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무엇인가?

 

보수는 통합이다.

 

별의별 해석과 수식어가 난무하지만

오직 '통합'만이 보수라는 정치 스펙트럼이 갖는 의미이자, 핵심적인 아이덴티티다.

 

 

세계 수많은 나라들의 역사들을 살펴볼 때 국가적 위기의 순간에 국민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들게 했던 것이 바로 보수 정치의 역할이었다.

남북전쟁으로 사실상 '실패한 공화정 실험'이라고 낙인 찍혔던 미국의 역사는 보수파 링컨에 의해 통합된 정신으로 똘똘뭉친 미국 시민들의 저력으로 대활강시대를 이끌어내 세계 최강대국으로 이끌었다. '통합'이라는 보수적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링컨은 연방정부의 권위를 세우고 남북을 하나로 통합시켰다. 노예해방도 인권적 차원의 문제이기 이전에 보수 정치인들에겐 미국이라는 사회 통합을 위한 정치적 의미를 먼저 받아들였다. 

 

우리나라 보수 정치는 그 '통합'의 수단으로서 지난 수십년간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사용했다.

실제로 '반공주의'는 지난 수 십년간 우리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데탕트 시대가 전개된지도 반 세기를 넘겨가는 이 때에, 반공주의는 더이상 유효한 통합의 장치로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사회 여기저기에서 실증적인 현상으로서 나타나고 있다. 반공 이데올로기의 실효성이 없어져가는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 보수 정치가 제대로 된 정체성과 정통성을 재정립해야만 하는 때라고 나는 생각한다.

반공보다 훨씬 현대인들에게 적합하고 시민들이 받아들이기에 거부감이 없는 장치가 필요하다. 나는 그게 정통 민족주의라고 생각하지만. 그에 대한 해답은 내가 아니라 보수 정치인들의 몫이다.

 

 

어쨌든, 5.18 문제도 더이상 보수의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서 배제하고 부정하려는 옹졸한 생각을 갖는 이상 보수주의는 보수주의가 아니라 김일성주의나 나치즘과 같은 치기어린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들 스스로 국민통합이라는 정체성을 버린 이상 보수주의는 더이상 보수주의가 아니라 쓰레기라는 말이다.

 

나는 한국의 보수주의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할 때. 한국의 링컨, 한국의 처칠, 한국의 쑨원을 기대하는거지 한국의 자민당, 한국의 나치당을 원하는게 아니다.

그리고 그건 대다수 시민들이 동의하는 바일 것이다.

 

 

학생 시절 부모님의 전근으로 광주에서 몇 년 살았던 적이 있다.

이사 가기 전만 하더라도 난 묘한 선입견이 있어서 광주는 왠지 한참 낙후된 도시로 농민이나 일용직 노동자들만 있는 농업도시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가보니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제법 큰 도시였고 농민이나 빈민들만 있는게 아니라 수많은 중산층과 자영업자들과 공장주들 도시이기도 했다. 교회도 제법 많아서(나는 보수주의의 중요한 요소로 기독교를 꼽기도 한다. 난 미국식 정통보수주의자다.) 서울만큼은 아니더라도 광주의 야경을 보면 붉은 십자가가 광주 시내 곳곳을 밝히고 있던 광경을 본 기억도 있다.

 

 

마르크스의 유물론으로 따져봐도 중산층이, 자영업자들이, 공장주들이,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계급투쟁적 성격이 짙은 좌파적 정치 성향을 지니기보다는 자본가지향적이고 통합과 안정을 지향하는 우파적 정치성향을 지니는 것을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뇌의 주름에 따라 좌파와 우파가 결정된다는데, 광주 사람이라고 해서 특별히 뇌주름이 좌파인 시민들만만 양성한다는 비합리적 인종주의로 이 모순을 해석하는 븅신같은 논리를 집어치우고. 광주 시민들도 많은 사람들이 실제적인 정치 지향성은 우파에 가까운 사람들이 대다수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보수 지향적인 정치성을 지닌 광주시민들이 왜 지금껏 보수에 손을 들어주지 못했는가? 5.18 때문이고 그 5.18따른다는 '소위' 보수주의자라는 놈들이 전두환 찬양하고 5.18을 폭동이네 뭐네 어떻게든 깎아내리려는 엉큼한 수작들을 뻔히 보이면서 도시 자체를 빨갱이 집단, 즉 반통합의 상징으로 낙인찍어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데 손을 들어주고 싶더라도 들어줄 수 없는 것이다. 김대중을 비롯한 민주당 계열 정치인들은 광주 시민들의 이런 심리를 교묘히 잘 이용했다고 봐야할 것이지, 특별히 광주시민들이 김대중을 병적으로 좋아해서 그를 지지했다고 보는 건 비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만난 광주 사람들 중엔 김대중이라면 치를 떠는 분들도 많았다. 전남도청을 떼다가 자기 고향 근처로 이전시키는 바람에 5.18을 박제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쓸데 없는 비엔날레니 문화전당이니 별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생색냄녀서 상권을 다죽여버린 원흉으로 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나는 보수정치인들이 "국민통합"이라는 정체성을 제대로 재정립하고 그 일환으로 오히려 5.18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제스쳐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적 정치성향임에도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광주시민들에 대한 진정한 구원의 손길이 될 수 있으며, 진정한 동서의 통합이자 대한민국의 통합적 연대감을 강조함으로써 진정한 보수주의로 부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수주의가 본래의 정체성인 국민통합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결국 모두에게 버림받을 수밖에 없고, 그것은 비단 보수 정치인들의 몰락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몰락이다.

 

 

대한민국의 보수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보수가 살려면 보수의 본래 정체성인 "국민통합"을 제대로 재정립해야한다.

그러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5.18을 포용하고 그것을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삼을 필요성은 충분하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