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2-33. 지옥훈련의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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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시디시의 왼팔은 그대로 날아가 가시위에 떨어져 박혔다. 죠셉은 에시디시의 팔을 자른 실을 가만히 만졌다.


“난 학교는 자주 땡땡이를 쳤지만 말야… 에리나 할머니에게 배워서 역사 하나는 잘했지. 2천 5백년 전 중국의 병법서에 『손자』 라는 게 있는데, 거기 이런 말이 나오거든. ‘승리란 싸우기 전에 이미 정해져 있다.’ 무슨 말인지 설명해주자면, 에시디시… 난 싸우기 전에 적에게 들키지 않도록 이런저런 작전을 짜두었다 이 말씀이야!! 넌 오래 살았을지언정 작전을 짜내는 머리는 나보다 한참 뒤떨어진다는 뜻이지!!”


죠셉은 자신의 꾀가 자랑스러운 듯 웃으며 에시디시의 잘려 나간 팔을 파문을 담아 걷어찼다. 팔은 가시에 박힌 채 빙그르르 돌다가 녹아 뼈만 남았다.


“느으으으…!! 네… 이놈!”


“오! 화났어, 에시디시? 파문에 팔이 증발돼서 화나냐~? 계속 화내봐라! 나는 더 빡 돌았으니까! 목에 박힌 독반지 때문에 지난 3주 동안 두 다리 뻗고 잠도 편히 못 잤다고!!”


그러나, 에시디시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 것이다.


“으, 으으… 으~ 흐흐흑, 너무해…”


에시디시는 뜻밖에도 눈물을 줄줄 흘리더니 이내 크게 울며 절규했다.


“HEEEEYYYYY!! 너어어무해에에에에에에에!!!”


“뭐… 뭐야? 뭐냐고, 대체? 엉엉… 울고 있잖아? 핏대를 세우며 분노할 줄 알았더니… 이 에시디시란 자식, 예상 밖이다! 왠지 으스스한걸! 떼쟁이 어린애처럼 울고불고 지랄이야!”


“AHYYYYYYYAHYWHOOOOOOOOOOHHHHHHHHH!! 내에에에에에에에에에파아아아아아아아아알!!”


“화를 내는 것보다… 오히려 기분이 더러워. 일찌감치 숨통을 끊어버리자!!”


에시디시에 다가가던 죠셉은 에시디시의 움직임이 멈춘 것을 보았다. 그리고, 눈물이 그쳐 한껏 진지해진 표정의 에시디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긴장감 넘치는 공기가 흘렀다. 에시디시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죠셉을 바라보았다.


“후- 후련하다. 나는 카즈나 와무우에 비하면 조금 거친 성격이라 말이지~ 격양해서 실수가 잦아질 것 같으면 엉엉 울어서 머리를 냉정하게 식히지. 『손자』…를 인용했겠다? 그거라면 나도 알지. 먼 옛날 중국에 가본 적도 있거든. ‘병(兵)은 곧 궤도(詭道)일진저!’ 전쟁이란 속임수(궤도)! 적을 화나게 만들어 마음에 동요를 일으키면 힘에 빈틈이 생긴다! 네놈이 하려던 것이 그것이겠지…? 그 수법에는 넘어가지 않는다.”


에시디시는 로긴즈의 시체에 다가갔다.


“하지만 죠죠라 했나? 네놈의 성장에는 경악했다… 네놈의 파문을 찬미해주지! 오랫동안 호적수가 없었거든.”


에시디시는 로긴즈의 왼팔을 발로 밟아 자른 다음 자신의 잘린 왼팔 자리에 붙였다.


“너… 이 자식! 시… 시신의 팔을!”


“흥! 좀 가늘지만 곧 하나가 되어 원래 굵기로 돌아오겠지.”


“큭! 뭐… 뭐야, 저건! 화냈다가 울었다가 말짱해졌다가.”


“오, 죠죠! 조금 두려워졌나? 지금 나에게 공포를 느꼈나?”


죠셉은 에시디시에 정곡을 찔려 할 말을 잃었다.


‘으… 으으, 이… 읽을 수가 없다. 난 싸울 때마다 언제나 상대의 기분과 심리 동향을 간파해 그걸 이용해왔어. 하지만 이 자식은 예상도 못할 정신 패턴을 가졌다. 오… 오히려 간파 당한 건 나일지도 몰라…’


그때, 죠셉은 로긴즈의 시신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


그리고 그 다음순간, 죠셉은 그 모습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로긴즈의 시신이 부글부글 끓더니 얼굴이 터지며 장기가 녹고 있었다.


“로긴즈 사범대리의 시신이!! 으아아아아아!”


시체에서 튄 피가 죠셉에게 묻자 죠셉은 그 열기에 매우 당황했다.


“뜨… 뜨겁다! 이… 이런! 로긴즈 사범대리의 시신이 끓고 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동물은! 운동이나 병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면 체온이 어느정도 올라가지… 나는 혈액을 섭씨 500도까지 올려 방출할 수 있다! 그것은 나무나 종이가 타는 온도! 그놈 시체는 팔을 절단하면서 잘린 곳으로 내 피를 흘려 끓게 만들었다! 와무우는 ‘신의 모래폭풍’이라는 바람을 다루는 유법(모드)을 지녔지만… 나는 ‘불꽃의 에시디시’. 열을 구사하는 유법(모드)!”


죠셉은 크래커를 꺼냈다.


“인간의 시신을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파괴하다니 끔찍하기는 하다만!! 일부러 그딴 연출로 나에게 겁을 주려는 수작이라면 안 먹히지, 안 먹혀!! 오오오오오오, 받아라!! 크래커 볼레이!”


죠셉이 던진 크래커에 에시디시는 그저 팔을 뻗었다.


“헹! 알아서 팔을 뻗어주시는 구만!! 내 파문은 한 달 전과는 다르다고! 게다가 크래커에는 식물성 기름을 발라 놨으니 파문 전도율은 100퍼센트지!”


그러나! 에시디시는 자신의 오른손을 반으로 갈라 공격을 회피했다. 죠셉이 당황하자 에시디시는 한껏 조소했다.


“역시 겁을 먹었구나. 마음의 동요 때문에 조바심이 생겨… 안이한 방법으로 공격했던 건 바로 네놈이다, 죠죠…”


에시디시의 손톱이 마치 뚜껑처럼 열리더니 그 자리에서 혈관들이 마치 촉수처럼 기어 나왔다.


“얼굴에 혈관침을 꽂아 끓는 피를 집어넣어 부글부글 끓는 스튜로 만들어주마… 이거나 먹고 죽어라, ‘괴염왕(怪焰王)’의 유법(모드)!!”


혈관이 죠셉을 찌르자 죠셉은 뒤로 날아갔다.


“끄어어어어억!!”


같은 시각, 리사리사의 와인잔이 갑자기 깨져 버렸다.


‘!… 죠죠…’


리사리사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문뜩 죠셉을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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