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4-18. 니지무라 형제 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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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핫 칠리 페퍼의 일이 있었던 그 다음날, 모리오 그랜드 호텔. 324호실 죠타로의 방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쿠죠… 죠타로 씨 되십니까?”


“처음 듣는 목소리로군. 누구지? 그러는 당신은?”


“누구든 무슨 상관입니까… 쿠죠 죠타로, 당신… 이 모리오초에서… 당장 떠나주십시오.”


죠타로는 커튼을 걷어 밖을 바라보았다.


“누구인지도 모를 놈이 갑자기 이유도 없이 떠나라고 하다니… 네가 나였다면 고분고분 떠났을까?”


“활과 화살을 가진 사람입니다.”


죠타로는 예상치 못한 말에 깜짝 놀랐다.


“니지무라 케이초의 활과 화살을 가져간 것이 저입니다… 당신을 죽여버릴 수도 있지만, 듣자하니 죠타로 씨… 당신은 시간을 1, 2초 정도 멈출 수 있다면서요? 게다가 정확한 동작과 터프함을 자랑한다고 하니… 조금 버겁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일단은 전화로 경고하기로 했습니다…”


“너도 스탠드 유저냐? 활과 화살로 뭘 하려는 거지?”


“딱히 당신에게 피해를 입힐 생각은 없습니다. 히가시카타 죠스케도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제가 먼저 손을 대지는 않을 겁니다. 기껏 스탠드 능력이란 것을 얻었으니… 좀더 재미나게 살려는 것뿐이거든요. 입시니 취직이니. 거추장스러운 인생은 사양하고 싶어서.”


“학생인가, 네놈?”


그는 정곡을 찔린 듯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딴 거야 아무럼 어때서! 잘 들어! 우리 마을에 오래 눌러 있다간… 당신도 죠스케도 죽은 목숨이야! 알아들었어?!”


“이 마을에 너 말고 스탠드 유저가 몇이나 있나…?”


그때, 갑자기 전화기에서 스파크가 일더니 전화기는 폭발하여 산산이 부서졌다. 죠타로는 박살난 전화기를 바라보다가 뺨에서 흐르는 피를 닦더니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이거야 원. 역시 한동안은 이 마을에… 머무르게 되겠군.”


그로부터 며칠 후, 한창 일상이 흘러가던 어느날 아침, 코이치는 마운틴 바이크를 타고 등교길을 달렸다.


“입학 축하 선물로 받은 마운틴 바이크… 역시 신품은 좋아. 한동안 버스 통학은 못 하겠어!”


코이치는 커브길을 멋지게 드리프트하여 지나가던 중 길가에 놓여있던 자루를 밟고는 그대로 넘어졌다. 코이치는 고통에 신음하다가 자루를 바라보았다.


“뭐… 뭐지? 저런 곳에 자루가… 이, 이상한 감촉이 났는데…”


자루에서는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자루에서 붉은 물이 흘러나오자 코이치는 경악하고 말았다.


“서… 설마! 설마… 저, 저 자루 안에는…! 어… 어떡해! 어째서 저런 곳에… 왜 저런 곳에 있는 거야!”


자루에서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물론 코이치는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어… 어떡해!! 쳐버렸어! 어, 어쩔 수 없었어. 저린 데 있었는걸! 이런 상황에선 어쩔 도리가 없어!”


“맞아! 지금 내가 봤는데… 그건 네가 잘못한 게 아니었어.”


코이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벤치에 앉아있는 이는 코이치 보다 약간 큰 수준의 작은 키에 죠스케나 오쿠야스와는 다른 스타일의 리젠트 머리를 한 험상궂은 남자였다.


“어쩔 수 없는 사고였지… 저런 곳에다 말야… 죄도 없는 새끼 고양이를 자루에 넣어 버린 놈이 잘못이지. 참 못됐다니까들~ 정말 인간이 싫어.”


“치… 치료해야 겠어요.”


“치료? 헛수고야. 이젠 울음소리도 안 들리잖아? 죽었어. 자전거 좋네… 그 울퉁불퉁한 타이어에 제대로 깔렸던 거지. 새끼 고양이라면 온몸의 뼈가 오도독 부러져서 말야~ 입으로 내장이나 눈알이 다 튀어나왔을걸. 불쌍하게도~”


코이치의 표정이 죄책감으로 물들어갔다.


“아! 넌 잘못 없어… 잘못하지 않았어! 고작해야 새끼 고양이인걸~”


“저… 저 고양이… 묻어줘야 겠어요…”


“묻어 준다고~ 너 이름은 뭐니? 그 교복… 난 말야, 2년 전에 그 학교 졸업했어. 코바야시 타마미라고 해. 넌 1학년?”


“아… 네… 히로세 코이치라고 합니다.”


“그립구만~ 고등학교 시절. 그땐 참 좋았지. 뭐… 일단 여기 앉아봐, 히로세 군!”


“네?”


“됐으니까 일단 앉아보라고!”


타마미는 자기 옆에 앉은 코이치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그래서… 말이야, 제안이 있는데. 저 고양이는 내가 묻어줄 테니 돈 좀 내놔봐.”


코이치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타마미는 언성을 높였다.


“야, 내 말 안 들려?!”


“무… 무슨 말씀이세요?”


“어라라? 시치미 때면 안 되지! 그야 물론 넌… 잘못이 없어! 하지만 내 고양이를 죽여 놓고 그냥 가버릴 생각이야? 얼굴은 곱상한 게…”


코이치는 여기서 이 남자가 누군가를 돕거나 하는 그런 멀쩡한 인간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코이치가 고양이를 친건 사실인데.


“’내 고양이’라고요?”


“그래~ 그렇게 말했잖아! 난 한가한 사람 아니거든? 냉큼 지갑 내놔, 짜샤.”


“다… 당신이 놔둔 거예요? 저, 저, 저기에, 새끼 고양이를?”


타마미는 코이치를 노려보며 위협했다.


“너 인마~ 이제 와서 그딴 게 무슨 문제가 되냐? 그래, 내가 놔둔 고양이인 건 맞아. 그렇다고 해서 그냥 가버릴 생각이었냐고 묻잖아! 내가! 가엾은 고양이를 치어 죽인 건 형씨! 너였어. 죄책감이란 게 있지? 만약 돈을 내서 말이야~ 마음의 죄책감이란 데에 걸린 자물쇠가 풀린다면… 지갑을 내놓는 편이 낫지 않겠어? 커피 값 정도면 돼~ 난 강도가 아니거든. 당장 내놓으면 조금은 남겨줄게.”


코이치의 마음에 죄책감이 감도는 순간, 그의 가슴에 자물쇠가 걸렸다. 코이치는 경악했다.


“앗! 뭐, 뭐야?! 이… 자물쇠 같은 물건은?! 몸에 달라붙어 있어! 무… 무거워!”


타마미는 코이치의 반응에 미소를 지었다.


“너… 보이냐? 그 자물쇠가… 헤헹~ 보인다면 이야기가 편하겠구나… 히로세 군!”


“이건…!! 스탠드!”


때마침 등교하던 오쿠야스가 코이치를 발견했다.


“어, 죠스케. 저기 있는 거 코이치 녀석 아니야?”


“응, 정말 코이치네. 저 녀석은 사교성이 좋기는 한데… 꽤 인상 더러운 놈하고 같이 노는 일이 많구만.”


“그래도 재미있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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