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귀신도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면 둘 다 경우에 따라선 정말 극혐인 존재가 될 수 있는 것 같음

전에 읽은 공포 소설 내용인데

화자의 숙모가 꿈을 꿨는데 과일 장수에게 사과를 받았다고 함. 숙모는 그걸 감사하게 받고 맛있게 먹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왠 노파가 뱉으라고 화를 내더니 숙모가 얼타니까 입에 손을 쑤셔넣고 억지로 끄집어내서는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그걸 다시 조립?해서 온전한 사과로 만들어 숙모에게 돌려주고 사라졌음. 그리고 숙모는 임신한 것도 모르고 있다가 유산을 함.

여기까지는 꿈이랑 별로 연관지어서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 후에 이웃집 부부가 아기를 낳아서 보러갔는데 그 아기 이마에 이빨자국이 있었던 거임. 그 때 전에 꿨던 꿈이 떠올랐고 왠지 모를 꺼림칙함이 느껴져서 결국 친하던 부부와 사이가 소원해졌지만 지금은 다른 아이도 낳아서 잘 살고 있다는 그럭저럭 무난한 결말이었음.

정황상 그 할머니는 이웃 부부의 어머니거나, 조상 같은 거였겠지. 먹던 사과를 빼앗은 건 다른 집에 태어났어야 할 아이를 뺏어서 자기 자식들에게 준 거고. 중고등학생 때 읽은 거지만 처음 읽었을 때도 난 이 이야기가 귀신 때문에 무섭다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짓밟아서라도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현실적으로 쓰레기같은 행동 때문에 불쾌해졌음. 특히나 보통 사람은 대응할 수 없는 영적인 방식으로 이런 부조리를 저질렀다는 게 더 사악해 보이더라.

요즘 세상이 점점 각박해져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최근에 떠올리니 더더욱 기분 나빠지는 내용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