사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어설픈 결론이었다.


"씨발, 뭐야."


정말 유감스럽게도, 그런 결론을 섣불리 내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뼈저리게 깨닫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 이게 여기 있어."


현장을 정리하다 발치에 채인 아빠의 손목시계를 알아채고 만 이 날, 내 모든 관념은 비틀리고 말았다. 주변에서 표정 없이 쏘아보는 무당벌레들의 검은 눈깔에 투과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