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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신천지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거에요.


e-3 마음의 행방



처음 봤을 땐 엘프라는 점 외엔 관심 없었다.

그저, 가지고 싶었던 엘프노예를 발견하고 싸게 구했다고 좋아하고 있었다.

그게 바뀐 첫번째 계기는 나를 발견한 그 아이가 일본어를 사용해 필사적으로 자기를 사달라고 졸라온 것이었다.


□■>>마음의 행방. ↲


'아마나리 소라' 라는 16살 일본인이라고 자칭하는, 특이한 말투를 사용하는 엘프 소녀는 여자애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무방비, 마치 동성을 대하는 것처럼 편하게 지냈다.

치마를 입고 격한 동작을 하는것도 신경쓰지 않는 바람에 엉덩이를 감싼 흰 천조각을 몇번이나 봐버렸고 잘 때도 내가 옆에 있는데 태연하게 옆 침대에서 자고 한밤중에 덥다며 이불을 차버려 하얀 배를 마구 드러내고 있었다.


처음엔 나이는 거짓말이고 사실 겉모습 그대로인 것 아닌가 생각했지만 대화해보니 진짜 한 살 연하같았다.

그렇다면 설마 날 유혹하고 있는건가 라고도 생각했다.


이 세계 온지 벌써 3달 이상, 누군가에게 과거를 말할 수도 없고 혼자 지낸 시간이 긴 탓인지 혼자서 처리하는 것도 허무하게 되고 창관에 갈 생각도 나지 않으니 차라리 성노예를 사러 간 노예상에서 그녀를 발견해 그리운 언어를 듣고 그저 기뻐져서, 무엇때문에 노예를 사러 갔는지 완전히 잊고있었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던 모양, 기쁜듯이 웃으며 과거얘기나 이곳에 오고나서 고생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오랜 금욕생활을 해온 건강한 남자에게 그녀의 달콤한 향기와 무방비한 태도는 독뿐이 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커져가는 욕망에 맡겨, 자기가 남자였다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그녀를 침대로 넘어뜨리고 있었다.

웅크리고 떠는 그녀의 울음소리로 냉정하게 됐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끝나버렸고 한 번 무너진 욕망의 마개를 다시 막는다는 건 너무나 어려웠다.


최악인 점은 그녀가 그 후로 한층 더 매력적으로 된 것이다.

겁에 질려 욕을 하는 주제에 내 곁에서 절대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겁에 질려 욕을 하는 주제에 끈질기게 괴롭혀주면 울 것 같은 얼굴로 매달린다.

따돌린다고 삐져도 맛있는 걸 선물해주면 다 잊고 미소를 보여준다.


그런 순진한 강아지 같은 그녀의 모습에, 이곳에 오기 전에도, 오고 나서도 고독감을 느끼던 나는 순식간에 마음을 붙잡혀버렸다.


부모님의 뜻으로 초중고는 명문으로만 다녔다.

다행히 공부로 고생한 적은 없었지만 공상을 좋아했던 나는 대화가 맞는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중학교때부턴 그저 귀찮아서 친구를 만들 노력을 포기하고 학교는 어느새 공부해서 성적을 남길 뿐인 공허한 장소가 됐고 남은 시간을 한층 더 취미로 보내게 됐다.


그래서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땐 기쁜이 더 컸다.

여기서라면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걸 찾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맞는 동료가 있을지도 모른다.

언제인가 책에서 봤을법한 이야기를 꿈꾸며 세계로 뛰쳐나온 나는 결국 이 세계에서도 이물질인 채였다.


어디를 가더라도 이방인, 그 누구도 일본에 대한 걸 모르고, 여기저기 일본인의 흔적은 남아있었지만 고향이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바라던 엘프노예를 조사하고 이미 멸종했다고 알았을 땐 살아갈 기력을 잃을 뻔 했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생긴 대화가 맞는 동향 친구이자 동시에 무엇보다 바라던 엘프였다.

점점 빠져버린 건 그게 큰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같이 살면서 화가나는 일도 있었고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화해할때마다 전보다 더 친해졌다는 느낌이 들어 기쁘기도 했다.


싫은 일, 기쁜 일 전부 나누고도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되는 상대가 진정한 친구라고 들었던 게 생각났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녀는 분명 내게서 가장 친한 친구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친한 친구가 아니라 좀 더 가까운 위치에서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부드러운 꽃향기같은 좋은 향기로 눈을 뜬다.

멍한 의식으로 내 방을 둘러보고, 내가 껴안는 베개처럼 베고 있던 소라의 배... 아니 가슴? 에 시선을 되돌린다.

사고가 분명해짐에 따라 점점 기억이 뚜렷해졌다.


아무래도 나는 소라의 위로를 받고 울다지쳐 잠든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애 같다고 쓴웃음 지었다.

한편 직전에 들었던 말을 떠올리고 눈 앞에서 배를 내밀고 누워있는 소녀의 배꼽을 간질이며 입가에 웃음을 띤다.


"아직도 진짜 남자인지 아닌지 모르겠네."


등에 업어줄 순 없지만 울고 싶을 때 가슴 정도는 빌려준다니.

함께 힘내자고 말해야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지만 이 작은 손이나 어깨를 보고 있으니 그 정도가 딱 좋다는 느낌도 드는게 신기하다.

무엇보다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솔직한 게 소라답다.


웅얼거리며 몸을 뒤척이는 그녀를 안아 똑바로 눕히고 나도 함께 누웠다.

아이처럼 순수한 잠든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나쁜 기억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으니 잠결에 껴안겨온다.

이런 모습으로 남자였다고 해도 믿을리가 없다.

하지만 거짓말이라고도 생각할 수 없어서 정말 복잡한 기분이지만 그걸로는 이 사랑스럽다는 마음을 뒤집기엔 많이 부족하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여자로서의 소라뿐이니 상상할 수 없는게 당연하겠지만.


어떻게 해야 나를 더 바라봐줄까, 나를 좋아해줄까.

아무리 바깥부터 메워도 내가 원하는 건 소라의 마음이기에 의미가 없다.

그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고, 이제와선 휘둘리는 것 조차 즐겁다고 생각하니 사랑이란 신기하다.


나라가 안정되면 결혼식을 울리겠다고 말하면 그녀는 화를낼까 울려고 할까.

내 감정을 강요하는 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그 때의 반응을 생각하면 가학심이 솟아난다.


"사랑해."

"으, 으으..."


가능한 상냥하게 머리카락을 빗어주고 작게 말하며 이마에 키스를 한다.

그러자 갑자기 괴로운 듯한 얼굴로 가위에 눌리다니 실례다.

하지만 이제 놔 줄 마음은 하나도 없어.


가능한 한 빨리 포기하고 내 것이 되어 달라고, 가위 눌린 소녀를 끌어안으며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