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해서 복작거리는 대학가의 끝자락

틋수니의 가게에는 저녁늦게엔 손님이 적게온데

원래라면 가을 태풍이 올 시기지만 늦은 장마전선이 주륵주륵 비를 쏟아내던 어느날

습하고 더운 바람을 피해 교수님의 연속 회식에서 도망쳐온 대학원생 시아가 튼녀의 가게에찾아온데

비를 쫄딱 뒤집어 쓰지는 않았지만

얼굴엔 피곤이 쩔어 있는 대학원생 시아는

일단 비도 피할겸 튼녀의 카페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는데

나른한 재즈가 흐르는 카페

틋수니는 말없이 시아에게 물수건과 따뜻한 보리차를 내준데

따뜻한 물수건에 살짝 놀랐지만

시아는 태연한척 보리차를 홀짝이며 주변을 둘러본데

앤틱한 가구로 채워진 자그마한 카페

대학가를 제법 오래 쏘다녔지만

이런곳은 처음이라는 시아는 그제서야 배고픔을 느꼈데

빈속에 소주만 들이켜서 그런지

뭔가 탄수화물이 먹고싶은 시아

하지만 이곳은 카페

시아는 무겁게 베이커리 진열대에 놓인 샌드위치라도 주문하려하자

틋수니는 시아에게 말한데

"먹고싶은게 있으면 말해요. 재료가 있으면 해줄게요."

튼녀의 말에 시아는 그녀를 멀뚱멀뚱 바라봤데

먹고싶은거

항상 교수의 취향에 맞춰

국수는 무조건 칼국수였던 과거 자신이 생각난 시아는

조심스럽게 파스타가 먹고싶다고 말하자

튼녀는 알겠다면서 냉장고에 있는 조개를 꺼내 오일파스타를 내어준데

오일파스타 옆에는 방울토마토와 파인애플 가니쉬가 올라간 토마토 주스까지 내어준 튼녀는 잘먹으라는 말을 해준데

조심스럽게 포크를 들고 파스타를 탐미하는 시아

목이 막힐때쯤 상쾌한 토마토 쥬스를 한모금 마시며 생각한데

나중에 다시 오고싶다고

그렇게 튼녀는 새단골이 생겼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