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1 - 기억상실 파트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2 - 기억상실 파트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3 - 기억상실 파트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4 - 기억상실 파트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5 - 기억상실 파트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6-1 - 기억상실 파트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6-2 - 기억상실 파트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7 - 기억상실 파트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8 - 기억상실 파트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9 - 기억상실 파트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10 - 기억상실 파트(完)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11 - 선상의 저녁식사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12 - 선상의 저녁식사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13 - 선상의 저녁식사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14 - 선상의 저녁식사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15 - 선상의 저녁식사(完)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16 - 그린라이트, 레드라이트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17 - 그린라이트, 레드라이트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18 - 그린라이트, 레드라이트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19 - 그린라이트, 레드라이트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20 - 그린라이트, 레드라이트(完)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21 - 죽은 자에 대한 애도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22 - 죽은 자에 대한 애도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23 - 죽은 자에 대한 애도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24 - 죽은 자에 대한 애도 -

前해군 제독 출신 사령관과 오르카 호#25 - 죽은 자에 대한 애도 -




* 초반 야스씬 꽤 노골적임

* 이번화부터 진짜 본격적인 유산 조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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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 좀 어때? 쉬니깐 괜찮아?”

 “응. 괜찮네. 진즉에 머리 좀 식힐 걸 그랬어.”



시원한 바닷 바람과 파도 소리.


은은하게 울리는 매미 떼의 노랫 가락.


수평선을 따라 놓인 수 많은 별들의 빛.


해수면에 별빛이 반사되는 맑고 선명하게 아른아른 거리는 은하수 하늘 아래...


정신적인 거리를 두어 잠시 헤어져 있었던 두 연인이 해안가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영혼이 멀어지면 육체적으로도 멀어진다 했었던가?


은은하게 빛나는 아로마 향의 캔들 사이에서 나는 약간의 비릿한 향과 함께 두 남녀는 완전히 헐벗은 채로 방금 전까지 서로의 얼굴과 목에 키스 마크를 새기며 서로의 젖가슴(혹은 대흉근)을 애무하고, 마지막에는 서로의 굵고 늠름한 자지와 앵두빛으로 수줍게 빛나는 보지를 맞대어 얽히고 섥힌며 서로 외로워했던 시간만큼이나 침대 위에서 뜨거운 밤을 지새다 대충 어느 시점에서 절정한 횟수를 새는 것을 그만 두었을 즈음에 거친 숨을 몰아 쉬곤 서로에게 어깨를, 그리고 침대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서로의 맑디 맑은 눈동자를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여럿 차례의 섹스 이후 정액과 애액, 그리고 한 껏 흘린 땀의 시큼하면서도 비릿하지만, 묘하게 사랑스러운 향기가 가시고 나설때까지 두 남녀는 서로를 아련하디 아련하게 한참을 바라보면서도, 한창의 섹스가 끝나고 난 뒤임에 불구하고 남자는 땀으로 흠뻑 젖어 별빛에 반사되는 구릿빛 피부에 에로스를 풍기는 여자의 다리 사이에 손을 넣으려 하자 여자는 기꺼이 다시 다리를 벌려 둔덕을 앞으로 내밀어 주었으며, 그녀의 끈적이면서도 따뜻한 질에 네 손가락들을 넣고 엄지손가락으로는 클리토리스를 가볍게 감싸 안아 그녀의 말랑말랑하고 쫀득쫀득한 보지를 부드럽게 문질르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은하수 아래에서 셀 수도 없이 연속 절정에 가까운 섹스를 하였기 때문에 그녀의 질 안은 자신의 정액과 여인의 애액, 그리고 땀같은 서로의 몸에서 나는 채액으로 범벅이 되어 끈쩍끈쩍 거리고 질척질척 거렸지만, 또 그것이 묘하게 손가락 끝과 마디마디에서 전해지는 기분이 마치 만쥬 인형을 만지는 것 같이 좋아서 손길을 멈출 수가 없었으며, 유일하게 질 밖에 나와있는, 남자의 엄지 손가락은 여인의 봉긋하게 솟아있는 클리토리스를 살살 문질러 보기도 하고 손톱으로 꾸욱 눌러보기도 하며 그녀를 재차 희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희롱당하는 여인은 앞전에 그렇게나 정사를 치룬 덕분에 그의 손장난으론 별 감흥이 없었으며, 벨이 자신에게 손장난을 치던 간지럽히던 그러거나 말거나 다크엘븐은 자신의 어깨에 맞대어 기댄 채 누워있는 벨의 땀에 젖어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들을 대신 쓸어내려주며 괜찮냐고 물음메, 그녀의 남편 벨이 괜찮다고 하자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남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괜찮다니깐 다행이다...”



그녀의 남편은 불과 엇그제까지만 하더라도 작정하고 바캉스는 커녕 단 1초라도 쉬지 않고 트리아이나가 가져온 보물 지도의 유산을 찾으려고 하였다. 


정확히는, 


이 섬이 자신의 남편의, 


그러니깐 「러셀 유진 - 스토너 - 벨리코프」 前해군 제독의 인류 멸망 이후 15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영원한 숙적이자 앙숙인 블랙 리버의 앙헬 리오보로스 회장의 오랜 유산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으며, 그러는 동시에 운명의 장난인지 타이밍이 좋았을 뿐인지 멸망 전 죽은 남편의 첫 사랑이 꿈에서 나타나서 저주를 퍼부은 덕분에 자신의 남편은 예전처럼 또 다시 과거에 사로잡혀 짧은 시간이긴 했으나 그야말로 자신의 가족조차 안중에도 없는 극악무도한 「복수귀」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다크엘븐은 비록 남편과 같은 멸망 전의 사람이지만, 게탄스럽게도 멸망 전의 그녀가 멸망 전의 자신의 남편을 만났던 일은 전혀 없었을 테니 멸망 전에 자신의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었었는지는 그저 이야기로밖에 들은 것이 없었다.


그나마 이야기로 들었던 큰 사건들은


「터키령 이라크 모술 소요 사태」, 「뉴올리언스 소요 사태(뉴올리언스 폭동 진압 사건)」, 「제1&2차 연합 전쟁 - 다만 벨은 연합 전쟁이란 표현보다는 세계대전이라는 표현을 더 선호하고 있다 - 」, 「멸망 전쟁」 등등이 있었으며, 해당 사건 및 전쟁들이 자신의 남편과 블랙 리버라는 멸망 전 군수 및 바이오로이드 사업체의 회장인 앙헬 리오보로스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 모든 사건의 배후에 블랙 리버의 앙헬 회장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었다. 


특히 2차 연합 전쟁 당시에는 블랙 리버군 지휘관으로 현재 오르카 호의 인류 저항군 소속의 바이오로이드들 중 페어리와 배틀 메이드 대와 싸우기도 하였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그 외의도 자신의 남편이 앙헬 리오보로스 회장에게로부터 블랙 리버의 라이벌 기업인 삼안 기업의 주요 바이오로이드 및 생명 공학 기술들을 빼오게 하기 위해 MK.울트라 세뇌 프로그램으로 인하여 삼안 산업의 주요 연구원 중 하나이자 현재 바이오로이드들의 통령인 라비아타 프로토타입의 아버지 격 인간인 「애점. 존. 존스」를 무참하게 고문하고 끝내 살해하였다는 것 까지 알고 있다.


사실상 직접적인 피해만 주지 않았을 뿐 - 마인드 컨트롤도 직접적인 피해라고 본다면 직접적인 피해라고 볼 수 있다 - , 어떻게 보면 멸망 전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은 것이나 다름 없었기에 자신의 남편이 인류의 멸망 이후에도 그 앙헬인가 하는 사람에게 이토록 분노하고 죽어서도 복수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남편 꿈 속에서 나타나 저주를 퍼붓던 여인,


「프란츠 오이겐」이란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남편의 모습이 앙헬이라는 사람의 유산을 찾는 행위보다는 오이겐이라는 여인의 행적을 찾는 데에 주안을 두는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다크엘븐은 자신의 남편에게 한 번 크게 실망을 했었다. 


단순히 남편에게있어 자신이 첫 사랑이 아니었다는 것에서 오는 실망감이 아니었다. 


지금 그에게 “나”라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멸망 전의 첫 사랑을 여전히 잊지 못하여 그녀를 추적하고 있는 모습이 아니꼬왔고, 동시에 자신이 버려지는 것은 아닌가 혼자 설레발 치며 걱정했던 것도 어느 정도 있었기에 그녀가 사랑하는 남편에 갑작스럽고 낯선 모습에 실망감을 가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였다. 


그래도 끝내 자신에게 돌아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한 남편을 용서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동시에 남편으로부터 오이겐이라는 멸망 전 그의 첫 사랑이자 옛 연인이었던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별 하나를 달던 시절부터 시작하여 기업과 국가간의 전쟁이었던 제1차 연합 전쟁이 패전으로 끝나 자신의 남편이 블랙 리버로 스카웃 되어 가는 순간 까지도 늘 그의 곁을 따랐으며, 남편이 제2차 연합 전쟁 간 블랙 리버로부터 세뇌당하고 이용당하고 난 후 멸망 전쟁에 접어든 어느 시점에 블랙 리버의 무기 연구부에 임시로 파견을 가게 되었고, 그 뒤로 그녀의 행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남편도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철충과의 첫 전투 이후 보급을 받던 도중 대규모 나이트 봄버 편대와 조우하여 반격의 기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얻어터진 탓에 그대로 가사상태에 빠져 지금에 오게 된 것이지만...



 “내가 진짜 궁금한 건...”

 “궁금한 건?”

 “... 도대체 어째서 이렇게 타이밍 좋게 꿈 속에 나타났냐는 거지.”



벨은 한 손으론 턱을 괴고, 다른 한 손은 여전히 아내 다크엘븐의 사랑스럽고 말랑말랑한 음부를 주물주물거리며, 한 편으론 사색에 잠기듯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다크엘븐은 가볍게,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뒷 끝 없이 상쾌하게 몇 번 가버리긴 했으나 몸만 살짝살짝 움찔움찔거릴 뿐 딱히 크게 아무렇진 않았기에 남편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하물며 꿈 속에서 나타난 모습이 정상적인 모습도 아니었으니 더 신경 쓰일 수 밖에...”

 “...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어?” 

 “오이겐 대령이 어떤 사람이었냐고?”

 “... 응. 성향이라던가... 외모라던가...?”



다크엘븐이 벨의 재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벨은 잠시 착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불행이도,


지금 벨의 기억 속에 오이겐 대령은 온전한 오이겐 대령의 모습보다 악몽 속에서 나타난, 피부가 마치 좀비처럼 형상화 되어있고 두 눈이 없는 대신 피고름이 흐르는, 말 그대로 “산 송장”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모습이 더 강하게 각인되어 버리는 바람에 자신의 부관이었던 오이겐 대령이 정확하게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을 해내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나마도 온전한 모습을 봤었던 지지난 밤의 꿈 속에서 그녀가 자신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이며 강하게 나온 덕분에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무리도 아니었다. 



 “하아... 참나 원...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기억도 안 나네. 어렴풋이 기억은 난다만...”

 “억지로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 그래도, 곁에 있으면 맘이 참 놓이는 그런 사람이었지. 뭔가 터놓을 수도 있고, 의지할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벨은 그렇게 말하곤 다크엘븐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마치 자기처럼.”

 “어, 어머, 참나!... 당신, 3일 동안 옛날 첫 사랑 못 잊던 사람이 말은 청산유수야, 정말...”

 “그치만 사실인걸?”

 “... 아 몰라 정말. 그나저나 당신, 언제까지 손장난 하고 있을거야?”

 “임자의 그 곳이 되게 따뜻해서 손을 빼기가 싫네.”

 “당신 빨리 안 빼...?!”



... 밤은 길었다.




*

*

*

*

*




그래도 잠시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면서 아내에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고, 또 약간의 휴식을 즐기니 몸도 마음도 좀 홀가분해진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바캉스는 바캉스고 본 작업은 진행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 기세를 몰아서 벨은 세이렌을 포함한 트리아이나의 탐사대와 자신의 아내 다크엘븐와 함께 트리아이나가 찾아 낸 앙헬 리오보로스의 유산의 입구로 향했다. 벨은 혹시나 몰라 자신이 스스로 세운 가설이 맞는 지 확인하기 위하여 음파탐지기가 장착된 그렘린의 탑돌이를 빌려왔다. 


그리고...



 “이봐 사령관, 모처럼의 바캉스인데 혼자서 재미를 보겠다고? 그럼 안 되지~”

 “난 사령관이 바캉스가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겠다에 걸었는데, 이거이거~ 배팅한거 다 날리게 생겼네. 어쩔거야, 사령관~”

 “아하하하!! 사령관, 사령관! 올라가서 뭐 하면 돼? 가서 TNT 터트리게 해주는거지, 그치?!”

 “폐하아~? 이 총사대장, 폐하가 가시는 길 어디라도 폐하의 곁을 보좌해야 할 의무가 있답니다? 저리 안 비켜요, 이 멀대 가슴?!”

 “주인님~? 주인님만의 메이드인 이 세라피아스 앨리스가 주인님을 보좌토록 하겠어요! 지금 누구 앞에서 얼쩡거리는거죠, 이 프랑스 롤빵 머저리가?!”

 “주인님~ 포이는~ 포이는 이런 탐험보다 그냥 해변가에서 주인님이랑 궁디팡팡하면서 놀고 싶은데...”

 “주인님께선 하셔야만 하는 일이 있다고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포이? 어서 주인님에게서 떨어지도록 하세요.”

 “카엔... 주공한테 초밥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얼떨결에 따라왔어. 데헷.”

 “소녀도 언니와 사랑하는 주공을 따라와버렸사와요, 데헷.”



본래 계획했던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들이 와버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오르카 호에 잠시 복귀해서 그렘린에게 탑돌이를 좀 빌리겠다고 했을 때 입단속을 철저히 시켰어야만 했는데 그게 뭐 잘못되어서 일부 인원들의 귀에 들어가게 된 모양이다. 


거기에 여기 있는 인원의 절반은 바캉스 첫 날부터 자신에게 집적댔던 인원들이었다. 워울프나 샬럿이나 앨리스, 포이 전부 바캉스 첫 날에 자신을 강제로 해변 의자에 앉혀놓고 그렇고 그런 짓을 하려다가 라비아타의 제지에 의해 겨우 미수범으로 그쳤는데, 여기에는 제지를 해줄 라비아타도 없고, 다크엘븐 그녀도 최근 자신과 더욱 성관계를 가지는 데에 열중하고 있었으니 말리지 않을 것이 뻔하였기에 적어도 이 일을 끝내고 난 후의 일을 예상해보자면 돌아갈 즈음엔 각오 단단히 해두고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들을 먹어둬야만 할 것 같았다. 


샐러맨더랑 하이에나는 워울프를 따라 덤으로 따라온거고, 카엔과 스미레도 마찬가지로 얼떨결에 자매가 아무 이유도 없이(까지는 아니지만)따라온 케이스였다. 


페로는 혹시라도 있을 포이의 폭주를 막기 위해 같이 따라왔다. 


자신이 예상했던 것 보다 많은 인원들이 따라옴에 따라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은 없어야만 할 텐데...



 ‘... 아, 다 그냥 꺼져줬으면 좋겠다...’


 “뭐라고 말했어, 당신?”

 “아니야, 아무것도.”



이리저리 티격대는 일행들을 뒤로 한 채 트리아이나를 따라 올라간 산 정상 위의 우거진 숲 한 가운데에 사람이 인위적으로 겹겹이 쌓아올라 막은 화강암질의 바위로 막혀있는 동굴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캡틴! 저기야, 저기가 바로 우리가 찾은...”



트리아이나는 벨의 옆에서 설명하다 말고 대뜸 유산의 입구에 가깝게 다가가 한 쪽 무릎을 꿇고서 양 팔로 유산의 입구를 가리켜 손바닥을 빤짝빤짝(???) 흔들어 보이며 위풍당당하게 말했다.



 “인류 최후의 유산이야!!”



갑자기 급발진한 트리아이나의 반응에 벨은 적잖이 당황했다. 



 “... 어... 어, 어어. 그, 그래.”

 “에에~ 그래가 뭐야아~ 캡틴! 우리 눈 앞에 있는 이건 인류 최후의 유산이라고?!”



그러자 트리아이나는 뭔가 대단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음메, 벨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고 대답하였다.



 “그래, 인류 최후의 유산.”

 “무려 멸망 전 캡틴의 악우였던 사람의 금고라고?!?!”

 “... 그래, 어찌보면 악우지.”

 “안에 어떤 금은보화가 숨어있을 지 모른다고?!?!?!”

 “그렇지.”

 “근데 아직도 어떻게 들어가야 할 지, 이 트리아이나 님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그럼 이제부터 천천히 찾아보도록 하면 되지.”



트리아이나는 내심 자신의 행동에 벨이 뭔가 좀 더 과장된 반응을 보여주길 바랬으나,


아쉽게도 벨은 솔직하게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하는 성격이라 그럴 양반은 되질 못했다.


오히려 이것도 굉장히 반응을 잘 해주는 축에 속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트리아이나는 이 무미건조한 벨의 반응들에 결국 제 풀에 지쳐서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아 뭐야아-, 캡틴 반응 되게 재미없어...”

 “... 너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트리아이나에게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동시에 벨은 등에 짊어진 가방을 땅 바닥에 두고 지퍼를 열어 아까 아침에 그렘린에게서 빌렸던 탑돌이를 꺼내들었다. 


그렘린은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소속 대원이자 오르카 호의 엔지니어들 중 한 명으로서 탑돌이는 그녀 개인이 철충과의 전투시 기총 터렛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애완용 로봇이지만, 휴대용 기관포탑 이외에도 일정 반경 이내 지형 탐사 및 탐색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했으며 생긴 것과 크기에 비해 상당히 가벼웠던 터라 굳이 그렘린까지 올 필요 없이 벨이 직접 그렘린의 탑돌이를 데리고 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항공정찰사진과 트리아이나가 사전에 탐색을 통해 찍어온 사진으로 먼저 확인했던 앙헬의 유산의 거대한 입구. 


그러나 화강암을 정성스레 쌓아올린 거대한 입구에 비해 앙헬의 씀씀이가 다소 의심스러웠던 벨은 문 뒤에 감춰진 거대한 진위와 마주할 차례가 다가오자 크게 심호흡을 하며 가방에서 꺼낸 탑돌이를 앙헬의 유산의 겹겹이 쌓아올린 바위 문에 가깝게 내려놓고 탐지기를 가동시켰다.



 “자... 탑돌아, 너의 힘이 필요할 때다. 나의 추론이 맞는지 보여주렴.”



탑돌이의 음파탐지기가 가동되자 탑돌이와 무선으로 연결된 태블릿의 패널에 탑돌이가 쏘아대는 음파에 의해 거대한 바위의 문 뒤, 그리고 그 밑의 대략적인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 캡틴, 이게 뭐야?”

 “... 역시...”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구나, 앙헬.


탑돌이가 쏜 음파로 인해 벨의 태블릿에 지형의 대략적인 그림들이 그려져 나가자, 신기한 듯 트리아이나가 옆에와서 집적거렸지만 딱히 신경쓰지는 않았다. 


확실했다.


이 밑에는 거대한 공동이 자리잡고 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동굴은 그저 입구에 불과했다. 



 “내 예상이 맞았어... 세이렌! 네레이드! 앨리스! 무장을 준비해. 저 문을 날려버린다.”

 “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 자, 자, 자, 잠깐만!! 잠깐만!! 잠깐마아아아아안!!”

 “뭐지?”



문을 날려버리겠다고 하자 트리아이나가 벨에게 달려들어 양 팔을 위 아래로 흔들며 막아보였다.



 “아, 안 돼! 안 됀다고!!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냥 날려버리겠다고?! 상대는 블랙 리버의 회장이라구!! 아무리 캡틴의 악우라고 해도 안에 어떤 짓을 해놨을 지도 모르는 사람의 유산인데 그냥 막 부수고 들어가게?!”

 “응, 그냥 막 부수고 들어가도 돼.”

 “그, 그래도 친구인데...?”



이제보니 그녀, 막상 상황이 닥치게 되면 약간 주춤하거나 겁을 먹는 그런 스타일이었나 보다.


트리아이나의 물음에 벨은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하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트리아이나.”

 “응, 캡틴?”

 “지금 내가 저 안에 들어가려는 이유는 옛날의 저 유산의 주인이 나의 소중한 보물을 훔쳐갔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난 단지 그걸 정당하게 돌려받으려고 하는 것 뿐이고... 트리아이나, 사람의 소중한 보물을 훔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지, 그치?”

 “그, 그렇지...”

 “그리고 훔친 물건은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는 거겠지?”

 “그렇... 지...?”

 “근데 지금은 전 인류가 나 빼고 죄다 멸망해버렸는데 돌려받을 만한 최선의 방법이 없잖아. 그러니까 난 단지... 차선책으로 내 소중한 보물을 돌려받으려고 하는 것 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 응, 알았어.”



트리아이나의 얼굴에 다소간의 근심과 걱정이 많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벨의 설명에 트리아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였다.


잠시 뒤,



 “사령관님, 주포 준비돼었습니다!!”

 “사령관~! 네리도 준비됐어!!”

 “후후훗-... 역시 제가 따라오기를 잘했죠? 주인님을 만족시켜드릴 수 있는 건 오직이 세라피아스 앨리스 뿐이랍니다...”



대충 벨의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203mm 쌍열 주포, 40mm CIWS 6총신 개틀링 기관포에 앨리스의 강철 치마 안에 숨겨진 Steel Rain 전술 공대지 미사일까지 전장에서 다들 일당백 한 따까리 하는 무기들로 무장한 그녀들이 유산의 입구를 바라본 채로 일 오로 서서 무기를 겨눴다. 



 “눈 앞에 보이는 거 전부 날려버려.”
 “예,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네리한테 맡겨둬!”

 “제 능력을 확인해보시죠...!”



203mm 주포와 40mm 대공 개틀링포, 그리고 강철비 미사일들이 일제히 유산의 입구를 향해 날아갔다. 


거대한 폭음과 마구잡이로 무엇인가가 부서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흙먼지들이 휩쌓이기 시작했고, 곧 걷힌 흙먼지들 사이로는 주변의 자연환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강화 철골로 견고하게 만들어진 내부 돔 형태의 인공 지지물로 받쳐져 있는 거대한 지하 유산의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 이건...!!”

 “지, 진짜 앙헬 리오보로스의 유산이야...!!”



벨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멸망 이후 150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자신의 숙적을 만나러 가겠구나.


자신을 따르는 바이오로이드들을 대동한 벨은 아무 말 없이 반사적으로 유산의 입구로 들어갔고, 그의 뒤를 그의 아내인 다크엘븐 포레스트 레인저와 트리아이나, 세이렌을 비롯한 그를 따라온 바이오로이드들이 들어갔다.


마치 성체의 계단을 보듯 거대하고 넓지막하게 깍아내린 계단을 한 칸씩 내려갈 때마다 지하의 거대한 공동에서 발자국 소리가 메아리 치며 울리기 시작했으며, 계단을 한 칸 밟을 때마다 계단 끝자락이 은은한 옥색으로 빛나긴 했지만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점점 더 어두워짐매 불을 키지 않고서야 밑으로 내려갈 수 없어보였다. 


벨은 그렘린에게서 챙겨왔던 탑돌이를 다시 꺼내 전면 라이트를 키고 앞으로 대열의 앞으로 먼저 내려갈 수 있도록 하였다.


탑돌이의 헤드라이트가 앞을 비춰줌에도 겨우 가시거리는 10m에서 20m 정도였으며, 보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려가면 내려갈 수록 공동이 더욱 커지는 그런 구조인 것 같았다. 


그리고 적어도 이 거대한 대공동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고, 꽤나 많은 인력과 자원들이 투입되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해보였다. 


도대체 멸망 전에 얼마나 많은 보물들을 숨겨놓았던 것인가, 앙헬은?



 “이야~ 바깥은 진짜 더웠는데 말이야! 안에 들어오니깐 시원하니 좋네! 사령관, 내려가면서 담배 한 가치 정도 괜찮지?”

 “운디네 이거 들어봐~! 목소리가 막 울려~!”

 “전 내려가면 갈수록 점점 으슬으슬 해지는 것 같아요...”

 “하! 고, 고작 이 정도로 기온이 내려간 거 가지고 닭살이 돋을 정도로 몸을 벌벌 떨고 계시는 건가요, 당신? 프랑스 롤빵 머저리 씨??”

 “그러는 당신은 어째서 수영복의 보석들을 떼고 있으신거죠? 아아~ 동굴 안으로 들어와서 기온이 내려가면서 몸에 닿은 보석들도 같이 차가워지니깐 그런 거 아닌가요? 이 키만 멀대같이 큰 메이드?!”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이건 엄연히 폭염 속에 지치신 주인님이 혹시라도 시장하실까봐 미리 제 젖을 뎁혀놓으려고 했던 것 뿐이랍니다. 주인니임~?”



... 역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그랬다.


그리고 원래 목적지가 산이긴 했었지만 어쨋든 산으로 오긴 왔다.


앨리스가 샬럿과의 말싸움에서 밀리자 은근히 쫀심이 상했던 것인지 자신에게 다가와 묻자 벨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냐, 필요없어.”

 “아... 네.”

 “배고프면 초코우유 마시면 되니깐.”



... 음?


벨이 앨리스에게 거절하면서 단호하게 말하고 약 3초 정도 정적이 흐른 뒤 벨은 그제서야 내가 뭐라고 말한거지 당황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뒤에서 따라오던 바이오로이드들이 그를 놀리기 시작했다.



 “아아~ 뭐야뭐야뭐야~?! 사령관 그런거였어?! 그런 거였냐구우~!!”

 “사령관 정말 응큼하네~”

 “폐하아~ 어제도 그렇게 많이 드시지 않으셨나요?”

 “캡틴도 은근히 할 줄 아는구나?!”

 “시, 시끄러워, 이 녀석들아!!”



당황함을 감출 기색도 없이 벨이 무어라 소리쳤지만, 


원래 당하는 사람보다 놀리는 사람 목소리가 더 큰 법이었다.



 “에붸붸붸베~! 사령관 응큼하네!!”

 “주인님~... 이 참에 딸기 우유도 한 번 맛들여보시지 않으시겠나요?”

 “우, 우유라는 건 그, 그걸 말하는 거죠?... 그, 다크엘븐 씨의...”

 “운디네! 사령관의 취향을 알았으니 돌아가면 닥터에게 부탁해봐! 아마 운디네도 나올 수 있게 도와주지 않을까?!”

 “네, 네리는 지금 무슨 소리하는거야, 정말?!?!”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


배는 산이 아니라 산 중턱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지하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배에 사공이 많아 가라앉고 있었다...


벨은 자신의 말 실수 한 번에 뒤에서 지들끼리 떠들어 재끼며 자신을 놀리는 소리를 어찌어찌 무시한 채 앞으로 다시 걸어나아가려던 찰나, 다크엘븐이 자신의 옷 깃을 당기며 말했다.



 “저, 저기 당신... 있잖아, 지금이라도 배가 고픈거면...”



사람들이 다 뒤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옷을 젖히며 자신의 왼쪽 젖가슴의 젖꼭지가 보이도록 살짝 드러내며,



 “조금... 줄까? 난 언제라도 상관없어.”

 “하아...”



... 이제보니 그녀도 한 통 속이었네.


벨은 이 상황을 손쓸 새도 없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겨우 부여잡으며 계단을 터벅터벅 천천히 다시 내려갔다.




*

*
*
*
*




 “... 문 한 번 되게 거대하네.”

 “아까 저희가 부쉈던 바위 문보다 훨씬 큰 것 같아요.”

 “이게... 진짜 유산의 입구인건가?”



탑돌이의 헤드라이트에 의지한 채 계단의 끝까지 내려와 이들을 맞이한 거대한 문은 아까 맨 처음 바깥에서 세이렌과 네레이드와 앨리스의 화기로 박살낸 화강암 바위들을 겹겹이 쌓아올린 바위문과는 달리, 한 눈에 봐도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 구조물이라는 것을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참 웅장하게도 지었구나 생각했는데, 가장자리가 옥색으로 푸르딩딩하게 빛을 내는 높이 20m 정도의 거대한 티타늄 합금 재질의 철문을 보니 진짜 앙헬 리오보로스는 죽어서까지 거대한 성체를 만들고 싶어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건 어떻게 여는 문이야...?”

 “사령관! 아까처럼 네리가 박살내면 될까?”



네레이드가 벨의 곁으로 와 자신의 리바이어썬 미니건을 멋지게 들어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40mm 열화우라늄탄을 쓰는 네리의 개틀링 기관포는 커녕, 세이렌의 203mm 주포로도 끄떡 없어 보였다. 



 “... 아니, 그 정도론 끄덕도 하지 않을 것 같다.”

 “빛이 나는 걸 보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문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주인님, 저의 미사일을 한 번 써보도록 할까요?”

 “그걸로도 어림도 없을 것 같다.”

 “그럼 내가 나서도 될까?!”



뒤에 있던 하이에나가 드디어 자기가 나설 차례냐며 비키니 차림에 언제 또 가지고 왔을 지 모를 TNT 가방을 열어재끼며 흥분하듯 물었지만, 벨은 마치 하치코랑 켈베로스를 다루듯 하이에나에게 멈춰 제스처를 취하며 제지하였다. 



 “아니야, 하이에나, 가만히 있어.”

 “치잇...”



하지만 벨도 마찬가지로 저 문을 열고 싶어했다.


아니, 


열어야만 했다.


벨은 멸망 전부터 이어져온 오랜 숙적인 앙헬 리오보로스와의 인과 연을 끝맺음 하기 위하여.


그리고 멸망 전 자신의 첫 사랑이자 옛 연인이었던 프란츠 오이겐 대령이 트리아이나의 합류와 동시에 왜 자신의 자꾸 꿈 속에서 나타나는지 그 이유를 알기 위하여.


하지만 어디를 봐도 문 손잡이는 커녕 들어갈 방법조차 보이지 않았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메이한테 연락해서 핵이라도 쏴야 좀 열리려나 하고 생각하려던 찰나, 포이가 귀를 쫑긋쫑긋 거리며 말했다.



 “쉿!... 뭔가 오고있어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데 뭐가 들리냐고 샐러맨더가 물으려는 순간, 저 멀리서 제트엔진 음이 들리기 시작하며 그들이 있는 거대한 대공동이 울리고 땅이 흔들거림매, 벨과 바이오로이드들은 경계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죠?!”

 “비행체의 소리같은데... 이 쪽으로 오고 있는 건가?!”

 “모두 대형을 유지하고 전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온다!!”



벨이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검은색 바탕에 금장으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불길한 외형과 분위기의 로봇이 애프터 버너 추진기의 출력을 줄이며 착지하였고, 아무래도 로봇의 눈으로 추정되는 붉은 LED가 벨과 눈을 마주치며 반짝반짝 거리기 시작했다.



 “넌...?!”

 “넌 누구야!!”



벨이 뭐라 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트리아이나가 공격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로봇은 불길한 외형과 분위기와 달리 굉장히 젠틀하고 신사적인 어조로 말했다.



 “아! 저에게 묻는 말씀이신가요?”

 “그, 그래...!”

 “누구냐고 묻는 다는 건 인격적 존재가 맞는지 아닌지 확인한 후에 할 수 있는 질문이지요. 그러니 당신에게 있어 저는 인격전 존재가 명확하지 않은 [검은 로봇]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니깐 묻는 거잖아!”

 “전 당신의 지각적 능력에 의문을 품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 단지... 로봇에게 ‘누구’냐고 묻는 것에 대한 모순을 지적하고 싶은 것 뿐이지요. 딱히 당신을 비하하고자 하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하하하!”

 “... 캡틴, 얘 생긴 건 뭔가 그럴싸하게 생겼는데 말하는 폼은 뭔가 나사 빠진 거 같아...”

 “하하하! 농담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만, 당신과는 제법 말이 좀 통할 것 같아보이는군요!”

 “... 도대체 어디가...”



트리아이나는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녀 나타난 로봇이 자신의 물음에 뭔가 되게 철학적인 말을 늘어놓자 김이 빠진다는 듯 벨에게 물었지만, 벨은 그런 건 신경을 쓸 겨를도 없이 눈 앞에 나타난 로봇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를 못하였다.


오히려 벨은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의 반응과 달리 눈 앞에 검은 로봇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너... 너는 설마...?!”

 “하하하! 영민하고 고귀하신 분... 아니...”



검은 로봇은 펼쳐진 자신의 등 날개를 꿈틀거리듯 접으며 벨에게 다가가 몸을 낮추어 예우를 갖추며 인사했다.



 “이 로크, 150년이 넘는 영겁에 가까운 세월을 넘어 찾아오신 귀하디 귀하신 오랜 친우, ‘러셀 유진 - 스토너 - 벨리코프’ 해군 제독께 정식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역시... 자네였군...!”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벨리코프 제독님. 이렇게 만나니 감회가 새롭군요.”



웬 정체모를 까마귀 같이 생긴 로봇과 벨이 인사를 하는 모습에 트리아이나는 어이가 없는지 옆에서 물어보듯 혼잣말을 하였다. 



 “뭐, 뭐야... 캡틴, 이 로봇이랑 아는 사이야?”



로크는 기본적으로 앙헬 리오보로스 블랙 리버 회장의 수발을 담당하는 로봇이지만, 동시에 군용으로서도 손색이 없었기에 제2차 연합 전쟁 때는 블랙 리버 군 소속으로 벨의 휘하에서 함께 전장을 누비던 그의 전우이기도 했기에 전 인류가 멸망하고 150년이 지난 지금 멸망 전에 안면이 있는 전우를 만난 것은 벨에게 있어 참으로 감회가 새롭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5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풍채와 까마귀를 연상시키는 검은 몸, 그렇지만 어둠 속에서도 금빛으로 휘항찬란하게 빛나는 금장 도금된 날개와 붉은 눈은 마치 고귀한 하늘의 흑기사를 보는 것 같아보이는 이 로봇은 벨이 건넨 악수에 큼지막한 손을 내밀어 인사하였다.



 “그 동안 어떻게 지낸건가? 인류가 멸망하고 혼자 남아있었을텐데...”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앙헬 공은 제 수명이 다해 죽을 날을 대비해 이 아무도 오지 않을 섬에다 세계 각지에서 모아온 자신의 보물들을 비축하셨습니다. 언젠가 자신이 죽더라도 자신이 피땀흘려 모아온 보물들을 다른 이에게 영원히 넘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앙헬 그 개새끼는 제 성격 어디 못 주는구만...”

 “그러다 150년 전 지구에 붉은 눈을 가진 철의 생명체들이 침공하였을 때 앙헬 공은 제게 지시하셨습니다. 이 유산을 지킬 영원한 문지기가 되어달라고 말이죠. 저는 그 후로도 지금 이 순간까지 앙헬 공의 유산을 지켜왔습니다. 뭐... 인류가 다 멸망한 이래 계속 이렇게 보물들을 지키고 있어봐야 쓸모가 있겠냐마는...”



로크는 얼굴의 눈에 해당하는 붉은 LED를 느리게 반짝반짝 거리고 낮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누군가 와주기를 늘 바랬었습니다만... 이렇게 저를 찾아와준 것도 감지덕지인데 그게 저의 오랜 친우라니 정말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이란 말입니까?”

 “나도... 나도 정말 반갑네.”



당연한 말이지만 벨은 철충의 습격이후 150년 동안 가사상태로 지내다 생판 처음보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발견되어 오르카 호에 승선해 인류 저항군의 사령관이 된 것이기에 안면이 있는 이들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런 상황에서 멸망 이전의 오랜 친우를 보았으니, 로크의 말대로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이란 말인가? 벨의 눈가에는 약간의 눈물이 맺혀있었다.



 “눈물을 거두십시오, 벨리코프 제독님. 이 좋은 날에는 웃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쓰읍, 하아... 맞아. 자네 말이 맞네. 나이가 들다보니 눈물이 많아지네, 그려...”



... 참고로 벨은 150년 전 기준으로 61세이다. 다만 그 나이에 비해 젊고 남자 주제에 바이오로이드들보다 더 색기넘쳐보이는 이유는 군인용 강화 오리진 더스트 시술을 받아 영원에 가까운 젊을과 신체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비아타의 주먹을 겨우이긴 하지만 한 손으로 막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이로는 발견되고 2년이 더 지났으니 213세...


어쨋든, 감격스러운 재회는 이 쯤으로 하고 로크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나저나 궁금하군요, 벨리코프 제독님. 어떻게 이 섬을 찾아오신 것입니까? 보아하니 이 곳이 앙헬 공의 유산이 잠들어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서 오신 것 같은데...”

 “맞아. 난 앙헬의 유산을 찾으러 온거야.”

 “조문입니까?”
 “... 뭐... 조문객 겸 도굴꾼이라고 해 두지.”

 “그렇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벨의 말에 로크는 벨의 옆에 서서 자신을 계속 경계하고 있는 트리아이나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로크는 이 암컷 바이오로이드에게 나름의 호감을 가진 모양이었다. 



 “거기 여성분? 저 쪽에 있는 다이얼로 가서 암호을 치면 문을 열 수 있으실 겁니다. 암호명은 ‘이제, 해야 할 일은 없다.’입니다.”

 “하, 함정같은 건 없겠지?!”

 “전혀요! 당신은 저를 믿으셔도 됍니다.”

 “와... 진짜 가면 갈수록 너처럼 되게 신뢰하기 힘든 AGS도 없을 거다... 일단 알았어.”

 “‘해야 할 일은 없다.’라...”



암호명은 멸망 이전부터 벨이 늘 평소에 자주 쓰는 말을 반대로 비튼 것이었다.


아마 유산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 자신이 블랙 리버에 입사하고 한참 뒤의 이야기였으니, 벨 못지 않게 벨을 싫어하는 앙헬이 거기서 착안하여 암호를 만든 것이 분명했을 것이다. 



 “암호명이 웃기지 않습니까?”

 “... 내가 자주 하는 말을 비꼬았네.”

 “그래도 해야할 일이 없는 것보다야 해야할 일이 있는 것이 전 더 좋습니다, 제독님.”

 “후훗, 호의로 받아들이겠네.”



트리아이나가 다이얼에 암호를 입력하자 승인이 완료되었다는 말과 함께 이들의 앞을 가로막던 거대한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기왕 조문 오신 것, 하얀 장미 한 송이 정도는 들고오실 수 있으셨던 거지 않습니까?... 물론, 제독님께서 그러실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자네는 예나 지금이나 늘 한결같군.”

 “하하하-! 저도 그 말을 호의로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밝게 웃는 목소리로 말하던 로크가 다시 낮은 어조의 목소리로 벨에게 말하였다.



 “앙헬 공의 유산은 저 말고도 다른 AGS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네의 형제인가?”

 “... 그건 저도 모릅니다. 제가 문지기로 오기 전에 이미 유산을 지키고 있던 자라고 들었어서 저의 형제기인지 아닌지는 잘... 다만...”

 “다만...?”

 “적어도 오는 사람을 환영이라도 할 수 있는 문지기인 저와는 달리, 순수하게 도굴꾼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AGS인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이상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기 때문에 과연 제가 문을 열어주고 들어간다고 해서 그 친구가 받아줄 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조심하십시오. 물론, 저도 오랜만에 만난 친우의 곁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

*

*
*
*



문이 열리고, 칠흙같은 심연의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목소리가 메아리 치는 거대한 공동 속에선 제 아무리 후레쉬를 비춰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만이 가득했기에, 로크의 도움이 절실했다.



 “이런, 제가 여러분들께 배려가 부족했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자 로크의 몸이 자체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로크의 몸에서 발광하는 섬광은 비교하기도 뭐 하긴 하지만 그렘린이 빌려준 탑돌이의 헤드라이트에 비한다면 너무나 밝았기에 이 거대한 대공동 속의 화려한 유산들을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로크의 자체 발광으로 비춰진 앙헬의 유산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를 끌어오르게 하는 웅장한 장엄을 갖추었다. 



 “우와- 엄청 넓다!!”

 “이게 뭐야?! 유적이야?! 유적같은거야, 뭐야?!”

 “하나... 둘... 셋... 아니 이게 다 몇 K야...?”



앙헬은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은 온갖 휘귀한 광물들을 모아 자신 만의 거대한 궁전을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살아 생전 진시황이 쌓아 올린 만리장선, 현재까지도 그 규모에 있어서는 어떻게 지었는지, 얼마나 더 유적이 잠들어 있는지 여전히 미스테리가 풀리지 않은 진시황릉, 현재까지 사람을 죽인다는 저주에 대한 논의가 종결되지 못한 이집트 파라오가 쌓아올린 거대한 大피라미드, 전설 속에서나 있다고 들었던 바빌로니아의 수도 바빌론의 공중정원, 반인(人) 반우(牛)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기 위해 테세우스가 들어갔다던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 궁전 등 세계 불가사의한 건축물들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규모의 지하 유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앙헬은 자신 만의 지하 유적을 짓고 그 곳을 자신만의 소중한 보물들로 채움으로서 거대한 지하 궁전을 만들어 냈다.



 “이봐, 로크.”

 “예, 제독님.”

 “자넨... 이것들을 본 적이 있는가?”

 “... 아닙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이 오기 전까지 이 유적을 본 적이 없습니다.”



로크가 내뿜는 섬광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게 반짝반짝 거리는 금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피라미드 궁전을 따라 이리저리 시선을 둘러보던 벨은 이 멋지고 장엄한 광경보다도 이 것들을 만들기 위해 투입된 자원과 인력들을 생각하며 어이가 출가하고 기가 차서 입도 다물지 못했다. 


하물며 로크도 이 유적을 처음본다는 데,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이 거대한 유적이 감추워져 왔단 말인가?



 “당신! 여기 봐봐! 여기에 길이 나있어!”

 


다크엘븐이 금으로 이루어진 유적의 끝에서 자신들을 불렀다. 


겨우 로크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터널로 이루어진 길이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라고?”



그렇게 혼잣말로 읊조리며 다크엘븐을 따라 들어간 터널을 통과하자 로크의 섬광으로도 비춰지지 않는 어둠 속에서 발바닥에 밟히는 땅에 이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로크, 지금보다 발광을 좀 더 밝게 높힐 수 있나?”

 “물론입니다, 제독님.”



로크가 벨의 요청에 자신의 몸에 발광을 최대출력으로 올리지 아까 터널을 통과하기 전의 금은보화로 만들어진 거대한 피라미드 궁전이 있던 장소보다도 훨씬 더 거대한 대 공동이 눈에 들어왔다. 


일종의 벙커같아 보이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비어있는 듯한 공간.


하지만...



 “사, 사령관님!! 미, 밑을 보세요!!”

 “밑을?... 헙...!!”



주변을 둘러보던 벨을 향해 세이렌이 당황한 듯 소리쳤고, 세이렌의 말을 따라 자신의 밑 바닥을 내려다 봤다. 그들이 서 있는 발 밑은 거대한 강화 유리로 이루어진 바닥이었고, 그 바닥 너머로 청록색의 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적어도 수 천개의 인큐베이터 캡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캡슐안에 들어있던 것은...



 “‘T-1... 고블린...’!”

 “고, 고블린이라고?!”

 “고블린이라면... 저희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프로토타입으로 나왔다던 군용 남성 바이오로이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주인님...?”

 “그 전량 폐기되었다던 고블린들이라고?!”



믿을 수가 없다.


아니, 


하지만 믿어야만 했다.


앙헬 리오보로스가 고블린들을 전량 폐기하지 않고 숨겨놓았다는 멸망 전의 소문의 진위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커리어는 물론 인생에 큰 오점을 남겼던 블랙 리버社의 최초 군사용 바이오로이드 프로토타입인 T-1 고블린. 남성형 바이오로이드로서 과도한 폭력성으로 인해 함께 작전에 투입되었었던 자신의 부하들은 물론이고 미국 뉴올리언스 평화 시위에서 시위을 진행하던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학살을 일삼던, 일명 “실패한 바이오로이드(혹은 프로토타입)”. 이 당시 앙헬은 최초 T-1 고블린들이 폭주했던 터키령 - 이라크 모술 사태 당시 문제점을 숨기다가 뉴올리언스 시민들을 포차별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인하여 T-1 고블린들을 전량 회수하여 폐기한다는 지침을 발표하였었다.


하지만 그 후에 제1차 연합 전쟁이 끝나고 제2차 연합 전쟁이 터지기 전 블랙 리버에 입사했을 때 社內에서 떠도는 소문은 그것과 정 바대였었다.


앙헬이 언젠가 다시 고블린들을 부활시키기 위하여 동면시키고 어딘가에 숨겨두었다는 소문.


그리고 벨은 그 소문의 실체를 두 눈으로 보고 있는 중이었다. 소문의 실체를 눈 앞에서 마주한 벨은 마치 코즈믹 호러 작품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눈 앞에 보이는 것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 그리고 치가 떨리는 분노로 두 다리에 힘을 잃고 무릎을 꿇으며 자신의 발 밑에 유리 바닥 너머 바닥을 가득 채운 T-1 고블린들이 동면해 있는 냉동 캡슐을 바라보았다. 



 “소문이... 사실이었다니...”

 “이건... 정말... 드릴 말씀이 없겠군요...”



로크가 엉거주춤 쓰러진 벨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T-1 고블린에 대하여서는 로크도 예전에 벨의 행적을 직접적으로 들은 적이 있었기에 그가 받은 충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충격이 채 가시기도 잠시,


어둠 속에서 에코가 씌워진 듯한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대는 예나 지금이나 늘 한결같군.”

 “누, 누구냐?!”



목소리가 들림매 벨과 바이오로이드들이 사주 경계 태세에 들어갔지만, 목소리가 사방 팔방에서 울리는 탓에 목소리의 근원지를 알 수 없었다. 


어딘가 익숙한, 낯이 익은 목소리에 벨은 귀를 귀울였다. 



 - “하하하... 괘념치 말게. 나는 자네의 오랜 악우, ‘앙헬 리오보로스’일세.”

 “앙헬... 이라고...?!”



분명 인간은 150년 전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갑자기 앙헬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 “자네의 모습을 보아하니... 궁금한거지? 어째서 인류가 멸망하였는데 내가 이렇게 살아있을 수 있는가 하고... 비록 나의 육체는 죽었으나, 나의 이 고귀하디 고귀한 영혼만은 이 유적에 남아 살아 숨쉬고 있다. 자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의 생명공학 기술은 훨씬 뛰어났거든.”



자신을 앙헬이라 소개한 목소리는 그렇게 소탈하게 웃어보이다 목소리를 쫙 깔아내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 “혹여나 누가 들어오게 된다면 바로 깨어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었는데... 그게 하필 자네였다니, 수컷 암캐같으니라고...”

 “거 미안하네! 하필 와도 나 같은 창남이 와서 말이야.”

 - “이젠 뭐... 아무렇지도 않나 보군.”



앙헬은 그러다가 아까 처음 말한 듯 목소리 톤을 높혀 벨에게 말하였다.


마치 고귀하신 암군이 백성들을 하등찮게 보듯.



 - “이 유산은 나의 정신과 영혼이 깃든 메인 컴퓨터로 움직인다. 그리고 난, 비록 인류가 멸망하였지만 언젠가 인류가 다시 부흥할 그 날까지 오랜 시간을 잠들어 있었는데... 마침 잘 됐군. 나는 이 자리에서 너를 죽이고, 너의 것을 차지하도록 하겠다. 결국 자네는 인류가 멸망한 지금 이 순간 까지도 나의 노예로서 살아가게 되겠지... 음하하하하!!!!!!”

 “그런 깡통 속에 들어가서 뭘 어쩔건데?”

 - “어쩌긴? 힘으로 빼앗을 것이다.”



그리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가느다란 붉은 레이저가 날아와 벨의 뺨을 스쳤다. 스쳐간 자리에서 핏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레이저가 날아온 방향에서, 어둠 속에서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로크와 비슷하게 생긴, 하지만 어딘가 소름끼치는 분위기가 나는 AGS가 저벅저벅 걸어나왔다. 그 모습에 바이오로이드들은 자신들의 무장을 꺼내들어 벨을 둘러싸 경계 자세를 취했다. 로크도 마찬가지로 등의 날개를 펼치곤 싸울 준비를 하였다. 



 “뭐야, 저 으스스하게 생긴 로봇은?!”

 “주인님... 물러서세요!”

 “사령관! 우리가 지켜줄테니 잠시 뒤로 빠져있어!”

 “당신은... 내가 지켜줄게...!”



그러거나 말거나 앙헬은 어둠 속에서 비아냥 거리듯 말했다.



 - “인사하게. 자네의 오랜 친구, ‘프란츠 오이겐’ 대령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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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 삽화 몇 장 더 올림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는 다크엘븐과 그런 마누라를 보는 벨.

여하튼 이건 벨이 잘못한게 맞음. 


하지만...



대충 지난 화 벨의 악몽.


산송장으로 좀 더 다듬어서 수정해봄.

비극을 어떻게 해야지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 사실 그리고 본 화 첫 장면 닼븐 뷰다듬 씬이 있긴 있는데 역시 야짤은 야짤 탭에 올려야쓰겄지..?





https://arca.live/b/lastorigin/30621213?mode=best&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