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https://arca.live/b/tsfiction/53849809





"제발, 인원 수가 부족해서 그래. 응? 한번만?"



질색하는 걸 알면서도 왜 자꾸 물어보는 것일까.


그녀는 객관적으로 미녀였다. 그녀 뿐만 아니라 그놈의 돌발성 ts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은 다 그랬다.


세간에서는 이제 미녀에게 혹시 원래 남자셨냐는 농담을 칠 정도로 병으로 인해 신체와 성별의 변화를 겪은 그들은 대부분 아름다웠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끄는 것 또한 당연지사였다.


물론 생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대다수였지만 막상 그녀들을 마주하게 되면 생각이 바뀌는 이들 또한 많았으니.


최근에는 한 방송사에서 ts된 여자들로 프로듀스 101을 준비하고 있다는 풍문도 돌았다.


원래 남자였던 것들이 남성성을 집어던지고 뭐하는 건지. 


참으로 형편 좋은 인간들이라고 그녀는 생각하였다.



"난 안 갈거야. 내가 거길 왜 가?"


"진짜 딱 한번만. 응?"



그렇기에 여자쪽 인원으로 미팅에 나와달라는 제의는 그녀에게 있어 달갑지 않은 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친구는 요며칠 집요하게 부탁해 오는 것이었다.


실은 불행히도 그녀의 친구는 남자측 주최자에게 그녀가 나올 것이라고 이미 거짓말을 해버렸기에 서로 물러설 곳이 없었다.



"나 어차피 사복도 별로 없어."


"그건 내가 빌려 줄게, 아니 그냥 줄게. 그러니까 딱 한번만~"



그녀는 사람이 너무 좋았다. 쓸데 없이 착했다. 그녀는 누군가가 부탁을 하면 처음에는 차갑게 거절하는 듯 하면서도 결국 끝내 그 사람에게 휘둘리는 타입이었다.


그와의 만남 또한 그렇게 시작된 셈이었으니.


아무튼 끈질긴 구애 끝에 그녀는 결국 그 불편한 자리에 참석하기로 해버렸다.


그녀의 친구가 빌려준 옷은 소위 여친룩이라고 불리는, 그에게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여성스러운 옷이었다.


그녀의 친구는 칙칙한 그의 성격을 커버치기 위해서는 겉으로라도 과할 정도로 여자여자한 편이 좋다며 박박 우겼으나, 그녀에게는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여장하고 있다는 거부감을 도저히 지울 수 없는 그녀였지만 거울을 보니 과연 어울리기는 하였다.


이리저리 몸을 돌려보았다. 이게 정말 나인가. 평소 사복이라고는 남자처럼 후드티에 청바지만 걸치던 그녀였기에 이런 자신이 낯설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물론 그럴수록 더해져가는 자괴감도 그녀의 몫이었다.



*****



남녀 양측 모두 미성년자였기에 룸술집이나 포차를 예약하지는 못하였고 근처 대형 커피숍에서 만남을 가졌다.


사실 상대측 남자들에게 있어 이 자리는 그녀를 보러 온 자리였다.


Ts병 걸린 남자라는게 대체 얼마나 예쁘길래 그 난리인가? 호모새끼들이나 좋아하는거 아닌가?


물론 직접 마주하니 그런 생각은 이미 다 달아났다.


하하호호. 몇마디 질문을 서로 주고 받으며 미팅의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으나 여자의 삶에 대한 경험치가 채 1년이 안되는 그녀는 뭘 해도 어색한 답변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남자들은 그녀가 ts병을 앓았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짐짓 모른 척하며 그녀의 엉뚱한 대답에 피식 하거나 아하하 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이후 남자들이 화장실을 간 사이 그녀 또한 화장실을 찾아 갔으나 남자로 살아온 17년 세월의 습관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는지 실수로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고 말았다.


소변기를 보고 실수했다 싶어 황급히 나가려는데 화장실 안쪽 칸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와, 씨발 존나 예쁘지 않냐? 진심 내가 살면서 봐온 년 중 와꾸 원탑임."


"왜? 진짜 꼬셔보게?"


"뭘 꼬셔, 원래 남자라잖아? 나중에 집 가서 상딸이나 쳐야겠다."


"븅신새끼 ㅋㅋ."



화장실 칸막이 위로 담배연기가 새어나온다. 질 나쁜 인간들.


그녀는 죄 지은 사람처럼 그 자리를 뛰쳐나왔다.


말 없이 카페를 박차고 나섰다. 곧 그녀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휴대전화는 몇번을 그렇게 울리더니 곧 잠잠해졌다.


그녀는 여자가 된 이후 그 어느날보다도 더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고작 그 정도 희롱을 당했다고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지쳤다. 그녀는 남자였다.


이런 몸이 되어버린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 없었다.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조차 몰랐지만 그녀는 앞으로도 남자로 살아가리라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고작 그깟 희롱에 생리적 혐오감이 들어, 온몸이 오싹해지는 지금의 한심한 자신이 싫었다.


이 모든 부조리함이 더 없이 원망스러워졌다. 그렇다고 꼴 사납게 남들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는 싫었다.


그래서 도망쳐 나왔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둠이 찾아온 거리에 가로등 불빛만이 깜박거렸다.


저 멀리서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다. 그녀의 어머니였다. 


그녀의 친구가 그녀가 갑자기 사라졌다며, 연락도 안 받는다고 혹시라도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어쩌나 덜컥 겁이 나 그녀의 어머니에게도 연락을 넣은 것이었다.



"어디 갔다 오니?"



알면서도 그녀에게 답을 요구하는 어머니. 그녀가 대꾸조차 하지 않고 자신을 지나치자 그녀의 팔목을 낚아챘다.



"꼴이 이게 뭐니?"


"아, 아파!"


"정말로 여자로 살려고 작정한거야? 너는?"


"그런거 아니야."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홀로 키워왔다.


어머니는 그녀를 사랑했다.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더.


남편도 없이 홀로 아이를 키워 온 어머니에게, 아들인 자신은 아마 이 세상 전부일 것이다.


그녀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은 둘도 없는 애뜻한 모자지간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여자가 되면서부터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그들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딸이 되었건 아들이 되었건, 바뀐 것은 없다. 그녀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였으나 어느 날 부터 자꾸만 딸이 된 아들의 모습이 과거의 자신과 겹쳐보였다.


바람둥이 남자를 만나, 미련한 선택을 했던 젊은 날의 어리석었던 여자.


처음에는 이상한 망상 하지 말라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고개를 가로젓는 그녀였으나, 바뀐 아들의 모습은 어린시절의 자신을 무척이나 닮아, 그녀는 도저히 그 강박에서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불화. 그녀는 자신의 딸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작은 것 부터 하나하나 딸의 모든 것에 간섭하기 시작하던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딸에게 수치심을 주는 것 마저 주저하지 않게 됐다. 


어느새 모자였던 모녀는 서로 말이 없게 되어버렸다.



"어서 집에 돌아가자, 이런 옷은 내다 버리고."


"내버려 둬!"



그녀는 어머니의 손을 뿌리쳤다. 혼자 있고 싶었다. 지금의 자신에게는 어머니의 울화 까지 받아낼 여유가 없었다.



"너, 너어어?"



딸의 반항에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것인지 손을 어깨 위로 올리는 그녀의 어머니.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손바닥은 날라오지 않았다.


눈을 뜨니 웬 남자 한명이 그녀의 어머니를 막아서고 있었다.


초면에 대뜸 그녀에게 고백했던, 그 남자였다.



"이러시면 안됩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말문이 막힌 듯하였다.


그러나 이내 피식 웃더니 "너 누구니? 내 딸이랑 사겨? 너 벌써 남자 생겼니?" 라며 조소를 내뱉는 것이었다.


뭐라고도 대답을 하기 심히 곤란한지라 그 남자는 곁눈질로 뒤편에 서 있던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푹 숙인 고개.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으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남자에게는 뜻밖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당신 뭔데 내 일에 참견해요?"





-계속-



*****


후반 뽕맛을 위해 열심히 달릴게요


다음 화 : https://arca.live/b/tsfiction/53917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