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구역에서 면접전 인사과 분을 만나 사전에 질문들을 검토하려고 인사과의 문을 두드렸다.

"어서 오세요. 컨시어지의 벨라 대리 님 맞으시죠?"

정장에 수수한 넥타이 그리고 앞머리를 올려 정리해 둔 것이 인상적인 분은 에밀 씨였다.
본사에서 나온 인사 담당관 분인데 한국에 정을 붙이신 것인지 본사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서 인사 담당관이자 인사과 과장을 맡게 된 분이셨다.

"안녕하세요. 에밀 과장님."

이번에 첫 만남이지만 사장 님을 통해 많이 듣다 보니 이분을 만나도 크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마치 토르에 나오는 크리스 햄스워스 같은 금발에 근육질 그리고 훈남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트리스 지배인 님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저도 에밀 씨에 관해서 많이 들었어요. 스웨덴에서 오셨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조금 재미없는 나라지만요."
에밀 씨는 겸손하게 이야기를 하셨다.

"예전에 스웨덴을 가려 했었어요."
TS가 된 이후 성지처럼 되어 버린 스웨덴에서 인생을 마무리하려는 생각으로 가려한 것이지만 굳이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관광객들이 많아져서 좋지만 저는 아무래도 스웨덴 깡촌 사람이라서 말이에요. 하하."
에밀 씨는 웃으며 너스레를 떠셨다.

"한국에 정착하기로 하셨다고 들었어요. 자주 뵐 수 있게 되어서 좋네요."

"네, 독일과 스웨덴의 딱딱함 보다는 이런 정감가는 게 좋더라구요."

"어떤 부분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음... 이런저런 부분이 말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에밀 씨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렇군요. 무슨 게임을 하시는 지 알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를 하지만 요즘은 인사과 일로 많이 하지 못해요. 벨라 씨는 게임 좋아하시나요?"

나는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는데 게임을 해 본 기억이 존재하지 않았다.

"죄송해요. 게임은 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 흔한 핸드폰 게임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좋네요."

"네?"

"제가 나중에 제가 좋은 핸드폰 게임 하나 추천해 드릴게요."
눈을 반짝이며 말하니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너무 제 이야기만 했네요. 면접전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제가 회사에서 면접에 몇 번 참여해 본 적은 있지만 호텔은 처음이라서요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드네요..."

"벨라 씨라면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만약에 더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여기 적혀진 내용을 읽으시는 걸 추천드려요. 교육을 받아보셔서 아시겠지만 호텔 래빗은 창의성, 협동성 그리고 상황대처 능력을 보고 있어요."

"혹시 호텔 래빗에도 특이한 질문이 있나요?"
나는 악명 높은 취업 질문들이 생각났다.

"물론이죠. 만약에 지금 바로 여행을 떠난다면 어디로 가시겠어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이 몇 개 준비되어 있죠."
흔히 말하는 상황 대처 능력.
당황스러운 질문에 바로 대처해서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질문이다.

예전에 내가 취업했을 때 질문처럼 제주도 내에 TV 개수는 몇 개일까 같은 질문이 아닌 그래도 이성적인 질문이라 다행이었다.

나는 그 질문표를 읽어 보며 천천히 생각을 해 보았다.

"만약 벨라 씨라면 지금 당장 여행을 가신다면 어디로 가시겠어요?"

"저는 주저 없이 쿠바로 가고 싶어요."

"쿠바! 좋군요. 왜 인가요?"

"신혼 여행으로 그곳을 꼭 가고 싶거든요."
나는 메릴을 생각하며 말했다.

"좋은 선택이에요. 제 아내도 카리브 해를 참 좋아하니까요."

"아내 분도 한국에 게신가요?"
나는 그의 약지에 낀 반짝이는 결혼반지를 보며 말했다.

"네. 사실 아내가 더 한국에 정착하고 싶어 했으니까요."
에밀 씨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아무래도 아내 직업상 편한 점도 있구요."

"아내 분 직업이 어떻게 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구글 가상현실 부분 담당자에요. 한국에 아시아 지부가 있어서 꼭 오고 싶어 했거든요. 가상 현실 부분에 있어서는 아시아 쪽이 조금 더 활발하니까요."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VR사업이 활발한 건 역시나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이 압도적이었다.
버츄얼 유튜버라는 것이 21세기에 활발했는데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서 그런지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서 진정한 가상 세계를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에밀 씨와 잡담하고 있었는데 인사과 문이 열리고 자비스가 들어 왔다.

"자비스, 늦었어."
나는 자비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바쁨."
여전한 자비스였다.

"어서 와요 자비스 씨."
에밀 씨가 자비스를 환영했다.

"잘 지냈음?"
확실히 영어여도 한국어 번역체 그대로의 자비스를 느낄 수 있었다.
아주버님 그러니까 맥그리거 씨의 도움으로 작은 귀걸이 형식으로 변한 통역기를 통해서 자비스의 원래 언어인 영어로 들어도 말이다.

"저야 잘 지냈죠. 오늘은 지배인 님을 대신해 자비스 씨가 면접에 참가한다고 들었어요."

"맞음."
자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면접자한테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할 건 아니지?"

자비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에밀 씨를 바라보았는데 에밀 씨는 그저 웃으셨다.

애초에 나와 자비스는 객실부 담당으로 나온 것이니 인사 담당관인 에밀 씨가 적극적으로 질문하실 것 같았다.

"오늘 오실 분들은 총 2 분입니다."

"두 분다 부디 우리 회사와 잘 맞길 바라요."
나는 진심을 다해 말했다.

그들이 와야 내 업무가 줄어드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도 그러길 바라요. 벨라 씨. 인사과가 넘어야 산도 많거든요."
에밀 씨는 피곤한 표정으로 자기 뒤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본사 출신 인사과 분들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다들 힘내죠. 원래 초창기가 제일 힘든 법이니까요."
에밀 씨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맞음."

그렇게 면접 준비를 끝내고 20분 정도 여유가 남아서 미리 면접장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지하에 위치한 인사과라 가로 질러서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탄 뒤 컨퍼런스 룸으로 향했다.

감사하게도 면접장을 미리 준비해주신 식음료부서에 감사를 표했다.

면접장에는 음료와 사탕 같은 것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에밀 씨가 놀라워 했다.

"감초 사탕이네요."

"감초 사탕이요?"

"한국에서 라클리츠를 볼 줄은 몰랐어요."
에밀 씨는 아이처럼 좋아하셨지만 이유를 알 수 없으니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너무 흥분했네요."
에밀 씨는 머쓱하게 웃으며 나와 자비스에게 감초 사탕을 권했다.

나와 자비스는 감사를 표하고 사탕을 입에 넣었다.

"감초 사탕이 아니라 음... 젤리 같기도 하고 신기한 맛이네요."
레몬 맛과 감초? 무언가 단맛 같은 것이 느껴졌다.

"맞아요. 그게 이 캔디의 매력이죠."
에밀 씨는 주머니에 몇 개를 더 챙긴 뒤 면접장에 들어 갔다.

면접장은 평범한 테이블 하나와 바로 맡은 편에 의자가 있었는데 대기업 면접 때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붙어 있었다.

"제 생각이지만 면접자 분들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나는 조심스레 인사과 분에게 물었다.

"원래는 다대일 혹은 일대일을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본사에서 진행되고 있어서요."
에밀 씨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그렇군요."
전문가인 에밀 씨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2시 50분이 되자 약속한 것처럼 정장을 입은 한 여성분과 남성분이 노크했다.
나는 그들을 보고는 일어나서 문을 열어 주었다.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

"이곳에 앉으시면 됩니다."
나는 면접관이 앉은 자리 맡은 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 앉은 두 분을 바라보았다.
블라인드 이력서라 미리 얼굴을 보지 못했고 이번이 처음 보는 두 분이었다.

여성분은 정장에 블라우스 그리고 정장치마, 굽 3cm 정도 되는 구두를 신으신 전형적인 호텔리어 같은 모습하고 게셨다.
눈에는 렌즈를 낀 것으로 보였고 머리는 잘 묶어서 머리망으로 마무리하셨다. 
복장이나 모든 부분에서 완벽에 가까운 준비를 해 오셨다.

남성분도 깔끔한 면접용 정장에 자른지 별로 안 되어 버리는 머리카락을 왁스로 정리한 머리 그리고 무언가 듬직(?)해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계셨다.
정장 셔츠 부분도 잘 정리되어 있고 바짝 긴장한 얼굴인 것을 보아하니 준비를 많이 하신 것처럼 보였다.

"두 분다 일찍 오셨네요."
나는 이들의 긴장감을 알기에 어색하더라도 무언가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에 꺼낸 말이었다.

하지만 이게 역효과인지 더욱 긴장한 표정으로 변해 버렸다.
이런...

에밀 씨는 방금 전 라클리츠를 보며 좋아하시던 그런 밝은 모습이 아닌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셨는데 정말 크리스 햄스워스 같은 잘생김이 빛이 났다.
진지한 모습인 건 자비스도 마찬가지였다.

"면접을 바로 시작해도 될까요?"
에밀 씨는 웃음기가 없는 표정으로 면접자 분들을 바라보셨다.
놀랍게도 능숙한 한국어였다.

"네."
남자 분과 여자 분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승우 씨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에밀 씨는 남성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오승우라고 합니다..."
승우 씨는 인근 신라호텔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3년차 컨시어지 평직원이었는데 진급을 원해서 면접에 신청했다고 하셨다.

"잘 들었습니다. 그러면 다혜 씨."

"안녕하세요. 김다혜라고 합니다..."
다혜 씨는 승무원 출신인데 약혼자와 더 오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해외 출장이 빈번한 승무원에서 컨시어지로 변경을 원했다.
승무원 주임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었다.

"두 분다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승우 씨는 언어 항목에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그리고 아랍어를 적어두셨는데 관련된 질문을 하려 합니다 괜찮으신가요?"

"네 가능합니다."

나는 승우 씨의 이력서를 봤는데 첨부한 토익 점수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번역기를 통해서 듣는 것이지만 승우 씨의 아랍어와 스페인어 실력은 정말 뛰어났다. 무엇보다 업무에 적합해 보였다.

"다혜 씨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적어두셨네요. 이에 관련된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다혜 씨 역시 능숙한 언어로 질문에 답변을 하셨다.

나는 주어진 종이에 내 의견을 적었다.

"감명 깊었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설명해 주시겠어요? 고객 서비스 관련 경험이면 좋습니다."

"저는..."
승우 씨는 다양한 여행 경험이 있었는데 그중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해주었다.
순례길에 위치한 민박집에서 일한 경험을 이야기해주었는데 한 권의 소설처럼 그의 이야기가 쏙쏙 들어 왔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네요."
나는 나도 모르게 말하고 말았다.
그러자 승우 씨는 내게 감사함을 표현하셨다.

"저는..."
다혜 씨는 승무원 경험 중에 몸이 불편한 고객을 도와주어 고객 감동상을 수상한 경력을 이야기하셨다.
다혜 씨의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

"두 분다 감사합니다."
에밀 씨는 두 분을 바라본 뒤 무언가를 적고는 나와 자비스를 바라보았다.

"벨라 씨 질문하실 것이 있으신가요?"

"아뇨, 괜찮아요."

"자비스 씨는요?"

"없음."
나와 자비스는 이 부분에 있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에밀 씨가 너무 잘 주도해서 그런지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사실 두 분다 내 마음에 쏙 들었지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그래도 내 얼굴에는 다 티나 날 테니 내가 질문을 한다면 이게 들통 날 게 분명했다.

"마지막으로 호텔 래빗 본사 규정에 따른 질문을 하겠습니다."

에밀 씨는 다혜 씨와 승우 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에밀 씨의 질문에 그 착해 보이던 에밀 씨가 악마처럼 보이는 순간이었다.

당황한 두 지원자를 보며 나는 진심을 다해 이들과 다시 만나길 바라며 속으로 기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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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호텔 업계는 상시 채용이라...

인맥 채용이 많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