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여기가 빈민가라지만 경험도 없는 처녀가 대뜸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파는 게 말이 되는거냐?!”


“몸이야 그냥 내가 팔고 싶으면 파는 거지 뭘 그렇게 화를 내. 아저씨랑 상관 있어?”


“그래, 상관 있다! 아주 크게 상관 있다고!”


“뭔데, 말이나 해 봐.”


“그렇게 아무렇게나 정조를 팔아 치우면 내가 가져간 네 몸이 아무 가치도 없다는 것 같잖냐! 나는 그렇게 가치도 없는데다가 돈 쓰기 싫다고!”


“허 참, 이상한 아저씨네. 아저씨도 들어본 적 있겠지만 나 TS증후군 환자야. 속은 여자다움도 하나 없는 시커먼 남정네라고. 그런데 뭐 천상 여자도 아니고 태생적으로 여자로서 뭐도 없던 놈한테 뭘 바라는거야?”


“몸이 여자아이고, 내가 여자라고 생각하면 넌 여자다! 네 정조를 내가 사기로 했으면 내 거니까 아무튼 함부로 굴려대지 마!”


“어차피 몸 판다 해도 하룻밤 자고 끝이잖아. 그 이후에 내가 몸 파는 건 어쩌게?”


“쯧, 돈이야 매달 주마. 그러니 내 허락 없이 함부로 몸 팔고 다니지 말라고.”


“…그럴 돈은 있고?”


“당연하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레어한 취미 생활 하려면 어쭙잖은 돈 없이 되겠냐?”


“이상한 양반이네… 뭐 나야 돈만 잘 주면 되니까. 그래서 뭐… 여기서 벗으면 돼?”


“너는 내 말을 뭘로 들어먹은 거냐? 그렇게 정조를 길가에 널린 돌멩이마냥 툭 툭 내던지듯 팔면 내가 언짢다니까.”


펄럭-


남성은 틋녀가 기존에 입고 있던 허름한 거적대기 대신 제대로 된 옷을 던져주며 퉁명스레 말을 이었다.


“너는 오늘부터 내 집에 가서 일단 제대로 되어먹은 삶이 뭔지 부터 느껴야겠다. 그러고 나서 네 몸을 파는게 좀 아깝다고 느껴질 때, 그때가 바로 너랑 잘 때니까 그렇게 알아라.”


“…마음대로.”


틋녀는 던져진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그 모습을 본 남성은 이마를 짚으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몸 파네 어쩌네 하는 소리를 가볍게 내뱉을 때부터 생각했다만, 뒤 돌아보라거나 어디 안보이는 데 가서 옷 입을 생각조차 없구만. 수치심이라는 게 하나도 없는거냐?”


“말했잖아. 속에 여자같은 면은 하나도 없는 TS증후군 환자라고. 불만이면 굳이 나 같은 거 한테 돈 쓰지 마, 아저씨. 그리고 정 그 부분이 신경쓰였으면 신경쓰인다고 진작 말하던가 옷 갈아입는 건 다 지켜봤잖아?”


“뭐, 나는 내 욕망에 솔직한 사람이니까 말이다. 보고 싶으면 보는 거지. 그리고 너 아까부터 아저씨 아저씨 그러는데, 나 아저씨 아니다.”


“…? 그렇게 수염도 덕지덕지 자라고 키는 멀대같이 큰데다가 꼰대같은 말만 해대면서 아저씨가 아니라고?”


“이 녀석이. 수염은 많이 자라는 체질이라서 자라는 거고, 네 꼬라지를 보면 꼰대 같은 소리가 안나오고 배기겠냐? 헛소리 말고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


“그럼 뭐라고 부르라고?”


“오빠는 어떠냐?”


“얼마 전까지 남자였던 사람한테 그런 말이 듣고 싶다고? 이거 상상 이상으로 정신나간 사람이네. 그냥 계속 아저씨라고 할게.”


“아니 몸 파느니 어쩌느니 그런 소리는 잘만 하면서 오빠 소리를 못하겠다는 게 말이냐?”


“어. 차라리 몸을 파는게 낫지 아저씨를 오빠라고 부르기는 아무래도 양심이 좀 아파서.”


“…두고 봐라. 나중에 직접 오빠 소리를 뱉게 만들어 줄 테니.”


ㅡㅡㅡ


그렇게 빈민가에서 살던 틋녀를 주워간 남성이 틋녀에게 먹어보지 못한 음식도 먹이고, 제대로 된 옷도 입히고 평범하면서도 행복한 일상을 보내게 해준다는 이야기.


그런 생활을 하던 어느날 식사자리에서.


“그러고보니 너, 부모님은 어떻게 됐냐?”


“부모?”


“그래.”


“그런 게 있었으면 빈민가에서 혼자 지내지도 않았겠지. 날 때부터 혼자였어.”


“그럼 여태 어떻게 살아온 거냐? 날 때부터 혼자였으면 갓난쟁이 때 진작 죽었을텐데.”


“젖먹이 때는 빈민가에서도 나름 불쌍했는지 어찌저찌 굶어죽진 않고 돌봐진 것 같더라. 그러다 걸음마도 떼고 머리도 커질 즈음 부터는 길러 줬으니 그 값은 하라고 해서 구걸이나 소매치기 같은 거나 하면서 근근이 살아왔고.”


수프를 먹던 틋녀가 피식 웃었다.


“그나마 남자일때는 소매치기 하다가 맞기도 많이 맞고, 구걸도 시원찮아서 많이 굶었는데 TS증후군 같은 거라도 생겨서 몸이나 팔면 되겠다 생각했어.”


“어허 이녀석이. 몸 파는 소리는 하지 말라 했잖냐?”


“그래, 웬 괴짜 아저씨한테 주워져서 내 맘대로 몸 팔고 살지도 못하게 됐지.”


“불만이냐?”


“불만…이라.”


틋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딱히. 오히려 요즘은 살만할지도. 지금만 해도 곰팡이 피고 단단한 바게트 대신 부드러운 식빵에 미트 수프를 먹고 있으니까.”


후릅-


수프를 한 모금 마신 틋녀가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지었다.


“고맙게 됐어 아저씨. 아저씨의 이상한 고집 덕에 나름 따뜻한 일상이란 걸 알게 됐으니까.”


“…크흠, 큼! 알면 됐다. 뭘 낯 간지럽게 그런 감상을 일일히 말하고 있담.”


“그래서….”


당황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던 틋녀는 어느새 잔망스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름대로 제대로 되어먹은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데… 어디, 지금이 바로 아저씨가 말하는 그 때인가?”


스륵.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의 윗부분을 살짝 풀어헤쳐 쇄골을 드러낸 채, 틋녀는 짓궂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제 덮쳐 쓰러트리는 거지?”


그 모습을 본 남성은 잠시 침을 꿀꺽 삼킨 뒤 틋녀의 어깨를 잡았다.


“…너.”


남성이 어깨를 잡는 순간, 틋녀의 어깨가 미미하게 움찔 떨렸다.


짓궂은 미소에 여유로운 낯이 흐릿해졌다가, 이내 미약하게 숨을 한 번 뱉은 후 눈을 감았다.


“…그래. 마음대로 해. 나도 이러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니까.”


그러나 남성은 쇄골까지 내려온 옷을 다시 올려주었다.


“역시 글러먹었잖냐, 여전히 몸을 굴릴 생각만 하고 있고. 아직 이르다 인석아.”


그러자 틋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미 돈은 돈대로 썼잖아? 시간도 꽤 지났는데 돈만 날리고 손도 못대는 거 아깝지 않아?”


“넌 내 말을 여태 뭘로 들었냐? 나 돈 많다니까. 자자는 말을 해도 내가 한다.”


“……역시 이상한 아저씨구만.”


“아저씨 아니라니까. 그리고 좀 물어보자.”


“뭘?”


“넌 인마, 왜 몸 파는데에 그렇게 집착을 하는 거냐? 빨래할 때 이불 보면 시큼한 냄새도 난 적 없는 걸 보니 딱히 성욕이 왕성해서 누구한테든 대주고 싶어서 발정난 녀석도 아닌 것 같은데.”


“하고 뒷처리를 잘 했을 수도 있지.”


“웃기고 있네, 하고 나서 바로 빨래라도 하지 않는 이상 자국이라도 남을 텐데 게을러터져서는 빨래 한 번 한 적 없는 네가 뒷처리를 하신다?”


“……사실 빨래 실력을 숨기고 있었을 뿐이야.”


“거짓말을 할 거면 태연하게 좀 해라. 그렇게 식은땀 뻘뻘 흘리면서 눈 돌리고 말하면 지나가던 개도 안 믿겠다. 헛소리 하지 말고 물어본 거나 답해.”


“…그닥 별 거 아니야. 그냥 빈민가에서 술집을 운영하던 마담이 있었는데, 빈민가 출신 치고 꽤 부유해보였어. 그 비결이 돈 많은 남자들한테 몸을 잘 굴려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야. 여자로 태어나면 소매치기도, 구걸도 필요 없이 쉽게 돈을 만질 수 있구나 싶어서 나도 해보려던 것 뿐이고.”


“글러먹은 어른에 글러먹은 애구만. 그런데 그런 거면 TS증후군이 걸리기 전에는 왜 몸을 굴려 볼 생각을 안 해본 거냐?”


“빈민가에 돈 많은 여자가 올 리 없잖아. 빈민가에 사는 아저씨들한테 무슨 짓을 당할지 뻔히 알 테니까. 그러자고 빈민가를 벗어나자니, 빈민 출신은 거리 미관을 해친다고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게 했고.”


“한마디로 기회가 없어서 못했다 이거구만. 너는 참 운 좋은 녀석이다. 정당하게 몸을 사느니 성노예로 잡아가서 공짜로 탐하는 놈들이 태산인데 나는 그나마 정직하고 정당하게 돈 주고 널 데려왔잖냐?”


“내가 볼땐 아저씨가 더 위험한 사람 같은데. 구태여 나보고 정신적으로 문제 있다면서 투덜댈거면 정신에 문제 없는데다 태생적으로 여자인 애를 데려왔으면 될텐데 그런 생각도 없잖아.”


“원래 이상은 직접 만들어가는 게 제맛인 법이지.”


“그거 좋게 포장해봤자 키워서 잡아먹겠단 소리잖아….”


“그래서 싫으냐?”


“…글쎄. 그래도 빈민가 바닥에서 생활하는 것 보단 백배 나을지도.”


“그럼 앞으로 아저씨 말고 오빠라고 불러라.”


“그 수염으로?”


“이녀석이? 너 나중에 꼭 스스로 오빠라고 부르게 만들어준다.”


“그럴 일 없을걸.”


티격태격하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틋녀는 이런 일상에 슬슬 적응이 되어가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몸이 목적인 관계… 지금은 제대로 된 삶이 어쩌니 해도 돈이 계속 나가다 보면 아깝다고 생각하겠지. 그때가 되면 이 사람과의 관계도 끝날 거고.’


그래서 틋녀 쪽에서도 몸으로 대가를 한 번은 지불해야 그가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잘 안됐지만.


‘이 관계가 끝나면 다른 사람을 찾아보게 되겠지. 이런 괴짜는 정말 보기 드물어서, 이 아저씨가 말하는 것처럼 아예 성노예로 잡힐지도 모르고. 그럼 정말 귀찮아지겠지….’


그러니까 이런 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이어가고 싶었다.


단지 그것뿐. 처음으로 이렇게나 길게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일상이 좋아서 미련이 남는다는 건 아닐 것이다.


‘…아마도.’


ㅡㅡㅡ


일상을 지내던 중 어느 날, 남성이 면도를 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틋녀는 그런 남성을 보더니 고개를 한 번 갸웃거렸다.


“…강도가 들었나?”


“강도는 무슨 강도냐! 나야, 나!”


“누구?”


“시치미 떼지 말고 그냥 차라리 아저씨라고 불러라 인석아! 간만에 면도좀 해봤더니 사람을 강도 취급을 하고 앉았어.”


“아저씨라고? ……정말? 인상이 너무 다르잖아.”


“사람 인상이 뭐 어때서! 맨날 수염 가지고 뭐라 해서 싹 밀어놨더니 내 상판에 그렇게도 불만이 많냐?”


“아니 뭐, 불만이라기 보다는….”


틋녀는 잠시 남성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고개를 돌려서 이리저리 훑어도 보고, 두 걸음 정도 물러나서 얼굴이랑 몸을 한꺼번에 보기도 하고, 말 없이 빤히 바라보기만 하기도 했다.


그러곤 말했다.


“…음. 아저씨, 생각보다 젊었네. 나이 차이 그렇게 심하게 안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저씨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냐. 이제 아저씨 아닌 것 같지?”


“확실히 수염이 덕지덕지 붙어있을 때는 나보다 스무살은 많아 보였는데 지금은 몇살 정도밖에 안 나는 것 같네.”


“후후후, 그러면 이제 슬슬 오빠라고 부르는게 어떠냐?”


“아직도 그 호칭에 집착하는구나. 남자였던 사람한테 그렇게도 오빠라는 소리가 듣고 싶어?”


“슬슬 여자로 지낸지도 꽤 됐잖냐. 너야 말로 남자였던- 남자였던- 타령 좀 그만 해라. 애초에 난 네가 여자가 된 이후의 모습만 봐 와서 그닥 꺼려지지도 않는대도?”


“진짜 이상한 양반이야… 그래도 이정도 나이차면 그렇게 불러도 이상하지는 않으려나.”


“그렇지? 어서 귀엽게 오빠~ 라고 불러봐라, 응?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넌 전혀 모를 거다. 어서!”


“그러면 오…….”


기대에 못이겨 남성을 한심하단 듯이 쳐다보던 틋녀가 아무렇지 않게 입을 떼었다.


그러나 입에서 ‘오’ 라는 단어가 나와서 늘어지고, 그 뒷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 뭐야. 불러주는 줄 알았더니 왜 오- 만 말하는건데?”


“오…… 으… 으음….”


내심 틋녀로서는 별 거 아닌 단어라고 생각했다.


돈만 주면 뭐든 하려고 했던 입장이었다보니 고작해야 오빠 소리 하나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단순한 호칭이야. 그냥 호칭일 뿐… 그런데….’


막상 입 밖으로 뱉으려 하니 잘 떨어지지 않았다.


“…못하겠어.”


결국 틋녀는 눈을 비스듬이 뜬 채 남성의 시선을 슬며시 피하며 그렇게 말했다.


“에엥?! 인석이 기껏 부르기 편하라고 면도까지 하고 잔뜩 기대했더니만 이렇게 뒤통수를 신나게 후려치기 있냐! 너 목수냐? 사람 뒤통수에 망치질 하는게 능숙하다?”


“거기서 목수 이야기가 왜 나와… 생각보다 별 거 아닌 줄 알았는데 입이 안떨어지는 걸 어떡해.”


“끙… 너 또 아저씨라고 부르려 그러지? 안된다 안돼! 내가 또 아저씨 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 아저씨는 안되니까 오빠라고 해!”


“…차라리 형은 어때?”


“그것도 싫다 인석아!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애한테서 형이라는 소리 듣는게 얼마나 이상한 기분인지 알기나 하냐?”


“으으… 그럼….”


틋녀의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본 남성은 의외라는 얼굴을 했다.


‘저 녀석… 맨날 무덤덤한 얼굴만 지을 줄 아나 했더니만 저런 모습도 있었나.’


“귀까지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우면 됐다.”


“귀가 빨개졌다고? 어…?”


남성의 말에 틋녀는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댔다.


자신의 귀 한 켠이 붉게 물들어있는 걸 본 틋녀의 눈썹이 흔들리더니 뺨까지 은은하게 붉게 물들었다.


“어… 정말이잖아. 으읏….”


틋녀는 인생 처음으로 부끄럽다는 기분이 뭔지 강하게 체험했다.


그 모습을 본 남성이 피식 웃었다.


“녀석, 귀여우니 봐준다. 당장 오빠라고 부르라곤 안 하마.”


“…그럼 아저씨?”


“아저씨도 안되지!”


“그럼 뭐라고 하란 거야….”


“형은 싫고 아저씨는 더 싫으니 그냥 이름으로 불러라. 쬐금 건방진 것도 같지만 애초에 건방진 녀석이었으니.”


“이름이라면… 시우. 그냥 그렇게 부르라고?”


“그래. 앞으론 아저씨라고 말할 자리에 차라리 시우라고 불러라. 아저씨 소리 듣는 것 보단 백배 낫구만.”


“시우… 알겠어 시우 아저….”


“뒤에 아저씨는 빼라!”


“푸훗.”


“어쭈 웃어?! 평소엔 잘 웃지도 않더니 누구 기분 나쁘라고 지금 그렇게 웃냐!”


ㅡㅡㅡ


갑자기 이런 상상이 굴러가서 끄적여봤음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나는 거 적어서 묘사도 대충이고 오글거릴 수 있음


생각바구니에 쓸 걸로 생각하면서 썼는데 의외로 길어져서 창작에 넣을까 고민했는데 역시 창작이라기엔 묘사도 대충대충 넣었고 장면 서술도 대강대강 넘겼다보니 생각바구니에 냅둬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