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무정란 틋녀

1년에 13번.


생리 대신 어김없이 찾아오는 배란일.


무정란에게 늘 모성애를 품는 틋녀.


시아는 오늘은 틋녀에게 어떤 방식으로 무정란을 빼앗아 먹어야 하나 고민 하면서 2층으로 올라갔는데.


왠지 공기에서부터 평소랑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음.


구석구석에 서려있던 용의 마력에서 나오는 피폐함은 온데간데 없고.


놀랍도록 산뜻하고 따스한 느낌이 감돌고 있었음.


시아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라는 한편, 조심스럽게 틋녀의 방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늘 그렇듯 정성스럽게, 새로 낳은 알을 쓰다듬는 틋녀의 모습이 보였음.


그런데, 오늘의 틋녀는 오늘의 알은 무언가 이상하게 보였음.


현실에서 도피하며 PTSD의 대피처로 알에게 허무한 사랑을 주던 눈빛은, 이젠 정말로 애정어린 따스한 사랑을 보내고 있었고.


늘 무정란이어서 허약하고 작은 알은, 틋녀의 손바닥 보다 크고 쉽게 깨지지 않을 것 같이 단단해져 있었음.


무엇보다.


"헤헤... 시우랑 나의..."


사랑을 품은 틋녀의 혼잣말이 시아의 뇌리를 파고 들고.


결국 시아는 틋녀에게 알을 빼앗기는커녕 말 한 마디 조차 못 걸은 채로 몰래몰래 자신의 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데.


시아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행복을 알게 된 틋녀를 축복해 주어야 한다는 마음과.


자신의 소중한 틋녀를 뺏어간 도둑놈 시우에 대한 질투와.


그동안 자신의 보살핌으로는 오늘같은 행복한 표정을 지은 적이 없는 틋녀의 지난날과.


이젠 틋녀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자기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대체 이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을 거듭하게 되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