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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겨울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거에요.


46화 늦어지는 것



숨을 삼킨 제 뒤에서 유리아의 비통한 외침이 들렸습니다.


"루루!!"

"루루! 잘도!!"

"헤레! 유리아! 그만두세요. 침착하는거에요!"


빠르게 뒤돌아보며 막습니다.

유리아는 맨손인 채로 자세를 잡고, 헤레는 크리스를 감싸듯 날개를 펼쳐 얼음 칼날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방금 루루의 일격은 거의 완벽한 기습, 하지만 상대는 그것을 받아냈습니다.

루루의 실력은 중급모험가 정도. 모험가로서는 일류로 여기 멤버 중에선 가장 강합니다.

유리아나 헤레는 손가락 하나 상처내지 못할거에요.


"하지만!"

"저항은 하지 않는거에요. 그러니 치료를 하게 해주세요."


희미하게 신음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여유있는 실눈의 모습을 보면 죽일 작정으로 공격한 건 아니겠죠.

생명을 뺏기면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왕의 목적 중 하나가 제 몸인 이상, 최대한 오체만족으로 데려가고 싶을겁니다.

괜히 저항하지 않도록 살인은 피하겠죠.


...적어도 목적을 이룰때까지는.


"그래 상관없어. 네가 저항하지만 않는다면."

"유리아. 치료를!"

"...알았, 어요."


그들을 노려보며 유리아가 루루에게 달려갑니다.

헤레도 마법을 풀고 크리스와 함께 노려보며 얌전히 있습니다.

방해받지 않고 유리아가 루루의 곁에 도착해, 곧바로 안아일으켜 상태를 보고 있습니다.


"으, 큭... 미안."

"...루루. 정신차려! 괜찮아 상처는 얕아."


잠깐의 대화 뒤, 옷을 찢어 피가 나오는 복부에 감고 응급처치를 시작했습니다.

다시금 보니 출혈이 그리 심하진 않고 의식도 뚜렷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손대중한거겠죠.


답답함을 해소하듯이 천천히 한숨을 내쉽니다.


이제 주인님이 여기에 올때까지 저 녀석들의 발을 묶어둘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노려보고 있는 저에게 웃으면서 다가온 실눈이 내려다보며 턱을 잡습니다.


"아 그래. 하는 김에 마을까지 안내해주실까?"

"...거절할게요."


단호히 말하자 녀석이 어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저항하지 않는 거 아니었나?"

"제가 이 장소를 뜬다면 그녀들을 살려둘 이유가 없으니까요."


저를 붙잡아 데려간다면 그녀들은 인질로서의 가치가 없어집니다.

애초에 그들의 입장에선 상처입히지 않고 잡는다면 승리, 제 능력이 미지수이기에 인질을 이용하고 있는거겠죠.


"과연 그렇군. 괜찮아. 네가 얌전히 따라오는 한 그녀들의 안전은 보증하지."

"믿을 수 없어요."


내가 그리 말하니 뭐가 웃긴지 큭큭 웃으며 실눈이 제 턱을 움켜잡았습니다.


"너를 억지로 잡을 수도 있어. 좀 더 영리해지라고."


흥. 그건 즉, 저를 구속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말이겠죠.

더더욱 믿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전투원들은 다들 나가있는 상태.

대충만 봐도 수십명인 이 녀석들을 들여보내면 분명 사상자가 나옵니다.

그것만은 피해야해요.


"~~!! 소라한테서 손 떼!"

"안돼요 헤레!!"


얼굴을 가까이 대고 기분나쁜 웃음을 짓던 실눈이 혀를 차며 몸을 떼자, 실눈의 몸이 있던 장소를 얼음 화살이 지나갑니다.

기사들이 살기를 띄우네요.


전투에서 승산은 없습니다.

이 녀석 혼자서 우리를 간단히 전멸시킬 수 있을거에요.

승산이 있다면, 얼버무리고 둘러대며 이야기를 끄는 것. 그것 뿐입니다.


"으으으 하지만!"

"저항하면 안 돼요."


신음하면서도 어떻게든 마법을 멈춘 헤레에게서 시선을 되돌리자, 실눈이 살기를 부딪쳐왔습니다.

위협한다고 해도 무섭지 않아요.

질투에 미친 주인님이 몇 배는 더 무서운거에요.


"그래서 넌 어떻게 할거지?"

"연행한다면 다 함께. 길 안내는 하지 않아요."


모두가 살 확률이 높은 건 제 눈길이 닿는 곳에 그녀들이 있어주는 것.

하지만 녀석들은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건 안 되겠어. 사람을 연행해 갈 준비는 안했거든."


라는 건 저는 우연한 덤이고, 그들이 찾는다는 청년을 '잡아서 데려가기 위한 것' 이 아니라는 소리네요.

더욱 놈들의 목적과 그의 정체가 궁금해집니다.

이 일이 무사히 끝나게 된다면 따져봅시다.


"그럼 저도 여기에 두고 가주세요. 어차피 마을로 가는 건 막을 수 없으니까요."


길은 꽤나 정비되어 있지만, 익숙한 사람의 안내도 없이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쉽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이 인원수에 눈이 온 숲, 꽤나 시간을 벌 수 있겠죠.

주인님이 돌아오기만 하면 승리입니다.


"...아 짜증나네."

"────어?"


나지막이, 실눈이 그렇게 말한 순간 시야에서 은색 빛이 번쩍이고 기다란 금색 실이 눈 속에 흩어졌습니다.


"아가씨!!"

"소라!!"


조심스럽게, 꽤나 가벼워진 머리의 뒷목에 손을 가져가니 목 조금 아래쪽에서 머리카락이 잘려 있었습니다.


"이러쿵저러쿵 시끄럽네 애새끼가. 닥치고 따라오지 않으면 다음엔 목이다."


조금 오해하고 있었네요.

눈 앞의 남자는 눈을 살짝 뜨고 표정을 구기며 제 목을 검으로 살짝 두드립니다.

화악 하고 핏기가 가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설마 이렇게나 다혈질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괘, 괜찮으신가요? 저를 죽이면..."

"상관없다고. 그 로리콘놈따위. 적당한 어린 여자애라도 갖다주면 기분 풀리겠지."


표변했군요. 이게 본성이었나요.

좀 더 신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실패입니다.


"골라라. 죽든지, 따르든지."


칼날이 목에 파고들어 날카로운 통증을 일으킵니다.

목걸이를 푼 게 화근이 될 줄은 몰랐네요.

대체할 물건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는데 완성되기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주먹을 쥐고, 공포를 참으며 실눈을 봅니다.


"따르──"

"지 않아도 돼."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고 부유감과 둔탁한 소리와 함께 실눈이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한순간에 누군가에게 안겨진 모양, 곧바로 주인님의 굳은 표정이 보였습니다.


"...언제나 늦는거에요. 바보."

"미안."



"전이계...?"


롤머리가 놀라움으로 물든 표정을 이상하다는 듯 찡그리며 저희를 노려봅니다.

손에는 뽑아낸 레이피어가 쥐어져 있어 전투태세인 것 같습니다.


"...누구냐?"


거리가 벌어진 실눈도 경계심을 내보이며 검을 겨누고 있습니다.

기사들도 언제든 덤벼들 수 있도록 조금씩 거리를 좁혀옵니다.


"주인님!"

"슈우야님!"

"어이쿠, 움직이지 말아주실래요. 이 아이들을 상처입히고 싶으시진 않으시죠?"

"우으 미안 회장..."

"아으으."


루루를 안은 유리아가 저희쪽으로 달려오려는데 막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어느새 자리를 옮긴 롤머리가 헤레와 크리스에게 검을 들이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꽤 거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인질이라니 비겁한거에요 아줌마!"

"...네. 하지만 전 임무 수행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했지요."


저 노처녀. 기사의 축에도 낄 수 없는거에요.


"진짜 아줌마에 더해서 외도인거야. 깨는거야."

"당신은 같은 편이잖아요!?"

"다들 잘 견뎌줬어. 이제 괜찮아. 루루도 곧 치료해줄테니 조금만 버텨줘."

"네, 네에..."


주인님이 분노를 억누른 얼굴로 제 머리카락을 보고 살며시 목에 손을 댑니다.

조금 아팠습니다만 희미한 빛이 나며 조금씩 고통이 사라졌습니다.


"후우, 일단 그 엘프를 넘겨주세요. 저는 아인이라고 해도 어린아이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거짓말. 저기 고양이 수인의 젊음과 가슴 크기에 질투하고 있는거야. 가짜인 자기와 비교해서 추악한 질투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어."

"당신은 좀 가만히 있어주실래요!?"


좋아요 검정유녀.

더 하는거에요.

저쪽끼리 싸울수록 저희가 유리해지는겁니다.


"그 김에 저기 엘프한테도 질투하고 있어. 미남 남자친구라니 죽어 마땅한 거야."


전부터 들었는데 주인님의 얼굴은 이쪽 인간이 봐도 좋은 쪽에 들어가는군요.

왠지 동양인 특유의 동안얼굴이라 그럴까요. 그보다.


"누가 누구의 남자친구인가요 농담도 작작하세요. 절벽꼬맹이! 저는 이 변태 귀축이랑 아무 관계도 없는거에요!!"

"거짓말. 사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도움 받아서 엄청 기뻐하는거야. 이 상황에서 꽁냥거린다니 분위기를 모르는 것도 정도가 있는거야. 죽어."

"근거 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없는 가슴을 깎아서 마이너스로 만들어버릴거에요!!"

"할 수 있다면 해보는거야. 힘이라면 내 승리는 확실한거야."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뿌리다니, 저 빨래판 지금 당장 부숴버릴거에요!!


"야. 지금 막 치료 끝났으니까 날뛰지 마."

"주인님 무기를 주세요! 저 합판은 제가 때려눕힐거에요!"

"휼륭한거야 도토리. 엉덩이에 어둠마법을 처박아 어금니를 떨게 만들어줄거야!!"


어째선지 주인님이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쓰다듬어왔습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다시 분노에 찬 얼굴로 실눈을 노려봅니다.


"그래서. 너를 상처입힌 건 저 남자인거지?"

"아, 네, 맞아요."


뭔가 무시무시한 살기에 억눌려 무심결에 대답했습니다.

왠지 평소와 분위기가 다른거에요.


"그래..."

"아무래도 마법을 좀 쓰는 것 같은데. 세계는 넓거든, 너무 기어오르지 않는 게 좋을거다?"


저를 내려놓고 뭔가 옅은 푸른색 장벽을 두르고 한 걸음, 실눈을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이래서야 저 유녀를 때려눕힐 수 없는데요. 그보다 인질들은 어떻게 할 건가요?


"움직이지 말라고 말했어요. 이 아이들이 어떻게 되든..."

"내 고양이귀한테 뭐하는 짓이야!!"

"뭣!?"


갑자기 숲 속에 엄청난 기세로 뛰어나온 카사이 씨가 눈을 헤치고 순식간에 롤머리에게 접근해 칼을 뽑아 벴습니다.

한순간의 일로 어안이 벙벙한 롤머리였지만, 검이 닿는 순간 모습이 사라지고 실눈의 옆으로 이동했습니다.

과연, 그녀도 전이계였나요.


"마코토씨!"

"크리스 괜찮아!?"


카사이씨는 롤머리와 실눈을 노려보면서도, 해방된 순간 감격해 안긴 크리스와 서로 꼭 껴안고 있습니다.

저는 둘(닭살커플)을 가리키며,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검정유녀에게 외쳤습니다.


"알겠나요 검정유녀!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닭살커플은 저런 걸 말하는거에요!"

"...확실히. 저쪽이 분위기 파악 못 해 짜증나는거야."


납득한 것 같아 다행입니다.


"하지만 너희도 꽁냥거린 건 변하지 않아. 어느쪽이나 바보인거야."

"좋아 알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홀딱 벗겨 로리콘 왕에게 보내줄거에요."

"알았어. 제대로 장식해서 바보 왕 식탁에 올려줄테니까 안심하는거야 귀쟁이원숭이."


아악 마을 애들보다 건방진거에요 이 유녀!!


"자, 이걸로 형세는 역전인가?"

"너 머리 안좋냐? 아무래도 우리 실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군."


장벽 너머 불꽃을 튀기는 저와 유녀를 힐끗 보곤, 카사이씨에게 구해진 크리스와 헤레가 루루를 짊어진 유리아와 함께 장벽 안으로 뛰어들어 왔습니다.

밖에서는 주인님과 실눈, 카사이씨와 롤머리가 서로 노려보고 있습니다.

다른 기사들도 덤벼들 기세입니다.


"분수를 알려주지."

"남길 말은 그걸로 끝이냐?"

"꽤나 실력자인 것 같네요. 귀찮게 됐어요."

"내 귀여운 고양이귀를 괴롭힌 죄는 무겁다고 롤머리."

"너는 왕도 변태들 망상속에서 패러사이드우드한테 붙잡혀있으면 되는거야!"

"너야말로 오크랑 커플링되는 망상책이라도 나오면 되는거에요!"


이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집단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습니다.




【R E S U L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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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루루】─★【유리아】

[◇MAX COMBO]─◇ 【0】──◇ 【0】─◇【0】

[◇TOTAL HIT]───◇ 【0】──◇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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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AL EXP]──◆ 【966】─◆ 【377】─◆【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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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소라] [Lv24] HP25/63 MP1012/1012 [딥빡]

[루루] [Lv65] HP20/952 MP32/40 [부상]

[유리아] [Lv51] HP1860/1860 MP82/92 [정상]

[헤레] [Lv33] HP210/210 MP712/732 [정상]

[크리스] [Lv11] HP120/120 MP15/15 [정상]

[슈우야] [Lv95] HP2086/2086 MP2936/3133 [분노]

[마코토] [Lv66] HP1733/1733 MP160/187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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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MAX COMBO]>>34

[MAX HIT]>>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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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귀 "가르르르르르릉!!"

흑 "그르르르르르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