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아이티 부두교

부두교하면 굉장히 근본없는 종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아프리카의 여러 전통 부족, 왕국들이 나름의 체계를 갖고 믿어왔던 역사가 긴 종교임


그래서 아이티 같은 땅에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계 흑인들이 몰래몰래 부두교를 믿어왔어. 그게 자기들의 정신적인 지지대고,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고향 땅과 자신을 묶어주는 연결고리 같은거 였으니까.


아이티는 세계 최초로 흑인 노예들이 혁명을 일으켜서 독립국을 세운 나라인데, 혁명운동가들에게도 부두교가 굉장히 중요한 정신적 자원이었어. 심지어 처음으로 봉기를 일으키던 날에도 부두교식 의례를 치르고 식민지 종주국인 프랑스와의 전투에 나섰다고 하네.


그래서 부두교란게, 프랑스인 농장주들에겐 굉장히 위협이 되는 존재이기도 했어. 일종의 저항의 구심점 역할도 하고 하니까... 프랑스는 그래서 혼신을 들여서 흑인 노예들을 가톨릭 신자로 만들려고 했음. 물론 흑인 노예들은 겉으로만 가톨릭을 따르는 척하면서 가톨릭의 신, 천사, 성인 이런 것들을 부두교의 식으로 바꿔서 믿었지


다만, 생각보다 부두교가 프랑스의 지배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어. 바로 챈럼들이 잘 알 '좀비'였음. 좀비라는게 사실 일종의 부두교식 징벌이거든. 공동체의 규범을 어긴 죄인을 독약을 먹여 가사상태로 만든 후, 깨어날 때쯤 또다른 마약성 독약을 먹이고 뇌를 마비시킨 후 폭력을 가해서 영혼없는 노예로 만드는 형벌이야.



이게 말그대로 아무 영혼없이, 저항하지 않고 농장일만 하는 노예가 필요했던 백인 농장주들에게 너무 매혹적인 존재였을 거야. 그래서 일부 부두교 지도층들과 결탁해서 이런 영혼 없는 노예를 만들어 농장을 위한 생체도구로 쓰고자 했어. 자기 자아, 의지 같은 건 완전히 사라지고 그냥 명령과 통제를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존재니까 아무 저항도 없고, 편리하지...



노예 제도라는거 자체가 워낙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거니까, 저항하거나 도망친 노예들도 많았고, 그걸 수습하는 백인 입장에서도 나름 고충(?)이 있었을거, 근데 좀비는 그 자체도 영혼을 빼앗긴 채로 복종하는 노예고, 실제로 본인이 좀비가 안 되더라도 나름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심리전술로 효과가 있었을거임


게다가 좀비라는 게 일단은 가사상태에 빠진 사람을 한번 무덤에 매장했다가 꺼내서 만드는 거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죽은 사람'으로 처리가 돼. 그러니까 행정적으로 세금 등등 번거로운 거에서 빠질 수 있고 여러모로 편리한 존재가 되지


그래서 백인 농장주들은 부두교의 지도자격인 사제들을 대리 통치자로 이용하곤 했다고 하네. 자신들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흑인들을 좀비 상태로 만들고, 이들을 충직한 노예 상태를 영속적으로 두려고 했지


물론 원칙적으로 프랑스는 아이티 흑인들을 충실한 가톨릭 신자로 만들기 위해 애썼고, 저런 케이스는 음성적으로 있었을 거야. 아무튼 아이티는 독립을 하고 나서도 끝까지 가톨릭화가 되지 않았고 부두교가 민중종교로서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했음


어쨌든 부두교는 끝까지 흑인 노예들의 정신적인 버팀목 역할을 해줬고, 결국 아이티 혁명에도 영향을 주었음. 그리고 그 결과로 세계 최초의 흑인 노예들이 세운 공화국을 만들게 되지


근데 이 나라는 고생 끝네 독립했는데, 이런 류의 3세계 나라답게 독립  독립영웅들이 누구보다 빠르게 독재자로 변하고 만다. 심지어 자기들끼리 갈라서서 병신같은 땅따먹기 싸움을 벌이는  아사리판을 만들어 놨어물론 프랑스가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혐성질을 해서 아이티가 빚더미에 앉은 상태로 시작하는 불리한 지점도 있었음


또 기본적으로 19세기 외교세계 자체가 기독교 기반 유럽계 백인국가들이 주류였기 때문에 부두교 같은거 믿는 아프리카계 흑인들의 나라인 아이티가 끼어들 곳이 없었음... 사탕수수, 커피 같은거 팔 시장이 없었지

 

아이티는 처음부터 끝까지 역사가 기구한데, 나중에 아메리카 대륙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던 미국한테 먹혀서 다시 잠깐 동안 식민지배를 받는 신세가 되기도 . 물론 그때도 부두교는 근절대상이었고, 미국과 접촉하게 되면서 괜히 부두교가 요상한 악마의 종교라는 이미지가 미국 대중매체로 흘러가기도 함...


자주권을 되찾고 나서도 아이티는 끊임없는 군사 쿠데타와 폭정부패가 반복되었고 주민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어


본 내용처럼 부두교가 아이티 흑인 민중들엑게 분명히 정신적인 구심점, 지지대 역할을 한 건 사실인데 이상하게 이 나라 역사를 통틀어 거꾸로 악용당하면서 민중들의 삶을 더 처절하게 망가뜨린 부분이 많아. 독립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되면 올리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