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은 예로부터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야생동물의 위험성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깊은 산 속이 주는 기묘한 원시의 감각은,
그것이 한 낮이던 한 밤중이던 사람에게 기묘한 공포를 일으킵니다.
사람에게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 그렇기에 모험심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 모른다는 감각에 두려움을 느끼며 다가가려 하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간혹 깊은 산 속,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에서는 우리들이 아직까지 본적도 없는, 생각도 안해본 기묘한 생물과 마주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옛사람들은 그것을 두려워 하며 피하기도 했고, 경외하며 숭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이야기도, 그런 기묘한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산골 깊숙한 곳에 있는 마을이라면, 낮 밤 가리지 않고 흔치 않게 겪는 자연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물안개 입니다. 구름이 산 정상에 걸린다던가, 기화된 수증기가 산의 기온에 걸려서 안개가 된다 던가 해서 일어나는
제법 운치 있는 자연현상입니다.
조용한 시골 풍경에, 잔잔하게 물안개가 깔리면 제법 고즈넉한 선경과 같은 풍경이 감성을 불러일으켜 줍니다.
그런데, 이 안개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흘러 내려가는 안개 속에서, 천천히 나부끼는 하얀 너울 속에서
다른 무언가가 꿈틀 꿈틀 느리지만 확실하게 다른 리듬으로 구불 거리는 어떤 것
안개와 같지만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이 들게 꿈틀대는, 안개와 다르게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무언가.
옛 사람들은 그것을 안개와 같은것이 뱀과 같이 꿈틀 거린다고 해서 안개 뱀, 혹은 산무사(山霧蛇)라고 불렀습니다.
물안개와 같이 움직이고, 물안개 없는 곳에서는 볼 수가 없기 때문에,
하늘의 존재가, 땅이 궁금하여 구름을 타고 거닐다가 산에 걸려 내려왔다고 생각하고, 급작스럽게 물안개가 마을을 감싸면 공물을 집 밖에 두고, 집 안에서 축복을 기원하며 신으로서 섬기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하늘에서 죄를 짓고 벌을 받아 떨어진 존재라고 두려워하여, 비도 없이 해 조차 가리는 짙은 물안개가 급작스럽게 깔리는 날이면 안개 뱀이 온다며 두려움에 떨며 집안에 틀어박혀 아래 노래를 부르면서 물안개가 걷힐 때까지 기다렸다고 합니다.
『 훠이 가라 훠이 가라
재 너머로 굽이 굽이 가라
물안개 너머 꿈틀, 등성이를 굽이로 꿈틀
훠이 가라 훠이 가라
뫼 너머로 너울 너울 가라
실계곡 따라 꿈틀, 등마루에 너울로 꿈틀
여기는 암것도 없으니 훠이 훠이 가라
재 너머로 뫼 너머로 굽이로 너울로
훠이 가라 훠이 가라 훠이 훠이 가라 』
그저 생긴 것은 물안개와 함께 움직이며 꿈틀거릴 뿐인 생명체에 무엇을 두려워 하나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안개뱀을 직접 보거나 조우한 사람들은 모두 미쳐 발광하며 안개를 찾아야 된다 소리 지르고 무작정 숲으로 뛰어 들어가 실종되거나
발광하는 것을 간신히 뜯어 말려 묶어 둔다 하여도, 식음을 전폐하고 시름시름 앓으며 산으로 라고 반복하며 꿈틀거리면서 울부짖다가 피를 토하고 죽는다고 전해지기 때문에
신처럼 모시는 집단이던,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집단이던 안개뱀 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하려는 집단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쉽게도 세월이 지나면서, 여러 원인들로 인해 민속 토속 문화가 탄압 받고 쇠퇴하게 되고, 깊은 산골에서 살던 사람들이 점 점 도시로 모여 살게 되어 자연스럽게 깊은 산 속에서도 발길 들이기 힘든 깊은 숲에 살던 사람들에게나 전해지던 안개뱀에 대한 이야기도 그 맥이 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에 와 서는 물안개가 시도 때도 없이 낄 정도의 깊은 산 속으로는 갈 일이 더더욱 없었기 때문에 안개뱀에 대한 이야기는 전해지지도 않은 체 점점 더 쇠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 많은 사라진 민담 중에 하나일 뿐이기에 안개뱀은 쓸쓸하지만 이제 놔 줘야 하는 없어져 가는 옛 설화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깊숙한 산을 들어가는 심마니들이나, 암벽 등반을 하는 클라이머들 그리고 깊은 산에 있는 오지 군부대 사이에서 기묘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물안개 속에서, 꿈틀대는 무언가를 보았다고, 분명 안개 와는 다른 무언가였다고,
여러분은 물안개 속에서 꿈틀대는 무언가를 마주하신적이 있으십니까?
아? 의미없는 질문이었겠네요, 직접 봤다면 이미 끝났다는 소리니까
오늘의 이야기는 이만 줄이겠습니다.
다음번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