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후타파티와 따끈말랑복실단신거유틋녀

"내 소중한 동생을 데려갔지?! 빨리 틋녀가 있는 곳을 불어!"


평화롭던 어느 날, 평소대로 야영지에서 숙박 준비를 하고 틋녀는 주변에 덫을 설치하러 떠난 사이에 한 인물이 들이 닥쳤어.

작은 키에 두꺼운 털가죽옷... 그리고 틋녀를 닮은 새하얗고 복슬복슬한 머리카락은 긴 말을 하지 않아도 습격자의 정체를 쉽게 유추할 수 있게 해줬지.


"저 사람... 설마 설인족? 말로만 들었던 틋녀의 언니인가?"

"그, 그보다 납치범? 우리가? 어이!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닥쳐! 시간 끌 생각말고 당장 내 동생을 데려와!"


파티원들은 단번에 습격자가 뭔가 오해를 단단히 하고 있다는 걸 곧바로 알았지만 정작 상대쪽에선 대화를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사실 상 일방적인 통보에 파티원들은 일단 제압하기로 결정해.


"그보다, 쓰읍... 언니 쪽도 꼴리네요... 설인족이란건 죄다 이런 오나홀 체형들 뿐인가요?"
"그... 사제님...! 제발 언행좀...!"

"아 왜요. 솔직히 마왕... ...반룡 씨도 꼴리셨잖아요. 자매 덮밥 괜찮지 않아요?"


틋녀의 언니로 보이는 설인족이 채 마르지 않은 혈흔이 묻어 흉흉해보이는 사냥용 작살을 들고 파티원들을 겨누자 파티원들도 일제히 전투태세를 취해.

수적 우세는 분명 파티원에게 있지만, 뭐랄까 그리 쉬운 싸움은 아닐 것 같다는 예감이 드네.


"용사. 네가 보기엔 저 자는 어떻지?"

"네? 아... 틋녀만큼은 아니지만 가슴이 크네요."

"...그거 말고, 강해보이냐는 말이다."

"...앗. 그... 쉽게 판단하진 못하겠는데요, 1:1로 싸운다면 저라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겠는데요..."

"그렇군. 나도 같은 생각이다. 협공하도록 하지. 되도록이면 상처입히지 말고 제압하는 방향으로."

"전 준비 됐어요."


파티의 두 전위가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고 틋녀의 언니와 대치하는 동안 후방에선 세명의 캐스터가 지원을 준비해.

사제는 강화주문을 늑대와 용사에게, 마녀는 간단한 동작으로 트리거 되는 함정 마법을 주변에 깔고, 마왕은 직접적인 공격 마법을 영창중이야.


"...지금!"


늑대의 한마디에 이미 저 뒤에서 활을 겨누고 있던 엘프가 시위를 놓아.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화살은 용사도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어.


"흡!"


하지만 틋녀의 언니는 간단하게 작살을 옆으로 휘둘러 화살을 쳐내.

틋녀가 그러길, 설인족은 눈보라가 치는 설원 속에서도 저 멀리 떨어진 사냥감을 발견할 정도로 오감이 발달했다나.

그렇지만 엘프조차도 뛰어넘은 시력에 경악하긴 아직 이르지.


화살이 쏘아짐과 동시에 검을 휘두르는 두 전위.

설인은 막을 수 없는 대검은 피하고 용사의 검을 다시 작살로 쳐내.


"으윽...!"


곧바로 반격이 들어와.

공격이 느린 대검 쪽을 무시하고 곧장 용사에게로 찔러지는 작살.

용사는 겨우 피해냈지만 질겁할만큼 빠른 찌르기에 살짝 위축된 것 같아.


설인은 작살을 찌른 자세 그대로 봉을 휘둘러 늑대의 얼굴을 때리며 다시 다음 찌르기를 준비해.

이로 보건대, 설인은 일대다수로의 전투도 능숙한 것 같아.


"늑대, 용사. 뒤로 빠져."


따악! 마녀가 손가락 튕기는 소리와 동시에 처음에 준비되었던 함정 마법이 발동돼.

이번에 심었던 마법은 마비독이 발라진 가시 덩쿨로 적을 구속하는 마법이야.

순식간에 바닥에서 덩쿨이 자라나며 설인을 휘감아올라가.


"울리는 뇌명, 태우는 섬광, 전리, 플라즈마 샷!"

"자, 잠깐만요! 너무 강한 마법은 쓰지 말라고요!"

"흥, 출력 조절은 했다."


동시에 마왕의 영창으로 결코 반응할 수 없는 속도의 뇌격이 날아가 방금 덩쿨이 날아간 곳을 태워버려.

아무리 강한 모험가라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는다면 몸을 타고 흐르는 전류에 곧장 무력화시킬 수도 있는 마법이었지.


"...허, 말이 안되는군."

"도대체 틋녀의 언니라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온 거야...?"


그런 마법이었지만, 설인은 멀쩡했어.

정확히는, 애초에 맞지 않았지.

덩굴이 자라나는 순간 신발을 찢어버려 자리를 벗어났거든.


가족을 향한 집착으로 번들거리는 눈빛이 자신을 공격한 캐스터들을 향해 쏘아져.

목표가 변경되었다는 건 굳이 말로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지.


"다들 당장 거리를 벌려! 엘프! 급소에만 맞지 않으면 되니 저 녀석을 쏴라!"


늑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설인의 작살 끝이 마왕의 머리를 노리고 쇄도해.


"에?"


인지한 순간 이미 자신의 눈 앞에 와있는 첨단을 바라보며, 마왕은 등골이 싸해지는 감각과 함께 죽음을 직감했어.

마왕의 머릿속에서는 천천히 주마등이 흘러가고 있었지.


빈곤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적당히 행복한 가정에 태어나, 열심히 마계 공무원 시험을 치르고, 굳은 모욕에도 굴하지 않으며 아득바득 올라간 장관의 자리.

2차 인마대전의 여파로 쓸려나간 강경파 마족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자신이 마왕이 된 순간까지 세세하게...


"언니?"


멈칫, 이제 마왕이 틋녀와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리려는 찰나, 한 목소리가 작살을 멈춰세웠어.

다리에 힘이 풀린 마왕이 스르르 주저앉자 설인도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


"트, 틋녀...?"

"언니? 진짜 언니야? 언니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아니 그보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지, 짐은... 지금... 살아있는 건가...?"


트랩 설치를 끝내고 온 틋녀가 본 광경은, 주저 앉은채로 달달달 떨며 오줌을 지리고 있는 반룡 씨.

그런 반룡 씨를 향해 작살을 내지르고 있던 자신의 언니.

그리고 어째선지 무기를 들고 싸우고 있었던 것 같은 자신의 파티원들이었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어안이 벙벙해보이는 틋녀를 배경으로, 상황은 끝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