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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https://arca.live/b/lastorigin/30228600

2화 https://arca.live/b/lastorigin/30284380

3화 https://arca.live/b/lastorigin/30419139




 이곳에와서 처음으로 수면이라는것을 했다. LRL은 딱딱한 바닥때문에 몸이 뻐근하게 느껴졌다. 잠을 잘 수 없을때는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면서 있었기에 바닥의 영향을 받지 않았었지만, 불편한 이불과 해진 수건을 말아놓은듯한 느낌의 배개가 선사하는 고통은 휴식이라는 달콤함을 상쇄시켰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침을 알리는 음악소리에 일어나서 정리를하는 룸메이트들, 최고참인 요안나조차도 만족스러운 표정은 아니었다.

 약간 곤란해보이는 LRL에게 알비스는 엄지를 추켜새우고 미소를 지었다.

 "흐흠, 그러면 오늘도 이 세계에 파멸을 불러일으켜볼까?"

 


 


 "아 참 신입! 오늘은 간단한 교육이랑 면회있으니까 일정 없으면 나랑 같이 홀짝이나 할래?" 아침식사를 받기위해 식판을 들고 줄을 서있는 상태에서 샐러맨더가 LRL에게 말을 건다.


 "어? 오늘은 작업이 없어? 그러면 포인트는 못버는거야?"

 "어, 오늘은 포인트는 못벌지만 교육때 태도가 좋은사람은 상품을 받아" 앞에서 먼저 배식을 시작한 알비스가 음식을 담으며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샐러맨더 언니나 LRL이나 시간 안 빌것같은데? 아까 오는길에 면회대기표에 두명 다 이름이 올라가있었어"

 "면회? 누구지? 후후훗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짐과 대화를하려 들려고한다니 어리석은자로군"
 LRL은 잘은 모르겠지만 그리폰이 놀리러오는것만 아니면 다 좋겠다고 생각했다.








 "잠깐...그대들, 여태껏 계속 이렇게 먹어왔던겐가?"

 "LRL공 갑자기 그게 무슨소리요? 뭐 그렇소다만, 어쩔수 없지 않소? 식단이 바뀌지 않는데"

 "훗훗후...모두들 두 눈 크게뜨고 잘보거라 진조의 사이클롭스 프린세스가 행하는 기적을!"

 LRL은 치즈를 포크에 꼽고 스프의 근처로 가져가서 식판에 지졌다. 치즈가 적당히 녹은 상태로 변했을때 칠리새우의 위에 천을 덮듯이 깔고 비볐다.

 그걸 빵안에 넣고 감자튀김을 여러조각내서 위에 토핑처럼 뿌리고 빵을 덮었다. 그리고선 의기양양한 얼굴로 결과물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어떠냐? 이몸의 진정한 힘은"
주변을 둘러보니 모든 재소자들이 일시정지상태로 자기쪽을 보는것을 알아차렸다.

 갑자기 어디선가 박수소리가 울려퍼졌고 이내 모든 죄수들이 기립박수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어...어라?"
예상밖의 환호에 약간 우쭐해진 LRL이었다.









 "씨이잉! 모두들한테 방법 알려주느라 제대로 밥을 못먹었어"
 알비스와 함께 식당에서 나오는 LRL의 표정엔 불만이 가득하다.

 "아하하, 덕분에 살았어. 그러면 감사의 의미로 나 알비스백작의 보물인 초코바를 줄게, 그런데 그거 알아? 초코바 하나에는 무려 초코바 하나만큼의 열량이 있다는거"

 "그말이 진실이더냐? 우물우물 으으음 맛있다. 고마워 알비스, 아니 나의 충직한 사역마여"

 둘은 복도를 걸으며 양치를 하러가는 도중이다.
 "어라? 이사람 이번에도 또 오나보네"
복도를 걷던 도중 안내판앞에 잠깐 멈춘 알비스는 갸웃거렸다.


 "뭔일 있어?"

 "아, 아니 그냥. 여기 아탈란테라는분 매번 우리방에 요안나언니한테 면회오는데 왠지 요안나언니는 면회만 하고 나오면 분위기가 다운돼버려서..."

 "아...그렇구나, 어라 이거 내이름..."
LRL은 안내판을 보고 무슨 이유인지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면회신청인 에이미 레이저


 그러고보니 예전 생각이 났다. 잠들기 전 항상 머리맡에서 투명드래곤을 읽어주던 에이미. 그리폰이 못살게 굴 때 항상 피난처가 되어주던 그런 존재.


 빨간색 좋아하는 노란머리 미중년 아저씨에게 어머니가 되어줄지도 모르는 여자가 있었다면 LRL에게는 어머니가 되어준 여자가 있었다.





 "저기 LRL괜찮아? 어디 안좋아? 양호실갈까?"

 "응, 별일 아니야, 그냥...조금만 시간을 줘"

 "그런데 우리 교육장에 빨리 가야해, 안그러면 벌점받아"

 "훌쩍, 벌?점"

 "응, 그게 쌓이면 포인트가 깎이거나 형기가 추가될수도 있어"

 벌점-포인트가 깎인다-참치가 멀어진다
LRL은 당장 슬픔은 다음으로 미루고 우선 이나 닦으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기세를 몰아서 또 치약을 듬뿍짜는 실수를 범했지만







 "자, 아시겠어요? 여러분 바이오로이드들은 어쩌면 상당히 강한 개성을 갖고있기 때문에 서로간에 양보와 이해를 해야합니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게 다른사람에게는 상당히 불쾌하게 느껴지고 또 법률상으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것 꼭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전부 다 졸고있구만...자! 전부 일어나세요! 교육시간 끝났습니다!"
방금전까지 열성적으로 강의를하던 펍헤드가 꿈나라를 여행중이던 단체관광객들을 깨운다.

 여기저기서 기지개를 피는 소리가 들린다.

 "흐아암, 아 한창 따고있을때에..."
샐러맨더는 아쉬운듯 볼멘소리를 한다.

 "아,아 이후에 면회일정이 있는 재소자들은 면회실 복도에서 대기해주시기바랍니다."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나왔다. 에이미를 만날생각에 LRL은 벌써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요안나의 표정은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검은방패여, 그대는 별로 즐겁지 않느냐?"
LRL이 요안나를 물끄러미 처다보며 물어봤다.

 "....."
요안나는 대답없이 땅바닥만 바라봤다.

 "다음! 요안나, 들어가세요"
그대로 시선을 땅바닥에 고정한상태로 면회실 안까지 저벅저벅 걸어갔다.












 "요안나..."

 "....."

 "요안나, 나는 정말 괜찮아요, 물론 밖에서 보이기에는 나는 사냥과 연회를 즐기는 모습이지요, 잘 알고있어요. 어쩔수 없는걸요 그렇게 만들어졌으니. 그저 누군가 나를 생각해주는 든든한 아군이 있다는 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데..."

 "허나, 그러지 않으면 그대에게 떳떳할 수가..."

 "그건 요안나 잘못도 아니잖아요, 우연찮게 본 기록중에 제 자매모델이 요안나모델에게 숨이 끊어지는것, 그게 뭐 어때서요? 멸망하기전에는 이보다 더 잔혹한것도 많았는데, 고작 그걸보고 괜히 죄책감에 내가 사냥과 연회를 마음껏 즐길수있는 아탈란테 아일랜드를 만들겠다니..."

 "하지만...그렇게라도 안하면"

 "요안나! 우리는 둘도없는 친구였잖아요? 힘들면 서로 의지하고 즐거울땐 같이 웃는 그런 절친이었는데, 나는 더이상 요안나가 멋대로 정해버린 죗값때문에 돈에 미친 악마가 되는꼴은 보기 싫어요! 내가 알던 요안나, 나의 절친 요안나로 돌아와줘요!"

 "짐은 세상이 망하기 전부터 쓰다버리는 패였소! 그렇지만 이렇게 마음 든든한 전우를 두고 버려지기는 싫단말이오! 나의 방패가 철충의 공격을 막고 그대의 창이 철충의 심장을 꿰뚫던 그때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짐은 뭐든지 할것이오!"

 "요안나는 나를 그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나요? 내가 그런 친구를 헌신짝 취급하며 버릴 명예롭지 못한 마음을 갖고있다고 판단했나요?"

 "아니, 짐의 말은 그런것이 아니라"

 "시간 다 됐습니다."

 "이제 더이상 면회에 안올거에요, 요안나가 진정 날 친구로 생각한다면 빨리 나와서 같이 사냥이나 하자고요, 그럼"

 "ㅈ...잠깐! 가지말아주게나!"
"요안나씨, 다음분들도 기다리니까 나갑시다 파직"
면회실에 있던 세이프티가 최대한 친절한 표정을 보이며 전기충격봉에 전원을 넣는다.

 이윽고 요안나는 혼이 나간체로 바깥까지 질질 끌려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