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국의 훈을 막기 위한 성벽인 천리장성의 관문, 거용관을 방어하던 명장인 맹공과 이 험악한 지역에 직접 행차한 카간의 만남은 참으로 영웅 서사시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용호상박이라는 사자성어는 이 때를 위해 존재하였으리라.


 훈의 기동력을 앞세운 군단이 험준한 지형을 내달리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자, 카간이 그의 마법으로 땅을 헤집어 성벽 일부를 붕괴시키자, 맹공이 자신의 주술을 사용해 비를 내리게 한 뒤 수많은 병사들을 동원해 성벽을 재건하는, 카간이 가장 싫어하는 대치전이 계속되자 카간은 욕 잘하는 훈족 병사들을 모아 그에게 입모아 욕을 하였으나, 맹공은 그저 성을 굳게 닫고 기다렸을 뿐이였다.


 분노한 카간은 그의 창을 직접 내던져 성벽에 꽂아넣고 말했다.


"저 창을 뽑아 나에게 바치는 자에게는 이 성문의 가장 값진 보화를 넘기리라!"


 훈의 병사들은 일제히 각자 쓸 수 있는 마법을 써서 흙을 땅으로부터 끌어올리거나, 마법에 재능이 없는 이들은 포대에 흙을 담아 옮기며 우레와 같은 말발굽 소리를 내며 흙더미를 성벽 아래에 쌓기 시작했다. 충분한 흙이 쌓이자 이들은 평원을 달리듯 일제히 성벽 위로 뛰쳐올라갔다. 비와 같이 화살이 떨어졌지만 이들은 검과 방패를 휘두르며 화살을 튕겨냈다. 성벽 위는 피칠갑이 되었고, 훈족 병사들은 너비가 좁은 성벽 안에서 적병들을 특유의 기병창 돌진으로 줄줄이 꿰어버렸다. 


 이윽고 카간이 월도를 빼어들고 성벽 위로 천천히 올라가, 성벽 너머의 도시를 보고 검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온 성벽을 뒤덮은 시커먼 검기를 보고 후퇴하던 맹공은 뒤돌아서 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카간이 우레와 같은 기합을 내지르며 횡으로 그의 월도를 휘두르자, 궁성을 향해 엄청난 검기가 날아왔다.


 막아야 한다. 맹공은 모으던 기를 일순 최대한 방출하여 칸의 검기를 반으로 쪼개었다. 엄청난 섬광과 폭음이 들리며 그 둘이 공명하였고, 갈라진 칸의 검기는 분지였던 거용관 뒤의 도성을 감싸던 산 둘을 말 그대로 '갈라버렸다'. 굉음을 울리며 엄청난 양의 토사와 바위가 굴러떨어지며 도성의 테두리에 살던 백성들은 전부 산 채로 매장되었고, 남은 이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쳤다.

 

 도성은 말 그대로 텅 비었고, 다만 맹공과 함께 남은 충성스러운 병사들이 최후를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였다. 훈족 병사들과 함께 성큼성큼 걸어온 카간은 맹공에게 손을 내밀었다. 맹공은 무슨 수작일까 두려웠으나, 이윽고 그에게 적의가 느껴지지 않자 손을 붙잡았다. 맹공을 일으켜 세운 카간은 그 얼굴을 보고 나지막이 말했다.


"여자로군."


신기하다는 듯이 그녀를 병사들이 준비한 들 것에 싣고 가게 한 뒤에, 그녀와 함께 최후까지 남아있던 병사들은 고기와 술을 배불리 먹인 뒤 다시는 싸우지 말라 한 뒤 돌려보냈다.


그렇게 천리장성은 돌파당했다. 앞으로 백광국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