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이번 이벤트는 뭐랄까, 공감할 요소가 한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나는 과거에 타로를 시작했다가, 스스로 제어하기 힘들어서 관둔 경혐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이른바 유사앨리스 체험이랄까ㅋㅋㅋ


이야기에선 에스피가 기괴한 꿈을 꿔서, 앨리스가 그것의 진위여부를 알기위해 세계수교단 심부까지 향하는 이야기이다


시도때도없이 카드로 타로점을 보는 앨리스는 뭐랄까, 과거에 마법의 소라고동같이 카드를 썼던 내가 겹쳐보인 기분


타로란게 애초에, 맞으면 맞고 아니면 아니지만, 뭔가 들어맞기 시작하면 꽤 기이하게 두렵기 때문이다


세계수 교단에 들어가기 위한 타로점으로 스피키를 데려오는데, ㅈㄴ 전조도 없이 지가 네르인 마냥 세계수 교단으로 들어가는게, 얼탱이가 없어서 재밌었다


저것은 고도의 프로정신인가, 아니면 광기에 가까운 순수인가


스피키의 도움으로 에스피와 앨리스가 교단 심부로 침입하는 것에 성공하는데, 호기심에 못이긴 에스피가 여러 문을 열어보다, 수많은 사제들이 모여 기도(꿀잠)을 하는 장소를 발견한다


에스피의 말로는, 사제들이 얼마나 잠든건지 다 꼬질꼬질 하다며, 그녀들이 잠든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음을 암시한다


얼마안가 그들은 뭔가 상당히 수상한 문을 발견하고, 그곳에는 유령 특유의 물질관통도 통하지 않자, 에스피는 잠들어있는 사제들의 꿈을 보아 열쇠를 찾는 아이디어를 내서, 그녀들의 꿈속에 침입한다


그러나 바깥시간으로 약10초만에 에스피가 기겁을 하는데, 그녀의 말로는


"사제들이 하도 오래 잠들어서 꿈이 엄청 복잡하다, 100년은 해맨 기분이야" 라고 언급한다


여기서 한번 공포를 느꼈던 것이, 실제로 바깥시간과 꿈의 시간이 다른 경험을 해봤던 나는


'그럼 저기서 잠들어있는 사제들은, 바깥의 10초가 100년으로 느껴지는 꿈속에서 몇백년을 살아가는 걸까' 하고 소름이 돋았다


에스피는 그와중에도 열쇠의 위치는 관측해내서, 수상한 문을 따고 앨리스와 함께 내부로 들어간다


그리고 바로 동시각에, 유령마을에서 서로 싸우던 림과 셰이디는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무려 '수 많은 차원의 틈을 열어 차원의 축을 뒤틀어버리려던' 셰이디와 싸우던 림이, 울렁거림과 함께 극도의 '불균형'을 세계수 방향에서 느낀 것


그 부조화에서 심각함을 느낀 림과 셰이디는, 곧장 세계수 교단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 시각 수상한 문 내부에서, 세계수 밑동을 찾아낸 앨리스와 에스피는, 타로점을 치기위해 준비를 마치고 점을 보는데


앨리스가 카드를 계속 뒤집어도, 똑같이 뒷면만 나오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타로카드를 다뤄봤던 내가 감상한 바로는, 앨리스가 겪은 현상은 마치 심령현상을 겪은 것 마냥 심히 호러틱했으리라


그리고 바로 그때, 네르(스피키) 머리끄댕이를 붙잡고 수상한 문 앞으로 달려온 네르와 교주가, 문 내부에 있던 그들을 꺼내려 문을 두들기기 시작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전에없던 ㅈㄴ 격한 네르의 목소리 톤


에스피는 그것에 공포를 느끼고는 수상한 문을 열쇠로 잠그고는, 계속 허탕치는 앨리스의 카드들을 직접 뒤집는다


그런데 무슨, 카드들의 앞면은 새까만 칠흑이였다


앨리스는 그것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지는데, 그 칠흑의 카드들은 '존재할 수 없는' 카드


앨리스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앞면을 검게 칠한 적이 없기에, 그것은 굉장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화면으로 봐서 덜하겠지만, 배경상황으로 유추해보면


빛도 잘 안들어와서 어두컴컴하고, 돌에 이끼가 낀 조금 음습한 공간에서


점이랍시고 카드를 뒤집었는데, 어두운 곳에서 존재하지 않는 시꺼먼 카드가 연속으로 나온 것이다


에스피는 믿을 수 없다며 카드를 한번 더 뒤집는데, 이번에는 카드의 뒷면마저 백색으로 무지가 되어버리며


곧 앨리스의 카드뭉치 전체가 백지로 변해서 허공에 흩뿌려진다


그리고 그 뒤가 ㅈㄴ 압권인데


씨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부수고 들어온 네르의 모습은


솔찍히 다른 여타 공포겜들과 다를거 없을정도로 개무서웠다


저래서 네르가 '광기' 구나 하고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뒤로 네르가 진실의 방에서 개같이 팼는지, 앨리스는 기억을 잃은 채로 교단의 침대에서 깨어나고


에스피가 '너 꿈꾼거야!' 하고 사전에 사제장과 합의한 구라를 쳐서, 두 유령은 집으로 돌아간다


이번 스토리의 공감대가 살짝 한정적이라고 느낀 이유가, 바로 타로의 특성 때문이였다


나도 타로 처음 봤을땐, 진짜 그림과 정해진 단순한 의미를 가지고 점치는게 다인줄 믿질 못했으니까


하지만 점술을 다뤄본 경험을 토대로 스토리를 보니까, 되게 기괴하고 무서운 스토리였다


셰이디가 차원의 축을 뒤흔들려했던게 뒤로 묻힐 정도로


네르가 '히얼스 네르' 한 모습때문에 잠 잘수 있을지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