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1507448 





 우루시하라 코우지는 타마강을 보며 전자담배를 입에 물었다. 해가 지고 밤이 저물어 야근을 하는 불쌍한 직장인들을 빼면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우루시하라는 둑에 몸을 반쯤 기대고 강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지평선을 따라 늘어진 수많은 건물들에서는 밤임에도, 아니, 밤이기 때문에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타마강 역시 그 빛을 받아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강 건너는 도쿄도 오타구였지만 이쪽은 카나가와현 카와사키시였다. 화려한 도쿄와는 달리 우루시하라가 서있는 동네는 조용한 주택가였다.

 강 건너편의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는 간간히 들려왔다. 이곳의 주민들에게는 일상의 소리일 것이었다. 이곳에 처음 온 우루시하라에게 있어서는 교외를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여유였다.

 물론 그가 이곳에 이 거리에 사는 사람들처럼 쉬기 위해 온 것이라는 말은 아니었다. 그는 엄연히 일하는 중이었다. 지금 그가 하는 일은 사람들에게 말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는 일반인이라 불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와 같은 사람들을 묘사하는 수많은 단어가 있었지만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야쿠자라는 말이었다. 이 말을 듣는다면 그가 입고 있는 밝은 색의 넥타이 없는 양복이 좀 더 쉽게 설명이 될 것이었다.

 그가 어째서 야쿠자가 되었는가. 그것은 그도 대답하지 못할 것이었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어있었다. 그런 결과론적인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아니, 이것은 모든 사람의 답변일 것이었다. 모두가 결과를 이야기하지만 누구도 과정을 기억하지 않으니.

 타마강변을 보며 담배를 피우는 우루시하라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생각 뿐이었으니까. 어째서 야쿠자가 된 것일까. 하이 리크스 하이 리턴이라는 말이 그의 머릿속을 지나갔다. 그는 리크스가 무슨 뜻일까 고민했지만 그는 알 수 없었다. 원어는 리스크라는 것도.

 아무튼 그가 기대한 것은 그것이었다. 하리하리. 줄여부르니 뭔가 코미디 영화 제목이 어울리는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영화를 만들어 큰 돈을 벌지 못했다. 그에게 하리하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단칸방에서 월세를 내고 살아야 했고 그의 큰 걱정중 하나는 자신의 집주인이 그가 야쿠자라는 것을 알고는 그를 집에서 내쫓을까 하는 것이었다.

 집주인의 갑질이라고? 일반인에게 그런다면 그런 답변을 법정에서 들을 수 있었겠지만 야쿠자가 상대라면 합당한 조치라는 말을 들을 것이었다.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큰 돈을 벌어야 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바로 그것이었다. 야쿠자가 세입자로 살기 힘들면 집을 사면 된다. 실제로 그렇게 사는 야쿠자들은 많았다.

 그러나 그것은 고위 간부들이나 통용되는 일이었다. 우루시하라와 같은 말단부하들은 단칸방 월세 내는 것도 벅찼다. 후회를 한다 한들 이미 늦은 일이었다. 야쿠자란 일본 사회에서 낙인과 같은 것이었다. 야쿠자를 그만두고 일반인으로 돌아가도 모두 그 사람을 전직 야쿠자라 불렀다.

 게다가 야쿠자를 그만두는 것 역시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평생을 바친 조직에서 나가는 것이었다. 자신의 모든 기반, 직위를 내려놓는 것도 모자라 살해위협까지 받기도 했다. 야쿠자가 된 이상 결국 야쿠자로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야쿠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일본의 시스템은 오히려 야쿠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늪에 빠트릴 뿐이었다.

 우루시하라는 자신이 그 늪에 빠졌다는 것을 체감할 때마다 견디기 힘들었다. 담배, 술로도 부족한 고통이었다. 먼 옛날 자신의 치기어린 선택이 가져온 결과는 그의 남은 인생과 함께할 것이었다. 후회한다 한들 이미 늦은 다음이었다.

 “뭐가 신센카이 직계단체라는 거야. 결국 말단조직원은 이꼴인데.”

 그는 푸념을 입에서 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아무도 없는 강가 둑에서 그는 불만을 토해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말이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우루시하라씨, 여기서 기다리고 계셨나요?”

 자신을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에 그는 피우던 전자담배를 끄고 양복 윗주머니에 넣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뒤쪽의 주택가를 보자 어린 여자가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분홍머리를 한 교복을 입은 소녀는 TV에서 보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아직 시간은 남은거 아니었어? 시간 전에 보내줄 손님은 얼마 없을 텐데.”

 “순식간에 싸버리더니 현자타임 모드로 넘어갔거든요. 자괴감에 빠진 표정을 지으며 돌아가라 하던데요.”

 모모는 자신이 겪은 일이 아무것도 아닌양 말했다. 그녀가 하는 일을 쉽게 말하자면 출장 섹스였다. 일본은 성매매가 불법이 아니냐 물을 수도 있었다. 불법이 맞았다. 성매매는 말이다. 성매매란 무엇인가. 돈을 받고 성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바이오로이드의 인조 질에 성기를 넣고 정액을 싸는 것을 성관계라 할 수 있을까. 법원은 바이오로이드와의 성행위를 성관계라 정의하지 않았다. 도구를 사용하는 자위의 하나로 규정했기 때문이었다.

 우루시하라가 한 일은 고객에게 바이오로이드를 ‘대여’하는 것이었고 고객은 규정을 넘지 않는 ‘행위’중 하나를 했을 뿐이었다.

 그 행위는 단순히 질과 음경의 교합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음경을 사용해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만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었다. 고객들 중에는 단순히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바이오로이드의 힘이 필요해서, 심지어는 2인용 게임을 같이 하기 위해 부르는 일도 있었다. 특정 바이오로이드를 지명한 사람의 경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직접 보고 싶었을 뿐인 사람도 있었다.

 이번일의 경우에는 그저 흔히 일어나는 일일 뿐이었다. 우루시하라는 어둠속에서도 가로등 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모모의 허벅지를 바라보았다. 그것의 허벅지에는 흰 액체가 한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모모의 허벅지를 닦아주었다.

 “뒷처리는 잘 하고 나왔어야지. 내가 남이 싼 정액이나 닦아줘야 하는 처지라니.”

 “그 남자, 한발 싸더니 한숨을 쉬면서 얼른 나라가라고 하더라고요. 웃기지도 않는 남자였어요. 그리고 남의 정액이라니. 우루시하라 씨는 그렇게 좋아하는 제 혀는 수많은 남자들의 정액을 햝은 혀라는 거 잊은 거 아니겠죠.”

 “굳이 그런 묘사는 하지마.”

 우루시하라는 휴지를 불쾌하는 표정으로 보고는 둑 어딘가로 던졌다. 우루시하라는 모모의... 포주는 아니었다. 모모는 우루시하라가 일하는 업소의 바이오로이드였고 우루시하라는 그 업소의 직원으로 있는 조직원일 뿐이었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단순히 그렇게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모가 가장 많은 관계를 맺은 건 손님이 아닌 우루시하라였다. 우루시하라는 모모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다녔고 그 과정에서 많은 애정이 쌓였기 때문이었다.

 그저 우루시하라의 생각일 수도 있었다. 모모는 단순히 순종적으로 자신에게 다리를 벌릴 뿐이었고 자신에 대한 그 어떤 감정도 없을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물론 그는 처음 그 생각을 한 다음, 다시는 그런 불안한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몸을 허락하는 한 달라질 일은 없으니까.

 “아니면 둑 위에서 한판 땡기실래요? 마침 굳이 애액이 안나와도 윤활이 잘 되는 상태거든요.”

 “그런 저질 농담은 그만둬. 사무실로 바로 돌아갈 거야. 오늘은 집 가서 맥주 한잔 하고 잘 생각이거든. 힘든 일이 많은 날이었어. 위에서 하도 시끄러워서 우리보고 이거해라 저거해라 말도 아니었어.”

 “아니면 빨아...”

 “그만.”

 우루시하라는 손가락으로 모모의 입을 막았다. 모모는 혀를 내밀어 우루시하라의 손가락을 햝았다. 얼굴을 살짝 붉히며 요염한 표정을 지은 모모의 얼굴을 본 우루시하라의 음경은 발기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이성을 놓으면 화면이 전환되고 강가에 앉은 우루시하라가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을 것이었다. 발가벗은 모모는 그 옆에 누워있는 상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루시하라는 한숨을 쉬며 걸어갔다. 그에게는 차가 없었고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큰길가로 나가 택시를 잡아야 했다.

 “그럼 키스라도!”

 모모는 걸어가는 우루시하라의 옆으로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말했다. 모모가 이렇게 그에게 매달리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우루시하라는 그것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너 그 남자랑 할 때 결국 못 간 거지? 그래서 나로 해결하려고?”

 “우루시하라씨 어떻게 아신 거에요? 귀신이에요? 5분이에요, 5분. 전희도 없이 다짜고짜 박더니 알아서 싸고 다 되었다는 거에요. 저는 어디서 해결해야 하는 거에요? 우루시하라씨 뿐이잖아요.”

 “사람은 바이오로이드에 싸는 거고 바이오로이드는 기계로 해결하는 거야.”

 “에에? 너무해요. 우루시하라씨도 기다리면서 많이 쌓이셨을 거 아니에요. 여기서 제가 다 풀어줄게요.”

 둘은 주택가에서 하기 힘든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아무도 없는 조용한 주택가인 것이 다행이었다.

 “남자한테는 쉬는 날도 필요한 법이야.”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둘은 큰 길가로 나왔다. 불이 켜진 상점들이 보였고 길가에는 차들이 여럿 지나다니고 있었다.

 “택시 타면 조용히 있어. 괜히 여고생데리고 다니는 이상한 남자라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으니까.”

 “그 여고생의 질이 정액으로 차있단 이야기를 하면 더 놀라겠네요.”

 “그래. 그런 이야기 하지 말란 이야기야.”

 그렇게 말한 우루시하라는 택시를 잡기 위해 큰길가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거리에는 택시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한 오토바이가 둘의 앞을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우루시하라씨!”

 모모는 우루시하라보다 먼저 이변을 눈치채고 외쳤다. 우루시하라는 뒤늦게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건지 알아챘지만 이미 적혀있듯, 이미 늦었다.

 거리에 총소리가 울리자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손에 기관단총을 들고 있는 오토바이 운전자 역시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 그가 자리를 벗어난 곳에는 한 남자의 시체와 한 바이오로이드의 잔해가 남아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