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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멍청이가... 대체 어딜 간 거야."


낮. 엘리제의 숙소.

나는 모두와 점심식사를 하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오전 중에 계속 동생을 찾아다녔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그 녀석이 묵었던 숙소에도 가봤지만 거기엔 한 통의 편지만 있을 뿐이었다.

그 내용은, '내가 알던 오빠는 죽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찾지 말아주세요. 성범죄자는 죽어.' 라는 이상한 말이라 전혀 단서가 되지 못했다.


"동생이 폐를 끼쳐서 미안해."


나는 함께 시내를 뛰어다녀 준 두 명에게 머리를 숙였다.


"신경쓰지 마. ...솔직히 반은 내 탓이니까."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역시 어제 밤 늦게 우리집에 왔던 것 같아. 엄마가 밤에 물마시러 일어났는데 티나처럼 보이는 그림자가 뛰어가는 걸 봤데."

"...역시 그 때 엿보고 있던 건 그 녀석이였나."


나는 여동생에게 레리아나와의 섹스를 보였다는 것에 머리를 싸맸다.

으아- 설마 여동생에게 섹스하는 모습을 보여줄 줄이야...

게다가 상대는 로리아나.

그 녀석 부모님한테 연락하는 건 아니겠지? 만약 편지라도 보낸다면... 다신 마을에 돌아갈 수 없겠네.


"뭐 친오빠가 섹스하는 모습을 보면 여동생으로서 충격 받을 만 한가."

"티나는 아무리봐도 오빠를 잘 따르는 것 같았지."


레리아나와 엘리제가 얼굴을 마주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그런 두 명에게 나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아니 친여동생도 아니고 사촌지간인데 그렇게 충격받을 만 한가?"

""────응?""

"응?"


팟! 하고 이쪽을 돌아보는 두 명에게 무심코 주춤했다.


"왜, 왜...?"

"아니 왜가 아니고! 티나 사촌이었어? 어? 친동생이 아니고?"

"어, 응... 외삼촌의 딸, 그러니까 사촌동생인데."


내가 그리 대답하자 두 명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티나가 도망친 이유를 알겠어."

"응... 나라도 그럴거야."

"어? 진짜? 대체 왜?"


굉장하네, 오래 알고 지낸 나도 전혀 모르겠는데.

역시 여자끼리는 통하는 게 있는 걸까.

감탄하는 내게 두 사람이 마치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을 향한다.

레, 레리아나는 몰라도 엘리제가 그런 눈을 하다니... 대체 왜?


"...어쨌든 티나에 관해선 잠시 보류야."

"응. 바로 뒤쫓지 못한 이상 조금 식히는 게 좋겠네."

"뭐? 아니 불안하니까 찾아두고 싶은데."


내가 그리 말해도,


"아니 케인은 진짜 아무것도 하지마."

"우리가 시간내서 계속 찾을테니까 케인은 앉아서 기다려."

"...응."


두 사람의 차가운 시선에 기가 죽어 물러날 수 ㅂ잒에 없었다.




그럼. 티나에 관한 건 두 명에게 맡기고 나는 할 일을 하기로 하자.

어쨌든 우린 이걸로 미궁에 들어갈 권리를 얻었다.

지금 입장 가능한 미궁은 그다지 강하지 않은 소규모 미궁만 있지만 미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린 빠르게 미궁에 왔다.

선택한 장소는 비인기 미궁 '허약한 맹수의 난투' 이다.

크게 변한 ver.3.0 세계지만 여기는 역시 인기가 없는 듯 모험가는 없는 것 같다.


전에는 누군가 들어가──동류의 존재를 의심하게 된 것──한 마리 잡았다는 일이 일어났지만 이번엔 미궁이 관리되고 있으니 그 걱정은 없어져서 안심이다.

그래도 우린 만약을 위해 망을 보며 교대로 칭호를 얻어갔다.

해가 질 무렵 우리는 '초급' '숙련' '일류' 모험가 계통 칭호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에 나는 일단 안심감을 느겼다.

세계의 대규모 개변.

그것은 '칭호 시스템의 소실' 의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그런 시스템 관련은 변함이 없는 듯 했다.

이어서 우리들은 '백전연마' '니노타치요라즈' '심안' 획득에 착수했다.

라고는 해도 하루만에 모두가 취득할 순 없다.

기껏해야 하루 한 명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엘리제, 레리아나, 나 순으로 취득하기로 했다.

이유는 현재 전투력 순이다.

전투 경험이 거의 없는 엘리제, 어린 시절부터 기술을 단련한 레리아나, 나는 마검에 의해 계승된 기술이 있다.

'무슨 일이 있을 때' 가장 위험한 게 엘리제이기에 그 보강을 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럼 솜씨 좀 볼까."


레리아나에게 망보기를 맡기고 미궁에 들어간 나는 엘리제에게 말했다.

강화된 감각은 벌써 모퉁이 앞의 적────4마리의 자콘을 감지했고, 그것은 지금 엘리제의 실력을 측정하기에 알맞는 적이었다.


"응 맡겨줘."


내 말에 자신있다는 듯이 끄덕이는 엘리제.

꺼낸 건 20cm 정도 되는 목제 완드.

그것을 본 나는 눈치채이지 않게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가 꺼낸 지팡이는, 전에 내가 사준, 마법진이 새겨져 마법을 발동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단순히 마법의 발동을 도와 위력을 올리는 타입의 마도구.

엘리제가 지팡이를 겨누는 것과 동시에 모퉁이에서 구체에 박쥐 날개가 자란 것 같은 이상한 생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콘들은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더니 이쪽으로 날아왔다.

엘리제는 그것을 보고 당황하지 않고 지팡이를 휘둘러 화구 하나를 만들었다.


"오오? 무영창!"


나는 엘리제가 무심하게 한 그 동작에 감탄의 소리를 질렀다.

마법 스킬의 무영창은 꽤나 고도의 기술이며, 마법에 대한 깊은 지식과 상당히 숙련도가 있지 않으면 습득할 수 없다.

그것을, 초보적인 파이어볼이라곤 해도 사용하다니... 이 세계의 엘리제는 상당한 우등생인 것 같다.

엘리제의 어머니도 뿌듯하실 것이다.

그런데 무영창으로는 아직 파이어볼 하나 밖에는 만들 수 없는 것 같다.

힘차게 날아가는 화구를 보던 나는 다음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자콘들에게 접근한 화구가 터지며 불길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파이어볼이 아니라 파이어스톰이었구나!

불길의 소용돌이는 순식간에 자콘 무리를 태우고 그 존재를 드롭아이템으로 바꾸었다.


"...진짜 놀랐어. 학원에 다는다는 건 허세가 아니었구나."

"에헤헤, 뭐 그렇지!"


내가 박수를 치며 엘리제를 칭찬하자, 그녀는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 어느정도까지 쓸 수 있어?"

"지금 화구 계열 마법은 전부 쓸 수 있어. 중급은 일부분만. 하급마법은 전부 무영창으로 할 수 있고 불속성 중급도 무영창으로 가능해."


...하급 마법 전체랑 중급도 일부분 무영창이 가능한 건가.

강하잖아.

게임에서는 MP 포션에 절이는 것으로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무영창이지만 현실에선 그렇게 되지 않는다.

꾸준한 노력과 본인의 센스가 필요하다고 들었다.

분명 학원의 월반 졸업 조건이 중급 마법의 무영창 사용이었을 터.

그렇다는 건 그녀는 이미 졸업 가능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된다.


"대단하다. 그 정도면 졸업 후에 진로도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는 거 아냐?"

"응. 뭐 귀족의 전속 마법사라던가 이것저것 있었어. 그치만 여관일도 있고... 엄마는 하고싶은 걸 하라고 했지만 말야."


귀족의 전속, 그것은 서민이 동경하는 직업 중 하나다.

물론 귀족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고 터무니 없는 악덕 귀족도 있다. 그런 곳에 섣불리 취직해버리면 꽤나 비참한 앞날이 되지만, 기본적으로 학원이 소개해주는 곳은 괜찮은 곳이므로 그 걱정은 적다고 할 수 있다.

즉, 이 세계의 엘리제는 명실상부 엘리트 꿈나무였던 셈이다.


"뭐 그래도 지금은 케인이랑 모험가를 하기로 정했어. ...아빠를 설득하는 건 힘들겠지만."


그리 말하며 쓴웃음 짓는 엘리제.


"하하, 그 때는 나도 도와줄게."

"응, 잘 부탁해."


내 말에 엘리제는 기쁜 듯 뺨을 풀었다.




────이틀 후.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해?"


'백전연마' '니노타치요라즈' '심안' 세 칭호를 전부 취득한 우리는 엘리제의 숙소 식당에서 작전 회의를 하고 있었다.

저녁식사 시간이 지나 손님이 드문드문 있을 뿐.

목소리를 낮추면 대화내용은 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대로 '일기당천'을 얻고 클래스를 얻고 싶은데."

"나도 그게 좋다고 생각해."

"나는 '특효약' 이 좀 신경쓰여. 가능하면 빨리 얻고 싶은데."


흠.

나는 레리아나의 말에 조금 고민했다.


"일단 '일기당천'이 최우선이겠네. 이게 없으면 레리아나의 '특효약' 을 구할 능력이 안 돼."

"응."

"문제는 내 클래스랑... 고정화 미궁의 입장 조건이야."

"무슨 소리야?"


고개를 갸웃거리는 두 사람에게 나는 목소리를 낮추고 설명했다.


"난 지금까지 '영웅'이라는 클래스를 얻고 있었는데, 그 조건 중 하나가 '사람을 100명 죽일 것' 이야. 지금까지는 엘리제를 공격한 녀석들로 채우고 있었는데..."


내 말에 엘리제가 "아..." 하고 납득했다.


"확실히... 이 세계에서도 그 사람들이 나쁜 사람인지는 모르겠네. 특히 이 세계에서는 모험가가 되는 것도 어렵고."

"응. 살짝 조사해 봤는데, 아무래도 그... 빌리는 모험가가 아닌 것 같아. 게다가 모험가의 범죄 자체가 엄청 줄어들어 있어."


이러쿵저러쿵 했던 길드였지만 모험가의 범죄 억제라는 점에서는 큰 도움이 되는 듯 했다.

...그것도 내게 있어선 귀찮은 점이지만.

...그러면 어쩔 수 없나.

나는 작게 탄식했다.


"일단 '영웅'은 포기하고 검사계 상급 '검호'를 노려야겠어."

"만약 아직 죄가 없는 사람을 벤다고 했으면 때려서라도 막으려 했는데."


씨익 웃는 레리아나에게 쓴웃음 지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클래스는 그걸로 됐다쳐도 고정화 미궁 쪽이 성가셔."

"또 길드 관련이야?"


레리아나가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혀를 내민다.

예전엔 어색함을 느끼던 그 동작도 지금 외모엔 정말 잘 어울린다.


"고정화 미궁에 들어가려면 은 랭크여야해. 은 랭크가 되려면 황동 랭크인 상태에서 '전설의 신들의 이상향' 30층을 클리어 해야만 해. 그리고 황동 랭크가 되려면 소규모 미궁을 10개 답파하거나 아니면 금화 30장 분량의 의뢰를 해야 돼."

"으윽... 조건조건조건, 계속 조건 뿐이네."

"이래봬도 우리는 전하의 소개라서 나은 편이야."


다른 모험가들은 이것에 더해 신용도를 올리기 위해 길드가 지정하는 의뢰를 받거나... 직원에게 뇌물을 준다는 것 같다.

만약 전하의 소개가 없었다고 상상만해도 오싹해진다.

...그런 은인을 심하게 내쳐버린건가.


"......................................."

"케인?"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자기혐오에 사로잡혀 있자 엘리제가 걱정해오기에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전하에 대한 건 잊자.


"그럼 우선 은 랭크를 목표로 하는 거야?"

"고정화 미궁의 위치는 알고 있으니 무시한다는 방법도 있긴한데."


모든 게 길드의 관리라니 짜증난다.


"좋은 생각같지는 않아. 최악의 경우엔 미궁 출입금지가 될 수도 있잖아."

"그렇지..."

"일단 레리아나의 병 치료가 늦어질 때 최종 수단으로 하자. 정 안되면 뇌물을 주는 방법도 있을테고."

"알았어."


우리가 향후 방침에 대해 이야기를 끝낸 그 때.


"실례하지요오..."


갑자기 끈적한 목소리가 식당에 울렸다.

입구를 보니 몇몇 동행자를 거느린 중년 남자가 히죽히죽 웃으며 서있었다.

몸은 오크나 트롤로 착각할 정도로 뒤룩뒤룩 살이 졌고 목덜미는 살에 파묻혀 존재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정수리는 둥글게 벗겨지고, 남은 쓸쓸한 머리카락이 땀과 기름으로 달라붙어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정도로 추악했다.

입고 있는 옷은 금실로 짠,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명품이지만 센스는 최악이었다.

뒤에 선 남자들은 제복으로 추측하건데 이 거리의 경비대 같지만 풍만한 몸집에 오만한 눈빛이 도저히 정상적인 대원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을 본 다른 손님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하나둘씩 식당을 떠난다.

...뭐지 저 녀석들. 신종 오크인가?

내가 의아스럽게 그들을 보고있자 엘리제가 몰래 속삭였다.


"너무 보면 안 돼."

"저 사람들은...?"

"...게드론, 이 구역의 세금을 관리하는 공무원. 가끔 와서 괴롭혀."


엘리제의 말에 내가 눈살을 찌푸린 그 때, 주방 안쪽에 있던 엘리제의 어머니가 뛰어나왔다.

그리고 붙임성 있는 웃음을 지으며 게드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게드론님! 항상 신세지고 있습니다."

"예에. 바쁜지만서도 시간을 내어 찾아왔지요오..."


그리 말하는 게드론의 시선이 엘리제의 어머니 가슴 골짜기를 기어다니고 있었다.

남자인 나조차 소름이끼치는 눈매.

그것을 본 엘리제가 작게 중얼거렸다.


"...바쁘면 오지 말던가 돼지새끼."


...엘리제, 님?


"...그것 참 감사합니다."


깊게 고개를 숙인 엘리제의 어머니 표정은 이 각도에선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왠지 내 눈 앞의 그것과 똑같을 것 같다.


"네, 그런데 발이 아프군요. 목도 마르고요."

"죄송합니다. 바로 자리에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마실 것도 내오겠습니다."

"수고하시는군요. 아아 싸구려는 내오지 마세요. 몸에 안맞으니까. 으음 가격이 어떻게 됐었지요?"

"그런! 신세를 지고 있는 게드론님에게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어라 그런가요? 신경쓰게 한 것 같아 죄송하군요오. 그리고 이쪽 분들에게도 부탁하지요. 저만 먹고 마시는 것도 미안하니까요."

"물론입니다."


인사하고 떠나는 어머니의 등을 보며 작게 비웃는 추종자들.


"..................................................."


대화의 흐름을 들은 내 마음 속에서 무언가 솟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머리는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한편 온몸의 혈관이 타는 듯이 뜨거워져 간다.

솟구치는 충동을 이를 악물어 참는다.

진정해...

여기서 죽이는 건 악수다. 오히려 이 가게에 폐가 된다.

곁눈질로 보니 레리아나도 분노하는 표정으로 참고 있는 듯 했다.

엘리제의 표정은... 그늘져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중 가장 괴로운 건 그녀일 것이다.


"...크흠, 그런데 알리제씨. 잠시 괜찮으시겠나요."


실컷 먹고 마시던 게드론이 조용히 그렇게 말을 꺼냈다.

...이제와서지만 엘리제의 어머니 이름은 알리제인 것 같다.

엘리제와 한글자 차이인가.


"무슨일이신지?"

"네에, 이 가게의 납세서를 보던 중에 오류를 찾았지요. 이 쪽의 실수긴 하지만, 납세액이 적었던 것 같아요. 그 차액을 지금 받고싶군요."

"...................................................세금은 제대로 냈습니다."

"그럼요. 그럼요. 당신이 그렇게 말하고 싶어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 말고요. 이쪽의 실수로 금액을 적게 냈을 뿐이니까요. 그런데 위쪽... 아, 제 상사라는 뜻입니다만, 그 쪽이 그 사정을 이해해줄지 어떨지..."

"..................................................."

"저는 물론 당신께 잘못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구요? 그래도 위쪽은 서류만 보고 판단할텐데 그 때 어떻게 생각하실지... 그렇지요?"

"...그렇군요. 그래서 차액은 얼마인가요."

"오오! 정말 죄송하군요. 제대로 서류쪽도 고쳐놓도록 하지요. 차액은 대충──"


가면처럼 무표정한 알리제씨가 안쪽에서 자루를 가져오고, 그것을 받은 게드론 일행이 일어섰다.


"그럼, 이것으로 용건은 끝났으니 물러가지요. 너무 오래 있으면 영업에 방해가 될테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후후... 아 그래!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게드론이 떠나려던 그 때 갑자기 그가 돌아보며 말했다.


"만약 경영이 곤란해지면 언제든지 상담하세요. 세금과 관련된 일이라면 얼마든지 상담해드릴테니까요. 그 때는 혼자서 제 저택에, 알겠나요?"

"....................................................."


그리고 게드론과 부하들이 떠나갔다.

바로 엘리제의 아버지가 뛰어나와 알리제씨 곁으로 향했다.


"...아빠가 있으면 게드론의 행포가 심해지거든."


그것을 보던 내게 엘리제가 속삭였다.


"...기분나빴어."


레리아나가 얼굴을 찌푸린 채 불쑥 중얼거렸다.


"그래서 케인. 쟤네들 어떻게 할거야?"


그리 묻는 그녀에게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죽여야지."


엘리제와 이 숙소에 찝쩍대는 것들은 반드시 처리한다.

그것은 내게 주어진 일종의 사명이기도 하다.

다만...


"오늘 바로는 안 돼. 이 가게가 의심받을거야. 조금 시간을 둬야겠어."


상대는 나름 공무원... 즉, 귀족이다.

게다가 세금을 관리하는 쪽이면 원한도 많이 사게 될 것이다.

그런 놈은 분명 보복을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강한 노예를 데리고 있거나... 자신이 살해당한 후의 보복 시스템이거나.

보란듯이 경비를 데리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겠지.

전의 슬럼가 놈들처럼 막 죽이면 되는 게 아니다.


"우선 정보 수집부터야. 그리고 전력 강화도 서둘러야해."


보복 시스템에 관해선 나름 금방 밝혀질 것이다.

평소에 떠들고 다닐테니까.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호위에 대해선 표면적인 건 간단히 파악되겠지만 문제는 비장의 카드를 숨기고 있을지...

그것도 칭호작을 끝내면 문제 없다.

결국 할 일은 지금까지와 별로 다르지 않다.

그저 가상의 적이 나타났을 뿐이다.

좀처럼 이번 회차의 적 윤곽이 보이지 않아 안절부절하던 참이다.

이 쯤에서 화풀이를 하도록 하자.

아... 어쩌면 백명을 죽인다는 조건도 이걸로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끝없는 분노를 억누르며 이를 드러내 웃었다.


"────바빠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