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애니에서는 현역도 아니고 의상에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키타산 블랙과는 다르게 원본 승부복 컬러링은 얼추 비슷하게 맞춰 놓았다. 다만 현역시절 줄곧 167cm의 체고에 체중은 500kg 언저리였던 장대한 마체라서 저 귀여운 캐릭터가 위화감이 느껴지긴 하지만...다름 아닌 골드 쉽하고 똑같은 체고다.






몸값 못하고 사라지는 고액의 경주마들이 수두룩하지만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며 투자 이상의 성과를 확실하게 낸 경주마. 그러나 그 완벽한 조건에서도 더비 우승과 시대의 정점에는 도달하지 못한 경주마. 이번에는 의외로 굴곡진 이 엘리트 경주마,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커리어를 이야기할 차례다.


두부집 아들로 태어나 세가 사미 홀딩스의 회장까지 올라선 사토미 하지메. 마주 경력은 의외로 오래 되어 1992년 미라클 사미를 데뷔시키는 걸로 시작했지만, 발단부터가


"비즈니스 상대(파칭코 업주)들 중 마주가 많으니 말 한마리 정도는 가져야 얘기가 통하죠!"


라고 꼬시는 말붕이 임원 덕이었고, 구색으로 한두마리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진지하게 마주로 도전을 시작한건 2005년 언저리쯤. 프로 골퍼이면서 도쿄 호스 레이싱 대표이사였던 니시카와 테츠와 라운딩하다 "회장도 말 쪽으로 슬슬 진지하게 해보쉴?"하며 후지사와 카즈오 조교사를 소개받고 본격적으로 이 바닥에 뛰어들게 된다.


자본은 넘치지만 말을 보는 안목은 부족해 고전하기를 몇년, 2010년쯤에 자신의 눈을 대신할 고문을 영입한다. 이케에 야스오. 메지로 맥퀸, 스테이 골드, 그리고 딥 임팩트를 관리했던 은퇴 조교사. 야스오가 유망주를 픽업하고, 야스오의 아들인 이케에 야스토시(주요 경주마 : 오르페브르)가 관리하는 방식이 정착했고, 이 프로세스를 통해 2011년 셀렉트 세일에서 건진 사토노 노블레스를 시작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소유마들이 나오게 된다.


2013년 샤다이 그룹이 주관하는 셀렉트 세일을 앞두고서 사토미 하지메는 노던 팜 공항목장을 찾았다. 경매에 출품될 당세마들을 사전에 물색하러 나선 것. 마방 구역에 이르자 스태프가 끌고 나오는 당세마 한마리가 눈에 띄었다. 아르헨티나 GI에서 3승을 거두고 수입된 말펜사가 딥 임팩트와 교배해 낳았다는 망아지였다. 50m 밖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마름모꼴의 유성. 그리고 묘하게 느껴지는 아우라.


'아, 다이아몬드구만'


그게 사토노 다이아몬드를 본 사토미 하지메의 첫 감상. 부인인 미에코도


"사게 된다면 이름은 다이아몬드겠네요"

라고 말했고, 이후 정말로 그렇게 이름을 짓게 된다.


2013년 셀렉트 세일 당세마 부분, 힙 넘버 401. 말펜사의 2013. 아버지 딥 임팩트.


고문인 이케에 야스오의 깐깐한 눈에도 결점을 찾기 힘든 마체 밸런스. 이 해의 출품마들 중에서는 단연 최고라며 추천했고, 이미 두번이나 사전답사를 한 사토미 하지메도 이 말을 낙찰받을 의욕이 대단했지만, 내가 볼때 좋은 말은 남이 봐도 좋은 법. 7천만으로 시작한 경매는 단숨에 1억을 넘어 죽죽 치솟기 시작했다.





당시 경매 영상. 승자는 2억 3천만엔(세전)을 부른 사토미 하지메였다.



낙찰된 후는 데뷔 전까지 노던 팜 공항 목장에서 집중조련. 특히 릿토의 최대경사 4%를 능가하는 최대경사 7%에 지붕까지 씌워서 사시사철 날씨 상관없이 훈련이 가능한 언덕 코스에서 빈틈없이 단련한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2세가 되어서도 당세 때의 밸런스를 잃지 않고 자라날 수 있었다.


2세 때의 사토노 다이아몬드. 늘씬하니 군살이 없는 복부. 긴 거리에 어울리는 길어진 허리. 거기에 까탈스럽지 않고 솔직한 성격.



데뷔는 2015년 11월 8일. 교토 잔디 2000m에서 치러진 신마전. 기수는 JRA 최고의 기수 크리스토프 르메르. 공교롭게도 이 신마전에는 똑같이 노던 팜 생산, 딥 임팩트 자마, 그리고 셀렉트 세일에서 사토노 다이아몬드보다 비싼 2억4천만엔에 팔린 말이 같이 출주했다. 로이커바드. 속칭 '5억엔 대결'로 일컬어진 이 신마전의 결과는





무거운 마장도 아랑곳하지 않고 죽죽 뻗는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3마신차 쾌승이었다.


이어 500만 이하, 그리고 해가 바뀌어 키사라기상(GIII, 잔디 1800m)를 연달아 승리하며 3연승을 달린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클래식 첫 관문인 사츠키상(GI, 나카야마 잔디 2000m)을 트라이얼을 스킵하고 직행한다. 당당한 단승 인기 1위. 이 해의 클래식 주자들은 당시 지면에서 '최강 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강자들의 층이 두터웠는데,


아사히배에서 명승부를 펼친 우승마 레온테스와 2착 에어 스피넬.

그 둘을 야요이상에서 물리치고 야요이상 최초로 2분 언더 기록을 찍은 마카히키.

3연승으로 스프링 스테이크스를 제패하고 온 로드 퀘스트.

사토노 다이아몬드와 비슷하게 교도통신배 승리 후 트라이얼을 스킵하고 도전하는 디 마제스티 등등.


리스펙트 어스가 선도한 레이스는 반대편 정면에서 강한 역풍을 받아안으면서도 전반 1000m를 58.7초로 달리는 하이페이스. 선행조의 체력은 빠르게 고갈되고 최후방이던 디 마제스티와 마카히키가 직선 외곽에서 단숨에 스퍼트를 시작. 중단에서 레이스를 진행하던 사토노 다이아몬드도 스퍼트를 개시했으나...






직선에서 힘이 딸린 레온테스가 오른채찍을 맞자 왼쪽으로 급격히 사행, 에어 스피넬을 밀어젖히고 그 에어 스피넬이 다시 사토노 다이아몬드와 접촉하는 상황이 발생, 탄력을 상실하고 만다. 다시한번 힘을 냈지만 충돌없이 스퍼트를 감행한 디 마제스티와 마카히키에 밀려 아쉬운 3착이었다.


진영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본 더비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그동안 사토미 회장의 소유마는 몇년째 클래식에서, 그리고 일본 더비에서 줄줄이 물을 먹고 있었다.


2013 킷카상에서 에피파네이아에게 물을 먹은 사토노 노블레스.

2014 일본 더비에서 14착으로 꼬라박은 사토노 루팡.

2014 킷카상에서 거리 적성의 부족으로 6착에 머무른 사토노 알라딘.

그리고 2015년 일본 더비, 듀라멘테에게 농락당하며 2착과 3착을 차지한 사토노 라젠, 사토노 크라운.


'돈만으로는 안되는 게 있다'는 표본 같은 전적이라 이번에야말로 설욕을 위해 나선 대망의 일본 더비.






운명의 여신은 다시 한번 그들을 농락했다. 우승마 마카히키와의 거리는 단 8cm. 거기에 경주가 끝나고 돌아온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왼뒷발 편자가 빠졌다는 소식까지 접하자 이케에 야스토시도 무심결에 곁에 있던 물건을 걷어찼을 정도였다. '가장 운이 좋은 말이 우승한다'는 더비의 격언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었을까.


이제 이 말로 도전할수 있는 클래식 타이틀은 가을의 킷카상(GI, 교토 잔디 3000m)뿐.


여름을 나고 택한 복귀전은 고베 신문배(GII, 한신 잔디 2400m). 마카히키는 개선문상을 향해 프랑스로 갔고, 디 마제스티는 세인트 라이트 기념으로 간 덕에 경쟁상대가 없이 1.2배라는 압도적인 단승 배당을 보였으나







사츠키상 13착으로 더비 출전을 아예 포기하고 여름에도 계속 달린 준오픈마 미키 로켓에게 목차이까지 따라잡히며 예상 외의 신승을 거둔다. '어라?'하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일견 당연한 일. 그러나 이 미키 로켓이 2년 뒤 타카라즈카 기념을 제패한다는 걸 생각하면...


본편인 킷카상은 디 마제스티와 인기를 나누는 양강 구도였다. 사토노 다이아몬드 단승 2.3배, 디 마제스티 3.2배. 미라이에노 츠바사와 사토노 에투아르가 멀찍이 도주하며 레이스를 선도하는 가운데, 사토노 다이아몬드와 디 마제스티는 서로를 견제하듯 차츰 위치를 올려 갔다. 그리고...






직선에서 단숨에 가속한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바깥의 레인보우 라인, 안쪽의 에어 스피넬의 추격을 뿌리치고 완승을 거둔다. 디 마제스티는 4착.


딥 임팩트 자마 중 처음으로 킷카상 제패.

사토미 회장 첫 GI 및 첫 클래식 제패.

크리스토프 르메르 JRA 첫 클래식 제패.


관계자 모두에게 뜻깊은 우승이었다.

최고의 혈통. 아낌없는 투자. 실적 있는 조교사와 최고의 기수. 모든것을 빠짐없이 갖추고 도전한 끝에 겨우 이루어낸 성과.


그리고 이 우승을 기점으로 사토미 회장의 막힌 혈이 뚫렸는지 GI을 소유마들이 연달아 우승하기 시작했다.


2016 홍콩 바즈 사토노 크라운 우승.

2016 아사히배 퓨쳐리티 스테이크스 사토노 아레스 우승.


2017 야스다 기념 사토노 알라딘 우승.

2017 타카라즈카 기념 사토노 크라운 우승.


그리고...2016 아리마 기념.



듀라멘테가 부상으로 터프를 떠나고, 천황상·春과 재팬 컵을 제패하며 고마 최강으로 등극한 키타산 블랙과의 양강 대결. 사토노 다이아몬드 단승 2.6배, 키타산 블랙 2.7배. 전년 아리마 기념 우승마 골드 액터는 7.9배.




말티즈 아포지가 전반 61초대로 끌고가는 슬로우 페이스. 2번째에 키타산 블랙. 사토노 다이아몬드와 사토노 노블레스가 교대로 그 뒤를 찔러가며 기회를 노리는 가운데 4코너에서 키타산 블랙과 골드 액터가 먼저 시동을 걸었다. 100m를 남기고 키타산 블랙이 골드 액터를 떨쳐내는가 싶던 순간




끝걸음이 살아난 사토노 다이아몬드가 문전에서 둘을 제치고 목차이로 먼저 골인했다.


이것으로 연간 GI 2승. 디 마제스티와 마카히키를 제치고 2016 JRA 최우수 3세 수말 타이틀을 획득한 것은 덤.


르메르는 "정말 기쁘다"는 말을 연발하며 인터뷰 석상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이케에 야스토시 조교사는 "내년은 개선문상을 목표로 역산해서 일정을 짠다"고 선언하며 봄철은 국내에서 전념, 이후 해외 원정을 공언했다.






명백한 세대 교체의 순간. 이때는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2017년 봄철 시동은 한신 대상전(GII, 한신 잔디 3000m). 터프하기 짝이 없는 개선문상에서 이기려면 일본에선 그보다 더 긴 거리에서 확실히 잡고 가야한다는 의도가 반영된 경주였다. 2400m가 넘어가면 귀신같이 강해지는 전년도 우승마 슈발 그랑이 끼었음에도 단승 인기는 1.1배로 압도 그 자체.







https://youtu.be/vdfKmimEAR4


결과도 예상대로의 1마신 반차 낙승이었다.






그리고 천황상·春. GI으로 첫 승격된 오사카배를 가볍게 제압하고 온 키타산 블랙과의 2차전.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여기서 이겨서 국내 최강을 공인받고 프랑스로 떠날 예정이었고, 키타산 블랙은 리벤지와 2연패를 동시에 노리고 있었다. 아리마 때와 같은 양강구도로 인기를 모았으나 이번에는 키타산 블랙이 단승 2.2배로 인기 1위, 사토노 다이아몬드가 2.7배로 인기 2위였다.


레이스는 야마카츠 라이덴의 초반 1000m 58.3의 하이페이스 대도주로 시작되었다. 그 한참 뒤에 키타산 블랙이 초연하게 2번째 위치에서 버티고,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7번째 위치. 1400m를 지나도록 1펄롱 랩타임이 12초를 넘지 않는 무시무시한 하이페이스였고, 그것도 모자라 마지막 3F는 각 펄롱타임이 11.6-11.7-12.2라는 장거리 맞나 싶은 돌아버린 기록이었다.






일찌감치 선두에 나선 키타산 블랙을 따라잡지 못하고 슈발 그랑에 이어 3착. 키타산 블랙의 우승 타임 3분 12초 5는 딥 임팩트가 갖고 있던 3분 13초 4를 0.9초나 단축하는 세계 레코드였고, 3번째로 들어온 사토노 다이아몬드도 딥 임팩트의 기록보다 0.7초나 빠른 타임이었다. 거리 자체로 가혹한 3200m의 기록으로는 빨라도 지나치게 빠른 기록이었고, 일본 경마장의 고속화를 우려하던 사람들은 이 경주에 상위 입상한 말들에게 보이지 않는 타격을 입힐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예감은 불행히도 대부분 들어맞고 만다.


우승 키타산 블랙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9착 완패.

2착 슈발 그랑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8착 완패.

4착 어드마이어 데우스 호주 이적후 조교중 인대 손상, 여러차례 수술했으나 결국 사망.

6착 디 마제스티는 이후 각부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그대로 은퇴.



격전을 치른 경쟁자들이 입은 타격은, 사토노 다이아몬드에게도 분명히 영향이 가 있었다.


대동마로 사토노 노블레스를 동반해 야심차게 떠난 프랑스 원정 초전 푸아상(GII, 2400m)는 6두중 4착. 그리고 본편인 개선문상(GI, 2400m)도 이네이블이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 카메라에 거의 잡히지 않는 위치에서 사토노 노블레스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15착으로 대패했다.


귀국후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피로를 빼기 위해 연내 완전 휴양을 선택했고, 키타산 블랙이 GI 7승으로 통산 상금 랭킹 1위에 오르며 화려하게 커리어를 마감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2018년, 팬들이 알고 있던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없었다. 천황상과 프랑스 원정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힌 것일까, 아니면 5세에 접어들며 에이징 커브가 온 것일까.


킨코상(GII, 츄쿄 잔디 2000m)를 앞두고는 최종 조교에서 준오픈마를 따라잡지 못하며 불안을 안기더니 수아브 리처드와 사토노 노블레스를 따라잡지 못하고 3착. 오사카배에서는 토사키 케이타로 처음 기수를 바꾸고 임전 태세를 갖췄지만 명백히 무뎌진 다리를 보이며 7착으로 침몰했다. 타카라즈카 기념에서는 르메르가 다시 기승해 3코너에서부터 날카로운 진출을 보이며 순간 팬들을 열광시켰지만 볼만한 순간은 거기뿐이었고 미키 로켓이 우승한 뒤에서 6착이 고작.


그리고 이 순간을 마지막으로 르메르는 노던 계열 경주마에서 최우선 기승 대상을 아몬드 아이로 바꾸면서 사토노 다이아몬드와 결별하게 된다.


가을 복귀전은 교토 대상전(GII, 교토 잔디 2400m). 파트너는 과거 마카히키에 타고 더비 타이틀을 눈앞에서 앗아갔던 카와다 유우가. 중단에서 슈발 그랑을 지켜보는 형태로 레이스를 진행하던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직선에서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매서운 다리로 뻗어나왔고




"그랑프리 호스 사토노 다이아몬드, 요도(淀)에서 부활입니다!"


1년 7개월만의 승리. 그리고 이것이 최후의 불꽃이었다.


이후 재팬 컵에서는 암말 3관 아몬드 아이가 2분 20초 1이라는 경악스러운 레코드를 찍으며 우승하는 사이 6착,

아리마 기념에서는 블래스트 원피스가 고마들을 제치고 우승하는 가운데 6착을 기록하고 현역 생활을 종료했다.

3세 때는 세대교체의 주역이었던 말이 어느새 3세마들이 일으킨 세대교체의 바람에 휩쓸려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통산 중앙 16전 8승, GI 2승, GII 3승, GIII 1승, 총상금 8억 6512만 4000엔. 해외 통산 2전 0승, 상금 112만 2900엔.



은퇴 후 사토노 다이아몬드는 샤다이 스탤리온 스테이션에서 씨수말로 활동을 시작했으며(교배료 수태조건으로 300만엔), 2019년 144두, 2020년 145두와 교배한 상태다. 첫 세대 자마는 2022년에 데뷔할 예정. 첫 세대 중 셀렉트 세일에서 이미 1억엔에 팔려나간 자마도 있는만큼 추후를 기대해 볼만.


샤다이 스탤리온 스테이션에서의 사토노 다이아몬드


출처 : 우마무스메 캐릭터 소개 69 - 사토노 다이아몬드(サトノダイヤモンド) - 우마무스메 갤러리 (dcinside.com)