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노베노 후토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

-으음, 배가, 배가 아프구먼...

밤늦게 몰래 먹은 야식이 문제였던건지, 그녀의 뱃속은 지금 요란한 천둥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참아야 한다. 후토는 느슨해지려는 괄약근에 힘을 주며 손톱자국이 남을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정좌한 후토의 옆에는 그녀가 경애하는 토요사미미노 미코가 명련사의 주지승 히지리 뱌쿠렌을 상대로 설전을 벌이는 중이다. 그 날 선 분위기에 후토는 변소 얘기를 차마 꺼낼 수 없었다.

-후욱, 후욱, 후...

도가에 비밀스럽게 전해지는 변의를 다스리는 호흡법으로 내장을 달래는 사이, 다과를 쟁반에 받쳐든 쿠모이 이치린이 장지문을 열고 들어왔다. 체구가 작기에 쟁반에 가려진 후토를 미처 보지 못한 이치린은 탁자로 향하던 와중에 후토의 엉덩이골에 발끝을 찔러넣고 말았다.

"응, 기잇...!"

이치린의 엄지발가락이 후토의 괄약근을 강하게 자극했다. 반사적으로 둔부를 꽉 조인 후토는 당황한 이치린이 발가락을 빼는 감각을 생생하게 느끼며 요염한 신음을 내질렀다.

"앗, 미안해요! 다치지 않았어요?"

"개, 갠찮다...! 시, 신경쓰지 마럇...!"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후토에게 몇 번이고 사죄한 이치린은 다과를 두고 방을 나갔다. 후토는 잇몸에서 피가 나도록 이를 깨물며 휘몰아치는 변의를 견뎌냈다. 방심하면 죽는다. 후토의 괄약근은 안전장치를 제거한 충격신관처럼 민감한 상태이다.

"흐그...으응, 태,자님...!"

변의가 한계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고, 후토는 가래가 끓는듯한 목소리로 미코의 주의를 끌려고 했다. 하지만 미코와 히지리의 설전은 점점 더 열기를 띄고 있으며 완전히 둘 만의 세계로 들어가버린 두사람에게 후토의 간절한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힛, 힛, 후우~ 힛, 힛, 후우~

후토는 본능적으로 라마즈 호흡법과 유사한 호흡을 하고 있다. 라마즈 호흡법은 본디 출산을 위한 호흡으로 배설을 억누르고자 하는 후토의 이성을 배설하고자하는 본성이 이기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후토는 낮빛이 하얘졌다 붉어졌다를 반복하고 있으며 온몸이 끈적한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똥, 싸고싶어...!

발가락이 발바닥쪽으로 힘껏 오므라들어, 후토의 종아리에 쥐가 났지만 근육의 고통을 아득히 상회하는 내장의 격통으로 인해 그녀는 한층 더 발가락에 힘을주며 엉덩이를 강하게 조였다.

-똥, 똥똥똥

후토의 머릿속은 똥 이라는 단어로 가득 찼다. 마치 간절하게 구원을 바라는 종교인처럼, 후토는 기이한 열정으로 가득 차 평상시라면 입에 담기도 추접하다고 생각했을 그 단어를 중얼중얼 외고 있었다.

"아시겠나요, 미코! 당신의 말은 궤변 그 자체입니다!"

"뭣...! 누가 할 소리! 히지리 그대야말로 탁상공론이나 늘어놓고 있지 않습니까!"

고성이 오가는 와중에 후토의 마음에서 잡념이 사라졌다. 후토는 무언가 깊은 깨달음을 얻은듯 하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똥만 잘싸면 그만이지.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의 와중에 후토의 표정이 점점 온화해졌고, 동시에 거짓말같이 변의가 눈녹듯 사라졌다. 후토의 얼굴에 자애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나무삼! 참으로 고집불통이시군요! 후토씨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으신가요?!"

"느으읏, 후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용히 미소를 짓고있는 후토에게 불똥이 튀었다. 후토의 대답을 기다리며 신경전을 벌이고있는 두 여자를 사랑으로 가득찬 눈빛으로 바라보던 후토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내 저 가엾은 자들에게 진리를 보여주리라.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설파하고자, 후토는 숨을 들이쉬며 입을 열었다.

"어흠, 두 분 말씀도 제각기 일리는 있습니다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댜핫...?!!"

순간 후토의 눈 앞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사라졌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변의는 보다 강하고 혹독하게 후토의 내장을 휘젓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내장의 형태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쇄도해오는 배설물의 격류에, 후토의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떠졌다.

"후토? 왜그러나요?"

걱정스럽게 후토의 안색을 살피며 말을 거는 미코를 눈물어린 두눈으로 응시하며, 후토는 처절한 미소를 지었다. 한계다. 더이상은 안돼. 태자님 죄송합니다. 후토는 마음속으로 미코에게 깊이 사죄하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에서 한줄기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뿌우웅, 부륵 부우욱, 푸쉭, 뽀오옹, 부바바바바밧...

조용히 울면서 미소짓고있는 후토의 엉덩이에서 대량의 방귀가 추잡한 소리를 울리며 뿜어져나왔다. 미코도 히지리도 예상치 못했던 사태에 입을 크게 벌리며 굳어져있었다.

-푸득, 푸드드득, 푸붑풉, 푸리리리릭...

"하하, 태자님... 불가나 도가나, 다 똥이네요..."

후토는 끊임없이 대량의 대변을 쏟아내면서, 텅 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한 채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녀가 앉은 방석을 중심으로 유황의 악취와 건더기 섞인 갈색 국물이 천천히 퍼져나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 발우공양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러 온 이치린이 발견한건, 오물과 악취로 가득한 방 안에서 메마른 웃음을 흘리고 있는 후토와, 그런 후토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히지리와 미코였다. 모두가 말을 잃은 가운데, 후토의 처참한 웃음소리는 오랫동안 그치지 않고 드높이 울려퍼졌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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