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을 만져보았다. 까슬까슬했다. 불편했다. 다시 손톱을 만져보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손톱이 엉망이었다. 이 손톱은 너무 딱딱하고 까칠까칠했다. 곡선도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너무 뾰족해서 손톱이 살 속으로 너무 깊게 들어간다. 특히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손톱의 양쪽 끝이었다. 손톱 양쪽 끝이 살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툭 튀어나와 있어서 너무 걸리적거렸다. 집이라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손톱깎이를 들고 손톱을 깎으면 된다. 하지만 나는 지금 학교에 있다. 학교에서 손톱을 만지는 것은 별로 보기 좋지 않지만, 손톱이 너무 신경 쓰여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도서관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화장실은 너무 냄새가 나고 조명이 어둡다. 불쾌한 곳이다. 옥상에서 하면 좋겠지만 옥상 문은 잠겨있다. 도서관이 이런 일을 하기에는 제일 좋았다. 일단 쾌적한 분위기다. 게다가 도서관은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다.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은 많아 봤자 한 자릿수이다. 게다가 그중 반은 만화책만 읽고 나머지 반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 관심 없이 오로지 책만 읽으러 온다. 시험 기간이면 꽤 북적이기는 하지만, 학교에서 도서관만큼 혼자서 조용히 무엇을 하기에 좋은 곳은 없는 것 같았다.

일단 거친 손톱을 다듬어야 했다. 손톱을 교복 겉옷에 가져가 긁어대기 시작했다. 거친 겉옷과 손톱이 만나면서 조금씩 손톱이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 손톱이 점점 매끄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기분이 좋았다. 어차피 손톱을 계속 정리하다 보면 다시 거칠어지지만 그래도 부드러운 손톱이 거친 손톱보다 마음에 들었다. 손톱을 살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이제 손톱을 입에다가 가져가 댔다.

그리고 그대로 물어뜯었다. 조심해야 했다. 손톱이 입에 너무 깊게 들어가면 살까지 같이 깨물 수 있다. 하지만 입에 너무 얕게 들어가면 손톱은 이빨 사이로 미끄러져 버린다. 몇 번 이빨을 딱딱거린 후에 손톱을 물어뜯기에 좋은 부분을 찾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대로 이빨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뚝하는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손톱 조각이 입속에서 튀었다. 그대로 손가락을 비틀어서 손톱을 찢었다.

다시 손톱을 입에서 꺼냈다. 손톱이 찢겨있었다. 다행히 손톱이 완전히 망가져 있을 정도로 너무 많이 찢기지도 않고 손톱을 찢을 수 없을 만큼 너무 조금 찢기지도 않았다. 이제 찢어진 손톱의 틈을 엄지손톱으로 파내기 시작했다. 아주 살살해야 했다. 손톱은 생각보다 훨씬 약해서 참지 못하고 힘을 너무 많이 주면 아차 하는 순간에 엄지손톱이 그대로 쭉 파고 들어가 버린다. 그러면 그 손톱을 볼 때마다 기분이 나빠진다. 다행히 이 손톱은 딱딱한 편이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손톱을 다듬고 물어뜯고 파내면서 손톱의 모양을 만들었다. 너무 뾰족하지도 않고 너무 평평하지도 않아야 한다. 가장 좋은 손톱은 손가락의 모양에 딱 맞는손톱이다. 그렇게 완벽하게 손톱을 만들고 나면, 손톱을 만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손톱이 손가락에 딱 들이 맞아 손가락을 만질 때마다 보드라운 살갗과 단단한 손톱이 같이 느껴진다. 그런 손톱이 달린 손가락은 보기에도 좋다.

그렇게 손톱 하나를 완벽하게 조각하고 나자 종이 쳤다.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오면서 남은 손가락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조금 아쉽기는 했다. 셋까지는 아니어도 둘은 할 줄 알았다. 대충 손톱을 다듬었다면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셋은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손톱을 만지다보면 마치 그림을 그릴 때처럼 온통 손톱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뒤처리를 할 때는 조금 힘들지만, 나는 이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손톱 조각을 정리하면서 나는 학교 끝나면 손가락을 찾아보기로 했다. 대부분 손가락은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아 결국 버리고 말지만, 오늘은 정말 좋은 손가락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항상 바라던 아주 긴 손톱이 있는 손가락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출처: SCP 재단 한국어 위키 (by Moulinet)

라이선스: CC BY-SA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