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2-37. 다가서는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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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시저가 리사리사의 방에 들어오며 죠셉을 찾았다.


“죠죠! 너…! 응?”


죠셉이 멀쩡하게 서 있자 시저는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시저… 드디어 왔구나, 메시나한테는 이겼어?”


죠셉이 고개를 돌리자 시저는 미소를 짓다가 헛기침을 하며 평소의 묘하게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에시디시하고 싸워서 살아남았구나? 억세게 운도 좋은 놈.”


“그래… 근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야. 저기 좀 보라고.”


죠셉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리사리사가 수건 한 장 만을 걸친 채 있었다. 시저는 그 광경을 보고는 죠셉의 멱살을 잡았다.


“죠죠! 너 이 자식… 선생님께 무슨 짓을 했어!”


“넘겨짚지 마, 바보야! 그쪽이 아니라! 구석에 있는 수지Q를 보란 말이야!”


방의 한쪽에 수지Q가 앉아서 울고 있었다.


“에시디시의 잔해야! 녀석의 뇌와 혈관이 파문을 못 쓰는 수지Q의 몸에 달라붙었어! 빌어먹을!!”


수지Q는 계속 훌쩍였다.


“살려줘, 시저. 제바알. 둘이서 날 괴롭혀… 넌 안 괴롭힐거지, 시저?”


시저가 당황하자 죠셉이 충고했다.


“속지마… 수지Q의 의지가 아니니까… 에시디시가 말하는 거야.”


리사리사도 거들었다.


“시저, 적석이 우편선에 실려 출항하고 말았어요. 이곳은 우리에게 맡기고 우편선을 쫓아가 적석을 되찾아오세요! 만일 우편물이 열차에 실려 베네치아를 떠난다면… 이곳은 관광지! 세계 어디로 날아갈지 영영 알 수 없게 될 거예요!”


그 순간, 수지Q는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시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얼굴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시저는 쓰러져 피를 흘렸다.


“못 쫓아 간다! 쫓아가려거든 나를 죽인 다음 가라, 개 같은 것들아!”


또 다시 그녀가 특유의 푸른 눈동자를 번뜩이더니 입에서 굵은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피부에서 기묘한 촉수 같은 것이 올라왔다. 그 모습에 시저는 매우 경악했다.


“으윽… 남자 목소리! 에시디시의 혈관이 그녀의 온몸을 안에서 지배하고 있는 건가?!”


혈관이 수지Q의 피부를 찢고 나와 문틀에 달라붙었다.


“크샤샤샤샤샤! 와봐라! 덤벼봐라!! 파문으로 날 죽여보라고! 네놈들의 파문이라면 이렇게 된 나 정도는 쉽게 죽일 수 있을걸! 하지만! 이 계집의 심장 또한 파문의 충격에 견디지 못하리란 것은 알고 있겠지! 이 게집애의 목숨을 담보로 공격할 수 있을까?! 네놈들이 그럴 수 있다면 얼른 날 죽여보시지! 바보 천치들아!”


그 말에 죠셉이 양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붙잡았다.


“야! 사람 우습게 보지 마라, 에시디시! 겨우 여자 하나 목숨 잃는다 해도 그건… 인류 전체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야. 난 어쩔 수 없는 손실이라고 생각하거든? 박살나라, 에시디시!!”


죠셉이 그녀를 향해 주먹을 날리자 지켜보던 두 사람은 정말 죠셉이 수지Q를 끝내 버리려는 줄 알고 경악했다.


“지… 진심이냐, 죠죠?!”


“서… 설마!”


“진짜로 날려버린다 이 자식!!”


그러나, 죠셉은 차마 수지Q를 공격할 수 없었다. 죠셉은 주먹을 치우며 소리쳤다.


“빌어먹을! 너… 이 새끼! 몸에서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꼼짝도 안 하잖아!”


“허세부리지 마라! 네가 이 여자를 죽일 수 있을 리 없지.”


에시디시는 죠셉을 조롱하며 비웃었다. 그 시각, 우편선은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이제에…부터어!”


에시디시는 수지Q의 피부를 찢기 시작했다.


“이… 자식! 수지Q의 몸에 무슨 짓을 하려고!”


시저에 이어 죠셉이 소리쳤다.


“그… 그만두지 못해. 에시디시!”


“이제부터어 남은 힘을 쥐어짜내 나의 마지막 능력을 보여주마! 이 여자의 몸과 함께 폭발해 네놈들을 모두 용암탄 같은 나의 혈액으로 날려버리겠다!”


수지Q의 피부에서 피가 튀기 시작하자 시저가 소리쳤다.


“수지Q의 몸이 점점 파괴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수지Q는 물론이고 우리까지… 피해를 입고 말아!”


결국 리사리사는 결단을 내렸다.


“어… 어쩔 수 없군요! 죠죠, 파문을 수지Q에게 사용하세요!”


“빌어먹을… 왜 나만 갖고 그래! 독일군 슈트로하임의 다리를 자를 때도 영 내키지 않았는데! 방법이! 뭐…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내가 하겠어요!”


리사리사의 말에 시저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아… 아닙니다, 선생님! 제가 하겠습니다!”


그때, 죠셉은 무언가 번뜩였다.


“자… 잠깐만, 시저! 좋은 생각이 났어! 기름 기둥에서 익혔던 파문 효과! 그… 그거야, 그거! 이판사판이지만 해볼 수밖에 없어! 너랑 나, 두 가지 파문말야. 두 가지!”


“그… 그렇구나, 그거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알겠지?”


“알았어. 죠죠, 타이밍은 나한테 맞춰라. 간다!”


둘은 수지Q의 몸에서 튀는 피를 피하면서 정확히 수지Q에게 일격을 가했다. 죠셉은 그녀의 머리와 다리를, 시저는 허리를 찔러 파문을 보냈다.


죠죠가 몸 전체에 흘려보낸 것은 튕겨나는 플러스 파문! 시저가 심장에 일점집중 시킨 것은 달라붙는 마이너스 파문! 다시 말해 심장은 파문 에너지가 플러스+마이너스=제로!


수지Q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더니 에시디시의 뇌가 몸 밖으로 튀어나왔다.


“견디지 못하고 튀어나왔군…”


리사리사가 중얼거렸다. 에시디시의 잔해는 죠셉의 몸에 달라붙었으나 이윽고 태양빛에 완전히 노출되며 재가 되었다.


“이대로 두면 돼… 햇빛에 사라질 테니까.”


죠셉이 중얼거리자 시저가 쓰러진 수지Q를 부축하며 말했다.


“구역질 나는 놈이었어. 여자 몸에 달라붙다니, 추하기 짝이 없군!”


그러나 죠셉은 재가 되어 가는 에시디시의 뇌를 붙잡으며 씁쓸하게 그것을 바라보았다.


“시저, 그 반대야. 나는 이 녀석과 싸웠으니 알 수 있어… 이 녀석은 긍지를 버리면서까지 어떻게든 동료를 위해 살고자 했지… 적석을 손에 넣으려고. 몇 천 년을 살아왔는지는 몰라도, 이 녀석은 자기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살았던 거야… 선악은 둘째 치고서라도… 이놈의 생명에게만큼은 경의를 표하겠어!”


그렇게, 열의 유법의 에시디시는 파문과 태양빛에 불타 사라졌다… 이제부터 죠죠 일행은 어디론가 발송된 적석을 추적해야만 한다. 카즈가 손에 넣기 전에 적석을 확보해야만 한다… 심장의 독반지가 용해될 때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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