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이 다 벗겨진 소파의 틈 사이로 고무 장갑을 낀 손을 집어 넣었다.
한참을 더듬 거려서 건진 건 1000원 짜리 지폐.
2회차 인생 최고 소득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옆에서 고블린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지폐를 바지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못 봤겠지?
고개를 돌렸다.
고블린은 내 가슴, 엉덩이를 보더니 아까보다 더 깊은 한숨을 쉬고 중얼거렸다.
"가슴이랑 엉덩이가 크지 않은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 나랑 교미할래?"
돈을 못 벌어서 암컷 고블린들한테 거부 당한 새끼한테 저런 소리를 듣게 되다니 어이가 없다.
좆까라 말하고 싶지만, 고블린 사회에서 좆까는 진짜 말 그대로의 의미다.
대신 돈도 못 버는 새끼는 벽에나 박으라고 해주고 싶지만.
전생에서 과격한 발언으로 정치인들을 까다가, 지지자한테 칼에 찔려 죽은 나는 이제 안다.
적을 쓸데없이 늘려봤자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우리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행복할까?"
"행복이 뭔데?"
하루 벌어 하루 먹을까 말까한 인생을 사는 고블린에게 행복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잘 못 되었구나.
"너 지금 건빵 한봉지랑 물병 하나 밖에 못 사지?"
"응."
"아이가 태어난다면, 네가 먹여 살려야 할 1년 동안은 건빵 반 봉지랑 물병 절반으로 버텨야 하는데 그럴 수 있어?"
"죽으라는 소리야?"
"맞아, 그러니까 나랑 교미하자는 건 자살선언 과 다름 없어."
고블린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 속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엉켜있었다.
"돈도 못 벌고, 아이도 못 먹여 살릴 주제에 나한테 교미하자는 소리는 앞으로 하지 마, 그게 네가 살 길이야."
나는 고개를 휙 돌리고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돈을 벌어 이 지긋지긋한 쓰레기장을 벗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