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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주인님을 말하는 고슈진사마는 남편이라는 뜻도 있음)


"이렇게 소라엄마와 슈우야아빠는 맺어져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꺄아~!"


성 안에 만들어진 정원 구석, 첫 딸인 '사쿠라'가 태어났을 때 심어져 지금은 다 자란 나무의 그늘에서 헤레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습니다.

요즘 성 밖에서 유행하는, 노예였던 소녀와 마법사의 사랑이야기라고 합니다.

고유명사 마구 남발하고 있지만요.


"앗, 어머님!!"


쓴웃음지으며 다가가자 모여있던 아이들 중 한 명이 눈치채고 달려왔습니다.

두번째 딸인 모미지입니다.

벌꿀색 머리에 맑은 푸른 눈동자, 긴 귀의 여자아이, 올해로 7살. 아직은 응석쟁이있니다.

달려온 딸의, 저보다 주먹 3개 정도 낮은 위치에 있는 머리를 쓰다듬자 간지러운 듯 눈을 가늘게 뜹니다.


"지금 있지, 헤레어머님한테 소라어머님 얘기 듣고 있었어."

"또 남의 흑역사를..."


한숨을 쉬는 저에게, 큭큭 웃으며 다가오는 건 첫딸 사쿠라, 올해로 11살에 검은머리 푸른 눈, 긴 귀의 여자아이.

주인님을 닮은 건지 발육이 좋아 10살 무렵에 이미 제 키와 가슴을 앞지른 건방진 딸입니다.


"정말 멋진 이야기였던거에요! 저도 멋진 남편을 원하는거에요!"

"모미지. 제 말투는 따라하지 않아도 되는거에요."


활짝 웃는 모미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의를 줍니다.

어째선지 이 아이는 제 말투를 흉내내는 거에요.

저도 고쳐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도저히 고쳐지지 않네요.

공적인 자리에서는 제대로 가능하지만 사적으로는 어떻게해도 안됩니다.


이대로면 딸에게 본보기가 되지 않겠어요.


"헤레엄마. 나는 모험얘기가 듣고싶어."

"나도!"


그 옆에서 헤레에게 모험담을 조르고 있는 건 루루의 첫 아이인 '리디' 검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장난꾸러기 남자아이.

거기에 동의하는 게 소의 귀와 뿔을 가진 연녹색 머리 소년 '플레어', 유리아의 두번째 아이입니다.


"뭐~ 모험보다 기사님과 공주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응응"


거기에 저항하는 세력이 루루의 둘째 딸, 리디의 여동생인 검은머리의 '프림'과 유리아의 첫째 딸 '미르티아', 검은머리에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건강한 아이입니다.


"모험담이 좋단말야!"

"아니 연애이야기!"


남매끼리 대립이 심해지는 가운데, 손뼉을 쳐서 주목을 모읍니다.


"네네. 싸우면 유리아 엄마의 간식 못먹어요~"


그렇게 말하니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았던 아이들이 자세를 바로잡고 섭니다.


"그럼 다들 어머님들이 화내기 전에 화해하고 간식 먹으로 가죠."


어느새 정리역할이 된 사쿠라의 말에 마지못해 화해한 아이들이 다같이 식당으로 갑니다.

그 등을 바라보며 아직 달라붙어 있는 모미지의 손을 잡고 저와 헤레도 식당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힘차서 귀엽네."

"다들 응석을 받아주니 곤란해요. 특히 주인님이 너무 심한거에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응석을 받아주고 있지만요.

처음엔 어쩔 수 없이 낳은 아이지만 낳아보니 귀여움의 극치.

엄격하게 하려고 해도 자꾸 물러져 버리는겁니다.

참고로 주인님은 처음에 예상한 것처럼 완전한 자식바보가 됐습니다.

가끔 카사이씨와 어느쪽 아이가 더 귀여운지 떠들고 있었습니다.

그 쓸데없는 싸움에 다들 쓴웃음만 짓고 있습니다.


"아버님?"

"아버님은 아이들한테 무르다는 소리에요."

"응 아버님은 상냥하니까 정말 좋아하는거에요!"


아버지의 화제에 반응한 건 제 옆을 걷는 모미지.

응석쟁이인 이 아이는 저를 닮아서 그런지 주인님에게 특히 귀여움 받아 지금은 심각한 파더콘이 됐습니다.

아 오해가 없도록 말해두겠는데, 다른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사랑에 눈먼 부모입니다.


편애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아까 같은 싸움은 일어나긴 해도 기본적으로 아이들끼리 사이가 좋고 위의 아이들도 막내인 모미지를 귀여워하고 있으니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또 사쿠라는 첫아이라 당황하려 제가 이것저것 너무 노력한 탓인지 심한 마더콘이 되어 버렸습니다.

주인님을 닮은 딸이 마더콘이고 저를 닮은 딸이 파더콘이라니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요.

역시 언젠가 신을 토벌하러 가야만 하는 걸까요...


"저기 소라."


요 몇년 동안 완전히 어른스러워진 헤레가 미소를 지으며 절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아이에게도 완전히 키를 추월당해버렸네요.


"왜요?"

"소라는 지금 행복해?"


그 물음에 답하기 전에, 모미지가 뭔가 눈치챈 듯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넘어진다고 항상 말하지만 목적지쪽을 보니 식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간식인 스위트 포테이토를 먹는 주인님이 있었습니다.


주인님에게 달려들어 무릎 위에 앉는 모미지를 보며 놀리듯이 웃는 아이들.

그것을 보고 흐뭇하게 웃으며 간식 추가분을 두는 유리아와, 양 손에 간식을 쥐었다가 자기 딸에게 예절이 나쁘다고 혼나 시무룩해진 루루.

평소처럼, 사람은 많아져도 변하지 않는 평온한 일상의 풍경이 있었습니다.


"...헤레."

"응?"


대답이 돌아올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작게 고개를 기울인 헤레의 날개를 잡습니다.


"빨리 안가면 전부 먹을 것 같아요. 서두르죠."

"어!? 아! 내 몫도 남겨줘~!"


빠른 걸음으로 식당에 도착하고 황급히 자기 몫을 챙기려는 헤레에게 아이들이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며 비어있던 주인님의 옆자리에 슬그머니 앉습니다.

제가 손을 뻗기 전에, 옛날에 비해 꽤나 어른스러워진 주인님이 덜어두고 있었던 것 같은 스위트 포테이토를 내줍니다.


"고마워요."

"아니야."


짧은 대화지만 잘난채하거나 달달한 말이 오지않는 만큼 편합니다.

아마 밖에서 보면 거리감이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이상한 과계겠지만 이게 가장 좋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자 헤레 엄마 몫."

"프림 고마워~!"


헤레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아마 '이 일상이 가능한 한 오래 지속됐으면 좋겠다.' ...겠죠.

하지만 분명... 이걸로 충분한 거겠죠 주인님?


어느새 옆에 있는 게 당연하게 된 사람을 향한 무언의 미소에, 똑같이 무언의 미소가 되돌아왔습니다.


(역주. 최종장 등장인물 소개 남아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