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2-51. 100대 2의 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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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에는 그에 합당한 때와 장소가 필요한 법! 와무우, 희망사항을 말해 보거라!!”


“오늘밤은 만월! 시간은 그때, 장소는… 이곳으로부터 남동쪽으로 15킬로미터 떨어진 피츠베를리나 산의 기슭에 ‘해골 힐스톤’이라 불리는 고대의 스톤 서클이 있다. 고대인들이 천체관측을 위해 만든 거석 축조물이지만, 훗날 결투장으로 쓰여 수많은 전사들이 영광과 죽음의 운명을 나누던 곳이지!”


“얀마! 맘대로 정하지 마! 너희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죠셉이 조건에 대해 화를 내자 근처 천장에 매달려 있던 오른쪽 얼굴에 흉터가 있는 흡혈귀가 소리쳤다.


“닥치고 있어! 대등한 입장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머저리!”


“야, 거기 흡혈귀! 나더러 지금 머저리라고 했냐? 너 좀 내려와봐!”


죠셉이 흡혈귀와 쓸데없는 말싸움을 하는 동안 카즈는 와무우의 선택을 허락했다.


“와무우! 제법 재미있는 선택이로구나. 고대 격식에 따라 싸우겠다는 뜻이렸다? 그렇다면 적석은… 죠죠! 네놈이 오늘밤 자정! 적석을 스톤 서클이 있는 곳까지 가져와라. 시한장치인지 뭔지는 떼어놓고 말이다… 계집은 인질로 이곳에 남는다!”


카즈는 그 말과 함께 호텔 안쪽으로 사라졌다. 뒤이어 와무우도 죠셉을 슬쩍 보더니 카즈를 따라 사라졌다.


“리사리사!”


죠셉의 걱정 섞인 말에 그녀가 답했다.


“우리가 이대로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당연한 요구지요. 죠죠… 적석을 가져오세요. 내 걱정은 말고.”


“그래… 반드시 결투장으로 갈 테니. 믿어줘.”


“믿어 의심치 않아요.”


그때, 아까 그 흡혈귀가 죠셉 옆으로 내려와 조롱했다.


“KUKUKU, 니들 분명 호되게 당할걸? 어떻게 이기겠다는 거야~ 이대로 항복하든가 자살하는 게 어때? 아니면 이몸께서… 피를 빨아 주랴~?”


“야, 입 냄새 난다… 가까이 오지 마라. 난 지금 빡 돌았으니까!!”


죠셉은 주먹으로 그 흡혈귀의 코를 박살 낸 다음 놈의 혀를 길게 잡아 늘렸다.


“어허! 아직 쓰러지긴 이르지!”


혀에 죠셉의 파문이 전해지며 흡혈귀는 자신의 혀를 깨물었다.


“파문이 들어간 네놈 피라도 빨든가.”


죠셉은 그 말과 함께 방을 나갔다. 그 흡혈귀는 당황하다가 그대로 녹아 내렸다.


죠셉은 홀로 돌아가 방법이 없던 오른팔을 절단한 시저를 들쳐 매고 호텔 밖으로 걸어갔다.


“어째 난… 여태껏 내 생각만 하며 살아왔는데… 지금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이 감정은… 이것이 인(仁)이란 건가? 빌어먹을! 그 자식들을 해치우고 싶어서 도저히 못 참겠다고, 이 죠죠가! 시저와 메시나… 리사리사, 모두의 마음을 위해 싸우겠어…”


호텔에 도착한 죠셉은 리사리사의 가방을 열었다. 적석은 아무런 장치도 없이 짐 속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역시, 시한폭탄 같은 건 없잖아. 리사리사 그 여자, 그런 상황에서 블러핑을 치다니 진짜 대단해. 어디~? 겸사겸사 갈아입을 팬티라도 가져다드릴까?”


음흉한 미소와 함께 짐을 뒤지려던 죠셉의 눈에 그녀의 짐에서 떨어진 사진이 들어왔다. 그 사진은 한 노부인의 사진이었는데, 죠셉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사람이었다.


“어라? 이 사진은… 에리나 할머니잖아! 왜 리사리사가 할머니 사진을 가지고 있지? 어! 한 장 더 있네.”


죠셉은 그 옆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다섯 명의 남녀가 있었는데 앞에 앉은 금발의 젊은 여자와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눈빛이 낯익은 중년의 남자, 뒷줄에 서서 아기를 안고 있는 긴 흑발의 남자와 체크무늬 실크 햇을 쓰고 있는 금발의 남자가 있었다.


“뭐지, 이 사진은? 1889년 5월…? 50년 전이네.”


죠셉은 사진속의 이들이 익숙한 사람임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젊은 남자는 스피드왜건! 그렇다면 이 중년의 남자는 시저의 할아버지! 에리나 할머니! 그리고 스트레이초잖아! 광기에 빠져서 나와 싸웠던 스트레이초가 갓난아기를 안고 있어! 리사리사! 그러고보니 난 그 여자의 개인사나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대체 그 여자가 왜 이런 사진을 가지고 있지?!”


죠셉의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날 밤, 죠셉은 해골 힐스톤에 적석을 들고 나타났다. 죠셉은 성냥불을 비추어 그것이 진품임을 보여주었다.

“좋아, 진품이군… 약속대로 도망치지 않고 적석을 가져왔으니, 우리도 약속을 지키겠다… 1대 1의 결투를 받아주마!”


죠셉은 리사리사에게 적석과 그녀의 사진첩을 건내주었다. 그걸 받아 든 리사리사가 말했다.


“이 사진을 봤다면,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사실, 싸우기 전에 이야기하려고 했지만요…”


“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


“50년 전… 에리나 씨는 대서양을 항해하던 배에서 남편, 죠나단 죠스타를 잃었어요. 다시 말해 당신의 할아버지를. 에리나 씨는 그때 한 갓난아기를 구했지요… 그것이 나… 그 사진의 아기는 나예요.”


심드렁하게 이야기를 듣던 죠셉의 표정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자… 잠깐 기다려봐, 50년 전인데? 50년 전에 갓난아기였다면… 다, 다… 다, 다, 당신~ 대체 몇 살이란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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